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전후 미국의 주가, 금리, 달러인덱스가 동시에 상승하는 이른바 '트리플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여건을 고려하면 지속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국 3대 주가지수인 다우존스, S&P500, 나스닥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가고 있다. 주가가 상승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트럼프의 감세정책에 있다. 트럼프는 선거공약에서 법인세와 개인의 최고 소득세율을 인하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기업 투자와 가계 소비가 늘고 경기가 회복되면서 기업이익이 늘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지난 9월 3.62%까지 떨어졌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후에는 4.43%로 급등했다. 시장금리가 오른 이유는 경기회복과 관세 인상에 따른 물가상승 예상이다. 트럼프는 스스로 '관세 맨'(tariff man)이라 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관세는 믿음(faith), 사랑(love)을 제외하고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말할 정도였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 공약으로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상품에 20%까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에는 60%까지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물가가 상승하고 연방준비제도도 금리인하를 중단할 수 있다. 주가·금리 상승과 더불어 달러 가치도 오르고 있다. 달러인덱스가 9월 24일 100.38에서 11월 6일에는 105.09로 상승했다. 미국 주가 상승으로 글로벌 주식투자 자금이 미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여기다가 미국의 시장금리 상승도 달러 강세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주식 시장의 거품은 더 커지고 있다. 실러 주가수익비율(PER)이 최근 38을 넘어섰는데 1880년 이후의 장기 평균이 17.2였다. S&P500 배당수익률은 1.2%로 역시 장기 평균(4.2%)보다 훨씬 낮아졌다. 필자가 올해 6.0%로 예상되는 미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추정해 보아도 S&P500은 20% 이상 과대평가된 상태이다. 일부 경제지표들이 내년 경기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된 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 실업률 12개월 이동평균이 상승한 후에 시차를 두고 경기침체가 왔다. 장단기 금리 차가 역전되었고, 실업률도 오르고 있다. 여기다가 미국 GDP의 69%를 차지하는 소비 사이클이 꺾이고 있다. 이 경우 시장금리를 결정하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동시에 낮아질 수 있다. 과대평가된 주가가 조정을 보이고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달러인덱스도 떨어질 확률이 높다.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도 달러인덱스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세계 GDP 비중이 2024년 26.5%에서 2029년에는 25.4%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GDP 비중과 달러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미국의 대내외 불균형 확대도 달러인덱스 하락요인이다. 올해 2·4분기 미국의 대외순부채는 22조5191억달러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부채가 외국인의 직접투자와 증권투자 유입으로 지탱하고 있지만, 이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달러인덱스는 하락할 수 있다. 여기다가 올해 2·4분기 GDP 대비 정부 부채도 120.0%로 매우 높다. IMF에 따르면 세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 71.1%에서 2010년 62.2%로 낮아졌고, 올해 2·4분기에는 58.2%로 더 떨어졌다. 이 역시 달러 약세요인이다. 그 시점은 알 수 없지만 머지않아 '트리플 강세' 방향이 급격하게 바뀔 수도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2024-11-14 18:27:57[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소셜미디어 기업 트럼프미디어가 8일(현지시간) 모처럼 폭등했다. 트럼프미디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자신이 보유한 트럼프미디어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재확인했다. 트럼프가 지분 매각 소문을 일축하면서 트럼프미디어는 전일비 4.22달러(15.22%) 폭등한 31.91달러로 치솟았다. 트럼프미디어는 트럼프가 2020년 1월 6일 의사당 폭동 배후로 지목돼 페이스북, 트위터(현 X) 등 주요 소셜미디어에서 축출당하자 스스로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모기업이다. 트럼프 보유 지분율이 약 57%에 이른다. 트럼프 대선 승리 전망에 따라 오르내리던 트럼프미디어는 그의 대선 승리가 확정된 6일 6% 급등했지만 하루 뒤인 7일 23% 폭락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트럼프는 주가 폭락 주범으로 거짓 소문을 꼽았다. 