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은행은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은행의 거버넌스가 중요하다."(윤석열 대통령, 1월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를 받고) 윤 대통령이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소유분산기업)의 대표 격인 은행권의 지배구조 관행을 두고 '시스템 개선'을 언급하면서 법 개정이 탄력을 받고 있다. 당국과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주인이 있는 것처럼 최고경영자(CEO)가 경영을 하는' 소유분산기업들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복원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인 게 CEO 선임에 있어 주주의 참여를 보장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보장하는 것이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가 현재·미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빠질 수 없는 방향이다. 尹대통령 발언에 가속도 붙은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개선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T, 포스코, 금융지주 등 소유분산기업의 지배은행 구조를 둘러싸고 제도 개선 논의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금융위로부터 2023년 금융정책 방향을 보고받고 "금융회사를 포함해 소유권이 분산된 주인없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하고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를 제도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보다 깊이있게 고민해보자"라고 제안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월 27일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주인이 없는 조직에서 CEO는 어떻게 선임하는 게 맞는 것인지 질문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지금 시스템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라며 내부통제 제도 개선과 함께 CEO 선임 절차 개선사항을 검토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주요 임원이나 CEO 등 선임 절차가 조금 더 투명해야 한다는 게 기본 생각"이라며 "우리금융 뿐 아니라 다른 케이스도 그런 투명한 기준에 맞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고 조금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셀프연임' 견제 논의..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 대안되나 정치권에서도 논의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원내1당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들은 1월 중순 비공개 스터디 모임을 갖고 금융지주 CEO 선임 절차를 어떻게 개선할지 논의했다. 관치로 모피아, 낙하산 인사가 금융지주 CEO로 진출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와 함께, 지금까지 금융지주 CEO가 이사회 견제 없이 '셀프연임', '황제집권' 논란을 빚었던 만큼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민의힘에서는 금융지주를 겨냥하기보다는 소유분산기업의 잘못된 지배구조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논의가 나왔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1월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현황 및 개선방향 세미나'를 갖고 전문가, 당국의 의견을 들었다. 김 의원은 "최근 KT 이사회는 쪼개기 후원 등으로 논란이 제기된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투명하지 않은 대표 연임 결정 과정에 비판이 일고 있다"라며 "단기적으로는 관치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주요 기관투자자가 투자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와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고 지속가능한 성장·경영을 유도하는 걸 말한다. 발제자로 나선 김형석 한국 ESG 기준원 정책연구본부장은 "국내 소유분산기업의 CEO가 통상 의결권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실질적 감시·감독을 통해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기업지배구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라며 이를 위한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경영진이 실적으로만 평가받을 수 있게 하되, 이사회는 CEO 선임, 평가, 보상 등 경영진 견제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라며 이사회의 '견제 역할'을 강조했다. 당국에서는 '한국식 스튜어드십코드 개정'도 검토 중이다. 송병관 금융위 기업회계팀장은 세미나에서 "최근 ESG 대응이 포함된 한국식 스튜어드십코드 개정을 검토 중이며 연내 결론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금융감독원 감독조정국 팀장 또한 "일반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기관 투자자의 감시자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등 '견제와 균형' 원리 복원이 핵심.. 