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은행은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은행의 거버넌스가 중요하다."(윤석열 대통령, 1월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를 받고) 윤 대통령이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소유분산기업)의 대표 격인 은행권의 지배구조 관행을 두고 '시스템 개선'을 언급하면서 법 개정이 탄력을 받고 있다. 당국과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주인이 있는 것처럼 최고경영자(CEO)가 경영을 하는' 소유분산기업들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복원한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인 게 CEO 선임에 있어 주주의 참여를 보장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보장하는 것이다.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가 현재·미래 권력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빠질 수 없는 방향이다. 尹대통령 발언에 가속도 붙은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 개선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T, 포스코, 금융지주 등 소유분산기업의 지배은행 구조를 둘러싸고 제도 개선 논의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3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금융위로부터 2023년 금융정책 방향을 보고받고 "금융회사를 포함해 소유권이 분산된 주인없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하고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를 제도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보다 깊이있게 고민해보자"라고 제안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월 27일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주인이 없는 조직에서 CEO는 어떻게 선임하는 게 맞는 것인지 질문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지금 시스템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라며 내부통제 제도 개선과 함께 CEO 선임 절차 개선사항을 검토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주요 임원이나 CEO 등 선임 절차가 조금 더 투명해야 한다는 게 기본 생각"이라며 "우리금융 뿐 아니라 다른 케이스도 그런 투명한 기준에 맞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고 조금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셀프연임' 견제 논의..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 대안되나 정치권에서도 논의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원내1당 더불어민주당 정무위원들은 1월 중순 비공개 스터디 모임을 갖고 금융지주 CEO 선임 절차를 어떻게 개선할지 논의했다. 관치로 모피아, 낙하산 인사가 금융지주 CEO로 진출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와 함께, 지금까지 금융지주 CEO가 이사회 견제 없이 '셀프연임', '황제집권' 논란을 빚었던 만큼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민의힘에서는 금융지주를 겨냥하기보다는 소유분산기업의 잘못된 지배구조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논의가 나왔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은 1월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현황 및 개선방향 세미나'를 갖고 전문가, 당국의 의견을 들었다. 김 의원은 "최근 KT 이사회는 쪼개기 후원 등으로 논란이 제기된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투명하지 않은 대표 연임 결정 과정에 비판이 일고 있다"라며 "단기적으로는 관치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주요 기관투자자가 투자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와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고 지속가능한 성장·경영을 유도하는 걸 말한다. 발제자로 나선 김형석 한국 ESG 기준원 정책연구본부장은 "국내 소유분산기업의 CEO가 통상 의결권을 거의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실질적 감시·감독을 통해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기업지배구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라며 이를 위한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대 교수는 "경영진이 실적으로만 평가받을 수 있게 하되, 이사회는 CEO 선임, 평가, 보상 등 경영진 견제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라며 이사회의 '견제 역할'을 강조했다. 당국에서는 '한국식 스튜어드십코드 개정'도 검토 중이다. 송병관 금융위 기업회계팀장은 세미나에서 "최근 ESG 대응이 포함된 한국식 스튜어드십코드 개정을 검토 중이며 연내 결론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정훈 금융감독원 감독조정국 팀장 또한 "일반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기관 투자자의 감시자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등 '견제와 균형' 원리 복원이 핵심.. 