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내고 운전자를 바꿔치기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13일 오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등 혐의를 받는 김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김씨의 사고를 은폐에 관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현 아트엠앤씨) 이광득 대표와 본부장 전모씨에겐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김씨의 차를 대신 운전하고 허위 자수한 혐의 등을 받는 매니저 장모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사고 이후 김씨는 수사를 대비해 허구의 대화 내용을 남기고 맥주를 구매하는 등 전반적인 태도에 비춰 성인으로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을 가졌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음주운전을 하다 피해자의 택시를 충격해 인적, 물적 손해 발생시켰음에도 무책임하게 도주한데서 나아가 장씨로 하여금 자신을 대신해 허위로 수사기관에 자수하게 함으로써 수사에 혼선 초래하고 경찰 수사력도 상당히 낭비됐다”며 “CCTV에 의해 음주 영향으로 비틀거리는 게 보이는데도 납득 어려운 변명하며 부인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김씨가 뒤늦게나마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이 참작됐다. 이날 길게 자란 머리에 양복을 입은 채 법정에 선 김씨는 선고 내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진 않았다. 김씨는 지난 5월 9일 오후 11시 44분경 음주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다 택시와 충돌하고도 아무 조치 없이 도주하고, 매니저에게 대신 자수시킨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다. 택시 기사는 전치 2주 진단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사고 당시 도주 후 추가로 음주했는데, 음주운전 사실을 부인하다 사고 열흘 만에 범행을 시인했다. 김씨가 추가 음주를 하면서 사고 시점에 음주 수치를 확정하기 어려워졌고, 검찰은 결국 김씨에게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다. 검찰은 지난 9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씨는 주취 상태에서 중앙선을 침범한 과실로 사고를 낸 데 이어 조직적 사법 방해를 했다"며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씨는 당시 최후 진술을 통해 "열 번 잘하는 삶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겠다. 정신 차리고 똑바로 살겠다"고 말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최은솔 기자
2024-11-13 10:36:14[파이낸셜뉴스] '신림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최윤종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4-3부(임종효·박혜선·오영상 부장판사)는 12일 성폭력처벌법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윤종에게 이같은 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반성문에 반성하는 것처럼 보이는 내용이 있지만, 건강 등 불편을 호소하는 것으로 유가족과 피해자에 최소한의 죄책감이 있는지 의문을 잠재울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이 구형한 사형 선고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생명 자체를 박탈해 사회에서 영구 격리하자는 검사의 주장에도 수긍할 만한 면이 있다"면서도 "우리 국가는 신체의 자유 및 재산, 사람의 생명이라는 헌법적 가치 보호를 근본적 목적으로 하는 만큼 사형은 최후의 수단이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또 "무기징역은 20년 경과 후 가석방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지만, 중대범죄를 저지르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피고인에게는 가석방을 엄격히 제한해 무기징역의 목적을 달성하는 결정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지난해 8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 관악산생태공원 인근 등산로에서 피해자를 성폭행하기 위해 철제 너클을 낀 채 무차별 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이틀 뒤 사망했다. 최씨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옷으로 피해자 입을 막았을 뿐"이라며 살해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최씨에게도 1심과 마찬가지로 2심에서 사형을 구형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2024-06-12 16:25:46[파이낸셜뉴스] 2004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 신상을 공개했다가 영상을 모두 삭제한 유튜버가 다시 신상 공개에 나섰다. ‘나락보관소’는 7일 피해자와 상의 없이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했다는 논란에 휩싸이자 "피해자들의 간곡한 요청이 있었다"라며 관련 영상을 내리고 채널 이름도 바꾸는 등 계정 폐쇄 조치에 들어갔다. 