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좋은 죽음(Well-Dying)'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환자 스스로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조력 존엄사'에 대한 논의도 공론화되고 있다. 전통적 의미의 안락사와 달리 '조력 존엄사'는 말기 환자가 의사로부터 약물을 받아 스스로 주입해 삶을 마무리하는 형태의 죽음을 말한다. 다만 의료계는 해당 제도를 도입한 국가가 극히 일부인 데다 우리 사회가 충분한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만큼 서둘러 도입을 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국민은 80%가 "찬성".. 의료계는 "시기상조" 2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조력 존엄사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6월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조력 존엄사법)'을 발의하면서 불을 지폈다. 법안은 고통을 겪는 말기환자 중 스스로의 의사로 조력 존엄사를 희망하고 있을 경우 결정기구를 거쳐 의사의 도움을 받아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력 존엄사를 도운 의사는 형법상 자살방조죄의 적용이 배제된다. 일단 대중들은 조력 존엄사에 찬성하는 의견이 반대보다 높다. 개정안 발의 후 한국리서치가 국내 성인 1000명에게 조력존엄사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이 조력 존엄사 합법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지난 7월 진행된 이 여론조사에서 조력존엄사 입법화를 '매우 찬성한다'는 의견이 20%, '찬성한다'는 의견이 61%였다. 조력 존엄사 입법화에 대해 찬성하는 이유로는 '자기 결정권 보장'(25%),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권리'(23%), '가족 고통과 부담'(20%) 등이 꼽혔다. 가망이 없는 말기 환자에게도 ‘좋은 죽음’을 위한 선택권을 제공하자는 법안의 취지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보내고 있지만, 의료계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생명 경시 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호스피스·완화의료 학회는 법안이 발의되자 지난 6월 입장문을 내고 "조력 존엄사에 대한 논의 이전에 존엄한 돌봄의 유지에 필수적인 호스피스 시설과 인력의 확충, 호스피스·완화의료 이용 기회 확대, 임종실 설치 의무화, 촘촘한 사회복지제도의 뒷받침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양준석 한림대 생사학연구소 연구원도 조력 존엄사 도입이 너무 이르다고 보는 입장이다. 양 연구원은 "괴롭고 아픈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조력을 통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과연 '존엄한 죽음'이라고 볼 수 있냐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자살률 1위의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한 사회에서 조력 존엄사를 통해 쉽게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부추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연명의료결정제도 5년... 윤리위 있는 병원만 선택권 현장에서 많은 임종 환자를 지켜본 유신혜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교수는 ‘존엄한 죽음’에 대한 선택권 확대를 위해 지난 2018년 제정된 연명의료결정제도를 현장에서 유의미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연명의료결정제도가 도입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도 지난달 기준 누적 140만명을 넘어서는 등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현실과 제도는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먼저 현행법상 윤리위원회를 설치한 의료기관에서만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과 이행이 이뤄질 수 있는데 전체 병원의 10.5%에만 설치돼 있다는 점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 경우 본인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어도 병원에 윤리위가 구성돼 있지 않으면 연명의료중단 결정을 내릴 수 없다. 28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3226개 병원 중 상급 종합 병원을 위주로 338개 병원에만 윤리위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고령의 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의 약 5%에만 윤리위가 설치된 상태다. 유 교수는 "요양병원 등에서 행하고 있는 연명 의료현황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무작정 윤리위 설치를 확대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라 임종 상황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현행법이 '임종 상태'를 너무 협소하게 정의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유 교수는 "현장의 의료진은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며 “의료진도 제도에 숙달된 것이 아니라 '임종 상태인지 아닌지' 등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법을 살펴보면 연명의료결정제도에서 임종 상태 환자를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에 의해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여,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라는 진단을 받은 자'라고 명시돼 있다. 