그는 8일 오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내가 트루스(소셜) 지분 매각에 관심이 있다는 가짜, 거짓, 어쩌면 불법 소문이 돌고 있다”면서 “이는 아마도 주가 조작 세력이나 공매도 세력이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어 “그런 소문 또는 서술들은 거짓이며 나는 매각 의도가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모든 단어가 트럼프가 자신의 말을 강조할 때 쓰곤 하는 대문자로 쓰였다. 그는 아울러 관계 당국에 조사를 요구했다. 트럼프는 “나는 이 자리에서 이런 가짜 소문이나 서술을 만들어낸 이들, 또 과거에 그런 일을 저지른 이들에 대한 관계 당국의 즉각적인 조사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미디어는 앞서 9월에도 상장 조건에 따른 주요 내부자 주식 매도 금지가 풀리면 트럼프가 보유 지분을 매각할 것이란 소문으로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트럼프는 트럼프미디어 최대 주주로 8일 현재 보유 지분 가치가 30억달러를 웃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트럼프미디어 투자에 신중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트럼프미디어가 여전히 페이스북, 스레드, X 등 메이저 소셜미디어 틈바구니에서 틈새시장이나 노리는 마이너 종목이기 때문이다. 펀더멘털도 취약하다. 대선일이었던 5일 트럼프미디어는 실적 발표에서 3분기 매출이 100만달러를 간신히 넘기고, 순손실은 1900만달러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11-09 07:27:15투자 좀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최근 자주 회자되는 단어가 있다. 바로 '계좌이민'이다. 투자 전문가로 주목도를 높이고 있는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는 "갈수록 원화 경쟁력이 약해질 것이란 생각에 해외로 돈을 보내는 이른바 '계좌이민'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높은 주택 가격으로 초저출산이 지속되면서 계좌이민이 가속화될 것이란 얘기다. 과거 산업화 시대, 오로지 잘살아 보자는 목표 하나로 자녀들을 데리고 물설고 낯선 곳으로 떠났던 이민이, 이제는 자산만 해외 선진시장으로 옮기는 계좌이민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방법은 매우 쉽다. 몸은 한국에 있으면서 선진국에서도 앞서간다는 한국 사회의 혜택을 누리고, 자산만 해외에서 굴리고 키우면 된다. 클릭 한 번으로 해외 투자상품을 살 수 있는 세상이다. 실제 한국 주식시장에 실망한 국내 투자자들이 대거 미국 주식시장으로 옮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건물주에 대한 꿈도 미국 리츠상품 매수로 가능하다. 매월 배당이 나오는 리츠상품도 많아 따박따박 달러로 월 배당을 받을 수 있다. 일례로 한국인 매수 상위를 기록하는 미국 리츠인 리얼티인컴은 매달 배당금을 준다. 연간 배당수익률은 5%를 넘는다. 서울 강남 꼬마빌딩보다 수익률이 좋고 임차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서학개미'들의 진화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은 주식이민 행렬을 더욱 부추길 판이다. 지난 9월 외국인은 국내 상장주식 7조3610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2021년 8월(7조8160억원) 이후 3년1개월 만에 가장 큰 순매도 규모다. 문제는 앞으로도 계좌이민, 주식이민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쟁에 치이고 국내 정치에 발목 잡힌 한국 기업을 보면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게 바로 주가다. 현재 한국 주식시장의 수익률은 전쟁 중인 러시아와도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전 세계 바닥권이다. 참다 못한 국내 투자자들이 '금융투자소득세'라도 폐지해야 한다고 외치고 있지만 칼자루를 쥔 더불어민주당은 아직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수익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논리지만 제대로 된 경기장을 마련해 주지도 않고 엄격한 규칙만 외치는 형국이다. 국내 주식시장은 울퉁불퉁한 시골길로 방치해 놓고 세금은 아스팔트가 깔린 글로벌 시장에 맞춰 걷겠다는 심보다. '한국 주식시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 주식시장을 이렇게 만든 것은 '내수용 정치'가 큰 역할을 했다. 최근 삼성전자의 위기를 걱정하지만 그 위기의 시작은 법원이 최순실씨에게 제공한 말 3마리를 뇌물로 판단한 것부터다. 이후 10년간 삼성은 사법 리스크에 놓여 있었다. 지난 2016년 미국 전장 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한 이후 더 이상의 굵직한 인수합병(M&A)은 없었다. 총수는 수시로 재판에 불려다녔고, 해외출장을 갈 수 있는지를 놓고 법원의 판단과 여론재판을 받아야 했다. 그사이 엄격한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서 '치열함' 대신 '워라밸'이 대세가 됐다. 조합원 감소에 근심이 컸던 노동계는 삼성이라는 'VVIP 고객'을 확보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도 내수용 정치에 시달리는 한국 기업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10대 그룹 총수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감 증인으로 신청됐다. 