관치 부작용 우려도 구체적으로 △상장회사의 주주총회 소집 청구권 기준 완화 및 전자투표제 확대 △신용평가사가 소유분산 기업의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한 위험 요인을 신용 평가에 적극 반영 △대규모 기업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 권고 △법상 임원의 적극적 자격요건 도입 △CEO 연임에 대한 엄격한 절차 마련 △사외이사 전문성·독립성 강화 규정 및 사외이사 활동에 대한 투명한 공개 등이 제도 개선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중대 금융사고와 관련해 임원의 '내부통제' '위험관리' 책임을 명확하게 하고, C-레벨의 임직원과 이사회도 중대 금융사고에 책임을 지도록 한 내부통제 개선 방안과 함께, CEO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담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이번 1·4분기 내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으로 민간기업의 자율성이 제약될 수 있는 데다 관치 논란으로 모피아가 더 많이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아 실제 법 개정까지는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3-01-31 21:18:43[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회사를 포함한 주인없는 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3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금융위 업무보고 및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금융회사를 포함해 소유권이 분산된 주인없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될 필요성을 강조하며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를 제도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보다 깊이있게 고민해달라"고 제안했다. 정부 업무보고의 마지막을 장식한 금융위 업무보고는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산업 육성을 위한 토론회'와 함께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등 금융위 임직원 뿐 아니라 주호영 국민의 힘 원내대표, 성일종 국민의 힘 정책위의장, 윤창현 국민의 힘 의원을 비롯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국책은행장·금융공기업 기관장·금융지주 회장·학계·민간 전문가·소비자단체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고금리·고물가의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은 함께 당면한 리스크를 잘 관리했다"며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상황에 대한 빠른 인지와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평소에 미리 충분한 대비를 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금융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금융의 선진화와 국제화 및 경쟁력 강화가 긴요한 만큼, 금융위가 금융산업 육성부처가 돼 이에 주력해줄 것"을 주문했다. 특히 금융산업 발전은 스타트업부터 첨단산업까지 망라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만들어 지원함으로써 실물경제의 초석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시장 내 도덕적해이와 금융사기 근절이 중요한 만큼, 이를 엄단해 시장참여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을 주문했다. 지난 1월 25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전 부처가 영업사원으로 뛰어 달라”고 당부한 것에 응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대한민국 금융의 영업사원의 자세로 금년도 금융위 업무를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업무보고 이후 이어진 토론회에는 각계각층의 인사가 모여 4시간 가량 '끝장토론' 형식으로 국내 금융시장·금융산업의 당면현안과 중장기 발전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금융의 실물경제 지원과 민생안정 역할과 관련해선 국가의 신성장동력인 스타트업·벤처는 물론, 국가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원활한 자금지원을 통해 금융이 실물경제 견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졌다. 계속된 금리인상으로 청년층, 서민들이 금융 및 주거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상품 공급 및 채무조정 지원 등 민생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대책을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또 금융권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사회공헌 및 국민 편의 증진을 위한 노력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자본시장 등 금융시장이 선진화될 수 있도록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내부통제를 개선하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토론회를 마친 후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한국금융도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한 도전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위해 정부도 금융관련 제도와 규제를 글로벌 수준에 맞춰 개선하겠다"면서 "금융업계도 함께 노력해서 자랑스러운 글로벌 금융산업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2023-01-30 22:41:59[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소상공인에게만 적용됐던 국유재산 사용료 인하 대상을 다음달부터 중소기업으로 확대한다. 6·25 전쟁 당시 점령한 수복지역 중 주인이 없는 땅을 국유화해 매각한다. 정부는 28일 제38회 국무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대응, 국유재산 사용부담 추가 완화 내용을 담은 '국유재산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심의·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중소기업의 국유재산 사용료를 재산가액 5%에서 3%로 40% 내린다. 이전에는 소상공인 사용료만 재산가액 3%에서 1%로 인하했는데 중소기업에도 혜택을 주는 것이다. 개정안은 천재지변, 코로나19 등 재난, 경기침체 등이 발생할 경우 국유재산 입주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시를 통해 중소기업 사용료 인하, 납부 유예, 연체료 경감 등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연말까지 도래하는 사용료의 납부시기는 3개월 연장할 수 있고 추가로 3개월 더 연장 가능해 최장 6개월까지 사용료 납부를 미룰 수 있다. 3월 1일부터 연말까지 사용료를 연체했을 경우 이자율은 기존 연체기간에 따른 7∼10%에 연체기간과 관계없이 5%로 낮춘다. 