관치 부작용 우려도 구체적으로 △상장회사의 주주총회 소집 청구권 기준 완화 및 전자투표제 확대 △신용평가사가 소유분산 기업의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한 위험 요인을 신용 평가에 적극 반영 △대규모 기업은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 구성 권고 △법상 임원의 적극적 자격요건 도입 △CEO 연임에 대한 엄격한 절차 마련 △사외이사 전문성·독립성 강화 규정 및 사외이사 활동에 대한 투명한 공개 등이 제도 개선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중대 금융사고와 관련해 임원의 '내부통제' '위험관리' 책임을 명확하게 하고, C-레벨의 임직원과 이사회도 중대 금융사고에 책임을 지도록 한 내부통제 개선 방안과 함께, CEO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담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이번 1·4분기 내 제출할 예정이다. 다만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으로 민간기업의 자율성이 제약될 수 있는 데다 관치 논란으로 모피아가 더 많이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아 실제 법 개정까지는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3-01-31 21:18:43[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회사를 포함한 주인없는 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3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금융위 업무보고 및 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금융회사를 포함해 소유권이 분산된 주인없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될 필요성을 강조하며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지배구조를 제도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보다 깊이있게 고민해달라"고 제안했다. 정부 업무보고의 마지막을 장식한 금융위 업무보고는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산업 육성을 위한 토론회'와 함께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등 금융위 임직원 뿐 아니라 주호영 국민의 힘 원내대표, 성일종 국민의 힘 정책위의장, 윤창현 국민의 힘 의원을 비롯 한덕수 국무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국책은행장·금융공기업 기관장·금융지주 회장·학계·민간 전문가·소비자단체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고금리·고물가의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은 함께 당면한 리스크를 잘 관리했다"며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상황에 대한 빠른 인지와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평소에 미리 충분한 대비를 해줄 것"을 당부했다. 또 "금융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금융의 선진화와 국제화 및 경쟁력 강화가 긴요한 만큼, 금융위가 금융산업 육성부처가 돼 이에 주력해줄 것"을 주문했다. 특히 금융산업 발전은 스타트업부터 첨단산업까지 망라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만들어 지원함으로써 실물경제의 초석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시장 내 도덕적해이와 금융사기 근절이 중요한 만큼, 이를 엄단해 시장참여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을 주문했다. 지난 1월 25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전 부처가 영업사원으로 뛰어 달라”고 당부한 것에 응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대한민국 금융의 영업사원의 자세로 금년도 금융위 업무를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업무보고 이후 이어진 토론회에는 각계각층의 인사가 모여 4시간 가량 '끝장토론' 형식으로 국내 금융시장·금융산업의 당면현안과 중장기 발전방안을 함께 모색했다. 금융의 실물경제 지원과 민생안정 역할과 관련해선 국가의 신성장동력인 스타트업·벤처는 물론, 국가경제의 허리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원활한 자금지원을 통해 금융이 실물경제 견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졌다. 계속된 금리인상으로 청년층, 서민들이 금융 및 주거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금융상품 공급 및 채무조정 지원 등 민생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대책을 적극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또 금융권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사회공헌 및 국민 편의 증진을 위한 노력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자본시장 등 금융시장이 선진화될 수 있도록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내부통제를 개선하는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토론회를 마친 후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한국금융도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한 도전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위해 정부도 금융관련 제도와 규제를 글로벌 수준에 맞춰 개선하겠다"면서 "금융업계도 함께 노력해서 자랑스러운 글로벌 금융산업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2023-01-30 22:41:59[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소상공인에게만 적용됐던 국유재산 사용료 인하 대상을 다음달부터 중소기업으로 확대한다. 6·25 전쟁 당시 점령한 수복지역 중 주인이 없는 땅을 국유화해 매각한다. 