하지만 잠적한 지 하루 만인 8일 오전 밀양 가해자의 신상이 담긴 영상을 다시 올리기 시작했다. 이날 나락보관소는 채널 커뮤니티에 '밀양 사건에 대한 해명'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피해자 여동생분에게 제보를 받고 영상을 올렸는데 업로드 후 피해자 여동생분이 영상을 내려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 남동생분에게 연락이 와서 나쁜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하니 공론화시키는 쪽이 맞다고 말했다"며 "누나분을 설득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피해자 여동생분의 메일을 무시한 게 맞다. 제 욕심으로 비롯된 것이니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남동생분과 소통 후 피해자 측의 허락을 받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성폭력 상담소에서 갑자기 '영상 업로드에 동의한 적 없다'고 공지한 후 피해자 여동생분과 남동생분에게 메일을 보냈지만, 연락이 두절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때부터 영상 업로드를 계속하는 게 맞는지 생각했다. 피해자 동의 없이 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렸다"며 영상을 삭제한 것에 대해 "죄책감 때문에 했다. 피해자분들과 연락 두절된 것도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연락이 두절된 피해자 가족분들이 먼저 연락을 취해주시고 공론화를 원하신다면 달리겠다"며 "피해자분들의 연락을 간곡히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나락보관소는 밀양 사건 가해자 44명 중 3명의 신상을 공개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관련 식당이 폐업하기도 했다. 한편 밀양 성폭행 사건은 2004년 남학생 44명이 여중생을 1년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가해자들은 1986년~1988년생 고등학생으로 알려졌다. 사건에 연루된 고등학생 44명 중 10명은 기소됐다. 나머지 20명은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6-09 11:08:23[파이낸셜뉴스]생명존중시민회의(상임대표 태범석)는 3일 '자살유족들께 드리는 메시지'라는 부제가 달린 '죄책감에서 벗어나 치유로'라는 전자책을 발간했다. 이 책은 자살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족들이 '죄책감'에서 벗어나 치유로 나아갈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자살유족들은 죽음이 가져다주는 슬픔에 더하여 죄책감, 낙인, 분노, 사회적 단절 등 '독특한 일련의 고통스러운 감정'에 직면하게 된다. 유족들이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어느 정도는 '자책'이나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지만, 죄책감은 벗어나야 할 '잘못된 생각'이다. 자살유족들은 그들이 고인의 삶에서 가까이 있던 경우는 물론이고 멀리 떨어져 있었을지라도, 그들이 자살을 막기 위해 무언가를 했을 수도, 할 수 있었을 수도, 해야만 했을지도 모른다고 느끼는 게 보통인데, 이러한 잘못된 생각은 자살유족의 가장 큰 적이다. "당신이 잃어버린 사람에게 고통은 끝났어요. 이제 여러분의 치유를 시작할 때입니다."라는 미국의 '자살유족 핸드북'을 인용하면서 치유의 결단을 촉구한다. 자살로 돌아가신 분의 고통은 이미 끝났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살유족이 죄책감을 일정 시간 동안 어느 정도 느끼는 것은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거기에 붙들려 지나치게 오래도록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다면 이제는 유족이 자신을 치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살 유가족 권리장전의 핵심 권리인 유족의 '살 권리'이기도 하다. 이 책은 자살유족의 사회적 활동이 드물게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과 미국 등 외국 자살유족의 활발한 사회활동을 소개한다. 자살대책기본법 제정과 "자살을 '말할 수 있는 죽음'으로"라는 기치를 내걸고 민관합동으로 자살유족에 대한 인식 전환과 유가족 지원 체계를 갖추고자 사회적 운동을 펼친 일본에서의 자살유족의 외침에서 이어, 4000여 명의 자살자를 하루 10만 명이 방문하는 미국의 자살자 사이버 추모관,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자살자의 얼굴' 책 등을 소개한다. 이런 외국의 사례는 자살유족이 숨죽여 살 것이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적 차원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은 자살유족의 회복은 '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며, 사회적 차원의 지원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족 자신이 자신을 도와야 함을 강조한다. 