유 교수는 "좋은 죽음은 모두에게 다르지만 피하고 싶은 죽음의 형태는 대부분 비슷하다"며 "내가 어떤 죽음을 피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고,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를 작성하는 것도 웰다잉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임종을 앞둔 환자들에게 의료적·사회적 측면에서 '좋은 죽음'을 위한 '좋은 돌봄'을 제공하고 있는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2-09-28 09:49:14[파이낸셜뉴스]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회복할 수 없는 말기 환자가 스스로 삶을 종결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존엄사법'을 발의한 것에 대해 생명단체들이 졸속 입법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생명존중시민회의,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가정과생명위원회, 한국남자수도회 생명문화전문위원회, 행동하는 프로라이프는 '소위 ‘의사 조력 존엄사법’ 졸속 입법에 반대한다!' 성명서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의사 조력 존엄사법’이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방향에서 추진되면 안 된다"며 "‘생명에 대한 자기 결정권’, 심지어 ‘내 삶을 파괴할 권리’ 운운하면서 추진되는 입법 논의는 자칫 생명의 존엄성을 근본에서부터 훼손하고, 인간존재의 근원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의사 조력 존엄사법’ 입법이 몇몇 국회의원과 일부 전문가 의견 수렴이라는 형식적 졸속 입법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에 반대한다"며 "이 법은 생명윤리에 관한 중요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의학계 생명학계 윤리학계 상담학계는 물론 종교계와 시민사회의 광범위한 참여와 공론화, 숙의를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명단체들은 “의사 조력 존엄사법은 스위스나 미국 등에서 거친 시행착오와 경험을 온전히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회의 성숙도나 문화적 배경 등에 대한 철학과 성찰에 기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단체들은 지금 국회의원들이 총력을 모아 제정해야 할 법은 소위 ‘의사 조력 존엄사법’이 아니라 ‘자살대책기본법’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살예방법이 개인의 정신건강에 초점을 두고 있고, 그 배경에 있는 다양한 사회적 요인이 보지 못하여, 사회적 대책이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므로, 이제 자살 대책은 보건, 의료, 복지, 교육, 노동 등 범정부적 정책 노력과 유기적 연계 속에 종합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임삼진 생명존중시민회의 상임이사는 "입법의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당연히 자살대책기본법 제정이 긴급하다"며 "세계 4위의 높은 자살률을 방치한 채 ‘의사조력 존엄사법’을 만드는 것은 생명경시를 용인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살에 대한 범국가적 책임을 자각하고, 국회와 정부가 자살대책기본법 제정에 총력을 모아줄 것"을 촉구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22-07-28 14:36:51[파이낸셜뉴스] "나 이제 갈게." 최근 방송된 MBC 'PD' 수첩에서는 인간다운 죽음을 찾아 스위스로 떠난 사람들의 사연을 전했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 사람이 의학적 도움을 받아 생을 마감하는 것을 '조력사망'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스위스에서 조력사망한 한국인은 최소 12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굉장한 고통, 인간답게 죽고 싶다는 자기 결정 존중해달라"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오던 폐암 말기 환자 허 모 씨도 3년 전 스위스에서 생을 마감했다. 유족은 "굉장히 많이 아프셨다"며 "식도가 협착돼 음식을 못 드셨다. 점점 몸무게는 빠지고, 시트가 푹 젖을 정도로 땀을 많이 흘려 잠을 이룰 수가 없으니, '도저히 이 치료를 이어갈 수 없겠다' (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이어 "조력사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있다 '나중에 혹시 그런 상황이 온다면 인간답게 죽고 싶고, 내가 결정을 하고 싶다'.. 먼 미래의 일로만 생각했는데.."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허 씨는 아픈 몸을 이끌고 2021년 8월 스위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생의 마지막 여행에 가족과 지인 8명을 초대했다. 아내와 이혼하며 헤어졌던 아들도 10여 년 만에 재회했다. 유족이 조력사를 계속해서 말렸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기를 지켜보는 상황에서 갔으면 좋겠다"는 게 허 씨 입장이었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가족들이 슬퍼하지 않길 바랐다. 유족은 "아빠는 '삶을 포기한 게 아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살았고 연명치료나 항암치료를 받는 게 무의미한 일인 것 같다' 고 판단을 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허 씨 일행은 조력사 단체에서 보내준 차량을 이용, 시 외각에 있는 장소로 향했다. 치료 가능한 환자도 죽음 내몰릴 수도.. 종교계도 강력 반발 가족들은 허 씨와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허 씨는 "나 이제 갈게"라는 말을 끝으로 스스로 약물을 주입하는 밸브를 열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잠자듯 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단순히 헤어짐만 생각한다면 견디기 힘든 순간이겠지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내가 온전히 결정을 하고 편안하게 갈 수 있다면 그게 정말 행복한 일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해당 방송을 접한 누리꾼들은 "한국도 존엄사 도입해야 한다", "스위스 같은 나라가 선진국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나라", "우리나라도 도입되면 굳 아픈 몸을 이끌고 스위스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데.."