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신조어가 난무하는 세상이라지만 '티메프'란 단어를 전 국민이 알게 될 줄은 몰랐다. 한국 이커머스 1세대의 신화적 인물,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며 싱가포르 현지에서 큐텐그룹을 이끌고 있다는 구영배 대표가 국회에 선 모습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순식간에 티몬과 위메프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고, 사건은 이제 검찰로 넘어갔다. 지나고 보니 이 엄청난 쓰나미의 전조가 아예 없었던 게 아니다.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AK몰 등을 2년 만에 사들인 큐텐그룹은 지난해부터 수십만원, 많게는 수억원의 정산 지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로 인해 불거진 게 아니라 이미 1년 전 당시 이를 보도한 언론도 있었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를 계속해서 사들이는 구 대표에 대해 G마켓 창시자이니만큼 무언가 구상이 있을 것이라고, 이들을 묶어 '티메파크'라고 부르며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을 때도 그 이면엔 위기가 있었다. 큐텐그룹이 사들인 티몬과 위메프는 수년째 적자가 누적돼 자본금보다 손실금이 더 큰 자본잠식 상태였다. 인터파크커머스 지분은 주식매매계약만 체결했을 뿐 매각대금 대부분을 지급하지도 않았다. 자본잠식 상태인 회사를 사 모으고 외형만 불려 나스닥에 상장하려고 했다는 것은 사태가 발발한 뒤의 공허한 지적이 됐다. 본격적으로 티메프 사태가 발발하기 보름 전인 7월 초에는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와 티몬의 캐시 할인판매가 같은 날 발생해 큐텐그룹 자금 융통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때부터 본격 붕괴는 시작되고 있었는데, 당시 티몬과 위메프의 공식 입장은 정산 지연이 아닌 '전산 오류'였고, 현금을 끌어모으기 위한 캐시 할인판매도 '새로운 비즈니스를 위한 프로모션'으로 포장됐다. 티메프 내부 핵심관계자들은 이미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확실해진다. 구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 합병을 통해 신규 법인을 세우고 판매자를 주주조합 형태로 참여시키는 공공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판매자들이 주주가 돼 이사회와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판매자, 플랫폼, 고객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 하지만 이 구상을 믿어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남았을까, 구 대표 자신은 진심으로 믿고 있을까. 피의자 신분이 된 구 대표의 말보단 피해를 본 판매자와 소비자에 대한 실질적 구제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관심을 쏟아야 할 시점이다. wonder@fnnews.com
2024-08-27 18:08:448월 들어 주요국의 주가지수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등 불안해지고 있다. 그 요인 가운데 하나가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높아 보인다. 미국 국립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2020년 4월을 경기 저점으로 확장국면을 이어오고 있다. 1900년 이후 미국 경제는 23차례의 경기순환을 거쳤는데, 경기 확장국면이 평균 48개월이었다. 올해 8월까지 확장국면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면 52개월로 과거 평균보다 길어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확장국면이 언제까지 더 이어질 것인가다. 이에 대한 답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9%를 차지하는 소비에 달려 있다. 필자가 미국 소비 사이클을 추정해 보면 소비는 이미 장기 추세 성장선에서 아래로 벗어나고 있다. 소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우선 미국 가계의 낮은 저축률에 있다. 올해 상반기 저축률이 3.6%로 코로나19 이전 수준(2000~2019년 평균 5.2%)보다 낮아졌다. 다음으로 미국 중간가구의 실질소득이 줄고 있다. 2019년 7만8250달러였던 실질소득이 2022년에는 7만4580달러로 4.7% 감소했다. 이 기간 실질GDP가 5.1% 증가했는데도 중간가구의 실질소득이 줄어든 것은 소득 차별화 때문이다. '부모보다 가난한 자식 세대'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이다. 아직 2023년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감소 추세가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 이자부담 증가도 소비를 제약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가처분소득에서 이자 지급액 비중이 2021년 3월 1.2%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2.5%로 올라왔다. 소비가 위축되면 기업의 매출과 이익 성장세도 같이 둔화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기업들은 고용을 줄이게 될 것이다. 미국 고용은 지나칠 정도로 탄력적이다. 2020년 코로나19로 소비가 급격하게 줄자 비농업 부문에서 고용이 그해 3~4월에 2189만명 줄었다. 그 이전 10년여간 만들어진 일자리가 단 두 달 사이에 사라진 셈이다. 실업률도 3.5%에서 14.7%로 급등했다. 지난해 4월 3.4%였던 실업률이 올해 7월에는 4.3%까지 올라왔다. 앞으로 소비가 줄어들면 실업률은 더 높아질 것이다. 실업률이 상승하고 난 다음 시차를 두고 경기침체가 왔다. 빠르면 올해 4·4분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높다. 이에 대응하여 연방준비제도(연준)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전망이다. 금리를 0.5%p 내리는 '빅컷'을 할 수도 있다. 연준은 올해 남은 11월, 12월 FOMC 회의에서도 금리를 더 내릴 것이다. 