자신을 돕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지원그룹을 찾아 도움을 받을 것 △슬픔의 극복이나 애도를 서두르지 말 것 △고인과 소통할 것 △다른 유족의 경험을 보고 듣는 것 △신앙 공동체나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을 것 등을 제시한다. 이 책은 또한 자살유족의 사회적 외침은 새로운 차원의 치유라고 밝히고 유족들이 당당하게 자살 예방 활동에 나설 것과 유족이 주도하는 자살자 사이버 추모관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이 밖에도 자살유족에게 유용한 정보로 우리나라에도 마련된 사이버 추모공간, 자살유족 원스톱 서비스, 자살유족을 위한 '얘기함' 애도 프로그램, 자살유족의 이야기 나눔터 '얘기함' 이야기 공간, 유족 모임이나 유족 지원 단체들, 유족이 밟아야 할 행정 절차들을 소개한다. 부록에서는 자살유족의 '친구' 되기에서는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는 유족에게 던지는 말, 유족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는 말들, 고인을 이야기할 때 이름을 쓰는 것이 더 좋다는 팁, 자살유족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행동들, 특별히 마음을 써야 할 명절이나 기념일, 기일 등 자살유족의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자살유족을 도울 수 있는지를 다루었다. 이 책은 전자책의 장점을 살려 여러 유튜브나 사이트로 곧바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0여 년 동안 생명운동에 해 오면서 겪은 여러 경험과 국내외 사례를 소개하고 분석하면서 얻은 성찰 속에서 자살유족을 돌보고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강력한 자살예방 대책이라는 믿음을 갖게 된 저자 임삼진 생명존중시민회의 상임이사는 "자살은 너무나 많은데 자살유족은 거의 보이지 않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이 책이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자살유족들에게 작은 희망의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한편, 교보문고, 예스24, 밀러의 서재 등에서 1만원에 판매 중인 이 책의 수익금은 전액을 기부하여 생명운동에 사용된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
2024-05-03 11:04:39[파이낸셜뉴스]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다 온라인 카페에서 신상까지 공개된 공무원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해당 카페 운영진이 사과문을 게재했다. 6일 해당 카페 운영진은 "주무관님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소식을 접하게 됐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손이 떨리고 마음이 아파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주무관님의 안타까운 소식에 저희 카페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에 뭐라 말할 수 없는 죄책감과 슬픔이 밀려온다"라며 "저희 운영진에서는 단순한 민원성 게시물로 판단해 신상털이와 마녀사냥식의 댓글을 인지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러한 게시물이나 댓글에 관해서도 운영진이 잘 살펴보도록 하겠다. 회원 여러분들께서도 주의를 부탁드린다"라고 남겼다. 운영진은 끝으로 "운영진 모두 주무관님께 죄송한 마음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 삼가 고민의 명복을 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6일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40분께 인천시 서구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김포시 9급 공무원인 3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발견 당시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으며 차 안에서는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앞서 경찰은 "A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라는 유족 측 실종 신고를 받고 동선을 추적하다가 A씨 위치를 파악했다. A씨는 지난달 29일 김포 도로에서 진행된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와 관련해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항의성 민원을 접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일 오후 9시40분께 한 온라인 카페에 김포한강로가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며 무슨 일이 생겼는지 묻는 글이 올라왔을 때만 해도 A씨를 비난하는 글은 없었다. 그러나 한 누리꾼이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이 A씨라며 그의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를 공개하자 A씨를 비난하는 글이 빗발쳤다. 