[파이낸셜뉴스]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팰리서캐피털이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인 SK스퀘어 지분을 1%이상 확보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팰리서는 과거 삼성물산의 지배구조를 촉구한 엘리엇 출신 제임스 스미스가 지난 2021년 출범한 영국계 헤지펀드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팰리서가 SK스퀘어 지분을 1% 넘게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지분 보유로 팰리서는 현재 SK스퀘어 10대주주이자 주요 투자자로 급부상했다. 팰리서는 주가 밸류업을 위한 변화를 촉구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가 최대주주라는 점이 부각되며 올해 주가가 급등했지만, WSJ는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저평가 국면이라고 봤다. 실제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 지분 20%을 보유한 최대 주주로서 이번 팰리서 지분 획득에 대한 IB업계 시선도 예사롭지 않다. SK그룹의 투자회사인 SK스퀘어의 시가총액은 85억 달러(약 11조 6000억 규모)인데, SK하이닉스 지분 20%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200억 달러(약 27조원) 수준으로 SK스퀘어 시총의 두 배 이상을 웃돈다. SK그룹은 과거 2003년 헤지펀드인 소버린과 적대적 경영권 분쟁 몸살을 겪은 바 있다. 소버린은 당시 분식회계 사태로 인해 자산가치 미만으로 주가가 폭락했던 SK글로벌 지분 14.99%를 매입하고 당시 사외이사 추천, 자산매각, 주주배당 등을 요구하며 경영권을 위협했다. 결국 SK그룹은 가까스로 경영권을 방어 할 수 있었지만 소버린은 9000억원이 넘는 투자 차익을 챙겨 2005년 한국을 떠났다.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우선 팰리서 지분이 아직 1%밖에 안되는데다, 과거 분식회계 사태때와 SK의 현 상황은 차이가 커서 단순비교는 어려운 상태”라며 “다만 팰리서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CIO) 제임스 스미스는 2016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합병을 반대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투자책임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번 지분 취득이 단순 주주 가치 증진으로만 그칠지 여러모로 관심이 쏠리는건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SK스퀘어 측은 “SK스퀘어는 팰리서의 장기 전략 방향, 주주 이익 실현 정책 등에 관한 견해를 교환해왔다”고 밝혔다. 실제 SK스퀘어는 올해 7300만 달러(약 1000억원)상당의 자사주를 매입하는 등 주주환원에 힘쓰고 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2024-10-16 15:50:22[파이낸셜뉴스] 행동주의 펀드들이 삼성물산에 자사주 소각, 배당을 늘릴 것을 요구했다.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이뤄지는 셈이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삼성물산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 등 펀드들의 주주제안을 3월 15일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 시티오브런던, 안다자산운용,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등이 주주제안을 했다. 이들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1.46%다. 이들은 삼성물산에 5000억 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보통주와 우선주를 주당 4500원, 4550원씩 배당하라고 요구했다. 삼성물산이 제안한 배당액에 비해 각각 76.5%, 75.0% 증액된 규모다. 시티오브런던은 1% 이상의 주주 제안 요건을 위해 다른 펀드 등과 힘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팰리서캐피탈은 삼성물산을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라고 표현하며 체계적이고 수익 지향적인 자본 배분 체계 도입을 통해 자본 배분을 최적화하고 주주들에게 공정한 환원을 요구했다. 시장에서 삼성물산의 자산 및 투자계획을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와 투명성 개선도 요구했다. 그룹 내 여러 비효율성을 줄이기 위해 삼성 그룹의 복잡한 구조를 지주회사 체재로 재편하는 것에 대한 투명한 검토를 통해 구조적인 비효율성을 줄이라고 요구했다. 팰리서캐피탈은 삼성물산 지분 0.62%를 보유하고 있다. 팰리서캐피탈의 설립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인 제임스 스미스(James Smith) 대표는 “팰리서캐피탈은 십수 년 전부터 삼성물산에 투자해 온 장기 투자자다. 유감스럽게도 삼성물산은 우수한 근본적인 기틀에도 불구하고 높은 할인율에 거래되고 있다. 자본 투자 및 가치 창출에 대해 투자자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며 "팰리서캐피탈이 제안하는 포괄적이면서도 실현 가능한 가치 제고 방안들을 회사가 실행한다면 가치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거나 상당부분 줄이고, 장기적 성장을 추진함과 동시에 내재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물산의 이사회 및 경영진과의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소통을 기대한다. 이러한 변화가 삼성물산의 에쿼티 스토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시키고, 중요한 한국 경제 리더로서의 위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주주 제안상 주주 환원 규모는 총 1조 2364억원이다. 삼성물산은 기존에 보유한 자기주식 보통주 591만 8674주를 소각한다고 발표키도 했다. 과거 제일모직과 합병할 당시 취득한 자기주식인 보통주 188만 8889주와 기타 주식(우선주) 15만 9835주를 소각하는 감자를 결정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2024-02-15 06:56:53[파이낸셜뉴스] 영국 런던 소재 글로벌 다중전략 펀드인 팰리서캐피탈이 삼성그룹 정조준에 나섰다. 