정부는 적용대상과 기간, 지원 기준 등이 포함된 고시를 오는 31일 공고해 8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부는 6·25 전쟁 당시 점령한 수복지역의 주인 없는 땅을 국유화해 이주민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기재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수복지역 내 국유화된 토지의 매각 및 대부에 관한 사무처리 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1983년 수복지역 내 무주지 문제 해소를 위해 간이입증 절차만으로 소유자로 복구 등록하고 잔여지는 국유화하는 내용의 '수복지역 내 소유자 미복구 토지의 복구 등록과 보존 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특별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등 일부 지역은 특별법에 따른 보증인 요건 3인 미충족 등으로 국유화가 보류된 채 여전히 무주지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은 6·25 전쟁 때 수복된 지역으로 원주민 대부분이 이북으로 피난을 갔고 당시 정부는 1956년과 1972년 두 차례에 걸친 이주정책을 진행해 재건촌을 만들었다. 그러나 재건촌 조성 당시부터 해당 무주지를 경작해 온 사람들은 토지 소유권 등 권리관계를 명확하게 정하지 못해 지역발전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남아있는 수복지역의 무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월 특별법이 개정된 바 있다. 개정 특별법은 현재까지 남아있는 무주지를 국유화하고 해당 토지 경작 주민에게 수의 매각·대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또 토지의 매각·대부 범위, 매각허용 대상자, 대금의 납부방식 등 매각 또는 대부의 내용이나 조건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하도록 했다. 매각허용 대상자는 △수복지역의 원주민 또는 국가 이주정책에 따른 정책이주자 △원주민 또는 정책이주자로부터 매매·증여·상속 등을 통해 경작 토지의 권리를 승계한 자 △수복지역 내로 전입해 일정 기간 이상 해당 토지를 점유·경작하고 있는 자가 해당된다. 정부는 세대당 최고 3만㎡ 범위에서 경작 기간 등에 따라 차등화해 배분할 예정이다. 매각 가격은 감정평가업자 2명의 평가 결과를 평균 내 책정한다 기재부는 "수복지역 주민의 안정적 정주 여건 마련 및 영농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소유권의 명확화에 따라 지역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20-07-28 09:24:29얼마 전 금융지주회사의 회장 선임 절차 및 과정에 대해 감독당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는데, 이에 따라 관치금융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 바 있다. 국내 1금융권은 소위 대표적인 '주인 없는' 기업이다. 엄격한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은 시중은행의 의결권을 4%까지만 행사하도록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주인 없는 기업의 또 다른 한 축은 포스코, KT 등 민영화된 공기업이다. 반면 위 기업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을 국내 언론은 대개 오너 기업으로 칭한다. 우선 이런 명칭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상법상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다. 이론적으로도 회사의 성패와 가장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당사자는 주주이기 때문에 주주에게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의결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국내에서 통용되는 표현대로라면 대부분의 미국 대기업들은 다 주인 없는 기업이다. 포드, 월마트, 일부 신생기업을 제외하고 제너럴일렉트릭(GE), 제너럴모터스(GM) 등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미국 기업은 지분이 분산 소유돼 있어 기껏해야 2~3%를 보유한 외부의 기관투자자가 최대주주인 경우가 많다. 학계에서는 대개 10% 또는 20%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를 지배주주(Controlling Shareholder)라고 지칭한다. 국내에서 오너로 불리는 이들에 대한 엄밀한 표현이 바로 지배주주인 것이다. 그런데 오너라는 표현을 사용할 경우 지배주주들에게 실제 법적으로 부여된 권한을 넘어 회사에 대한 과도한 영향력을 정당화할 우려가 있다. 예컨대 지배주주가 15% 지분을 보유한 상장기업이 있다고 하자. 만약 이 기업에서 100만큼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면 그중 15는 지배주주의 돈이지만, 사실 나머지 85는 나머지 주주의 돈이다. 그런데 이들을 오너라고 지칭하는 순간 회사 자산과 개인 재산 간 구분이 불분명해지고, 회사 재산을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을 위해 유용하더라도 별문제가 없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비자금 조성은 엄연히 불법이고, 내용상으로는 절도에 가까운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이를 스캔들쯤으로 인식해 왔던 배경에는 오너들에 대해 부지불식간에 과도하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우리의 언어적 관행도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본다.그렇다고 전문경영인 체제가 사전적으로 우월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런 주인 없는 기업들에서는 오히려 이해관계 상충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대리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심지어 정치권을 포함한 관련된 모든 이들이 회사를 망가지게 하고 형해화했던 것은 이런 주인 없는 기업의 비극이다. 주인 없는 기업으로 인식하는 순간 기업 자산을 유용하더라도 죄의식이 없다. 역시 우리의 언어적 관행의 또 다른 부작용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미국의 주인 없는 기업들은 최고경영자(CEO)를 어떻게 선임하고, 어떻게 장기 비전을 가지고 경영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가. CEO 선임은 당연히 이사회의 고유 권한이다. 물론 미국에서도 이사회가 기존 CEO에 의해 영향을 받는 문제점이 제기되고는 있으나, 그렇다고 감독당국이 CEO 선임에 개입하는 일은 없다. 지분도 없는 미국 전문경영인이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을 할 수 있는 메커니즘으로는 아마도 기업 성과에 연동되는 정교한 성과보수 체계와 비교적 장기적인 재임기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차제에 우리도 주인 없는 기업 또는 오너 기업이라는 표현을 자제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주인 없는 기업은 있을 수 없고, 100% 지분을 보유한 자영업자가 아닌 한 오너 기업도 없기 때문이다.