필자가 테일러 준칙에 따라 미국의 적정금리를 추정하면 4.2%로 현재의 5.25~5.50%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미국 주가지수(S&P500)는 장기적으로 명목GDP 추세를 따라 상승했다. 2000~2023년 명목GDP는 연평균 4.5% 성장했고, 주가지수는 6.8% 상승했다. 올해 명목GDP가 6% 성장하더라도 적정 S&P500은 4620 정도이다. 주가지수가 과대평가 영역에 있는 만큼 앞으로 경기와 금리 전망에 따라 8월과 같은 급등락을 반복할 수 있다. 실업률이 올라가면 미국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달러인덱스도 하락했다. 2022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미국 주식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해외 주식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24.3%에서 2023년에는 63.1%로 급증했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미국 주가와 달러인덱스가 같이 떨어진다. 국가별 투자비중을 다변화해야 할 시기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2024-08-22 18:36:19금융감독원이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 이름에서 '분배율'과 '프리미엄' 등을 뺄 것을 자산운용사들에 통보했다. 다만, 이를 대신할 명칭에 대한 지침은 따로 공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커버드콜'로 통일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일부 운용사에 커버드콜 ETF 명칭에서 '분배율(+10% 등)'과 '프리미엄'을 제외하라는 뜻을 전했다. 연분배율의 경우 목표치임에도 투자자들이 확정분배율로 오인할 수 있고, 프리미엄도 실제로는 '옵션 프리미엄'이지만 다른 상품 대비 추가 수익을 보장하는 '고급'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유다. 구체적으로 보면 '분배율'은 분배기준일 시점의 ETF 순자산가치(NAV) 대비 분배금이므로 투자원금과는 무관하고, '프리미엄'도 콜옵션 매도시 수취하는 대가로 기초자산 가치 상승을 포기하는 기회비용일 뿐이라는 금감원 측의 지적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지침에 '삭제' 대상만 포함했을 뿐 '추가'할 단어 관련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운용사 입장에선 당장 움직일 여지가 없다. 일부 운용사는 연분배율 앞에 '목표' 등을 넣는 방식을 제안했으나 금감원이 이미 방향성을 정한 만큼 허용되기 힘들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해당 표현을 제외한 후 운용전략 명칭인 '커버드콜'로 통일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현재 상장심사 주체인 한국거래소와 이를 논의하고 있으며, 당사자인 운용사들을 상대로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ETF 명칭에 'n%' 혹은 '프리미엄'이 포함된 커버드콜 상품은 모두 12개인데 이런 방향성이 확정된다면 운용사들은 투자대상인 나스닥이나 반도체, 배당 등 중점사안을 강조하는 방식을 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관계자는 "세부내용을 조율 중이나 일단 명칭에서 프리미엄을 빼고 커버드콜로 일원화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며 "프리미엄 비중을 표기하는 방안 등에 대한 얘기도 있었지만 숫자를 쓰는데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검토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상장 당시엔 얘기가 없다가 돌연 문제를 삼았는데 상품의 차별성이 사라지게 돼 고민"이라며 "아직 조치 대상 상품이 많지 않아 투자자들의 혼란이 확산되진 않을 것이란 점에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커버드콜' 기법은 기본적으로 현물주식·채권을 보유하는 동시에 해당 자산을 미리 약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콜옵션(매수청구권)을 거래상대에게 매도한다. 편입주식에서 나오는 배당에 이 같은 콜옵션 프리미엄을 팔아 확보한 돈까지 재원이 돼 일반 배당형에 비해 분배금이 크다. 문제는 옵션 매도 비중을 지나치게 높이는 경우 ETF 장기 성장에 제동이 걸린다는 점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떨어졌을 때 콜옵션을 모두 팔아버리면 반등장이 찾아왔을 때 행사할 옵션이 더 이상 없어 상승세를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김찬미 기자
2024-08-15 18:20:03[파이낸셜뉴스] 금융감독원이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 이름에서 ‘월분배율’과 ‘프리미엄’ 등을 뺄 것을 자산운용사들에 통보했다. 다만, 이를 대신할 명칭에 대한 지침은 따로 공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커버드콜’로 통일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일부 운용사에 커버드콜 ETF 명칭에서 ‘연분배율(+10% 등)’과 ‘프리미엄’을 제외하라는 뜻을 전했다. 연분배율의 경우 목표치임에도 투자자들이 확정분배율로 오인할 수 있고, 프리미엄도 실제로는 ‘옵션 프리미엄’이지만 다른 상품 대비 추가 수익을 보장하는 ‘고급’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유다. 구체적으로 보면 '분배율'은 분배기준일 시점의 ETF 순자산가치(NAV) 대비 분배금이므로 투자원금과는 무관하고, '프리미엄'도 콜옵션 매도시 수취하는 대가로 기초자산 가치 상승을 포기하는 기회비용일 뿐이라는 금감원 측의 지적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지침에 ‘삭제’ 대상만 포함했을 뿐 ‘추가’할 단어 관련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운용사 입장에선 당장 움직일 여지가 없다. 