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조력존엄사가 합법화되면 치료 불가능한 환자가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이 ‘현대판 고려장’에 내몰리게 되는 부작용도 예상할 수 있다. 실제 캐나다에서 살 집이 없어 조력존엄사를 선택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종교계에서도 '생명존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3-11 08:08:20드리스 판 아흐트 전 네덜란드 총리가 아내와 함께 '한날 한시'에 손 잡고 세상을 떠났다. 둘은 93세 동갑 부부로 학생 때부터 만나 70년 해로했다. 두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지탄 받지 않는다.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조건은 있다. 환자가 참을 수 없는 큰 고통을 겪고 있어야 하고, 치료 가능성이 희박해야 한다. 무엇보다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당사자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 지난 2022년 기준으로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를 택한 사람은 8720명이다. 이 나라 전체 사망자의 5%다. 안락사는 문자 그대로 '편안한 죽음'이다. 고통 없이 편안하게 죽을 권리에 대한 논쟁이 다시 국내에서도 불붙을 조짐이 보인다. ■'죽을 권리'를 외치는 사람들국내 중증 척수염 환자가 지난해 12월 안락사 관련 2023년 12월 안락사를 요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우리나라 헌법은 제10조에서 행복을 추구하고 인간의 존엄을 지킬 권리를 명문화 하고 있다. 청구인은 죽을 권리에 대해 제한하는 것이 기본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불치병이나 감당할 수 없는 고통속에 있는 사람들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삶을 마감하게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죽을 권리'를 외치고 있다. 한국은 2017년에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담당의사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중 일정한 요건을 갖춘 환자에 대해 연명의료중단을 하는 것만 합법화하고 있다. 즉, 의사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만 합법이고, 연명치료중단 외에 조력사(의사가 약물을 이용해 환자 자살을 돕는 행위)나 안락사는 위법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한국에선 죽기 직전까지 가야만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안락사 논쟁 불붙나해외에선 안락사가 합법인 국가들이 있다. 1940년 스위스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벨기에, 캐나다, 이탈리아, 독일, 콜롬비아, 미국 일부 주 등에서 안락사를 허용했다. 특히 스위스는 외국인의 안락사도 허용되고 있는데, 스위스의 한 조력 사망 단체의 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4명이 조력 사망했고, 현재 117명이 대기중이라고 알려졌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한국존엄사협회 가입자는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십년간 가족을 간병하던 사람이 환자를 살해하는 사례나 중병의 고통을 참지 못해 비참한 자살이 일어나는 경우를 보면 안락사 제도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면서 "반면, 스스로 생명을 끊을 권리를 제도화 하는 방안에 대해선 여전히 윤리적 딜레마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wschoi@fnnews.com 법조전문기자·변호사
2024-02-14 18:21:44[파이낸셜뉴스]드리스 판 아흐트 전 네덜란드 총리가 아내와 함께 ‘한날 한시’에 손 잡고 세상을 떠났다. 둘은 93세 동갑 부부로 학생 때부터 만나 70년 해로했다. 두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지탄 받지 않는다. 네덜란드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합법화했다. 조건은 있다. 환자가 참을 수 없는 큰 고통을 겪고 있어야 하고, 치료 가능성이 희박해야 한다. 무엇보다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당사자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 지난 2022년 기준으로 네덜란드에서 안락사를 택한 사람은 8720명이다. 이 나라 전체 사망자의 5%다. 안락사는 문자 그대로 '편안한 죽음'이다. 고통 없이 편안하게 죽을 권리에 대한 논쟁이 다시 국내에서도 불붙을 조짐이 보인다. ‘죽을 권리’를 외치는 사람들국내 중증 척수염 환자가 지난해 12월 안락사 관련 2023년 12월 안락사를 요구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우리나라 헌법은 제10조에서 행복을 추구하고 인간의 존엄을 지킬 권리를 명문화 하고 있다. 청구인은 죽을 권리에 대해 제한하는 것이 기본권 침해라는 주장이다. 불치병이나 감당할 수 없는 고통속에 있는 사람들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삶을 마감하게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죽을 권리’를 외치고 있다. 한국은 2017년에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담당의사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중 일정한 요건을 갖춘 환자에 대해 연명의료중단을 하는 것만 합법화하고 있다. 즉, 의사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만 합법이고, 연명치료중단 외에 조력사(의사가 약물을 이용해 환자 자살을 돕는 행위)나 안락사는 위법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한국에선 죽기 직전까지 가야만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안락사 논쟁 불붙나해외에선 안락사가 합법인 국가들이 있다. 1940년 스위스를 시작으로 네덜란드, 벨기에, 캐나다, 이탈리아, 독일, 콜롬비아, 미국 일부 주 등에서 안락사를 허용했다. 특히 스위스는 외국인의 안락사도 허용되고 있는데, 스위스의 한 조력 사망 단체의 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4명이 조력 사망했고, 현재 117명이 대기중이라고 알려졌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한국존엄사협회 가입자는 1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십년간 가족을 간병하던 사람이 환자를 살해하는 사례나 중병의 고통을 참지 못해 비참한 자살이 일어나는 경우를 보면 안락사 제도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면서 "반면, 스스로 생명을 끊을 권리를 제도화 하는 방안에 대해선 여전히 윤리적 딜레마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wschoi@fnnews.com 최우석 법조전문기자·변호사