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2018-01-16 17:14:59쌍용자동차·하이닉스반도체·대우일렉·대우조선해양 등 주인 없는 기업들이 미운 오리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 21일 금융권과 정치계에 따르면 국내 우량기업 삼성·LG·포스코·SK 등이 어려움에 빠진 국내 부실기업들을 인수하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삼성 등 우량기업들에 다분히 정책적인 차원에서 물에 빠진 기업을 구하러 섣불리 나섰다가 자칫 글로벌경영 위기로 인한 동반 부실을 겪을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 또한 중대사안의 최종 결정권자인 기업 오너들이 초대형 인수합병(M&A) 사안에 손을 대지 못하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도 부정적 이유가 되고 있다. 기업 인수설에 가장 곤혹스런 곳은 국내 재계 1위 삼성이다. 삼성은 최근 중국 상하이차가 경영에서 손을 뗀 쌍용차 인수 시나리오에 휘말리고 있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청와대와 정치권에서 먼저 흘러나왔다. 쌍용차는 1, 2, 3차 협력업체의 종업원 규모가 약 20만명에 달해 부도시 국가경제에 치명타를 날릴 뇌관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가 대표기업인 삼성이 쌍용차를 책임져 주길 일부 정치권은 내심 기대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건희 전 회장이 자동차 산업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건희 전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 각 계열사별 전문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데다 최근 금융위기 상황에서 적합지 않은 시니리오”라고 못을 박았다. LG는 수년째 금융권에서 하이닉스 인수 1위 순위 기업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하이닉스의 재계 순위가 18위(지난해 4월기준)로 몸집이 워낙 큰 데다가 반도체산업 불황으로 LG는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해 왔다. LG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의 의중이 반도체 사업에 대한 미련을 접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이닉스 인수 후보로 심심치 않게 거론되는 SK도 반도체 회사 인수에 대한 이사회의 반대가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인수를 포기한 한화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한 차례 나선 우량기업이고 철강과 조선산업의 일원화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 그렇지만 포스코는 한번 인수에 실패한 기업은 다시 거들떠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이구택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 이후 잔여임기를 채울 최고경영자(CEO)가 중대사안을 결정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이 외에도 최근 연이은 해외 매각에 실패한 국내 3위 가전기업 대우일렉도 동일한 생활가전 사업을 진행 중인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인수에 나서 주길 기대 중이지만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국가경제가 힘들 때만 우량 대기업에 기대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면서 “이전 정권에서도 우량기업이 구조조정중인 기업들을 강압적으로 책임지는 사례가 몇 번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시장 경쟁력이 없는 기업의 인수합병에 대해 이처럼 시장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를 편다면 그룹 모기업조차 한순간에 급격히 부실화될 수 있다”며 경제성을 배제한 정치논리가 난무하는 것을 우려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2009-01-21 22:53:48쌍용자동차·하이닉스반도체·대우일렉·대우조선해양 등 주인 없는 기업들이 미운 오리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 21일 금융권과 정치계에 따르면 국내 우량기업 삼성·LG·포스코·SK 등이 어려움에 빠진 국내 부실기업들을 인수하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삼성 등 우량기업들에 다분히 정책적인 차원에서 물에 빠진 기업을 구하러 섣불리 나섰다가 자칫 글로벌경영 위기로 인한 동반 부실을 겪을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 또한 중대사안의 최종 결정권자인 기업 오너들이 초대형 인수합병(M&A) 사안에 손을 대지 못하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도 부정적 이유가 되고 있다. 기업 인수설에 가장 곤혹스런 곳은 국내 재계 1위 삼성이다. 삼성은 최근 중국 상하이차가 경영에서 손을 뗀 쌍용차 인수 시나리오에 휘말리고 있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청와대와 정치권에서 먼저 흘러나왔다. 쌍용차는 1, 2, 3차 협력업체의 종업원 규모가 약 20만명에 달해 부도시 국가경제에 치명타를 날릴 뇌관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가 대표기업인 삼성이 쌍용차를 책임져 주길 일부 정치권은 내심 기대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건희 전 회장이 자동차 산업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건희 전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 각 계열사별 전문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데다 최근 금융위기 상황에서 적합지 않은 시니리오”라고 못을 박았다. LG는 수년째 금융권에서 하이닉스 인수 1위 순위 기업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하이닉스의 재계 순위가 18위(지난해 4월기준)로 몸집이 워낙 큰 데다가 반도체산업 불황으로 LG는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해 왔다. LG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의 의중이 반도체 사업에 대한 미련을 접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이닉스 인수 후보로 심심치 않게 거론되는 SK도 반도체 회사 인수에 대한 이사회의 반대가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인수를 포기한 한화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한 차례 나선 우량기업이고 철강과 조선산업의 일원화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 그렇지만 포스코는 