일부 운용사는 연분배율 앞에 ‘목표’ 등을 넣는 방식을 제안했으나 금감원이 이미 방향성을 정한 만큼 허용되기 힘들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해당 표현을 제외한 후 운용전략 명칭인 ‘커버드콜’로 통일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현재 상장심사 주체인 한국거래소와 이를 논의하고 있으며, 당사자인 운용사들을 상대로 의견을 조회하고 있다. ETF 명칭에 'n%' 혹은 '프리미엄'이 포함된 커버드콜 상품은 모두 12개인데 이런 방향성이 확정된다면 운용사들은 투자대상인 나스닥이나 반도체, 배당 등 중점사안을 강조하는 방식을 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관계자는 “세부내용을 조율 중이나 일단 명칭에서 프리미엄을 빼고 커버드콜로 일원화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며 “프리미엄 비중을 표기하는 방안 등에 대한 얘기도 있었지만 숫자를 쓰는데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검토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상장 당시엔 얘기가 없다가 돌연 문제를 삼았는데 상품의 차별성이 사라지게 돼 고민”이라며 “아직 조치 대상 상품이 많지 않아 투자자들의 혼란이 확산되진 않을 것이란 점에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커버드콜’ 기법은 기본적으로 현물주식·채권을 보유하는 동시에 해당 자산을 미리 약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콜옵션(매수청구권)을 거래상대에게 매도한다. 편입주식에서 나오는 배당에 이 같은 콜옵션 프리미엄을 팔아 확보한 돈까지 재원이 돼 일반 배당형에 비해 분배금이 크다. 문제는 옵션 매도 비중을 지나치게 높이는 경우 ETF 장기 성장에 제동이 걸린다는 점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떨어졌을 때 콜옵션을 모두 팔아버리면 반등장이 찾아왔을 때 행사할 옵션이 더 이상 없어 상승세를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김찬미 기자
2024-08-14 15:09:28미국발 경기침체 우려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국내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일 코스피지수가 100p 넘게 급락하더니 다음 거래일(5일)에는 무려 234p '폭락'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사실 단어가 주는 부정적 어감 때문에 언론사들은 증시의 낙폭이 아무리 크더라도 폭락 대신 '급락'이라는 용어를 써왔다. 하지만 이틀에 걸친 코스피지수 하락 폭은 폭락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의 움직임이었다. 증시 폭락의 원인은 여러 요인이 겹친 것으로 해석된다. 가장 큰 부분은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였고, 일본의 금리인상에 따른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 공포, 중동의 불안한 정세도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국내 증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은 폭락이 시작된 2일부터 반등이 나온 6일까지 단 3거래일 만에 코스피시장에서 2조5739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 충격을 배가시켰다. 특히 5일에는 1조5238억원에 달하는 물량을 밀어내며 코스피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올해 들어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1조원 넘는 매물을 쏟아낸 날은 이번을 제외하고도 두 차례가 더 있다. 지난 5월 29일과 31일로 각각 1조273억원과 1조3368억원의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지수의 움직임은 이번과는 확연히 달랐다. 5월 29일 코스피지수는 45.55p(1.67%) 하락했고, 5월 31일에는 1.08p(0.04%) 상승했다. 당시에도 여러 악재가 있었지만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 팔게 만든 요인이었다. 가장 큰 차이는 공포감이다. 국채금리 상승이라는 결과치보다는 경기침체가, 엔 캐리트레이드가, 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투자자들을 옥죄었다. 누구도 대응하기 어려웠던 갑작스러운 하락이었고, 여진은 진행 중이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시황이 이어지자 투자자 사이에서는 "이쯤이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라도 결정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악에 받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루 만에 코스피지수가 8.77%, 코스닥지수가 11.30% 급락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야당은 금투세를 도입하고 싶은 것이냐"는 비아냥 섞인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투자자들이 공포에 떠는 금투세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발표만으로도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되살릴 수 있다는 기대였다. 야당 역시 투자자들의 눈치를 봤다. 연이은 폭락으로 비명이 쏟아지자 7일로 예정됐던 금투세 토론회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야당이 준비했던 토론회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은 애초부터 싸늘했다. "금투세를 찬성하는 패널들로 구성된 토론회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격앙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감이 주는 것 이상으로 지금 투자자들에게 금투세는 '저승사자' 같은 존재다. 금투세 도입을 찬성하는 야당 관계자들은 증시에 주는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지만 정작 시장을 움직이는 참여자들은 폭락에 대한 걱정뿐이다. 찬성자들은 금투세 대상이 수만명에 불과할 것이라며 밀어붙이는 모습이지만 시장에서는 그 수만명에서 시작되는 탈증시 움직임이 불러올 파장에 대한 공포가 더 크다. 투자자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시스템의 한 축인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 역시 금투세 내년 시행을 반대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아무리 아니라고 부르짖어도 시장은 이미 금투세를 미국의 경기침체와 동급의 규제로 인식하고 있다. 주식시장을 짓누르는 구조적인 악재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수익이 있는 곳에 과세는 당연하다'는 논리는 그 방식이 반드시 금투세의 형태여야 하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금투세를 두고 절박한 투자자와 기싸움을 하는 것 같은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도 안타깝다. 이대로면 5개월 후엔 금투세가 시행된다. 거대 야당의 전향적인 모습을 기대해 본다. cynical73@fnnews.com