2024-02-14 16:07:52[파이낸셜뉴스] "아무것도 못하고, 가족도 못 알아보고 그저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숨만 붙어있는게 사는 걸까요.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고통이고, 자식들은 죄책감 때문에 호흡기를 떼라고 할 수 없겠죠. 저와 제 아내는 연명치료 거부 동의서를 제출했습니다." 지난 2009년 대법원이 무의미한 연명의료의 중단을 인정한 이후 오랜 사회적 논의를 거쳐 2018년부터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현재 140만명 넘는 인원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법이 존재하는지 모르거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어디에서 작성해야 하는지 모르는 국민들이 많은 상황이다. 더 나아가 최근 국내에서도 말기 환자 본인이 원하면 의사가 약물 등을 제공해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이른바 '조력 존엄사' 법안이 처음으로 발의됐다. '죽을 권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연명의료중단, 말기환자까지 확대? 1일 국민권익위원회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10월 11일까지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한 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국민생각함' 홈페이지에서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번 설문은 특히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을 임종기 환자 외에 말기 환자까지 확대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우리나라에선 말기환자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구분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대상자로 규정한다. 말기환자는 사망에 임박한 임종기와는 달리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돼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상태를 의미한다. 19세 이상 누구나…'연명거부' 어떻게?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의 유보 또는 중단에 관한 의사를 남기는 것이다. 연명의료계획서는 환자의 의사에 따라 담당의사가 작성하며,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인지 여부는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인이 동일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받고 있다고 의사가 판단한 경우라면, 환자의 의향을 존중해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의 국민은 누구나 자신이 향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해 작성해 둘 수 있다. 복지부의 지정을 받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방문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할 수 있으며, 언제든 철회도 가능하다. 작성 가능 기관을 찾고 싶다면 국립연명의료기관 홈페이지에서 검색하면 사는 곳과 가까운 의료기관들이 나온다. 비용은 무료다. 142만명 "연명치료 안 할래요" 국민 의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립연명의료기관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우리나라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국민은 142만2434명이다. 연령별로 70~79세(61만5906명)가 가장 많고 이어 80세 이상 26만3961명, 60~69세 22만3417명, 60~64세 14만2794명 순으로 나타났다. 젊은층 등록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30~39세 8239명, 30세 미만은 3876명이 등록했다. 40~49세는 38만105명, 50~59세는 12만6136명 등이다. 성별로 보면 여성 등록자가 남성보다 2배 이상 많다. 남성은 44만2915명, 여성은 97만9519명으로 조사됐다. 실제 연명의료 중단 등이 이행된 사례는 8월까지 총 23만4292건이다. 국민 10명 중 8명은 회생 가능성이 없다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가 지난 8월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설문 대상자들은 '회생 가능성이 없더라도 생명 연장만을 위한 연명의료를 받을지'에 대한 질문에 81.7%가 '받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 중 45%는 '절대 받지 않겠다', 36.7%가 '받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조력 존엄사법 첫 발의 임종 과정에는 있지 않지만 근원적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환자의 경우 본인 의사로 삶을 종결할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조력 존엄사다. 