정부는 28일 제38회 국무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대응, 국유재산 사용부담 추가 완화 내용을 담은 '국유재산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심의·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중소기업의 국유재산 사용료를 재산가액 5%에서 3%로 40% 내린다. 이전에는 소상공인 사용료만 재산가액 3%에서 1%로 인하했는데 중소기업에도 혜택을 주는 것이다. 개정안은 천재지변, 코로나19 등 재난, 경기침체 등이 발생할 경우 국유재산 입주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시를 통해 중소기업 사용료 인하, 납부 유예, 연체료 경감 등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연말까지 도래하는 사용료의 납부시기는 3개월 연장할 수 있고 추가로 3개월 더 연장 가능해 최장 6개월까지 사용료 납부를 미룰 수 있다. 3월 1일부터 연말까지 사용료를 연체했을 경우 이자율은 기존 연체기간에 따른 7∼10%에 연체기간과 관계없이 5%로 낮춘다. 정부는 적용대상과 기간, 지원 기준 등이 포함된 고시를 오는 31일 공고해 8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부는 6·25 전쟁 당시 점령한 수복지역의 주인 없는 땅을 국유화해 이주민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기재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수복지역 내 국유화된 토지의 매각 및 대부에 관한 사무처리 규정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1983년 수복지역 내 무주지 문제 해소를 위해 간이입증 절차만으로 소유자로 복구 등록하고 잔여지는 국유화하는 내용의 '수복지역 내 소유자 미복구 토지의 복구 등록과 보존 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특별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등 일부 지역은 특별법에 따른 보증인 요건 3인 미충족 등으로 국유화가 보류된 채 여전히 무주지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은 6·25 전쟁 때 수복된 지역으로 원주민 대부분이 이북으로 피난을 갔고 당시 정부는 1956년과 1972년 두 차례에 걸친 이주정책을 진행해 재건촌을 만들었다. 그러나 재건촌 조성 당시부터 해당 무주지를 경작해 온 사람들은 토지 소유권 등 권리관계를 명확하게 정하지 못해 지역발전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남아있는 수복지역의 무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월 특별법이 개정된 바 있다. 개정 특별법은 현재까지 남아있는 무주지를 국유화하고 해당 토지 경작 주민에게 수의 매각·대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또 토지의 매각·대부 범위, 매각허용 대상자, 대금의 납부방식 등 매각 또는 대부의 내용이나 조건을 대통령령으로 위임하도록 했다. 매각허용 대상자는 △수복지역의 원주민 또는 국가 이주정책에 따른 정책이주자 △원주민 또는 정책이주자로부터 매매·증여·상속 등을 통해 경작 토지의 권리를 승계한 자 △수복지역 내로 전입해 일정 기간 이상 해당 토지를 점유·경작하고 있는 자가 해당된다. 정부는 세대당 최고 3만㎡ 범위에서 경작 기간 등에 따라 차등화해 배분할 예정이다. 매각 가격은 감정평가업자 2명의 평가 결과를 평균 내 책정한다 기재부는 "수복지역 주민의 안정적 정주 여건 마련 및 영농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소유권의 명확화에 따라 지역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20-07-28 09:24:29얼마 전 금융지주회사의 회장 선임 절차 및 과정에 대해 감독당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는데, 이에 따라 관치금융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 바 있다. 국내 1금융권은 소위 대표적인 '주인 없는' 기업이다. 엄격한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산업자본은 시중은행의 의결권을 4%까지만 행사하도록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주인 없는 기업의 또 다른 한 축은 포스코, KT 등 민영화된 공기업이다. 반면 위 기업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을 국내 언론은 대개 오너 기업으로 칭한다. 우선 이런 명칭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상법상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다. 이론적으로도 회사의 성패와 가장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당사자는 주주이기 때문에 주주에게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의결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국내에서 통용되는 표현대로라면 대부분의 미국 대기업들은 다 주인 없는 기업이다. 포드, 월마트, 일부 신생기업을 제외하고 제너럴일렉트릭(GE), 제너럴모터스(GM) 등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미국 기업은 지분이 분산 소유돼 있어 기껏해야 2~3%를 보유한 외부의 기관투자자가 최대주주인 경우가 많다. 