삼성물산을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라고 표현하며 체계적이고 수익 지향적인 자본 배분 체계 도입을 통해 자본 배분을 최적화하고 주주들에게 공정한 환원을 요구했다. 시장에서 삼성물산의 자산 및 투자계획을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와 투명성 개선도 요구했다. 그룹 내 여러 비효율성을 줄이기 위해 삼성 그룹의 복잡한 구조를 지주회사 체재로 재편하는 것에 대한 투명한 검토를 통해 구조적인 비효율성을 줄이라고 요구했다. 팰리서캐피탈은 삼성물산 지분 0.62%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영국계 자산운용사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City of London Investment Management·CLIM)도 삼성물산에 2023 회계연도 주당 4500원 배당과 내년 말까지 5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등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팰리서캐피탈의 설립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인 제임스 스미스(James Smith) 대표는 “팰리서캐피탈은 십수 년 전부터 삼성물산에 투자해 온 장기 투자자다. 유감스럽게도 삼성물산은 우수한 근본적인 기틀에도 불구하고 높은 할인율에 거래되고 있다. 자본 투자 및 가치 창출에 대해 투자자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며 "팰리서캐피탈이 제안하는 포괄적이면서도 실현 가능한 가치 제고 방안들을 회사가 실행한다면 가치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거나 상당부분 줄이고, 장기적 성장을 추진함과 동시에 내재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물산의 이사회 및 경영진과의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소통을 기대한다. 이러한 변화가 삼성물산의 에쿼티 스토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시키고, 중요한 한국 경제 리더로서의 위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7일 밝혔다. 팰리서캐피탈은 삼성물산의 주가와 내재가치 사이에 250억달러 상당의 차이가 있다고 봤다. 순자산가치(NAV) 대비 할인율이 63%에 달한다는 지적이다. 팰리서캐피탈은 "33조원 상당의 삼성물산의 잠재가치는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기업 구조조정과 추가적인 성장 투자를 통해 지속적인 가치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다"며 "팰리서캐피탈은 삼성물산의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한국의 주식 시장 및 한국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지배구조 및 자본배분 개선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겠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논의의 변화를 이끌 기회가 삼성물산에 있다"고 말했다. 팰리서캐피털은 삼성물산에 조직 개편도 촉구했다. 삼성물산 4개 사업부에 대한 통합 최고경영자(CEO)를 선임하는 것을 요구했다. 리더십을 통합해서 비효율성을 줄이려는 취지다. 또 사업가치를 키우기 위해 삼성물산 내 특정 사업부를 매각하거나, 분사 후 기업공개(IPO) 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스미스 대표는 과거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에서 20년간 펀드매니저를 역임했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에도 스미스 대표는 합병 반대를 주도했다. 2021년 엘리엇 출신 펀드매니저와 함께 팰리서 캐피털을 설립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2023-12-07 09:52:3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회장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삼성 반도체 사업이 태동한 경기 용인 기흥캠퍼스를 방문해 '반도체 초격차'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지난해 복권 이후 첫 공식 행보로 기흥캠퍼스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했던 이 회장이 1년 만에 다시 기흥캠퍼스를 찾은 것은 반도체 사업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19일 삼성전자 기흥·화성 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반도체 전략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대내외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다시 한번 반도체 사업이 도약할 수 있는 혁신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술 리더십과 선행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 건설되는 차세대 반도체 R&D단지는 미래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는 핵심 연구기지 역할을 맡게 된다. 연구·생산·유통이 한곳에서 이뤄지는 복합형 연구단지로 2030년까지 약 20조원이 투입된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경계현 DS부문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송재혁 DS부문 CTO 등 경영진과 간담회를 갖고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현황을 보고받았다. 이후 메모리·파운드리·팹리스시스템반도체 등 반도체 전 분야에 대한 경쟁력 제고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복권 이후 첫 공식 행보로 기흥캠퍼스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바 있다. 