난치병 등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담당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마무리 하는 것을 말한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6월 조력 존엄사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조력 존엄사법)을 대표 발의했다. 다만 형법상 자살방조죄의 예외를 두는 법안이어서 윤리적 논란 소지가 크고 입법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호스피스 등 인프라도 아직 충분치 않아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많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22-09-28 15:59:20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나 자란 브리트니 메이너드는 2014년 1월 심한 두통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가 악성 뇌종양 2기 진단을 받았다. 뇌수술을 받았지만 3개월 뒤인 4월 뇌종양 4기 진단과 함께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잦은 발작이 일어났고 머리와 목에 참기 힘든 통증이 밀려왔다. 당시 메이너드는 5년 열애 끝에 결혼한 지 2년이 채 안된 새댁이었다. 그녀는 가족들 앞에서 담담한 최후를 맞고 싶다며 의료진으로부터 처방받은 약물을 복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조력자살(assisted suicide)을 택했다. 그리고 남편의 생일 다음날인 11월 1일을 자신의 죽음 예정일로 삼고 자신이 평생 살았던 캘리포니아주에서 오리건주로 이사했다. 캘리포니아와 달리 오리건주는 1994년 생명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들에게 스스로 죽음 결정권을 부여하는 '존엄사법'을 통해 존엄사를 합법화했기 때문이다. 메이너드는 죽음을 한 달여 앞둔 2014년 10월 6일 자신의 결심을 담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그녀는 이 영상에서 "뇌종양이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는지 들어서 알고 있는 대로 내가 죽지 않아도 돼서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릅니다"고 말했다. 또한 "남편과 엄마를 옆에 두고 위층에 있는 남편과 저의 침실에서 죽을 생각이에요.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평화롭게 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녀의 죽음 예정일 이틀 뒤인 11월 3일 존엄사 옹호 시민단체 '연민과 선택'은 "메이너드가 가족과 친구들에 둘러싸여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메이너드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여 만인 지난 5일 캘리포니아주는 존엄사법을 통과시켰다. 오리건, 몬태나, 뉴멕시코, 버몬트, 워싱턴에 이어 미국에서 존엄사를 합법화한 6번째 주가 된 것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1992년부터 6차례 존엄사 합법화가 시도됐지만 가톨릭 등 종교단체와 의사협회의 거센 반대에 번번이 실패했다. 이번에도 존엄사법을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져 해당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게다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자 한때 사제공부를 했던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해당 법안을 반대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브라운 주지사는 존엄사법 통과에 서명했다. 70대 후반의 나이인 브라운 주지사는 존엄사법에 서명한 이유에 대해 "만일 내가 지속적이고 극심한 고통 속에서 죽어간다면 어떻게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법안으로 가능해진 선택을 고려할 수 있다면 안심이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듭니다"라고 설명했다. 오리건주에서 1994년 존엄사법이 합법화됐을 당시 핵심 역할을 했던 피터 굿윈 박사는 2012년 3월 미 시사주간지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존엄사법이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지 않는 이유를 '침묵의 음모'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의 생명은 신이 주신 것이므로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종교계의 반대, 병 치료와 생명 살리기가 목적인 병원에서 죽음을 언급할 수 없는 의료계의 어려움, 말기 암과 불치병은 더 이상 치료가 안되며 사람은 모두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일반인들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침묵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2009년 '세브란스 김 할머니' 사건 때 대법원이 존엄사를 인정한 뒤 2013년 7월 사회적 협의기구에서 법제화를 권고했지만 아직 진전은 미미하다. 존엄사법이 제정되지 못하는 이유가 굿윈 박사의 말처럼 '침묵의 음모'인지 생명존중을 위한 용감한 '외침' 때문인지 판단하기는 참 어려운 문제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로스앤젤레스 특파원
2015-10-09 17:01:50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 이른바 ‘존엄사’에 대한 사회각계 전문가의 사회적 합의안이 처음 나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의료계와 종교계, 법조계 사회단체 등 각계 전문가들과 연속 토론회를 거쳐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9개 기본원칙을 마련했다고 29일 밝혔다. 기본원칙에 따르면 앞으로 존엄사라는 용어 대신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만 사용한다. 존엄사의 의미가 불분명하고 해외에서는 ‘의사조력자살’이라는 의미로 사용돼 오해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회생 가능성 없는 말기환자에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중단할 수 있으나 안락사나 의사의 조력에 의한 자살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함께 말기상태 판정은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 등 2인 이상이 하도록 했다. 