한번 인수에 실패한 기업은 다시 거들떠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이구택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 이후 잔여임기를 채울 최고경영자(CEO)가 중대사안을 결정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이 외에도 최근 연이은 해외 매각에 실패한 국내 3위 가전기업 대우일렉도 동일한 생활가전 사업을 진행 중인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인수에 나서 주길 기대 중이지만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국가경제가 힘들 때만 우량 대기업에 기대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면서 “이전 정권에서도 우량기업이 구조조정중인 기업들을 강압적으로 책임지는 사례가 몇 번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시장 경쟁력이 없는 기업의 인수합병에 대해 이처럼 시장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를 편다면 그룹 모기업조차 한순간에 급격히 부실화될 수 있다”며 경제성을 배제한 정치논리가 난무하는 것을 우려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2009-01-21 18:31:26한국 주식시장이 저평가돼 있다는 것은 지난 2000년대부터 끊임없이 지적돼 왔다.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리는 이 현상에 대해 지금까지 많은 분석이 있었다. 취약한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과도한 세금 부담,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지난 2월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법인세·상속증여세 등의 개편을 골자로 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방안을 밝힌 바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것은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는 사항이다. 지난 수십년간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온 한국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는 소위 재벌 체제라는 소수의 가족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성장이라는 특수한 역사에서 그 문제가 기인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 경제발전 정책은 효율적 자원분배를 통해 집중적 성장을 가능케 한 순기능과 함께 족벌 경영체제라는 문제점도 야기해 왔으며, 1997년 외환위기를 통해 한국 경제 및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가 어떻게 커다란 문제를 가져오는지도 보여준 바 있다.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는 그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발전을 가져온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개선돼야 할 점이 많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있어서 다른 나라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과 스웨덴의 사례를 통해 한국 현실에 맞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고자 한다. ■미국, 채찍을 통한 강제분할과 처벌세계에서 가장 주주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국가라 할 수 있는 미국 역시 자본주의 발전 초창기에는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갖은 편법, 불법이 난무했다. 문어발식 족벌경영이 만연했고 거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함으로써 독점기업의 지위를 확보하고 그 과실을 향유하는 것이 당연시되던 시기였다. 이러한 미국 시장에 커다란 사건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반독점법(Antitrust Law)' 등장이다. 1890년 셔먼법(Sherman Act)으로 일컬어지는 반독점법은 '여러 주 간 또는 외국과의 거래 또는 통상을 제한하는 모든 계약, 트러스트 등의 형태의 결합, 공모는 위법이다'라고 아주 광범위하게 기업의 독점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1914년 연방의회는 클레이튼법과 연방거래위원회법이라는 두 가지 연방법을 더 통과시켰는데 이 법들로 인해 독점행위에 관해 감시하는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출범했다. 또 주 검찰총장이 연방 독점행위에 대해서도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등 독점행위에 대한 적발 및 처벌을 크게 강화했다. 반독점법으로 가장 타격을 입은 기업들은 다름아닌 독점 족벌기업들이었는데 대표적인 곳이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이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1911년 최초로 스탠더드오일을 독점적 지위를 가졌다는 이유로 38개 기업으로 분할했고 통신회사인 벨, 담배회사였던 아메리칸토바코, 방송사인 NBC 등이 이러한 조치로 인해 강제분할됐다. 이에 따라 한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가 투명해졌고 공정한 경쟁을 통한 시장의 최적화라는 자본주의 경제의 대원칙을 실현해 나갔다. 반독점법과 더불어 미국 기업지배구조의 획기적인 전환을 이뤄낸 것이 주주권 신장을 위한 제도들이다. 반독점법 등을 통해 소유와 경영이 대체로 분리되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새로운 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의 성과는 동시에 소위 '대리인 문제'라고 하는 소유·경영 분리의 대표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주식회사의 경우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을 위해 경영자가 최선을 다해 헌신해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 우위를 지닌 경영자들은 주주가치의 극대화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먼저 복무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를 대리인 문제라고 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주들은 경영자 보상체계를 최대한 주주의 이익과 일치시키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 성과급, 스톡옵션과 같은 주식기준보상 체계이다. 