회장 취임 1주년을 앞두고 1년여 만에 다시 기흥캠퍼스를 찾은 것은 삼성전자 내에서 반도체 사업의 의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당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기술 중시, 선행투자 전통을 이어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당부한 바 있다. 기흥캠퍼스 현장점검 이후 이 회장은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로 자리를 옮겨 고 이건희 선대 회장 3주기 추모음악회에 참석했다. 이 회장을 비롯해 삼성 사장단과 임직원, 인근 주민, 협력회사 대표 등 1000여명이 참석해 함께 이 선대 회장을 기렸다. 이날 음악회에는 올해 삼성호암상 예술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비롯해 △박수예(바이올리니스트) △이해수(비올리스트) △한재민·이원해(첼리스트) △박재홍(피아니스트) 등 한국을 대표하는 신예 연주자들이 다수 참여했다. 이 선대 회장은 본인의 저서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앞으로는 '문화 경쟁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문화 경쟁의 시대를 앞두고 기업들이 문화 인프라 향상에 앞장서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이 선대 회장은 삼성의 '인재 제일' 경영 철학을 사업에 국한시키지 않고, 문화·예술 지원 활동으로도 확대했다. 이 선대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재능 있는 예술 인재를 선발해 해외 연수를 지원했다. 또 백건우, 백남준, 이우환 등 한국 예술인들의 해외 활동을 후원하는 등 '인재 양성'을 통해 문화계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삼성은 1997년부터 세계적인 명품 악기를 무상으로 대여하는 '삼성 뮤직 펠로우십'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전도유망한 신예 연주자들이 세계적인 음악가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줘야 한다는 이 선대 회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삼성의 전폭적인 후원에 힘입어 리처드 용재 오닐, 클라라 주미 강, 백주영, 김지연, 신지아, 김상진, 이화윤, 백나영, 문태국, 제임스 정환 김, 오주영, 김경준 등 30여명에 달하는 연주자들이 세계 정상급 연주자로 발돋움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산업을 태동시킨 이건희 선대 회장의 경영유산은 물론 문화·예술 인프라 육성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자 했던 의지를 계승해 나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중동 순방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다. 이후 오는 25일에는 경기 용인 선영에서 열리는 이건희 선대 회장 3주기 추도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2023-10-19 18:09:40#1. 1599년 9월11일 로마 시내를 가로지르는 테베레 강의 산탄젤로(Sant'Angelo) 다리. 기껏해야 갓 스무살이 넘었을 앳되고 청순한 여인이 끔찍한 참수형을 앞두고 군중들에 둘러싸인 채 섰다. 가끔씩 고개를 돌린 채 군중을 바라보는 눈은 때론 멍한듯 순수하고, 무표정한 얼굴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맑고 아름다웠다. 지켜보던 시민들이 저마다 안타까운 탄식을 쏟아냈다. 그녀의 이름은 베아트리체 첸치(Beatrice Cenci)로 첸치 백작의 막내딸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녀의 죄명은 가족과 공모해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였습니다. 그녀의 아버지 프란체스코 첸치 백작은 매우 폭력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게다가 음탕한 행동까지 악명이 자자했습니다. 폭력은 가족들에게 더욱 심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막내딸인 베아트리체를 감금하고 강간하는 범죄까지 저지르게 됩니다. 이런 폭력과 만행에 베아트리체의 새어머니, 오빠, 이복동생 등이 함께 로마교황청에 신고했지만 교황청은 이를 번번히 묵살했습니다. 첸치 백작은 교황 클레멘스 8세의 든든한 후원자였습니다. 결국 가족들은 하인들과 힘을 모아 첸치 백작을 독살하기로 계획하고 첸치 백작에게 수면제를 먹인 후 머리를 망치로 내리쳐 성벽에서 떨어진 것처럼 위장합니다. 하지만 곧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고 교황청으로부터 가족 전부가 사형을 선고 받습니다.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 로마 시민들은 첸치 일가의 구명을 요구했지만 교황 클레멘스 8세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결국 형이 확정되고 베아트리체의 새어머니와 오빠의 시신이 거리에 내걸립니다. 이어 베아트리체 차례가 되자 로마 시민들이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위해 몰려들었던 것입니다. 곧 베아트리체는 그 자리에서 참수를 당합니다. 이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던 스물다섯살의 화가 귀도 레니(Guido Reni)는 베아트리체 첸치의 마지막 모습을 그대로 담아냅니다. 이게 그 유명한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1600년, 75*50cm, 유채, 로마 바르베리니 국립고전회화관)'입니다. 고개를 돌린 채 쳐다보는 힘없는 눈빛은 너무도 많은 것을 말하는듯 합니다. 그러나 어두운 배경 속 흰색 두건을 두르고 흰 옷을 입은 그녀의 얼굴은 처연함보다 오히려 담백한 의연함이 느껴집니다. 오히려 슬픔이 묻어나지 않는 순백의 모습이 더욱 슬픔을 자아냅니다. 1817년 이탈리아 피렌체 산타크로체 성당에서 베아트리체 첸치와 눈을 마주친 프랑스 유명 작가 스탕달은 거의 실신합니다. 갑자기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그대로 주저앉아 버립니다. 다른 관람객 일부도 스탕달과 유사한 증상을 호소합니다. '스탕달 증후군'입니다. 이 현상은 뛰어난 예술 작품을 보게 되면 순간적으로 흥분 상태에 빠져 호흡곤란, 경련, 마비 등의 증세를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첸치 가족이 몰살당한 산탄젤로 다리는 로마 시내와 산탄젤로 성을 연결하는 다리입니다. 산탄젤로 성의 상징은 꼭대기에 청동상으로 우뚝 서 있는 미카엘 대천사입니다. 