이들을 증인으로 신청한 곳은 다름 아닌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어업 등의 피해를 지원하기 위한 기금인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실적이 저조하다는 것이 소환 이유다. 매년 열리는 국정감사에, 각종 청문회에 대기업 총수를 불러 호통을 쳐야 박수를 받는다는 '내수용 정치'가 있는 한 더 이상의 '글로벌 기업'은 없다. 이제 정부나 국회도 기업은 놔두자. 오죽했으면 삼성전자 재직 시절 갤럭시 신화를 쓴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강연자로 나서서 이런 말을 했겠나. "제가 40년 있었잖아요. 기업은 안 건드리면 잘합니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
2024-10-30 18:39:42[파이낸셜뉴스] 최근 2~3년 간 금리 인상기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선호도가 높아진 가운데, 해외 금융사를 사칭해 불법적으로 투자금을 모집하고 내뺀 사례가 금융감독원 감시망에 걸렸다. 해당 불법 금융투자업체는 멕시코 회사채를 내세우며 정부가 보장하는 고수익 상품이라고 홍보해 투자자를 유인하는 방식을 썼다. 30일 금감원에 따르면 미국 금융회사를 사칭하고 홈페이지 정보 등을 도용해 멕시코 회사채 투자를 권유하는 업체가 적발됐다. 실제 금융사 홈페이지와 유사하게 꾸며놓고, 지점 정보를 누르면 해당 금융사 SNS로 연결되게 만들어 위장했다. 해당 업체는 멕시코 정부가 지급 보증하는 국영 석유기업 회사채에 투자해 연 16~17%대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고 속였다. 실제 해당 회사채 만기 수익률은 5~10% 수준이었다. 특히 국내보다 해외 증권사를 통하면 환차익으로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허위 사실까지 동원해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이 같은 내용은 유튜브, 포털사이트, 인터넷 언론 등을 동해 공유됐고 채팅방에서도 투자 권유를 하지 않아 스스로 홈페이지에 방문토록 유인했다. 또 유튜브 계정엔 다른 경제·재테크 영상들을 도용 및 게시해 정상 채널인 것처럼 만들어놓고 교묘하게 불법 영상을 삽입해 놨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해당 업체는 해외 금융사와 유사한 상호를 가진 법인통장(대포통장)으로 자금을 입금하도록 안내했다. 환매 요청을 하면 3일 후 반환하겠다고 문자로 답변했으나, 결국 미반환했다. 이에 금감원은 소비자 유의사항 및 대응 요령을 알렸다. △온라인 △해외 금융사 △안정적 △고수익 같은 단어가 홍보 과정에 들어간다면 일단 불법 투자사기로 의심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 수익률보다 과도하게 높은 수치를 제시하고 원리금 지급이 보장된다며 투자를 권유하는 경우엔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해외 금융사라고 해도 자본시장법상 인가 없이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에서 주식, 채권, 펀드 등을 중개·판매하는 영업행위는 불법이라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무엇보다 제도권 금융사가 아닌 업자와의 거래로 인한 피해는 금감원 분쟁조정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아 구제가 어렵다. 타인 명의 계좌로 입금을 유도하는 업체와는 어떤 금융거래도 해선 안 된다. 최근엔 사칭 금융사 이름과 유사한 명의 대포통장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영업을 하고 있는 업체를 발견한다면 경찰에 신고하거나 금감원에 제보하면 된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4-10-30 10:29:43[파이낸셜뉴스] "인버스 투자하면 되지 않습니까? 선물 풋 잡으면 되지 않습니까?"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찬반 정책토론회에서 토론자인 김영환 의원이 한 말이다. 김 의원은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찬성측 토론자로 나섰다. '인버스'란 '반대'라는 뜻의 영어 단어로 주가가 내려가면 돈을 버는 상품을 뜻한다. 투자 대상은 한 나라의 주가지수가 될 수도 있고, 금리가 될 수도 있고, 원유와 같은 자원이 될 수도 있다. 김의원의 '선물 풋 잡다'라는 말은 어색하다. '선물에 숏 투자(하방 배팅)'를 하거나, 옵션 거래 중 '풋 옵션(하락시 팔아 수익을 보는 상품)'을 사시면 되지 않습니까라고 해야 자연스럽다. 풀어 쓰면 "미래 주식 가격 하락에 투자하거나, 미래 주식 가격이 하락할 경우 이득을 볼 수 있는 헷지 상품에 투자하면 되지 않습니까" 정도인데 여전히 주식을 하지 않는 사람 입장에서는 복잡하다. 영화 '빅쇼트'에서 미국 금융위기를 앞두고 은행들의 부도에 배팅했던 것, 우리나라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유아인이 한국이 망한에 배팅해 막대한 돈을 버는 방식이 인버스와 숏 투자의 사례다. 김 의원의 말은 아마도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는 측에서) 금투세를 도입하면 한국 주식 시장이 자꾸 하락한다고 하는데 금투세를 도입한다고 해서 한국 주식 시장이 하락한다는 증거가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한국 주식이 하락해도 돈을 버는 상품도 있지 않습니까?" 정도로 발언의 취지를 이해해 볼 수는 있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서 토론 과정에서 감정이 격앙되고 답답했다 하더라도 김 의원의 발언은 토론의 본질을 한참 벗어났다. 이날 토론회의 대주제는 크게 '한국 주식시장의 건강한 성장', '소득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정의 실현' 정도였을 것이다. 