2024-08-07 18:33:35"오늘 배운 걸 토대로 본인만의 투자 방법을 만들어 발전시켜야 합니다. 아시겠죠?" 지난 11일 한국투자증권 서울 충정로 교육장에서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나만의 화면 만들기'를 주제로 투자자 교육이 진행됐다. 교육이 끝나기가 무섭게 머리가 하얗게 센 '실버' 수강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4개월째 교육을 듣고 있다는 박인수씨(70)는 이들 중에서도 모범생으로 꼽힌다. 1시간 가까이 홀로 남아 교육을 담당한 한국투자증권 고객센터 김치원 고객교육팀장과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평소 전력설비주에 관심이 많았다는 박씨는 "교육을 들으면서 투자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전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매주 2~3회 충정로 교육장에서 투자자 교육을 실시한다. 국내외 주식 주문방법과 HTS 사용방법 등 주식투자에 필요한 기초적 내용이다. 특정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교육장을 찾는 이들의 대부분은 60대 이상 실버세대다. 11일 교육에 참석한 30명의 수강생 가운데 20여명이 6070 투자자였다. 주식투자 방법을 물어볼 곳이 없어 답답함을 느끼는 '늦깎이' 투자자들이 많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3년 전 주식투자를 시작했다는 박인수씨는 평소 투자할 종목을 선정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위 투자 전문가로 불리는 이들의 유튜브 영상을 봐도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단타매매 기법' 영상이 많아 큰 도움이 되진 않았다고 한다. 투자경력 10년 동안 주식 공부를 위해 사설 강연도 여러 차례 찾았었다는 홍종해씨(66)는 "회원가입이나 상품 매수를 요구받았던 적도 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주변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은 일도 적지 않다. 새내기 투자자인 이해성씨(58)는 주식투자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고정관념'을 꼽았다. 너무 늦은 나이에 투자를 시작했다는 이유로 '망하려고 작정했냐' '있는 돈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다. 그럼에도 투자를 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서다. 홍씨는 "은퇴 후 나이 들어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결국 부동산이나 주식"이라며 "부동산은 큰 목돈이 들어가는 반면, 주식은 나만의 투자 원칙만 있다면 재미도 느끼며 수익도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실버 수강생들의 주요 관심사는 국내주식이다. 특히 금리인하 기대감에 반등세를 탄 바이오주, 인공지능(AI) 모멘텀을 등에 업은 전력설비주를 들여다보고 있단다. 이씨는 "관심 종목의 매수 시점을 맞추는 것이 가장 어렵다"며 "외국인, 기관의 자금 유입 흐름을 집중해서 보라는 (투자자 교육) 팀장님의 말을 듣고 실천중"이라고 전했다. 박씨도 "전력설비주나 고대역폭메모리(HBM) 장비주에 관심이 많다"며 "적절한 매수·매도 타이밍을 더 잘 알고 싶은마음이 크다"고 했다. 한국투자증권의 투자자 교육은 2시간가량 진행됐다. 수십개의 HTS 메뉴창 가운데 해당 화면이 주식투자를 할 때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뤘다. 주식투자를 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하는 단어에 대한 교육도 있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지수가 무엇인지, 이 지수에 편입되면 유입되는 패시브 자금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 등이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이주미 김찬미 기자
2024-07-18 17:55:43[파이낸셜뉴스] “오늘 배운 걸 토대로 본인만의 투자 방법을 만들어서 발전시켜야 합니다. 아시겠죠?” 지난 11일 한국투자증권 서울 충정로 교육장에서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나만의 화면 만들기’를 주제로 투자자 교육이 진행됐다. 교육이 끝나기가 무섭게 머리가 하얗게 센 ‘실버’ 수강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4개월째 교육을 듣고 있다는 박인수씨(70)는 이들 중에서도 모범생으로 꼽힌다. 1시간 가까이 홀로 남아 교육을 담당한 한국투자증권 고객센터 김치원 고객교육팀장과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평소 전력설비주에 관심이 많았다는 박씨는 “교육을 들으면서 투자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전했다. ■"우리도 투자하고 싶다"는 늦깎이 투자자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매주 2~3회 충정로 교육장에서 투자자 교육을 실시한다. 국내외 주식 주문방법과 HTS 사용방법 등 주식투자에 필요한 기초적 내용이다. 특정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교육장을 찾는 이들의 대부분은 60대 이상 실버세대다. 11일 교육에 참석한 30명의 수강생 가운데 20여명이 6070 투자자였다. 주식투자 방법을 물어볼 곳이 없어 답답함을 느끼는 ‘늦깎이’ 투자자들이 많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3년 전 주식투자를 시작했다는 박인수씨는 평소 투자할 종목을 선정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위 투자 전문가로 불리는 이들의 유튜브 영상을 봐도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 ‘단타매매 기법’ 영상이 많아 큰 도움이 되진 않았다고 한다. 