미카엘 대천사는 이 날의 비극을 어떻게 지켜봤을까요. #2. "이제 그만 고향으로 돌아가게나." 교황 클레멘스 7세가 마지막 순간을 예감한 듯 근위대를 향해 낮은 음성을 힘없이 내뱉었다. "성하, 저희가 끝까지 사수하겠으니 어서 피하시옵소서." 교황을 둘러싼 건장한 근위병들이 흐느끼며 외쳤다. 500여명이 넘던 근위병들은 거의 다 죽고 이제 목숨이 붙어있는 사람은 고작 42명에 불과했다. 죽기를 각오한 근위병들이 뒤돌아 신성로마제국 군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나둘씩 쓰러지는 근위병들을 뒤로 하고 교황은 비밀 통로를 통해 산탄젤로 성으로 들어갔다. 1527년 신성로마제국 카를5세가 로마를 침공했을 당시의 일이다. 교황은 산탄젤로 성 덕분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로마 교황령을 지키는 스위스 근위대의 역사는 이날부터 시작됐습니다.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 굵은 줄무늬가 새겨진 옷을 입고 장창을 들고 근엄하게 서있는 스위스 근위대는 바티칸의 상징입니다. 교황령은 이 사건 이후부터 지금까지 스위스 출신 젊은이로만 근위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세 용병 부대 중 가장 유명한 게 스위스 용병이었습니다. 스위스 용병은 알프스 산악지대에서 자라 신체가 건장한데다 전투력이 최강인데다 절대 물러서지 않는 용감함이 특징이었습니다. 프랑스-잉글랜드 간 백년전쟁을 비롯해 중세 모든 전쟁에서 맹위를 떨쳤습니다. 로마 교황도 이들을 적극 고용했습니다. 그러나 스위스 용병의 용맹함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지금의 스위스는 부자 나라지만 당시에는 농사도 지을 수 없는 산악지대인데다 무역활동도 전혀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이 좋은 용병은 가장 좋은 직업이었습니다. 따라서 스위스 용병들은 자신들이 등을 보이고 물러나면 후손들이 일자리가 없어질 것을 걱정해 절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늘 그 자리에서 용감히 싸우다 전사하는 것을 택했다고 합니다. 클레멘스 7세 뒤를 지키던 42명도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또 1789년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앙뚜아네트가 머물던 튈르리 궁을 지키던 786명도 모두 전사했습니다.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빈사의 사자상'은 바로 이들 스위스 용병 786명을 기리는 작품입니다. 산탄젤로 성은 이처럼 많은 이야기가 얽혀 있습니다. 서기 134년 공사를 시작해 139년 완성된 산탄젤로 성은 원래 로마 오현제 중 하나로 꼽히는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자신을 비롯한 후대 왕의 영묘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421년 요새로 개조된 후 나중에는 교황의 성으로 존재했습니다. 산탄젤로 이름을 얻은 것은 590년 경 로마 시내에 역병이 창궐하자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가 신에게 참회 기도를 올리고 돌아오면서 산탄젤로 다리를 지나는 도중 산탄젤로 성 꼭대기에서 대천사 미카엘이 자신의 검에 묻은 피를 닦은 후 검집에 넣는 모습의 환시를 봤다고 합니다. 그레고리우스 1세는 이를 "역병의 재앙에 대해 사람들이 충분히 참회를 마쳤으며, 신이 이에 만족하신 징표"라며 이 요새를 '천사의 성', 즉 '산탄젤로'라고 부르도록 했습니다. #3. 산탄젤로 성은 교황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늘 교황의 피난처가 됐습니다. 앞서 1494년에는 교황 알렉산데르 6세가 프랑스 샤를 8세의 로마 침공을 피해 이곳으로 달아나 목숨을 건졌습니다. 이는 13세기 경 교황 니콜라스 3세가 베드로 성당과 산탄젤로 성을 잇는 800미터 길이의 비밀통로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댄 브라운 원작의 영화 '천사와 악마'에서도 주인공들이 이 비밀통로를 통해 도주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합니다. 산탄젤로 성의 모든 것을 지켜본 미카엘 대천사가 라벨에 그려진 와인이 있습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생산되는 발디까바(Valdicava)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urnello di Montalcino)'입니다. 몬탈치노에서도 가장 좋은 포도가 난다는 몬토솔리(Montosoli) 지역의 산지오베제(Sangiovse) 100%로 만드는 와인입니다. 검은색 과실과 꽃향기, 바닐라 터치, 장엄한 구조감으로 유명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의 스타 와인입니다. 특히 리제르바 급 상위 라인 '발디까바 마돈나 델 피아노(Valdicava Madonna del Piano)'는 구경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탈리아 와인 전문가 팀 애킨스(Tim atkins)는 발디까바를 2등급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은 "여지껏 마셔본 가장 뛰어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이라고 극찬을 하기도 했습니다. 발디까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의 세컨 와인 '로쏘 디 몬탈치노(Rosso di Montalcino)'를 열어봅니다. 귀여운 아기천사의 모습이 그려진 라벨의 와인입니다. 진하지 않은 루비빛 와인으로 잔에서는 산지오베제 특유의 감칠맛 향과 함께 붉은 과실 향이 확 올라옵니다. 스월링 할수록 바닐라 향도 느껴지며 동물향이 몽글몽글 떠다니는 느낌입니다. 입에 넣어보면 제일 먼저 강력한 타닌이 반기는데 좋은 산도가 와인을 발랄하게 만듭니다. 산도는 미디엄 하이 혹은 하이 수준으로 아주 높습니다. 와인이 입에서 사라지고 남는 것은 두꺼운 타닌과 기분좋은 산도, 그리고 진한 동물향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3-06-15 18:07:54[파이낸셜뉴스] #1.1599년 9월11일 로마 시내를 가로지르는 테베레 강의 산탄젤로(Sant'Angelo) 다리. 기껏해야 갓 스무살이 넘었을 앳되고 청순한 여인이 끔찍한 참수형을 앞두고 군중들에 둘러싸인 채 섰다. 가끔씩 고개를 돌린 채 군중을 바라보는 눈은 때론 멍한듯 순수하고, 무표정한 얼굴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맑고 아름다웠다. 