전자의 주제는 토론회에 참석한 양측 모두가 대전제로 받아들이는 내용이다. 다만 후자의 내용에 대해 금투세 반대 측은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해 금투세 도입을 유예하거나, 필요한 경우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토론의 논의는 전자의 주제(한국 주식시장의 성장)에 대한 동의에 기반, 후자를 중심으로만 이뤄졌어야 한다. 그리고 이날 토론 과정에서 금투세를 도입해도 세수 효과는 크지 않다는데 양측 모두 동의했다. 하지만 김 의원의 발언은 이러한 토론의 전제를 벗어난 엉뚱한 실언이었다. 조금 과장해서 비유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강경파와 온건파가 회의실에 모였다. 양측 모두가 전제하는 것은 '한국의 독립(한국 주식시장의 성장)'이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방법론으로 무력 사용(금투세)에 대한 부분에서 의견이 갈린다. 둘 모두 어떻게 해야 효과적이고 빠르게 한국이 독립할 것인가라는 고민은 공유하고 있다. 다만 3·1운동과 같은 온건한 운동 방식과 폭탄테러와 같은 무력시위 등 방법론의 차이를 두고 논의하는 자리였어야 한다. 하지만 김 의원의 발언은 독립운동 토론을 하다 흥분해서 "나라 팔아먹어도 돈은 벌 수 있다 아닙니까"라고 성을 내는 것 같다. 인버스 투자, 선물 숏 배팅은 모두 한국 주식 시장이 망해야 돈을 벌 수 있는 투자 방식이기 때문이다. 당초 토론의 전제였던 '한국의 독립(한국 주식시장의 성장)'을 완전히 벗어난 발언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코로나19 당시 한국 주식 시장이 폭락했을 때 개미투자자들을 우리는 '동학개미'라고 불렀었다. 1400만 동학개미들은 삼성전자를 사 모으며 주가 상승기때 수익을 누렸다. 그랬던 동학개미들이 이제는 금투세에 반대하며 '독립개미'가 되고 있다. 더 나아가 금투세를 도입하면 국내 투자자들은 한국 주식에 숏 배팅을 하고, 인버스를 사는 대신 미국 주식을 살 것이다. 가령 지금은 현대차의 상품력이 좋아 자발적으로 소비자들이 차를 사지만 과거에는 품질은 조금 떨어져도 가격이 싸거나 AS가 좋아서 현대차를 샀다. 만약 20년 전에 현대차가 가격을 독일차 만큼 올렸다면 아무도 현대차를 사지 않았을 것이다. 김 의원 입장에서는 말이라는 것이 글과 달리 실언을 하기 쉽고, 맥락을 떼어내고 해당 발언만 발췌해 보도하는 언론에 매우 화가날 것이다. 하지만 금투세를 둘러싼 일반 시민들의 감정이 매우 격앙된 탓에 역풍이 큰 것도 이해가 된다. 금투세에 대한 '이환주의 개미지옥'은 2화로 끝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토론회를 보고 3화를 쓰고 있다. 민주당 정책토론회의 제목은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였다. 이미 금투세 시행을 전제로 한 토론회였다. 더불어 단 한 번이라도 주식 투자를 해 봤다면 어떻게 한국 주식 시장에 '행복하고 정의로운'을 수식어로 쓸 수 있었는 지도 의문이다. 숏 투자와 공매도, 양날의 검 금투세 도입을 주장하는 측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당위성을 내세운다.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너무도 당연해서 깨기 어려워 보이는 논리다. 하지만 이 논리에도 매우 큰 허점이 있다. 현실은 "소득 있는 힘 없는 사람들은 세금을 내고 소득이 많아도 힘 있는 사람들은 세금을 안 낸다"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월급 300만원을 받는 직장인, 공무원, 군인 등은 월급날 아예 세금을 떼고 나머지 돈을 급여로 받는다. '유리 지갑'이다. 반면 한 달에 수천만원, 그 이상을 버는 의사, 사업가, 자영업자 등은 한 달에 수백만원에 달하는 렌터카를 굴리며 비용처리 하고 소득을 축소 신고해 세금을 피해 간다. 부동산 투자를 해도 일정기간 무주택 기간을 거치고 조건을 충족하면 수억원에 달하는 양도차익을 거두면서 세금 한푼 내지 않을 수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12조원이 넘는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산되는 구글코리아는 법인세로 155억원을 납부했다고 한다. 원래 냈어야 하는 추정 세금의 2% 정도라고 한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말은 절대 명제, 정의처럼 들리지만 그렇지도 않다. 주방장에게 주어진 칼은 훌륭한 요리도구지만 살인자에게 주어진 칼은 범죄 도구다. 같은 칼이라도 어떻게 쓰느냐, 언제 쓰느냐에 따라 180도 달라진다. 금투세도 비슷하다. 김영환 의원이 발언한 인버스 투자나 숏 투자도 마찬가지다. 인버스 투자와 숏 투자가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주식이 하락하면 돈을 버는 공매도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 주식시장에서는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다. 우리 금융시장에서는 아직 불법공매도(무차입공매도)를 바로 잡을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내년 1월 1일에 금투세를 도입해도 세금을 원청징수 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도 아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공매도도 미국 같은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한다. 2020년 당시 공매도 기관 힌덴버그 리서치는 당시 테슬라의 뒤를 이을 기업이라고 칭송이 자자하던 '니콜라'에 사기 의혹을 제기했다. 힌덴버그 리서치는 ‘니콜라: 온갖 거짓말로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와 파트너십 맺는 법’이란 보고서를 통해 니콜라가 수십 가지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고발했다. 