문제는 이러한 보상체계가 어느 정도 대리인 문제에 의한 비용을 상쇄시켜주긴 하지만, 정보의 비대칭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1980년대 말부터 불어온 소위 친기업 정책(Pro-business policy)의 실상은 기업의 주인인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한다기보다는 경영자의 자리를 지켜주는 방식으로 실현되어 갔다. 대표적인 정책이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 필)'과 '황금낙하산(골든 패러슈트)'이다. 경영자는 스톡옵션과 같이 주가상승을 강하게 추구하게 하는 보상체계 속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그 결과가 엔론 사태로 대표되는 회계부정 사건이다. 당시 많은 언론은 스톡옵션과 같은 주식기준 보상체계가 회계부정을 가져왔다고 지적했으나, 이는 한면만 바라본 분석이라 생각된다. 정보 비대칭성을 최소화하고 상시적으로 경영자를 감시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었다면 아무리 스톡옵션을 가진 경영자라 할지라도 회계부정을 통해 자신의 부를 극대화하려 노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국 의회와 정부는 이러한 점을 간파하고 지난 2002년 상장회사의 공시의무를 대폭 강화한 사베인스·옥슬리법(SOX)을 제정했다. 이렇듯 미국의 경우 반독점법과 주주권 증진을 위한 각종 법령 및 감시 시스템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해 왔고, 이를 어길 시 민형사상 강력한 처벌을 함으로써 경영자가 주주의 이익을 위해 복무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확립해왔다. ■스웨덴, 사회적 대타협 통한 기업 지배구조 투명화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원칙이 작동하는 미국과 달리 스웨덴은 소유한 가문이 경영에 참여하고 그 경영권이 세습되는 형식의 기업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스웨덴의 대표적 기업인 발렌베리 그룹은 1857년 설립되어 160여년 동안 6대에 걸쳐 기업의 경영권이 세습되어 왔다. 그럼에도 다른 나라의 많은 가족중심 족벌 기업과 달리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 스웨덴 역시 여타 다른 자본주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1920년대까지 극심한 사회갈등을 겪었다. 특히 1929년 미국에서 시작된 대공황의 그림자가 전 세계 경제를 불황의 늪으로 이끌었고, 스웨덴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1932년 집권한 사회민주당 정권은 이러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사정 간 사회적 대타협을 추구했다. 골자는 기업의 소유권과 경영권은 철저히 보장하는 대신 기업에서 발생한 부가 개인에게 흘러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높은 세금을 부과, 기업이 발생한 부를 개인에게 분배하는 대신 재투자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통해 기업활동의 자유는 보장하나 동시에 고용과 투자가 확대되는 효과를 가져오게 하는 것이 스웨덴 사회적 대타협의 목표이다. 스웨덴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선진형 복지국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스웨덴의 대표기업 발렌베리 그룹은 6대째 그 기업이 세습됨에도 불구하고 가문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 경영자의 전횡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일단 발렌베리 그룹은 장자와 가문에서 가장 능력을 인정받은 후계자가 투톱으로 그룹을 이끌어 나간다. 1인 지배체제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또한 발렌베리 그룹은 가문 내 개인들이 아닌 공익재단이 소유하고 있다. 소유는 하지 않지만 재단을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공익재단은 국가와 사회의 감시를 받고, 이를 통해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투명성을 보장받는다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이다. 이러한 체제를 가능케 한 결정적 요인 중 하나가 발렌베리 재단이 지주회사 지분을 상당히 가지고 있고, 또한 차등의결권 제도를 통해 90%에 육박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신 발렌베리 재단은 이익의 85%를 법인세를 통해 환원하고, 그 외에도 각종 기부활동을 통해 기업의 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한국의 선택은?위 두 나라의 예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각 사회의 특성에 따라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다른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미국이 강제적인 제도와 그에 따른 강력한 처벌을 통해 이를 실현하려 했다면, 스웨덴은 기업의 경영권과 그의 세습을 철저히 보장하는 대신 거기서 발생하는 부를 대부분 사회로 환원하는 형태로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증진해왔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외부로부터의 강제적 조정을 통해 기업지배구조 변화를 요구받아 왔다. 어찌 보면 미국에서 보여진 형태의 강제성을 통한 발전을 도모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한국 재벌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강제적 변화는 그 한계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 재벌 가문의 가장 큰 관심은 아마도 경영권을 다음 세대에 어떻게 안정적으로 전달할 것인가가 아닌가 싶다. 정부는 상속증여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의 한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은 크게 봐서는 틀리지 않았고 필요하다고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당근에 대한 대가가 어떻게 지불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상속증여세율 인하와 더불어 각종 기업지배구조 개선책을 함께 내놓았으나 기업들의 반응은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기업승계를 위한 세제개선은 필요하지만 몇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주주권 신장을 위한 제도적 기틀이 마련돼야 한다. 한국도 사전 공시제도 등은 잘 갖춰져 있지만 여전히 경영자가 주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게 현실이다. 