투자경력 10년 동안 주식 공부를 위해 사설 강연도 여러 차례 찾았었다는 홍종해씨(66)는 "회원가입이나 상품 매수를 요구받았던 적도 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주변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은 일도 적지 않다. 새내기 투자자인 이해성씨(58)는 주식투자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고정관념’을 꼽았다. 너무 늦은 나이에 투자를 시작했다는 이유로 ‘망하려고 작정했냐’ ‘있는 돈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다. 그럼에도 투자를 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서다. 이들은 큰 돈이 아니더라도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주식투자의 매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홍씨는 “은퇴 후 나이 들어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결국 부동산이나 주식”이라며 “부동산은 큰 목돈이 들어가는 반면, 주식은 나만의 투자 원칙만 있다면 재미도 느끼며 수익도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실버 수강생들의 주요 관심사는 국내주식이다. 특히 금리인하 기대감에 반등세를 탄 바이오주, 인공지능(AI) 모멘텀을 등에 업은 전력설비주를 들여다보고 있단다. 이씨는 “관심 종목의 매수 시점을 맞추는 것이 가장 어렵다”며 “외국인, 기관의 자금 유입 흐름을 집중해서 보라는 (투자자 교육) 팀장님의 말을 듣고 실천중”이라고 전했다. 박씨도 “전력설비주나 고대역폭메모리(HBM) 장비주에 관심이 많다”며 “적절한 매수·매도 타이밍을 더 잘 알고 싶은마음이 크다”고 했다. ■ HTS 사용법부터 기본 용어 설명까지 한국투자증권의 투자자 교육은 2시간가량 진행됐다. 수십개의 HTS 메뉴창 가운데 해당 화면이 주식투자를 할 때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뤘다. 예컨대 업종별 주가 흐름을 파악하려면 ‘투자주체 업종동향’ 메뉴창을 들어가 ‘외국인’ ‘기관종합’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식이다. 주식투자를 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하는 단어에 대한 교육도 있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지수가 무엇인지, 이 지수에 편입되면 유입되는 패시브 자금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 등이다. 김치원 팀장은 교육에서 “매일매일 장이 끝난 뒤 한두 시간이라도 증시 뉴스를 보거나 업종별 주가 흐름을 공부할 것을 추천한다”며 “이런 것들이 쌓여 투자에 대한 자신감과 성장을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이주미 김찬미 기자
2024-07-18 16:15:32#1. '받)*** 분식회계 및 한정의견설'.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에 돌았던 지라시 가운데 하나다. 14글자에 불과하지만 상장폐지라는 단어를 연상시킬 수밖에 없는 내용에 해당 기업 주가는 당일 하한가 직전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회사 측이 "악성 루머일 뿐"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주가는 감사보고서가 나온 3월 하순까지 '지라시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 '받) 메이저 걸그룹 마약혐의 의혹…○○○○ △△△ 기사 나올 예정이라고'. 지난해 10월 돌았던 지라시다. 활동중단까지 갈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내용에 해당 걸그룹의 소속사 주가뿐만 아니라 엔터주 전체가 급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소속사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고, 실제로 해당 아티스트는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주식투자자들은 정보에 민감하다. 매일매일 바뀌는 주가의 움직임에 '나만 모르는 어떤 정보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항상 안고 산다. 주가가 급등할 때나 급락할 때나 종목 게시판에는 '도대체 오늘 주가가 왜 이러나요'라는 질문이 빠짐없이 올라온다. 주가의 변동성을 키우는 재료가 있는 것은 분명한데 도대체 이유를 모르니 마치 총알이 난무하는 전쟁터에 맨몸으로 서 있는 듯한 심정이다. 이처럼 정보에 민감한 주식투자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악용하는 것이 '지라시'다. 온갖 정보 지라시가 난무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악성 루머들이다. 특히 첫 번째 사례의 경우 개장 직후 지라시가 돌면서 그날 하루 외국인과 기관이 150억원 가까이 주식을 팔아치우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보다 정보에 앞선다는 기관과 외국인도 사실이든 아니든 '찜찜하니 일단 팔자'는 분위기가 작용했던 셈이다. 혹자는 주가 급락을 이용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지라시를 유포한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확인된 것은 하나도 없다. 비슷한 사례는 너무나도 많다. 올해 상반기에만 루머에 시달리다 '사실무근'이라는 회사 측의 해명을 낸 상장사가 두자릿수를 훌쩍 넘는다. 지라시 공격을 받은 기업의 주가는 급락했고, 불안한 투자자들은 눈물을 머금고 매도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루머가 난무하고, 주가는 급락하고, 투자자들은 눈물을 흘렸지만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거래소는 존재감이 없었다. 그저 매일매일 주식시장에서 돌아다니는 일종의 해프닝 중 하나로 여기는 듯하다. 급기야 재계 2위 그룹까지 지라시의 타깃이 됐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건강이상설이 돌았던 지난달 14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요동쳤다. 