니콜라의 트럭 도로주행 영상이 수소 연료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언덕 아래로 밀어서 굴린 장면을 촬영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2019년 당시 스타벅스를 넘어서 세계 최고 커피 회사 반열에 오른 중국 커피 프랜차이즈 루이싱 커피도 공매도 관련 폭로를 겪었다. 머디워터스가 루이싱 커피의 매출이 회계 조작을 통해 부풀려진 것을 눈치채고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고객 수를 실제로 집계해 루이싱 커피의 '매출 뻥튀기'를 밝혀내 것이다. 이른바 공매도 행동주의자들은 회계 조작 등 부정을 일삼는 기업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한 뒤 이를 고발, 공매도를 통해 이익을 거둔다. 공매도가 부정 기업을 바로 잡고 주가 거품을 해소하는 순기능을 하는 것이다. 공매도 세력은 이익을 추구할 뿐이지만 그 과정에서 일종의 자본시장을 정화하는 자경단 역할도 하는 셈이다. 다른 선진국에서 금투세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시행해야 한다는 논리는 그래서 맞지 않다. 미국 주식시장은 하루 최대 변동폭에 제한이 없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하루에 100% 이상도 주가가 움직일 수 있다. 자본 시장이 그만큼 튼튼하고 규모가 큰 만큼 주가 조작 등에 취약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주식 시장은 하루에 30% 이상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는다. 시장이 허약하기 때문이다. 만약 30%이상 금지 룰을 한국에도 허용한다면 시가 총액이 작은 코스닥 시장은 세력들의 놀이터를 넘어 도박판이 될 것이다. 상법 개정이 먼저다 금투세 도입 토론회에서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는 측은 밸류업을 통한 자본 시장 선진화, 공매도와 물적분할, 쪼개기 상장, 주가 조작 등으로 인한 소액주주의 피해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금투세 도입은 이르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상법 개정을 통한 자본 시장 선진화에 대해서는 민주당은 물론 여당도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상법 조항에 있는 이사의 의무를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는 규정에서 '회사와 주주'의 이익으로 한 단어만 바꾸면 되는 간단한 문제다. 해당 조항이 대법원 판결에 사용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소액 주주들의 이익을 무시하더라도 회사(재벌)에 이익이 되면 괜찮다는 무적의 까방권(까임 방지권)을 얻게 됐다. 상법 개정, 증시 밸류 업 이후 금투세 도입을 한다면 지금처럼 반대 여론이 거세지는 않을 것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9-26 18:47:54온갖 신조어가 난무하는 세상이라지만 '티메프'란 단어를 전 국민이 알게 될 줄은 몰랐다. 한국 이커머스 1세대의 신화적 인물,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며 싱가포르 현지에서 큐텐그룹을 이끌고 있다는 구영배 대표가 국회에 선 모습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순식간에 티몬과 위메프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고, 사건은 이제 검찰로 넘어갔다. 지나고 보니 이 엄청난 쓰나미의 전조가 아예 없었던 게 아니다.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AK몰 등을 2년 만에 사들인 큐텐그룹은 지난해부터 수십만원, 많게는 수억원의 정산 지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로 인해 불거진 게 아니라 이미 1년 전 당시 이를 보도한 언론도 있었다. 국내 이커머스 업체를 계속해서 사들이는 구 대표에 대해 G마켓 창시자이니만큼 무언가 구상이 있을 것이라고, 이들을 묶어 '티메파크'라고 부르며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을 때도 그 이면엔 위기가 있었다. 큐텐그룹이 사들인 티몬과 위메프는 수년째 적자가 누적돼 자본금보다 손실금이 더 큰 자본잠식 상태였다. 인터파크커머스 지분은 주식매매계약만 체결했을 뿐 매각대금 대부분을 지급하지도 않았다. 자본잠식 상태인 회사를 사 모으고 외형만 불려 나스닥에 상장하려고 했다는 것은 사태가 발발한 뒤의 공허한 지적이 됐다. 본격적으로 티메프 사태가 발발하기 보름 전인 7월 초에는 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와 티몬의 캐시 할인판매가 같은 날 발생해 큐텐그룹 자금 융통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때부터 본격 붕괴는 시작되고 있었는데, 당시 티몬과 위메프의 공식 입장은 정산 지연이 아닌 '전산 오류'였고, 현금을 끌어모으기 위한 캐시 할인판매도 '새로운 비즈니스를 위한 프로모션'으로 포장됐다. 티메프 내부 핵심관계자들은 이미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확실해진다. 구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 합병을 통해 신규 법인을 세우고 판매자를 주주조합 형태로 참여시키는 공공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판매자들이 주주가 돼 이사회와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판매자, 플랫폼, 고객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 하지만 이 구상을 믿어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남았을까, 구 대표 자신은 진심으로 믿고 있을까. 피의자 신분이 된 구 대표의 말보단 피해를 본 판매자와 소비자에 대한 실질적 구제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관심을 쏟아야 할 시점이다. wonder@fnnews.com