지켜보던 시민들이 저마다 안타까운 탄식을 쏟아냈다. 그녀의 이름은 베아트리체 첸치(Beatrice Cenci)로 첸치 백작의 막내딸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녀의 죄명은 가족과 공모해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였습니다. 그녀의 아버지 프란체스코 첸치 백작은 매우 폭력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게다가 음탕한 행동까지 악명이 자자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막내딸인 베아트리체를 감금하고 강간하는 범죄까지 저지르게 됩니다. 이런 폭력과 만행에 베아트리체의 새어머니, 오빠, 이복동생 등이 함께 로마교황청에 신고했지만 교황청은 이를 번번히 묵살했습니다. 첸치 백작은 교황 클레멘스 8세의 든든한 후원자였습니다. 결국 가족들은 하인들과 힘을 모아 첸치 백작을 독살하기로 계획하고 첸치 백작에게 수면제를 먹인 후 머리를 망치로 내리쳐 성벽에서 떨어진 것처럼 위장합니다. 하지만 곧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고 교황청으로부터 가족 전부가 사형을 선고 받습니다.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 로마 시민들은 첸치 일가의 구명을 요구했지만 교황 클레멘스 8세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결국 형이 확정되고 베아트리체의 새어머니와 오빠의 시신이 거리에 내걸립니다. 이어 베아트리체 차례가 되자 로마 시민들이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위해 몰려들었던 것입니다. 곧 베아트리체는 그 자리에서 참수를 당합니다. 이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던 스물다섯살의 화가 귀도 레니(Guido Reni)는 베아트리체 첸치의 마지막 모습을 그대로 담아냅니다. 이게 그 유명한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1600년, 75*50cm, 유채, 로마 바르베리니 국립고전회화관)'입니다. 고개를 돌린 채 쳐다보는 힘없는 눈빛은 너무도 많은 것을 말하는듯 합니다. 그러나 어두운 배경 속 흰색 두건을 두르고 흰 옷을 입은 그녀의 얼굴은 처연함보다 오히려 담백한 의연함이 느껴집니다. 오히려 슬픔이 묻어나지 않는 순백의 모습이 더욱 슬픔을 자아냅니다. 1817년 이탈리아 피렌체 산타크로체 성당에서 베아트리체 첸치와 눈을 마주친 프랑스 유명 작가 스탕달은 거의 실신합니다. 갑자기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그대로 주저앉아 버립니다. 다른 관람객 일부도 스탕달과 유사한 증상을 호소합니다. '스탕달 증후군'입니다. 이 현상은 뛰어난 예술 작품을 보게 되면 순간적으로 흥분 상태에 빠져 호흡곤란, 경련, 마비 등의 증세를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첸치 가족이 몰살당한 산탄젤로 다리는 로마 시내와 산탄젤로 성을 연결하는 다리입니다. 산탄젤로 성의 상징은 꼭대기에 청동상으로 우뚝 서 있는 미카엘 대천사입니다. 미카엘 대천사는 이 날의 비극을 어떻게 지켜봤을까요. #2. "이제 그만 고향으로 돌아가게나." 교황 클레멘스 7세가 마지막 순간을 예감한 듯 근위대를 향해 낮은 음성을 힘없이 내뱉었다. "성하, 저희가 끝까지 사수하겠으니 어서 피하시옵소서." 교황을 둘러싼 건장한 근위병들이 흐느끼며 외쳤다. 500여명이 넘던 근위병들은 거의 다 죽고 이제 목숨이 붙어있는 사람은 고작 42명에 불과했다. 죽기를 각오한 근위병들이 뒤돌아 신성로마제국 군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나둘씩 쓰러지는 근위병들을 뒤로 하고 교황은 비밀 통로를 통해 산탄젤로 성으로 들어갔다. 1527년 신성로마제국 카를5세가 로마를 침공했을 당시의 일이다. 교황은 산탄젤로 성 덕분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로마 교황령을 지키는 스위스 근위대의 역사는 이날부터 시작됐습니다.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 굵은 줄무늬가 새겨진 옷을 입고 장창을 들고 근엄하게 서있는 스위스 근위대는 바티칸의 상징입니다. 교황령은 이 사건 이후부터 지금까지 스위스 출신 젊은이로만 근위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세 용병 부대 중 가장 유명한 게 스위스 용병이었습니다. 스위스 용병은 알프스 산악지대에서 자라 신체가 건장하고 전투력이 최강인데다 절대 물러서지 않는 용감함이 특징이었습니다. 프랑스-잉글랜드 간 백년전쟁을 비롯해 중세 모든 전쟁에서 맹위를 떨쳤습니다. 로마 교황도 이들을 적극 고용했습니다. 그러나 스위스 용병의 용맹함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지금의 스위스는 부자 나라지만 당시에는 농사도 지을 수 없는 산악지대인데다 무역활동도 전혀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이 좋은 용병은 가장 좋은 직업이었습니다. 따라서 스위스 용병들은 자신들이 등을 보이고 물러나면 후손들이 일자리가 없어질 것을 걱정해 절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늘 그 자리에서 용감히 싸우다 전사하하는 것을 택했다고 합니다. 클레멘스 7세 뒤를 지키던 42명도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또 1789년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앙뚜아네트가 머물던 튈르리 궁을 지키던 786명도 모두 전사했습니다.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빈사의 사자상'은 바로 이들 스위스 용병 786명을 기리는 작품입니다. 산탄젤로 성은 이처럼 많은 이야기가 얽혀 있습니다. 서기 134년 공사를 시작해 139년 완성된 산탄젤로 성은 원래 로마 오현제 중 하나로 꼽히는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자신을 비롯한 후대 왕의 영묘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421년 요새로 개조된 후 나중에는 교황의 성으로 존재했습니다. 산탄젤로 이름을 얻은 것은 590년 경 로마 시내에 역병이 창궐하자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가 신에게 참회 기도를 올리고 돌아오면서 산탄젤로 다리를 지나는 도중 산탄젤로 성 꼭대기에서 대천사 미카엘이 자신의 검에 묻은 피를 닦은 후 검집에 넣는 모습의 환시를 봤다고 합니다. 그레고리우스 1세는 이를 "역병의 재앙에 대해 사람들이 충분히 참회를 마쳤으며, 신이 이에 만족하신 징표"라며 이 요새를 '천사의 성', 즉 '산탄젤로'라고 부르도록 했습니다. 