확인되지 않은 지라시 하나에 현대모비스 주가는 장중 14%까지, 현대글로비스는 장중 11.92% 치솟았다. 현대모비스가 장중 사실무근이라는 공시를 낼 정도였다. 현대모비스 주가는 아직 당시의 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과 거래소는 지난 2022년 10월 증권사, 건설사 부도 등 루머가 확산되자 '합동루머 단속반'을 설치했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나 허위사실로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투자자의 피해 및 자본시장의 신뢰도 저하가 염려된다는 이유다. 지난해 4월 일부 저축은행의 지급정지설 지라시가 돌고 난 뒤에는 '합동루머 단속반'을 업권별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감독당국의 대응은 악성 지라시 유포자에 대한 일종의 경고다. 열심히 지켜보고 있으니 악성 지라시를 만들 생각도 하지 말라는 엄포다. 하지만 효과는 없어 보인다. 대주주 지분매각설, 대규모 적자설 등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는 악성 지라시가 올해 증시에도 난무했다. 무엇보다 악성 지라시 유포자를 잡았다는 소식이 없다.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데도 '특정 종목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식의 무성의한 태도도 악성 지라시 유포자들을 웃게 만든다. 감독당국 스스로가 그저 지라시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지금은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다. cynical73@fnnews.com
2024-07-15 18:05:07[파이낸셜뉴스] '상속'이란 단어가 부자들의 전유물에서 우리 가까이 내려온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비교적 최근 드라마였던 '상속자들' 역시 별다른 수식어 없이 주인공 가운데 부잣집 2세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최고 수준이라는 상속세 부담 역시 우리 일상과는 거리가 먼 얘기였습니다. 부모님의 아파트를 물려받을 때가 오기 전까지는 그랬다는 말입니다. 여전히 '국민의 정부' 시절 세율...'부자세' 유명무실우리나라는 현재 총 5구간의 상속세 과표구간을 갖고 있습니다. 1억원 미만의 금액에서는 사실 체감도가 크지 않습니다. 10% 가량의 세율은 당장 우리가 늘상 마주하고 있는 부가가치세(VAT)와 비슷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다만 1억원이 넘는 순간부터 갑자기 세율이 두 배인 20%로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10억원이 넘어가면 절반에 가까운 40%가 세금으로 부과됩니다. 30억원부터는 실제로 절반을, 주식회사의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할 때는 20%의 프리미엄을 붙여 60%까지 세율을 매기기도 합니다. 손에 쥘 돈의 '절반 이상'까지 세금으로 떼어가는 무시무시한 제도지만 사실 마지막 개정안이 발표될 때까지만 해도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가깝게 여겨졌습니다. 많이 물려받는 만큼 세금을 많이 내야한다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던 시대였습니다. 당시 짜장면 가격은 2500원이었고, 서민·중산층이 최소 과표구간인 1억원을 넘기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뒤로 24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10억원 이상부터 40%의 세금을 내야한다는 말은 곧 수도권 아파트 한 채를 물려받으려면 방 2개 정도의 금액은 세금으로 내야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우상향하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2035년에 수도권 아파트의 60%가 상속세 40% 과표구간에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마지막 개정인 2000년은 김대중 정부 들어 이제 막 디지털 산업이 태동하던 시기였고, 2024년에는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됐습니다. 1억원이라는 기준 역시 은퇴를 앞둔 부모세대가 자식을 위해 마지막으로 모아둔 돈이라고 생각하면 오늘날에는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는 금액입니다. 학계에서는 명목 GDP의 생산성을 단순 계산해 3배 이상 과표구간을 늘리자는 급진적인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경제 수준을 고려하면 적어도 30억원 이상을 물려줄 것이 아닐 경우 절반 수준의 세금을 떼는 처사는 막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세수감소 진행중...'개인사'에 공제 어려워그럼에도 세율이나 과표구간을 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부 조건에 한해 세금을 공제하는 것에 비해 근본적인 구조를 건드리는 만큼 줄어드는 세금의 규모가 훨씬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줄어드는 인구 역시 세금을 깎는 방향으로 징세의 틀을 바꾸는 것을 가로막는 요인입니다. 굳이 구조를 바꾸지 않아도 정부가 걷을 수 있는 세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전체 풀이 좁아지고 있어서입니다.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늘리는 등 기업 사장님들의 세부담을 줄여주는 것 역시 같은 이유입니다. 기업 가치의 절반 가량을 세금으로 내기보다 폐업을 택하게 되면 기업의 법인세와 임직원의 소득세까지 한 번에 사라지게 됩니다. 세부담을 줄여서라도 기업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상속세 완화'의 본질적인 목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장기적으로 세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곳에 한해 세율을 조금씩 깎아주는 '공제'의 활용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서민·중산층은 '부의 대물림'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목적을 갖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사실 개인이 보기에는 사장님의 목표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공제'에 포함될 수 없는 우리에게 상속세 공제가 편파적인 수단으로 보이는 이유기도 합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2024-07-12 10:51:50[파이낸셜뉴스] 주식에도 실력(실제로 갖추고 있는 힘이나 능력)이 있을까? 