온라인 카페에서는 '집에서 쉬고 있을 이 사람 멱살 잡고 싶네요', '정신 나갔네요. 2차로를 막다니', '참 정신 나간 공무원이네' 등 A씨를 성토하는 글이 잇따랐다. 김포시는 A씨가 최근 이같은 악성 민원 등으로 심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고 진상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김포시 관계자는 "A씨는 최근 보수공사와 관련해 항의성 민원이 들어오고 온라인 카페에서 본인을 향한 직접적인 비난이 이어지자 힘들어했다"라며 "시 차원에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유족 조사 과정에서 민원인들의 항의와 A씨 사망 간 인과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유서는 따로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단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4-03-06 14:31:21[파이낸셜뉴스] 평범한 대학생이 우연한 계기로 살인자가 된다는 설정의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은 배우 최우식의 ‘기묘한 측은지심’ 덕을 꽤 봤다. 앞서 봉준호 감독은 영화 ‘옥자’와 ‘기생충’에 최우식을 캐스팅한 이유로 “기묘한 측은지심”을 꼽았다. 마른 체형의 유약한 느낌을 가진 ‘기묘한 측은지심’ 최우식이 아니었다면, '다크히어로'인지 '자기합리화에 빠진 살인자'인지 아니면 '죄책감에 시달리는 강한 듯 나약한 인간'인지 헛갈리는, 이탕의 캐릭터가 잘 표현됐을까? 동명웹툰 원작의 '살인자ㅇ난감’은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죄와 벌’의 문제의식을 함께한다. 이창희 감독은 극중 이 책을 카메라에 쓱 담는 것으로 원작자 및 자신의 연출 의도를 드러냈다. 이탕과 송촌이 우연한 계기로 살인을 저지른 뒤 선택에 내몰린다면,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니코프는 자신의 전인미답 이론에 근거해 살인행위를 했다는 점이 다르다. '죄와 벌'에서 라스콜니코프는 가난에 찌든 고독한 대학생으로, 스스로 초인 사상에 빠져 살인을 저지른다. 자신을 ‘나폴레옹’처럼 비범하고 강력한 소수인간이라 여긴 그는 한 마리의 ‘이’에 불과한 무자비한 고리대금업자인 노파를 죽이고, 우연히 범죄현장을 목격한 그의 이복 여동생마저 죽인다. 소설은 살인 후 겪게 되는 심리적 압박감과 죄책감을 날카롭게 묘사한다. 원작 웹툰에서 이탕은 자신의 살인행위를 합리화한다. 프로파일링에 취미가 있는 해커 노빈과 손잡은 뒤 마치 살인병기처럼 신체적으로도 단련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최우식의 이탕은 살인 후 죄책감에 시달리며 죽은 자를 보고, 자살을 시도하는 등 괴로워하고, 운동을 통해 팔의 근육 등을 키웠으나, 그 모습이 그렇게 부각되진 않는다. 물론 여기에는 몸을 키우려 했으나 “왠지 얼굴 살이 쪄” 난감한 상황에 빠진 최우식의 사정도 한몫했지만 해석의 차이도 컸다. 최우식은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작에선 스스로 (살인 행위에) 타협한 캐릭터로 나오는데, 저는 ‘타협하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으면 했다”며 “갈 곳을 잃고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나밖에 할 수 없구나’라고 생각하며 계속 (살인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이탕을 연기함에 있어 “죄책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그는 “이탕이 노빈(김요한)과 함께 범죄자 청소에 나서는 과정을 몽타주로 표현하는데, 그 순간에도 죄책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이희준이 연기한) 송촌과 차이점을 많이 생각했죠. 송촌이 본인과 타협하고, 자기합리화하여 나아가는 인물이라면, 이탕은 경험이 쌓이면서 외적으로 바뀔 수 있으나 머릿속엔 감정의 격돌이 여전하다고 생각했죠. 초기 자살 시도하거나 바지에 똥오줌 지릴 때도, 나중에 노빈한테 무섭다, 모르겠다 토로할 때도, 그리고 마지막 형사 난감(손석구) 앞에서 마무리 지을려고 할 때도 전 이탕이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한번도 자신의 살인을 합리화하고 능력있다고 생각하면서 돌아다닌다고 생각하지 않았죠.” 그는 이탕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노빈과 함께 저주같은 능력이 있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고 봤다"며 "타인과 소통 등이 없어지기 때문에, 갈수록 더 터프하게 보이지 않았나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부연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살인이 일상적으로 나오나, 아무리 생각해도 살인은 그래요. 만약 제가 (이탕처럼) 그런 힘이 있다면 당연히 경찰에 신고하고 잡아가라고 했겠지, 살인은 아니라고 봐요.” 아무리 죽어 마땅한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사적 복수를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 "아직도 현장에선 떨려요" 한편 최우식은 공식석상에서 자신감 넘치는 모습보다는 겸손하거나 어수룩한 모습으로 자신만의 성격을 드러낸다. 그는 초기작 ‘거인’(2014)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받고 ‘기생충’으로 미국배우조합상 최고영예인 앙상블상도 받았는데 왜 그렇게 자신감이 부족하냐는 지적에 “‘기생충’은 훌륭한 배우들 틈에 제가 끼어있었던 것”이라며 자신을 낮췄다. 