둘째, 가족기업이 솔선수범해 능력 위주의 기업승계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한국 가족기업은 혈연관계가 기업승계에 있어서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외국 유수의 가족기업은 직계 자녀뿐 아니라 다음 세대 방계들에게도 그 기회가 열려 있어 능력 있는 가족 구성원이 최고경영자가 될 확률을 더 높인다. 경쟁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더욱 향상시키려는 동인 역시 이러한 승계풀의 확장에서 가져올 수 있는 효과이다. 셋째, 경영자 보상 시스템을 투명화해야 한다. 미국은 가족기업의 가족 출신 최고경영자는 전문경영인에 비해 더 적은 보수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많은 보수를 지불하고 고용해야 하는 전문경영인에 비해 가족 경영인은 많은 보수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수체계의 투명성 확립은 사회적으로 기업승계에 대한 저항을 줄임과 동시에 투자자에게도 좋은 투자의 동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전제조건하에 세제개선 등을 통해 기업 경영에 있어서 승계에 관한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부분을 해소하게 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한미재무학회(KAFA)는 지난 1991년 미주지역 재무 연구자들의 학술적 발전 및 상호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발족한 학술단체다. 30여년간 발전을 거듭해 현재 미주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유럽·호주 지역 한인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발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007년부터 한미재무학회의 학문적 성취를 장려하기 위해 KAFA를 후원하고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4-06-23 18:52:15[파이낸셜뉴스] 서울 서대문구 신촌 대학가 등에서 한 명의 임대인에게 약 100억원대의 피해를 봤다는 피해자들이 경매 유예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23일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위에 포함된 피해자 평균 출생연도는 1993년으로, 전세사기 피해가 청년들을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서울 신촌·구로, 천안 병점에 거주하는 세입자 94명이 임대인 최씨의 주택 7채에 거주하며 전세사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세입자 대부분 90년대생으로, 피해액은 100억원대에 이른다. 피해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다가구주택, 다중주택, 사무소, 업무용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을 선택했다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피해가 발생한 주택 7개 중 4개가 불법 건축물로, 다가구주택과 불법 건축물은 전세사기특별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피해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일부 세입자들은 경매가 재개돼 퇴거를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대책위는 "현행 전세사기특별법에 의해 1년 간 경매가 유예될 수 있음에도 3개월 만에 경매가 재개된다는 통보를 받은 세입자들이 있다"며 "구청과, 은행 관계자들과의 면담에서 관련 요청을 했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어 거주 안정성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 경매절차에서 소액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최우선변제를 받지 못하는 피해자도 다수로 파악됐다. 대책위는 "최우선변제 적용 비율은 39.3%로, 60%는 최우선변제금조차 회수하지 못해 세입자 개인이 보증금 전액을 빚으로 짊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피해자 정수씨(가명)는 "피해자 중 62명이 계약한 한 명의 부동산중개인은 건물과 임대인의 재정상황이 안전하다며 계약을 진행시켜 역할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겨울씨(가명)는 "작년 4월 경제적 독립을 꿈꾸며 중소기업 대출 1억원과 2000만원으로 구로동에 전세로 들어갈 당시 신촌 건물에서 이미 경매가 진행 중이었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는 상황에 세입자로 들어간 것"이라며 "20대 초반의 다른 다른 친구들은 학업에 열중하고 돈을 모으는 시기에 학업, 경제적 목표를 포기하고 개인 회생을 고려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당장 7월에 경매가 시작될 예정인 집에 대한 경매 유예를 비롯해 다가구주택, 불법 건축물에 살고 있는 세입자들도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최우선변제금을 받지 못하는 세입자와 대출 미이용자에 대해서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허점이 많은 청년전세대출 제도를 방치한 정부와 은행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수십년간 이어진 보증금 미반환이라는 폭탄 돌리기가 청년과 세입자들에게 피해로 돌아온 만큼 약속했던 보증금과 당연한 세입자 권리, 주거권을 정부가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4-06-23 14:20:08[파이낸셜뉴스] 국내 대표 자유시장경제주의자 중 한명인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사진)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쿠팡에 대한 1400억 과징금 제재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그는 공정위의 권력이 미국에도 없는 무소불위 행정권력이라며 "권한 남용이 일상적"이라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17일 이 교수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따르면 그는 "쿠팡의 과징금 1400억원이 과연 합리적인가? 쿠팡은 적자 기업이고, 1400억원은 웬만한 중견기업은 부도가 날 금액"이라며 "공정위는 법원에 가면 대폭 삭감되거나 취소되니 공정위는 엄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아니면 말고 식' 아닌가"라고 썼다. 공정위는 최근 쿠팡의 PB와 직매입 상품 밀어주기 관련해 "알고리즘을 조작해 소비자를 오인하게 했다"며 유통업계 최다인 과징금 1400억원과 법인 고발을 결정했다. 쓴소리는 낸 이 교수는 카이스트 경영대 학장을 지냈으며 지난 2009년 세계 3대 인명 사전 '후즈후'에도 등재된 인물이다. 