만약 주식에도 실력이 있다면 주식 실력은 '재능'의 영역일까 '노력'의 영역일까. 일단 여기서는 주식에도 실력이 있으며 주식 실력이란 '수익률의 결과값'으로 정의한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인적인 생각으로 주식도 스포츠 혹은 공부와 마찬가지로 '재능'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주식을 잘하도록 타고나는 재능의 영역이 크게 있고, 노력을 통해서 어느정도는 극복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공부나 스포츠와 달리 주식은 특정 개인 안에 축적된 실력이라는 요소가 항상 일관된 결과로 나타나지는 않는듯 보인다. 만화 드래곤볼에서 싸움을 잘하는 능력(전투력)이 수치로 표현되고 그 수치에 따라 싸움의 성패가 좌우되는 것처럼 '공부력(IQ)', '스포츠력(재능)'은 수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하지만, '주식력'이라는 것은 그것이 높다고 해서 항상 주식의 성패(높은 수익률)로 나타나지는 않는 것 같다. '주식력'을 결정짓는 것은 개인 안에 축적된 실력의 집합이 아니라 외부에 존재하는 수많은 변수들에 의해 하나의 결과로서 나타나고, 사후적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좀 어렵게 설명했는데 쉽게 말하자면 "워런 버핏의 '주식력'이 53만이라서 항상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워런 버핏이 항상 싸움에서 이겨왔기 때문에 워런 버핏의 '주식력'이 53만쯤 되지 않을까라고 유추하게 된다"라는 의미다. 이는 곧, 주식을 잘 하는 사람이 수익률이 좋은 것이 아니라, 수익률이 좋은 사람이 주식을 잘 한다는 뜻이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의 그릿 현재 펜실베니아대학교의 심리학과 교수인 '엔젤라 더크워스'가 쓴 자기계발서인 '그릿'을 읽고 있다. 영단어 그릿(Grit)은 사전적으로 투지, 끈기, 불굴의 의지를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한국어의 한 단어로 명확하게 표현하기 쉽지 않은데 편의상 '투지' 혹은 '의지'로 번역된다(그릿 책 29페이지). 저자는 수많은 연구 사례와 실제 사례를 통해 IQ, 재능, 환경보다 노력, 즉 그릿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엔젤라 더크워스는 역사상 가장 유명학 물리학 방정식 'E=mc2'이 연상되는 특별한 공식을 하나 제시한다. 바로 인생의 성취는 재능과 노력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공식이다. '성취=재능*노력2'이라는 것이다. 공식의 유도 과정 또한 논리적으로 납득할 만하다. 먼저 특정 기술은 재능과 노력에 비례한다. 그리고 다시 성취는 기술과 노력에 비례한다. 수학적으로 풀면 아래와 같다. 기술=재능*노력 성취=기술*노력 여기서 기술은 다시 재능*노력이므로 아래의 수식은 성취=(재능*노력)*노력이 된다. 즉 성취=재능*노력2 되는 것이다. 결국 이 공식에 따르면 성취를 위해서는 재능의 크기보다 노력의 크기가 기하 급수적으로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만 이 공식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성취에 대한 각각의 공식이 '참'이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성취 자체가 재능과 노력의 2차 함수가 아니라 1차 함수라고 잠정 결론을 내리고 있다. Y=ax+b라고 했을 때 Y(성취)=a(재능)x(노력)+b(환경)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글쓰기로 예를 들자면 글쓰기(Y)를 잘하기 위해서는 a(재능)이라는 상수에 독립 변수인 x를 증가시켜야 한다. 글쓰기에서 독립변수 x는 '독서와 글쓰기 연습'인데 x의 크기를 늘려도 결국 종속변수(Y:글쓰기 능력)는 a(재능)에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동일한 환경에서 재능이 2인 사람은 10의 노력을 하면 20의 결과값이 나오지만 재능이 0.2인 사람은 100의 노력을 해야 20의 결과값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지만 주식에서의 성취(실력)라는 것은 이렇게 단순한 수식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 같다. 주식 시장은 무림과 같아서 고수가 살아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는 자가 고수이기 때문이다. '자기확신'과 '유연한 사고'의 중요성 이번 글은 주식에 있어서 '멘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다섯번째 글이다. 앞선 4화에서는 '인내심'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워런 버핏이 남긴 단 한 문장으로 요약이 가능하다. "주식시장은 인내심 없는 사람의 돈이 인내심 있는 사람에게 흘러가는 곳이다." 그렇다면 인내심을 가지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바로 '자기확신'이다. 필자는 2019년부터 현재까지 5년 가량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주식투자를 하는 동안 최소 100가지는 넘는 한국주식, 미국주식 종목에 투자한 것 같다. 재미있는 사실은 5년 동안 별의별 공부와 꼼수를 부려가며 수많은 매매를 했지만 100가지가 넘는 종목 중 임의로 아무거나 골라 현재까지 보유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마치 미국 최고의 애널리스트와 원숭이가 주식 투자 대회를 했을 때 원숭이가 임으로 고른 종목의 수익률이 더 높았다는 일화처럼 한 종목을 꾸준히 오래 보유하는 편이 수익률이 더 높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아마도 개미 투자자 대부분이 종목 선택은 원숭이 보다는 잘할 것이다. 문제는 매수와 매도를 하는 타이밍이 좋지 않다는데 있다. 매수의 난이도가 5라면 매도의 난이도는 10이다. 그렇다면 매도를 잘하기 위해서는 어떤 멘탈과 원칙이 필요할까. 주식공부 초기, 한 주식투자 전문가가 말한 매도의 원칙으로 갈음한다. 매도 원칙 첫번째는 '목표 수익률 달성'이다. 