2024-08-27 18:08:448월 들어 주요국의 주가지수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등 불안해지고 있다. 그 요인 가운데 하나가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높아 보인다. 미국 국립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2020년 4월을 경기 저점으로 확장국면을 이어오고 있다. 1900년 이후 미국 경제는 23차례의 경기순환을 거쳤는데, 경기 확장국면이 평균 48개월이었다. 올해 8월까지 확장국면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면 52개월로 과거 평균보다 길어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확장국면이 언제까지 더 이어질 것인가다. 이에 대한 답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9%를 차지하는 소비에 달려 있다. 필자가 미국 소비 사이클을 추정해 보면 소비는 이미 장기 추세 성장선에서 아래로 벗어나고 있다. 소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우선 미국 가계의 낮은 저축률에 있다. 올해 상반기 저축률이 3.6%로 코로나19 이전 수준(2000~2019년 평균 5.2%)보다 낮아졌다. 다음으로 미국 중간가구의 실질소득이 줄고 있다. 2019년 7만8250달러였던 실질소득이 2022년에는 7만4580달러로 4.7% 감소했다. 이 기간 실질GDP가 5.1% 증가했는데도 중간가구의 실질소득이 줄어든 것은 소득 차별화 때문이다. '부모보다 가난한 자식 세대'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이다. 아직 2023년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감소 추세가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 이자부담 증가도 소비를 제약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가처분소득에서 이자 지급액 비중이 2021년 3월 1.2%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2.5%로 올라왔다. 소비가 위축되면 기업의 매출과 이익 성장세도 같이 둔화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기업들은 고용을 줄이게 될 것이다. 미국 고용은 지나칠 정도로 탄력적이다. 2020년 코로나19로 소비가 급격하게 줄자 비농업 부문에서 고용이 그해 3~4월에 2189만명 줄었다. 그 이전 10년여간 만들어진 일자리가 단 두 달 사이에 사라진 셈이다. 실업률도 3.5%에서 14.7%로 급등했다. 지난해 4월 3.4%였던 실업률이 올해 7월에는 4.3%까지 올라왔다. 앞으로 소비가 줄어들면 실업률은 더 높아질 것이다. 실업률이 상승하고 난 다음 시차를 두고 경기침체가 왔다. 빠르면 올해 4·4분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높다. 이에 대응하여 연방준비제도(연준)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전망이다. 금리를 0.5%p 내리는 '빅컷'을 할 수도 있다. 연준은 올해 남은 11월, 12월 FOMC 회의에서도 금리를 더 내릴 것이다. 필자가 테일러 준칙에 따라 미국의 적정금리를 추정하면 4.2%로 현재의 5.25~5.50%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미국 주가지수(S&P500)는 장기적으로 명목GDP 추세를 따라 상승했다. 2000~2023년 명목GDP는 연평균 4.5% 성장했고, 주가지수는 6.8% 상승했다. 올해 명목GDP가 6% 성장하더라도 적정 S&P500은 4620 정도이다. 주가지수가 과대평가 영역에 있는 만큼 앞으로 경기와 금리 전망에 따라 8월과 같은 급등락을 반복할 수 있다. 실업률이 올라가면 미국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달러인덱스도 하락했다. 2022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미국 주식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해외 주식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24.3%에서 2023년에는 63.1%로 급증했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미국 주가와 달러인덱스가 같이 떨어진다. 국가별 투자비중을 다변화해야 할 시기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2024-08-22 18:36:19금융감독원이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 이름에서 '분배율'과 '프리미엄' 등을 뺄 것을 자산운용사들에 통보했다. 다만, 이를 대신할 명칭에 대한 지침은 따로 공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커버드콜'로 통일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일부 운용사에 커버드콜 ETF 명칭에서 '분배율(+10% 등)'과 '프리미엄'을 제외하라는 뜻을 전했다. 연분배율의 경우 목표치임에도 투자자들이 확정분배율로 오인할 수 있고, 프리미엄도 실제로는 '옵션 프리미엄'이지만 다른 상품 대비 추가 수익을 보장하는 '고급'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유다. 