이어 “그래도 제가 (인정을 받은) 몇몇 작품이 있어서 행여나 넘어지더라도 (쟤가) 오늘 컨디션이 안좋았나 봐라든지 그렇게 생각해줄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된게 아닌가. 그래서 (상받은 작품들이 있어) 다행이고, 든든하다”며 현재의 명성이나 인기에 안주하지 않은 모습을 드러냈다. “현장에선 아직도 많이 떨립니다. 근데 대부분의 배우들은 매번 자신의 연기에 물음표를 던져요. 그래서 좋은 연출이 있어서 (배우의 연기를) 객관적으로 보고 밸런스를 맞춰주는 게 필요한 게 아닌가. 제가 (주위에) 많이 어깨를 기댑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2-27 11:20:20[파이낸셜뉴스] 정부의 의학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엿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말 없이 응급실을 찾아 진료를 도운 전공의의 소식이 전해져 화제다. 파업 장기화 우려에 '조용히 출근'하는 전공의 25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쯤 경기도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전공의 A씨가 환자를 맞았다. 주변에 알리지 않고 응급실로 출근한 A씨는 곧바로 검사를 진행한 후 전문의 B씨에게 결과를 보고했다. B씨는 이뇨제 투여 지시를 내린 뒤 건너편 베드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병원을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응급실은 전문의, 전공의, 인턴 등 의사 3명과 간호사 7명이 근무하는 체계였다. 그러다 인턴과 전공의가 출근하지 않으면서 평일에는 전문의 1명이 응급실 전체를 책임지게 됐다. 이런 상황을 외면할 수 없었던 전공의 A씨가 휴일에 더 바쁜 응급실 상황을 우려해 몰래 병원에 나온 것이다. 일부는 A씨처럼 조용히 출근하고 있다고 한다. 몰리는 환자와 이를 맞는 전임의·교수·임상강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B씨는 “대형병원 중환자실과 응급실 등에서 근무하는 일부 전공의는 외부에는 함구한 채 몰래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응급실 여기저기서 '선생님' 찾는 소리.. 남은 의료진들도 임계점 그는 일부 전공의들이 비공식적으로 출근하는 것과 관련해 환자들은 물론 병원에 남아있는 선배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기저에 깔려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과 의료진 파업 관련 얘기를 많이 나누곤 하는데, 다들 파업이 장기적으로 가는 것에는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날 응급실엔 10분마다 한 명씩 환자가 들어왔다. 접수증을 받고 원무과에 접수하는 과정부터 대기가 발생했다. 진료 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중증도를 분류하는 트리아제(Triage·환자분류소) 공간은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와 보호자로 붐볐다. B씨는 “응급실 환자는 매일 평균 최소 100명에서 최대 150명에 달하는데 의사 1명만으론 응급실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여기저기서 ‘선생님’을 찾는 소리가 들리자 A씨와 B씨가 숨 가쁘게 환자 침대를 오갔다. B씨는 “오늘은 다행히 교통사고 환자나 응급 환자가 아직 없어서 동시 진료가 가능한 것”이라며 “단순하게 보이지만 일반 병원에서 할 수 없는 봉합 수술 환자라도 오게 되면 바로 손이 모자라다”고 말했다. 전공의 대부분이 떠난 병원 응급실은 남은 의료진이 2~3배 가량 더 일하며 버티고 있었다. 기사를 접한 네티즌들은 남모르게 응급실을 찾은 전공의들을 칭찬했다. "진짜 참의사다", "진짜 의사는 환자를 버리지 않죠", "현장 복귀는 굴욕이 아닙니다" 등 반응을 보였다. "하루 빨리 사태가 마무리돼 정상적인 의료체계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2-27 08:00:04[파이낸셜뉴스] 술 마신 다음날, 전날 먹은 고칼로리 안주와 술에 대한 ‘죄책감’을 줄이기 위해 평소처럼 운동을 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간에 무리를 줄 뿐 아니라, 근육 강화 효과도 떨어진다. 술을 마시고 운동을 하면 근육 생성이 잘 안 된다. 운동으로 근육을 만들려면 충분한 수분과 영양소가 필요하다. 그런데 알코올은 이뇨 작용을 해 수분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게 하고,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위 기능을 떨어뜨려 영양소가 몸속으로 흡수되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이렇듯 몸에서 수분이 많이 빠져나가면서 탈수반응이 일어난다. 운동을 할 때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혈액의 흐름을 통해 산소와 영양소를 근육으로 운반해야 하는데, 몸에 탈수반응이 오면 이런 산소와 영양소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국 근육은 본래의 힘을 낼 수 없게 되며 운동의 효과 또한 떨어진다. 남성의 경우, 알코올을 섭취했을 때 근육을 만드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진다. 3주간 매일 알코올 40g을 섭취한 남성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최대 12.5% 낮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간도 손상될 수 있다. 