산탄젤로 성은 교황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늘 교황의 피난처가 됐습니다. 앞서 1494년에는 교황 알렉산데르 6세가 프랑스 샤를 8세의 로마 침공을 피해 이곳으로 달아나 목숨을 건졌습니다. 이는 13세기 경 교황 니콜라스 3세가 베드로 성당과 산탄젤로 성을 잇는 800미터 길이의 비밀통로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댄 브라운 원작의 영화 '천사와 악마'에서도 주인공들이 이 비밀통로를 통해 도주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합니다. #3. 산탄젤로 성의 모든 것을 지켜본 미카엘 대천사가 라벨에 그려진 와인이 있습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생산되는 발디까바(Valdicava)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urnello di Montalcino)'입니다. 몬탈치노에서도 가장 좋은 포도가 난다는 몬토솔리(Montosoli) 지역의 산지오베제(Sangiovse) 100%로 만드는 와인입니다. 검은색 과실과 꽃향기, 바닐라 터치, 장엄한 구조감으로 유명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의 스타 와인입니다. 특히 리제르바 급 상위 라인 '발디까바 마돈나 델 피아노(Valdicava Madonna del Piano)'는 구경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탈리아 와인 전문가 팀 애킨스(Tim atkins)는 발디까바를 2등급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은 "여지껏 마셔본 가장 뛰어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이라고 극찬을 하기도 했습니다. 발디까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의 세컨 와인 '로쏘 디 몬탈치노(Rosso di Montalcino)'를 열어봅니다. 귀여운 아기천사의 모습이 그려진 라벨의 와인입니다. 진하지 않은 루비빛 와인으로 잔에서는 산지오베제 특유의 감칠맛 향과 함께 붉은 과실 향이 확 올라옵니다. 스월링 할수록 바닐라 향도 느껴지며 동물향이 몽글몽글 떠다니는 느낌입니다. 입에 넣어보면 제일 먼저 강력한 타닌이 반기는데 좋은 산도가 와인을 발랄하게 만듭니다. 산도는 미디엄 하이 혹은 하이 수준으로 아주 높습니다. 와인이 입에서 사라지고 남는 것은 두꺼운 타닌과 기분좋은 산도, 그리고 진한 동물향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3-06-15 14:52:28[파이낸셜뉴스] 갑자기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왔다. 악마가 농간을 부리는 연주기법이라는 그 바이올린 소리 말이다. 진한 아로마로 시작해 부드럽게 들어온 산도가 갑자기 날뛰듯 치솟고 이를 지릿한 이스트 향이 눌러주기를 몇차례, 떼땅져 꽁뜨 드 상파뉴 블랑 드 블랑 2011(Taittanger Comtes de Champagne Blanc de Blanc 2011)은 잔을 기울일때마다 파가니니의 초절기교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프랑스 상파뉴 샴페인 하우스 '떼땅져(Taittinger)'의 오너 클로비스 떼땅져(Clovis Taittinger)가 지난 25일 새벽 서울을 찾았다. 그가 사랑하고 아끼는 떼땅져 여러 버전을 한아름 안고 왔다. 떼땅져는 세계 최고의 샴페인 하우스로 샤르도네(Chardonnay)를 특히 잘 다루는 곳이다. 포도밭의 규모가 288ha에 달하는 상퍄뉴 최대 규모의 샴페인 하우스이기도 하다. 포도밭이 넓다는 것은 그만큼 여러 리저브 와인을 보유할 수 있어 세계 최고의 샴페인을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떼땅져의 아이콘 샴페인인 꽁뜨 드 상파뉴 블랑 드 블랑은 제임스 서클링으로부터 100점을, 로버트 파커 주니어로부터 98점을 받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샴페인으로 극찬을 받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의 레스토랑 앤드트리(Andtree)에서 만난 그는 "코로나19로 끊긴 하늘길이 열리자 아시아에서 제일 먼저 서울을 찾았다"며 "떼땅저(Taittinger)는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 중 하나이고, 나의 가족이고, 나를 상징하는 샴페인"이라는 말로 인사말을 시작했다. 그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찾은 것은 그만큼 한국시장을 중요하게 보고 있어서다. 클로비스는 떼땅져 샴페인에 대해 "전통을 중시하는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 있다"며 "그래서 샴페인을 아주 단순하고 섬세하며 우아한 스타일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만난 샴페인은 '떼땅져 브뤼 리저브(Taittinger Brut Reserve)', '떼땅져 프렐뤼드 그랑크뤼(Taittinger Prelude Grands Cru)', '떼땅져 꽁뜨 드 상파뉴 블랑 드 블랑 2011', '떼땅져 프레스티지 로제(Taittinger Prestige Rose Brut)', '떼땅져 녹턴 시티라이트(Taittinger Nocturne City Light)' 등 5종이다. ■브뤼 리저브..기본급인데 명가의 품격이 떼땅져 브뤼 리저브는 부드럽고 진한 과즙이 일품이다. 옅은 황금빛 와인이 따라진 잔에서는 열대과일 위주의 고급스런 아로마와 진한 이스트 향이 올라온다. 입에 넣어보면 프리런 주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아로마가 좋다. 산도도 아주 좋으며 잔잔하게 중심을 잡아가는 이스트 향도 매력적이다. 기포는 입속에서 강하게 요동치기보다는 절제된 우아함이 느껴진다. 샤르도네 40%, 피노 누아(Pinot Noir) & 피노 뮈니에(Pinot Meunier) 60%의 블렌딩이다. 가장 기본급 샴페인이지만 명가의 품격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프렐뤼드 그랑크뤼..신맛에서 기름진 느낌이 들 수 있을까 프렐뤼드 그랑크뤼는 샴페인 전용 잔이 아닌 보르도 와인잔 같은 볼이 넓은 잔에 서빙됐다. 기포를 느끼기 보다는 향에 취해보라는 의도였을까. 진한 레몬색의 액체가 담긴 잔에서는 누룽지가 먼저 생각나는 이스트 향이 진하게 올라왔다. 아주 고급스런 신맛을 함유한 냄새도 들어온다. 코를 박고 있는데 저절로 스월링 하게 만든다. 잔을 기울이자 혀를 타고 주르륵 떨어지는 과즙의 아로마가 매혹적이다. 고급스럽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의 부드럽고 정제된 맛이다. 산도도 끝내준다. 