구체적으로 보면 '분배율'은 분배기준일 시점의 ETF 순자산가치(NAV) 대비 분배금이므로 투자원금과는 무관하고, '프리미엄'도 콜옵션 매도시 수취하는 대가로 기초자산 가치 상승을 포기하는 기회비용일 뿐이라는 금감원 측의 지적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지침에 '삭제' 대상만 포함했을 뿐 '추가'할 단어 관련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운용사 입장에선 당장 움직일 여지가 없다. 일부 운용사는 연분배율 앞에 '목표' 등을 넣는 방식을 제안했으나 금감원이 이미 방향성을 정한 만큼 허용되기 힘들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해당 표현을 제외한 후 운용전략 명칭인 '커버드콜'로 통일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현재 상장심사 주체인 한국거래소와 이를 논의하고 있으며, 당사자인 운용사들을 상대로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ETF 명칭에 'n%' 혹은 '프리미엄'이 포함된 커버드콜 상품은 모두 12개인데 이런 방향성이 확정된다면 운용사들은 투자대상인 나스닥이나 반도체, 배당 등 중점사안을 강조하는 방식을 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관계자는 "세부내용을 조율 중이나 일단 명칭에서 프리미엄을 빼고 커버드콜로 일원화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며 "프리미엄 비중을 표기하는 방안 등에 대한 얘기도 있었지만 숫자를 쓰는데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검토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상장 당시엔 얘기가 없다가 돌연 문제를 삼았는데 상품의 차별성이 사라지게 돼 고민"이라며 "아직 조치 대상 상품이 많지 않아 투자자들의 혼란이 확산되진 않을 것이란 점에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커버드콜' 기법은 기본적으로 현물주식·채권을 보유하는 동시에 해당 자산을 미리 약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콜옵션(매수청구권)을 거래상대에게 매도한다. 편입주식에서 나오는 배당에 이 같은 콜옵션 프리미엄을 팔아 확보한 돈까지 재원이 돼 일반 배당형에 비해 분배금이 크다. 문제는 옵션 매도 비중을 지나치게 높이는 경우 ETF 장기 성장에 제동이 걸린다는 점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떨어졌을 때 콜옵션을 모두 팔아버리면 반등장이 찾아왔을 때 행사할 옵션이 더 이상 없어 상승세를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김찬미 기자
2024-08-15 18:20:03[파이낸셜뉴스] 금융감독원이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 이름에서 ‘월분배율’과 ‘프리미엄’ 등을 뺄 것을 자산운용사들에 통보했다. 다만, 이를 대신할 명칭에 대한 지침은 따로 공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커버드콜’로 통일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일부 운용사에 커버드콜 ETF 명칭에서 ‘연분배율(+10% 등)’과 ‘프리미엄’을 제외하라는 뜻을 전했다. 연분배율의 경우 목표치임에도 투자자들이 확정분배율로 오인할 수 있고, 프리미엄도 실제로는 ‘옵션 프리미엄’이지만 다른 상품 대비 추가 수익을 보장하는 ‘고급’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유다. 구체적으로 보면 '분배율'은 분배기준일 시점의 ETF 순자산가치(NAV) 대비 분배금이므로 투자원금과는 무관하고, '프리미엄'도 콜옵션 매도시 수취하는 대가로 기초자산 가치 상승을 포기하는 기회비용일 뿐이라는 금감원 측의 지적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지침에 ‘삭제’ 대상만 포함했을 뿐 ‘추가’할 단어 관련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운용사 입장에선 당장 움직일 여지가 없다. 일부 운용사는 연분배율 앞에 ‘목표’ 등을 넣는 방식을 제안했으나 금감원이 이미 방향성을 정한 만큼 허용되기 힘들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해당 표현을 제외한 후 운용전략 명칭인 ‘커버드콜’로 통일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현재 상장심사 주체인 한국거래소와 이를 논의하고 있으며, 당사자인 운용사들을 상대로 의견을 조회하고 있다. ETF 명칭에 'n%' 혹은 '프리미엄'이 포함된 커버드콜 상품은 모두 12개인데 이런 방향성이 확정된다면 운용사들은 투자대상인 나스닥이나 반도체, 배당 등 중점사안을 강조하는 방식을 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 관계자는 “세부내용을 조율 중이나 일단 명칭에서 프리미엄을 빼고 커버드콜로 일원화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며 “프리미엄 비중을 표기하는 방안 등에 대한 얘기도 있었지만 숫자를 쓰는데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검토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상장 당시엔 얘기가 없다가 돌연 문제를 삼았는데 상품의 차별성이 사라지게 돼 고민”이라며 “아직 조치 대상 상품이 많지 않아 투자자들의 혼란이 확산되진 않을 것이란 점에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커버드콜’ 기법은 기본적으로 현물주식·채권을 보유하는 동시에 해당 자산을 미리 약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콜옵션(매수청구권)을 거래상대에게 매도한다. 편입주식에서 나오는 배당에 이 같은 콜옵션 프리미엄을 팔아 확보한 돈까지 재원이 돼 일반 배당형에 비해 분배금이 크다. 문제는 옵션 매도 비중을 지나치게 높이는 경우 ETF 장기 성장에 제동이 걸린다는 점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떨어졌을 때 콜옵션을 모두 팔아버리면 반등장이 찾아왔을 때 행사할 옵션이 더 이상 없어 상승세를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김찬미 기자