간은 이미 알코올을 해독하는 중이고, 해독을 마치면 포도당을 생성해야 하는데 강한 운동으로 젖산이 분비되면 간은 젖산까지 제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과한 운동은 '횡문근융해증'의 발병 위험도 높인다. 횡문근융해증은 충분한 영양 공급 없이 운동했을 때 근육 세포에 있던 물질들이 혈액 안으로 한꺼번에 배출되면서 장기를 손상시키는 질환이다. 쉽게 말해 근육이 녹는 현상이다. 과거 횡문근융해증의 주된 요인은 사고 등에 의한 외상이나 약물, 알코올 등이었지만 최근에는 과도한 운동으로 인해 발병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술을 마신 직후부터 다음날까지는 운동을 쉬는 것이 좋다. 알코올을 분해하느라 지친 간을 비롯해 음주로 악화된 신체 기능이 회복되기까지는 하루 정도가 걸린다. 운동을 꼭 해야 한다면 근력 운동보다는 걷기 등과 같은 가벼운 유산소 운동이 간에 부담을 덜 준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2-06 23:35:09[파이낸셜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저와 저 이후 세대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부채의식이나 죄책감 대신 내 나라를 민주주의의 어려움에서 지켜주고 물려줬다는 깊은 고마움과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날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광주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부채의식이나 죄책감보다 고마움이 동료 시민으로서의 연대의식을 더 강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광주 시민, 호남 시민께 그러한 깊은 고마움과 존경심을 갖고 있다"며 "그저 마음뿐이 아니다. 우리는 정부여당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을 이끌면서 고마움과 존경의 마음을 정책으로서, 예산으로서, 행정으로서 표현하고 실천할 것이라는 약속을 드린다"고 밝혔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4-01-04 12:00:04[파이낸셜뉴스] "그날로 돌아가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10.29 이태원 참사 당일, 참혹했던 현장을 가장 먼저 목격한 이들이 있다. 이태원 파출소에서 근무하던 경찰관들이다. 약 1년 전 이태원 파출소 소속 A씨는 파이낸셜뉴스에 "사건 발생 이후 파출소의 모든 직원이 현장에 뛰쳐나와 1시간 넘게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등 온몸에 피멍이 들도록 구조에 나섰다"고 말한 바 있다. <본지 2022년 11월 4일자 4면 참조> 참사 이후 냉소적으로 변해A씨는 참사 이후 냉소적으로 변했다. 억울하다는 마음도 안고 살았다. 한동안은 언성을 높이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경찰 조직 내에서도 자세한 속사정을 모르는 동료가 은연중에 현장 경찰을 탓하는 취지의 말을 쉽게 내뱉는 일들을 겪었기 때문이다. A씨는 "심지어 같은 경찰관마저도, 현장에 없었던 이들은 참사를 그냥 해프닝 정도로 치부하며 '그때 거기 있던 경찰들 왜 그랬대' 등 말을 한다"며 "현장에서 죽은 희생자들을 처리하고 조사를 받는 사람이 그들이 될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A씨를 비롯해 당시 이태원 파출소에 근무하던 인원 대부분 부서를 옮겼다고 한다. 그래도 마음의 상처는 여전하다고 한다. 특히 참사 1주기가 다가올수록 가슴이 뛰고, '핼러윈 안전대책'과 관련한 공지를 받을 때면 심장이 덜컹했다는 것이 A씨의 최근 심정이다. A씨는 "일상을 계속하려면 나쁜 기억을 잊고 살아야 하는데, 잊고 산다는 자체가 죄책감이 든다"며 "'나는 아직 살아있으니까'라는 마음이 들 때마다 이렇게 살아가는 게 맞나 하는 의문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상처가 아물지 않은 경찰들당시 긴급심리지원 등 기회가 있었지만 경찰관 다수가 전문적인 트라우마 치료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초동 대처에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아 '죄인'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이유가 컸다. 스스로를 돌볼 여유가 없고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였던 것이다. A씨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시민들을 구하지 못한 마음의 짐은 현장에 있던 누구라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A씨는 그날로 돌아가더라도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것 같다고 느낀다고 한다. A씨는 "'압사'라는 개념은 당시 아무도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었다"며 "지구대 전 인원이 동시에 수십 건씩 밀려드는 신고 처리에 여념 없었고, 현장 경찰들이 무슨 일을 더 할 수 있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3-10-26 15:4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