그런데 바스락 거리는 쨍한 산도가 아닌 모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동글동글한 신맛이다. 신맛에서 기름진 느낌이 들 수 있을까. 넓은 잔에 따라져서 그런지 기포도 더 잘고 얌전해졌다. 그러나 입속에서는 존재감을 절대 잃지 않는다. 샤르도네 50%, 피노 누아 50%의 블렌딩이다. ■꽁뜨 드 상파뉴 블랑 드 블랑 2011..궁극을 오가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소리가 꽁뜨 드 상파뉴 블랑 드 블랑은 빈티지 샴페인으로 옅은 황금빛 색상이 좋다. 떼땅져 최고의 와인으로 꼬뜨 드 블랑 내 그랑크뤼 밭 5곳에서 나는 샤르도네 100%로 만든 와인이다. 잔을 가까이 하자 고급스런 이스트 향이 확 들어온다. 아로마는 진한 트로피컬 과실 향에 서늘한 청사과 향이 섞여있다. 입에 넣어보니 부드럽고 진한 아로마가 일품이다. 프렐뤼드 그랑크뤼가 기름진 아로마라면 꽁뜨 드 상파뉴 블랑 드 블랑은 보다 신선한 여러가지 과일 아로마 시트가 쫙 펼쳐지는 느낌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산도가 멈추지 않고 계속 치솟는다. 눈물샘을 자극할때쯤 약간은 지릿한 향의 이스트가 이 신맛을 눌러주는데 타이밍이 기가막히다. 그러나 입속에서 이스트 향이 사라질때쯤 다시 산도가 치솟으며 피니시를 이어간다. 마치 산도와 이스트가 순차적으로 날뛰는 느낌에 마치 '라 캄파넬라'를 연주하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연주가 연상될 정도다. 기포를 느낄 새가 없이 고급스런 아로마와 흥분되는 산도, 독특한 이스트 향에 정신을 차리기 힘든 인상적인 샴페인이다. ■떼땅져 녹턴 시티 라이트..늦여름 밤 연상되는 맛 프레스티지 로제 브뤼도 진한 과실향에 산도가 좋은 로제 샴페인이다. 진한 색깔에 맞게 상당히 진중한 모습을 보여준다. 샤르도네 30%, 피노 누아 45%, 피노 뮈니에 25%의 블렌딩이다. 또 녹턴 시티 라이트는 '야상곡'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샴페인이다. 앞선 샴페인들과 다르게 과실 아로마는 청사과 위주로 산뜻해지고 산도도 얌전하다. 이스트도 살짝 가라앉아 있는 느낌이다. 마치 늦여름 밤을 연상하게 만든다. 샤르도네 40%, 피노 누아& 피노 뮈니에 60%로 블렌딩 됐다. 클로비스에게 한국 음식과의 마리아주에 대해 물었다. 그는 "마리아주는 각자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라는 다소 모호한 말을 했다. 사실 샴페인은 모든 음식에 잘 어울린다. 그러나 그의 말 속에는 떼땅져는 어떤 음식과도 마리아주를 맞출 수 있다는 자신감도 느껴졌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2-07-29 16:17:01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유난히 자유를 강조했다. 16분 길이, 총 3303자 취임사에 '자유'라는 단어가 35번 나온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그리고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자유의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피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자유' 인식에 공감한다. 자유는 시장경제의 알파요 오메가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명저 '선택할 자유'에서 "평등을 자유보다 앞세우는 사회는 결국 평등도 자유도 달성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를 제일로 하는 사회는 더 큰 자유와 더 큰 평등을 둘 다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선택할 자유'를 꼽았다. 또 대런 애스모글루 교수(MIT대)와 제임스 로빈스 교수(하버드대)는 공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자유와 사유재산권, 혁신, 인센티브를 장려하는 포용적 경제제도를 가진 나라가 번영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목표 중 하나로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제시했다. 경제 중심을 정부에서 기업으로 전환, 민간의 창의와 역동성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그 출발점 역시 자유다. 그렇다고 윤 대통령이 오로지 자유 만능, 시장 만능을 부르짖은 것은 아니다. 그는 "자유는 결코 승자독식이 아니다"라며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그리고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한 규칙을 지켜야 하고, 연대와 박애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유를 기초로 하되 동시에 공동체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새 정부는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국정목표로 제시했다. 사회적 약자를 따듯하게 보듬는 것은 선진국가의 책무다. 자유의 기반이 훼손되지 않는 한 복지 확대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다만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통합'을 언급하지 않는 점은 아쉽다. 윤 대통령은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를 비판했다. 과반 의석수를 앞세워 입법권을 남용하는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발언으로 들린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은 5년 전 취임사에서 "이날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실제론 5년 내내 분열을 자극했다. 늘 편을 갈라 자기 편만 챙겼다. 윤 대통령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인수위 과정에서 보듯 윤 대통령이 처한 정치적 환경은 최악이다. 마음만 먹으면 민주당은 차기 총선(2024년 4월)까지 2년 내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럴수록 통합의 정치를 펼치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민주당 탓만 해선 협치를 구현할 수 없다.