2024-08-14 15:09:28미국발 경기침체 우려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국내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일 코스피지수가 100p 넘게 급락하더니 다음 거래일(5일)에는 무려 234p '폭락'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사실 단어가 주는 부정적 어감 때문에 언론사들은 증시의 낙폭이 아무리 크더라도 폭락 대신 '급락'이라는 용어를 써왔다. 하지만 이틀에 걸친 코스피지수 하락 폭은 폭락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의 움직임이었다. 증시 폭락의 원인은 여러 요인이 겹친 것으로 해석된다. 가장 큰 부분은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였고, 일본의 금리인상에 따른 엔 캐리트레이드 청산 공포, 중동의 불안한 정세도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국내 증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투자자들은 폭락이 시작된 2일부터 반등이 나온 6일까지 단 3거래일 만에 코스피시장에서 2조5739억원 규모의 주식을 팔아 충격을 배가시켰다. 특히 5일에는 1조5238억원에 달하는 물량을 밀어내며 코스피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올해 들어 외국인이 코스피시장에서 1조원 넘는 매물을 쏟아낸 날은 이번을 제외하고도 두 차례가 더 있다. 지난 5월 29일과 31일로 각각 1조273억원과 1조3368억원의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지수의 움직임은 이번과는 확연히 달랐다. 5월 29일 코스피지수는 45.55p(1.67%) 하락했고, 5월 31일에는 1.08p(0.04%) 상승했다. 당시에도 여러 악재가 있었지만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 팔게 만든 요인이었다. 가장 큰 차이는 공포감이다. 국채금리 상승이라는 결과치보다는 경기침체가, 엔 캐리트레이드가, 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투자자들을 옥죄었다. 누구도 대응하기 어려웠던 갑작스러운 하락이었고, 여진은 진행 중이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시황이 이어지자 투자자 사이에서는 "이쯤이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라도 결정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악에 받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루 만에 코스피지수가 8.77%, 코스닥지수가 11.30% 급락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야당은 금투세를 도입하고 싶은 것이냐"는 비아냥 섞인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투자자들이 공포에 떠는 금투세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발표만으로도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되살릴 수 있다는 기대였다. 야당 역시 투자자들의 눈치를 봤다. 연이은 폭락으로 비명이 쏟아지자 7일로 예정됐던 금투세 토론회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야당이 준비했던 토론회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은 애초부터 싸늘했다. "금투세를 찬성하는 패널들로 구성된 토론회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격앙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감이 주는 것 이상으로 지금 투자자들에게 금투세는 '저승사자' 같은 존재다. 금투세 도입을 찬성하는 야당 관계자들은 증시에 주는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지만 정작 시장을 움직이는 참여자들은 폭락에 대한 걱정뿐이다. 찬성자들은 금투세 대상이 수만명에 불과할 것이라며 밀어붙이는 모습이지만 시장에서는 그 수만명에서 시작되는 탈증시 움직임이 불러올 파장에 대한 공포가 더 크다. 투자자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시스템의 한 축인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 역시 금투세 내년 시행을 반대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아무리 아니라고 부르짖어도 시장은 이미 금투세를 미국의 경기침체와 동급의 규제로 인식하고 있다. 주식시장을 짓누르는 구조적인 악재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수익이 있는 곳에 과세는 당연하다'는 논리는 그 방식이 반드시 금투세의 형태여야 하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금투세를 두고 절박한 투자자와 기싸움을 하는 것 같은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도 안타깝다. 이대로면 5개월 후엔 금투세가 시행된다. 거대 야당의 전향적인 모습을 기대해 본다. cynical73@fnnews.com
2024-08-07 18:3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