플랫폼 경쟁촉진법 반대 등 과거부터 공정위가 추진해온 기업 규제 이슈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이 교수는 쿠팡이 독점 플랫폼이 아닌 만큼 불공정 행위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여행사들은 미국 아메리칸 에어라인 항공사의 예악 시스템에 수수료를 주고 자사 항공권도 예매하도록 부탁했다"며 "그런데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항공편 검색 상단에 자사 비행기를 안내하고 경쟁사 할인 프로그램을 의도적으로 노출하지 못하게 해서 의회가 조사를 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정부와 의회에서 차별적 처우를 불법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독점인 아메리칸 에어라인과 달리, 쿠팡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불공정 행위인지 명백하지 않다고 했다. 이 교수는 "어느 회사나 자사 제품을 잘 팔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마트가 매장의 눈에 잘 뛰는 곳에 자사 PB상품을 두고 파는 것을 반공정 행위라 할 사람이 없다"며 "어떤 옷 가게가 디자이너인 주인이 자신의 제품을 윈도우에 전시하고 타사 제품을 안쪽에 걸어둔다고 불공정 행위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공정위가 법원의 '1심' 판결을 내리는 권한을 보유해 기업에 과징금과 제재를 내리고 있다는 점이 글로벌 상황에서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진짜 이슈는 공정위가 벌금을 때릴 수 있는 권한이다. 미국을 포함한 해외는 공정위가 할 수 있는 일은 법원에 제소하는 것이고, 기업의 불공정 입증 책임을 원고인 규제기관이 진다"며 "반면 우리 공정위는 유죄를 가정하고 처벌부터 하고, 기업은 법원 확정 판결도 전에 벌금을 부여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공정위 벌금의 60~70%는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았고, 공정위의 권한 남용이 일상적"이라며 "그 기간 기업은 재정적 압박은 물론 불공정한 기업으로 평판에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기업에게도 법원 확정 전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돼야 하며,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 판단이 우선이고 규제기관은 법원 판단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2024-06-17 17:56:26하이닉스가 망해야 나라가 산다는 말이 나돌던 시절이 있었다. 김대중 정부가 임기 말로 접어들던 때다. 하이닉스는 1983년 설립된 현대전자에서 출발한다. 현대그룹의 과감한 투자로 세계 20위권 반도체 기업에 오른 것이 1980년대 말이다. 그 후 승승장구해 수천억원대 흑자를 내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으나 외환위기 전후 사정이 돌변했다. 현대그룹이 왕자의 난으로 쪼개지고 주력기업 현대건설이 부도가 났다. 설상가상으로 반도체 불황 직격탄을 맞아 D램 가격은 바닥까지 추락했다. 여기에 불을 지른 것이 정부 빅딜 정책으로 합병한 LG반도체 인수대금이다. 2001년 채권단에 매각되고 하이닉스 간판을 단 것이 이때부터다. 시장에선 제2 대우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다급해진 정부는 미국 마이크론과 헐값매각 협상을 벌인다. 4조원 대금에 1조5000억원 저리대출까지 제시했던 굴욕적인 거래였다. 매각 일보 직전에서 이를 돌려세운 이들이 현장의 직원들이다. 경기 이천 공장에는 이상한 기운이 퍼지고 있었다고 한다.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직원들이 자발적 구조조정에 기꺼이 동참했다. 채권단이 영입한 삼성전자 출신 임원은 공장을 둘러본 뒤 "해볼 만하다"는 의견서를 냈다. 세계 반도체 역사에서도 희귀한 '블루칩' 프로젝트가 이때 단행됐다. 기존 장비를 개조해 고가의 첨단제품을 만드는 것인데 설비투자에 쓸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생산·공정의 효율화, 수율 극대화로 추가 비용을 최소화하는 데 경영진과 직원들이 사활을 걸었다. 이천 공장에는 상상하지 못한 기록들을 달성한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이들을 통칭하는 용어가 '불가사(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사람들)'였다. 이 시절을 겪은 하이닉스 임원이 당시를 떠올리며 쓴 책 제목이 '21세기 난중일기(고광덕·2011년)'이다. 전쟁 같은 시간이 왜 아니었겠나. 망할 것 같던 회사가 부활의 뱃고동을 울리기 시작했다. 생산의 달인들과 호흡을 맞추고 희망을 준 끈기의 기술진이 하이닉스의 심장이었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면서도 이때 주목했던 기술이 실리콘관통전극(TSV)이다. 칩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구멍을 뚫어 이 속에 전기신호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소재를 채워 칩을 연결하는 첨단 기술이다. 개발팀은 TSV가 기존 칩의 전기 성능과 공간 효율을 높이는 데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이 무렵 9년을 찾았던 하이닉스의 새 주인이 온다. 반도체 불황 막바지 기막히게 타이밍을 잡은 SK가 하이닉스 미래에 베팅을 했다. 미국의 팹리스업체 AMD와 하이닉스가 TSV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칩 개발 구상을 시작한 것도 이때다. AMD는 게이밍 그래픽처리장치(GPU)용 저전력 고대역 신형 메모리칩을 원했는데 이것이 바로 고대역폭메모리(HBM)였다. 겹겹이 쌓은 D램 칩을 TSV 기술로 수직 연결해 데이터 처리속도를 혁신적으로 높인 메모리다. 시장에선 가성비에 의구심을 표했다. 하이닉스를 사들인 SK가 이를 무릅쓰고 공격적인 투자를 했다. 향후 용도에 따라 메모리가 세분화될 것이란 핵심 기술진의 제언을 두말 않고 받아들였다. 인수 첫해 4조원 가까운 개발비를 쓰고 2013년 HBM 개발을 완수한다. 하지만 AMD는 우려했던 가성비 문제로 등을 돌렸다. 뒷방으로 물러날 처지였던 HBM이 세상 한가운데로 나온 것은 뜻밖에 열린 인공지능(AI) 시장 덕분이다. 기존 대역폭 D램으론 AI 추론을 진행하기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미국 엔비디아가 HBM을 찾았다. SK의 HBM 독주는 이렇게 시작됐다. 지금 양산 중인 4세대 HBM3는 SK 점유율이 90%다. 물러설 곳 없는 2등 기업의 절박함이 지금의 결과를 낸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1등 기업 삼성의 충격은 오래갈 수 있다. 전격 복귀한 새 반도체 수장의 어깨는 더없이 무거울 것이다. 하지만 AI 반도체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새로운 기회의 땅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 끈기와 기술이 자산이다. 우리 기업들의 건투를 빈다. jins@fnnews.com
2024-05-22 18:1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