2022-05-10 18:30:26"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사람, 사람, 사람입니다." 필립 터너 주한뉴질랜드대사는 6·25전쟁 참전국을 대표하는 인사말에서 마오리어, 한국어, 영어 등 3개 언어로 이같이 말했다. 11일 유엔 참전용사 추모의 날을 맞아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식'이 거행됐다. 이날 행사는 올해 6·25 전쟁 70주년이자 법정기념일로 격상된 첫해를 맞아 더 의미가 컸다. 오전 11시 정각, 세계 유일의 유엔묘지가 있는 부산을 향해 전 세계인들이 유엔참전용사를 추모하기 위해 1분간 묵념했다, 부산 전역에서 추모 사이렌이 울리자 공군 블랙이글스가 창공을 가르며 연기로 하늘에 '11.11.11'을 써냈다. 각 군과 참석자들이 유엔 전몰장병들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기 위해 묵념하는 동안 장내는 숙연해졌고 21발 조포의 포성이 울렸다. 이날 게양식에는 묘지 조성 이래 처음으로 독일 국기가 게양되기도 했다. 독일은 1954년 80여명 규모의 의료지원단을 부산으로 파견한 바 있다. 하지만 독일의 의료지원활동이 정전 이후에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그동안 의료지원국에 포함되지 않다가 지난 2018년 정부가 의료지원국으로 포함시키면서 이번 행사에 포함됐다. 추모식은 유엔군 전사자와 실종자 4만896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명비 앞에서 전 세계 참전국 후손들과 화상으로 연결됐다. 본격적인 개식은 미군 참전용사 후손인 조나단 프로우트가 사회를 맡았다. 기념공연에선 미군 참전용사 리처드 캐드월러더 중위가 전쟁 당시 구해준 김연순씨를 60년 만에 다시 만난 사연이 소개됐다. 노장이 된 캐드월러더 중위가 김 씨에게 손목시계를 건네는 장면은 감동을 자아냈다.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킨 유엔군의 숭고한 정신과 굳건한 동맹을 강조했다. 정 총리는 "오늘 우리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산화한 영령들 앞에 서있다. 영령들의 자유를 향한 위대한 정신이 오늘 대한민국의 정신에 깃들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참전국과의 동맹을 더욱 굳건히 지키겠다. 참전용사의 헌신과 희생이 더욱 가치있는 유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또 인류에 더 나은 회복과 세계 평화를 위해 국제협력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는 특별한 손님도 참석했다. 바로 미군 참전용사 제임스 엘리엇 중위의 아들 엘리엇(72)과 딸 레이번 조르자씨(71)다. 김정수(대장) 육군 제2작전사령관은 이들에게 낙동강 승전 코인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번 '턴 투워드 부산'은 '유엔참전용사의 명예선양법' 제정 이후 개최된 첫 행사로 6·25전쟁 참전용사, 참전국 대표와 주한외교사절, 참전국장병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2020-11-11 18:38:06【파이낸셜뉴스 부산】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사람, 사람, 사람입니다” 필립 터너 주한뉴질랜드 대사는 6·25 전쟁 참전국을 대표하는 인사말에서 마오리어, 한국어, 영어 등 3개 언어로 이같이 말했다. 11일 유엔 참전용사 추모의 날을 맞아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식’이 거행됐다. 이날 행사는 올해 6·25 전쟁 70주년이자 법정기념일로 격상된 첫해를 맞아 더 의미가 컸다. 오전 11시 정각, 세계 유일의 유엔묘지가 있는 부산을 향해 전 세계인들이 유엔참전용사를 추모하기 위해 1분간 묵념했다, 부산 전역에서 추모 사이렌이 울리자 공군 블랙이글스가 창공을 가르며 연기로 하늘에 ‘11.11.11’을 써냈다. 각 군과 참석자들은 유엔전몰장병들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기 위해 묵념하는 동안 장내는 숙연해졌고, 21발 조포의 포성이 울렸다. 이날 게양식에는 묘지가 조성 이래 처음으로 독일 국기가 게양되기도 했다. 독일은 1954년 80여 명 규모의 의료지원단을 부산으로 파견한 바 있다. 하지만 독일의 의료지원활동이 정전 이후에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그동안 의료지원국에 포함되지 않다가 지난 2018년 정부가 의료지원국으로 포함시키면서 이번 행사에 포함됐다. 추모식은 유엔군 전사자와 실종자 4만 896명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명비 앞에서 전 세계 참전국 후손들과 화상으로 연결됐다. 본격적인 개식은 미군 참전용사 후손인 조나단 프로우트가 사회를 맡았다. 기념공연에선 미군 참전용사 리처드 캐드월러더 중위가 전쟁 당시 구해준 김연순 씨를 60년 만에 다시 만난 사연이 소개됐다. 노장이 된 캐드월러더 중위가 김 씨에게 손목시계를 건네는 장면은 감동을 자아냈다.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킨 유엔군의 숭고한 정신과 굳건한 동맹을 강조했다. 정 총리는 “오늘 우리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산화한 영령들 앞에 서 있다. 영령들의 자유를 향한 위대한 정신이 오늘 대한민국의 정신에 깃들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참전국과의 동맹을 더욱 굳건히 지키겠다. 참전용사의 헌신과 희생이 더욱 가치 있는 유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또 인류에 더 나은 회복과 세계 평화를 위해 국제 협력에 앞장서겠다”라고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는 특별한 손님도 참석했다. 바로 미군 참전용사 제임스 엘리엇 중위의 아들 엘리엇(72)과 딸 레이번 조르자(71) 씨다. 김정수(대장) 육군 제2작전사령관은 이들에게 낙동강 승전 코인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번 ‘턴 투워드 부산’는 ‘유엔참전용사의 명예선양법’ 제정 이후 개최된 첫 행사로 6·25전쟁 참전용사, 참전국 대표와 주한 외교사절, 참전국 장병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6·25전쟁 참전용사이자 유공자회 부산지부장 허경(90) 씨는 “유엔묘지는 나라를 위해서 몸을 바치신 분들이 묻혀있는 성스러운 장소다. 이곳이 우리나라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도록 잘 지켜야 하며, 국민들도 많이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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