자기 결정권과 관련해서는 의사는 환자에게 완화의료 선택과 사전의료지시서 작성 등에 대해 설명하도록 했다. 또 영양·수액공급과 통증조절 등 기본적 의료행위는 유지하고 환자가 사전의료지시서를 통해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거부의사를 밝히면 치료를 중단하도록 정했다. 이번 기본원칙에서는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지속적 식물상태 환자를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 대상에 포함시킬 지 여부와 환자의 추정적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 등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의견수렴을 거쳐서 최종보고서에 반영키로 했다. 한편, 이번 합의안 도출에는 의료계와 기독교계, 법조계, 사회단체 등에서 총 22명이 참여했다.가톨릭단체와 장애인단체, 시민사회단체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talk@fnnews.com조성진기자
2009-07-29 15:34:05서울대병원이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존엄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확정, 발표했다. 세브란스병원이 뇌사환자와 여러 장기가 손상된 만성질환자에 대해 연명치료 중단 가이드라인을 처음으로 만든데 이어 서울대병원도 이에 동참한 셈이다. 서울대병원은 말기 암환자뿐만 아니라 뇌사 상태 환자, 말기 만성질환자도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에 대한 진료권고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하지만 병원 측은 생명을 단축시키려는 의도를 갖는 안락사, 환자의 자살을 유도하는 의사조력자살은 어떤 상황에서도 존엄사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환자가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완화의료의 필요성에 대해 환자 및 보호자에게 설명하도록 권하고 있다. 이 권고안은 환자의 질환상태와 의사결정능력 등을 고려해 △사전의료지시서에 근거해 진료현장에서 결정이 가능한 상황 △환자의 추정적 의사를 판단해 진료현장에서 결정이 가능한 상황 등 4가지 상황으로 구분, 의사결정을 하도록 정했다. 특히 환자의 평소 가치관이나 신념 등에 비춰볼 때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최선의 이익에 부합되고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에는 환자의 대리인이 사전의료지시서에 서명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인공호흡기 등 특수연명치료에 의존하는 식물인간 상태나 의사표현이 어려운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 의료윤리위원회의 의학적 판단을 받도록 규정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지난 5월 19일부터 말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사전의료지시서를 받아 연명치료를 중단했다. 현재까지 11명의 말기암 환자가 사전의료지시서를 작성했고 이 중 7명이 연명치료 없이 임종한 것으로 집계했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허대석 교수는 “서울대병원의 진료권고안이 연명치료에 대한 논란을 줄이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며 “환자들이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할 수 있게 호스피스-완화의료제도가 획립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2009-07-07 22:13:01서울대병원이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존엄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확정, 발표했다. 세브란스병원이 뇌사환자와 여러 장기가 손상된 만성질환자에 대해 연명치료 중단 가이드라인을 처음으로 만든데 이어 서울대병원도 이에 동참한 셈이다. 서울대병원은 말기 암환자뿐만 아니라 뇌사 상태 환자, 말기 만성질환자도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에 대한 진료권고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하지만 병원 측은 생명을 단축시키려는 의도를 갖는 안락사, 환자의 자살을 유도하는 의사조력자살은 어떤 상황에서도 존엄사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환자가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완화의료의 필요성에 대해 환자 및 보호자에게 설명하도록 권하고 있다. 이 권고안은 환자의 질환상태와 의사결정능력 등을 고려해 △사전의료지시서에 근거해 진료현장에서 결정이 가능한 상황 △환자의 추정적 의사를 판단해 진료현장에서 결정이 가능한 상황 등 4가지 상황으로 구분, 의사결정을 하도록 정했다. 특히 환자의 평소 가치관이나 신념 등에 비춰볼 때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최선의 이익에 부합되고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에는 환자의 대리인이 사전의료지시서에 서명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인공호흡기 등 특수연명치료에 의존하는 식물인간 상태나 의사표현이 어려운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 의료윤리위원회의 의학적 판단을 받도록 규정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지난 5월 19일부터 말기암 환자를 대상으로 사전의료지시서를 받아 연명치료를 중단했다. 현재까지 11명의 말기암 환자가 사전의료지시서를 작성했고 이 중 7명이 연명치료 없이 임종한 것으로 집계했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허대석 교수는 “서울대병원의 진료권고안이 연명치료에 대한 논란을 줄이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며 “환자들이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할 수 있게 호스피스-완화의료제도가 획립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2009-07-07 17:0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