해당 종목에 대한 공부를 마치고 목표 수익률을 정한 뒤 이를 달성했을 때는 미련없이 떠난다. 대부분 많은 개미가 특정 종목으로 수익을 봤음에도 내가 팔고 난 뒤 급등하는 종목에 다시 올라탔다가 수익을 반납하고,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둘째는 '투자 아이디어 훼손'이다. 당초 어떤 종목의 유망성에 대해 세웠던 가설이 환경의 변화, 실적 악화 등으로 변했을 경우 기존의 투자 원칙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투자 아이디어 훼손에 따른 매도를 하기 위해서는 그 전까지 투자 아이디어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셋째는 '더 좋은 종목 발견'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종목보다 월등히 기대수익률이 높거나, 잠재력이 좋은 종목을 찾았다면 갈아타기 할 수 있다. 첫번째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기확신'이 필요하다. 내가 매수한 종목에 대한 충분한 공부가 이뤄진 상황에서 시장이 수익을 줄 때까지 인내심있게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두번째와 세번째 경우는 첫번째와 모순되지만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자기확신을 갖고 매수를 했지만 상황 변화나 더 나은 기회를 발견할 경우 처음의 확신을 접고 다른 선택에도 마음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 종목을 매수했는데 당초 내 생각과 다른 환경(전쟁이나 경제위기 등 외부 변수 발생)이 펼쳐졌음에도 무지성 '존버'를 한다면 수익률만 더 나빠질 것이다. 위 세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 매도하는 경우라면 타인의 말을 듣고 무지성 매수했다가 불안감에 손절, 2배수·3배수 등 레버리지 종목에 투자했다가 단기간에 고수익을 노리는 모험을 하다가 손절, 내가 보유한 종목에 대한 확신없이 기다리지 못하고 순환매 장세에서 급등하는 종목에 올라탔다가 왼쪽뺨 오른쪽뺨 다 맞기 등등이 있을 것이다. 1등의 비결은? 자기확신과 성공의 경험 공부보다는 만화책을 보거나 소설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던 학창시절 고민했던 질문 한 가지가 있다. 바로 '1등은 누가 하는걸까?'라는 질문이다. 당시 내가 찾은 답은 '공부 머리(재능)를 타고난 사람'도 '공부 시간이 많은(노력) 사람'도 아니었다. 당시 나는 1등을 하는 가장 큰 비결이 '지난번 시험에서 1등을 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앞선 시험에서 1등을 한 사람은 스스로의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에서 '나는 1등'이라는 자기확신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 경험은 반복될 수록 1등을 하는 능력은 향상된다. 자기확신과 성공의 반복된 경험은 설혹 실수로 2등을 하게 되더라도 원래 내 위치(1등)로 돌아가려는 관성으로 작용한다. 2등을 하던 사람이 1등을 탈환했을 경우 그의 의식 영역에서 스스로를 '나는 1등'으로 규정하거나 '나는 원래 2등이지만 우연하게 1등'으로 규정하느냐에 따라서 향후의 결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과거 사회부에 있을 당시 '히키코모리(은둔형외톨이)'를 1년 가까이 심층 취재했던 적이 있다. 삶의 동력과 의지를 잃은 그들에게 기운을 차리게 하는 방법 중 한 가지는 아주 작은 성공의 경험을 반복해서 심어주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아침에 7시에 일어나기, 아침에 일어나면 스스로 이불을 개기 등 아주 작은 목표를 주고 작은 성공의 경험을 일깨우는 것이다. 삶의 동력과 의지 자체가 사라진 그들에게는 '그릿(노력과 열정)' 같은 말로는 도움을 줄 수 없다. 불씨가 꺼진 상황에서는 불씨를 살리는 것이 우선이지 갑자기 캠프파이어가 되라고 요구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작은 성공의 경험이 쌓이면서 자기에 대한 확신이 생기고, 자기 확신이 결국 그릿(노력)을 추구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주식투자도 비슷한 원칙이 적용될 것 같다. 주식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사람들은 바로 '과거에 주식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경험'했던 사람들이다. 그 성공의 경험이 미래의 투자 판단에도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쳐 옳바른 투자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문제는 주식투자를 잘하는 실력은 교육이나 설명을 통해 전수될 수 없다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에서 싯다르타가 깨달음(해탈)을 얻은 보살에게 말하였듯이 "깨달음은 결코 말이나 교육을 통해서 전수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깨달음은 결국 각자의 내면에서 깊은 고뇌와 성찰을 통해 얻게 되는 것이다. 자전거 타는 법을 아무리 책과 유튜브로 교육해도 실제로 자전거를 타보기 전까지는 자전거 타는 법을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우리는 이러한 지식을 '신체지' 또는 '암묵지'라고 부른다. 워런 버핏은 "투자의 제 1원칙은 절대로 돈을 잃지 마라. 제2원칙은 제1원칙을 잊지 마라"라는 말을 남겼다. 이 원칙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원칙을 문자로 이해하는 것과 이 원칙에 담긴 함의와 정수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단순한 원칙을 그냥 아는 것과 '신체지'를 통해 몸에 체득한 사람은 전혀 다른 이해의 차원에 있는 것이다. 인터스텔라에서 4차원이 아닌 5차원의 공간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주식투자 실력이라는 것도 무슨 책을 읽거나, 투자 현인의 말을 따르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고 각자가 대가리 깨지고, 계좌가 박살이 나면서 스스로 깨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그 사람이 주식투자에 적합하도록 타고난 멘탈이 아닌가 싶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7-01 17:4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