학계에서는 대개 10% 또는 20%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를 지배주주(Controlling Shareholder)라고 지칭한다. 국내에서 오너로 불리는 이들에 대한 엄밀한 표현이 바로 지배주주인 것이다. 그런데 오너라는 표현을 사용할 경우 지배주주들에게 실제 법적으로 부여된 권한을 넘어 회사에 대한 과도한 영향력을 정당화할 우려가 있다. 예컨대 지배주주가 15% 지분을 보유한 상장기업이 있다고 하자. 만약 이 기업에서 100만큼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면 그중 15는 지배주주의 돈이지만, 사실 나머지 85는 나머지 주주의 돈이다. 그런데 이들을 오너라고 지칭하는 순간 회사 자산과 개인 재산 간 구분이 불분명해지고, 회사 재산을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을 위해 유용하더라도 별문제가 없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비자금 조성은 엄연히 불법이고, 내용상으로는 절도에 가까운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이를 스캔들쯤으로 인식해 왔던 배경에는 오너들에 대해 부지불식간에 과도하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우리의 언어적 관행도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본다.그렇다고 전문경영인 체제가 사전적으로 우월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이런 주인 없는 기업들에서는 오히려 이해관계 상충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대리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심지어 정치권을 포함한 관련된 모든 이들이 회사를 망가지게 하고 형해화했던 것은 이런 주인 없는 기업의 비극이다. 주인 없는 기업으로 인식하는 순간 기업 자산을 유용하더라도 죄의식이 없다. 역시 우리의 언어적 관행의 또 다른 부작용이다. 그렇다면 그 많은 미국의 주인 없는 기업들은 최고경영자(CEO)를 어떻게 선임하고, 어떻게 장기 비전을 가지고 경영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가. CEO 선임은 당연히 이사회의 고유 권한이다. 물론 미국에서도 이사회가 기존 CEO에 의해 영향을 받는 문제점이 제기되고는 있으나, 그렇다고 감독당국이 CEO 선임에 개입하는 일은 없다. 지분도 없는 미국 전문경영인이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을 할 수 있는 메커니즘으로는 아마도 기업 성과에 연동되는 정교한 성과보수 체계와 비교적 장기적인 재임기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차제에 우리도 주인 없는 기업 또는 오너 기업이라는 표현을 자제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주인 없는 기업은 있을 수 없고, 100% 지분을 보유한 자영업자가 아닌 한 오너 기업도 없기 때문이다.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2018-01-16 17:14:59쌍용자동차·하이닉스반도체·대우일렉·대우조선해양 등 주인 없는 기업들이 미운 오리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 21일 금융권과 정치계에 따르면 국내 우량기업 삼성·LG·포스코·SK 등이 어려움에 빠진 국내 부실기업들을 인수하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삼성 등 우량기업들에 다분히 정책적인 차원에서 물에 빠진 기업을 구하러 섣불리 나섰다가 자칫 글로벌경영 위기로 인한 동반 부실을 겪을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 또한 중대사안의 최종 결정권자인 기업 오너들이 초대형 인수합병(M&A) 사안에 손을 대지 못하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도 부정적 이유가 되고 있다. 기업 인수설에 가장 곤혹스런 곳은 국내 재계 1위 삼성이다. 삼성은 최근 중국 상하이차가 경영에서 손을 뗀 쌍용차 인수 시나리오에 휘말리고 있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청와대와 정치권에서 먼저 흘러나왔다. 쌍용차는 1, 2, 3차 협력업체의 종업원 규모가 약 20만명에 달해 부도시 국가경제에 치명타를 날릴 뇌관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가 대표기업인 삼성이 쌍용차를 책임져 주길 일부 정치권은 내심 기대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건희 전 회장이 자동차 산업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건희 전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 각 계열사별 전문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데다 최근 금융위기 상황에서 적합지 않은 시니리오”라고 못을 박았다. LG는 수년째 금융권에서 하이닉스 인수 1위 순위 기업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하이닉스의 재계 순위가 18위(지난해 4월기준)로 몸집이 워낙 큰 데다가 반도체산업 불황으로 LG는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해 왔다. LG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의 의중이 반도체 사업에 대한 미련을 접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이닉스 인수 후보로 심심치 않게 거론되는 SK도 반도체 회사 인수에 대한 이사회의 반대가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인수를 포기한 한화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한 차례 나선 우량기업이고 철강과 조선산업의 일원화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 그렇지만 포스코는 한번 인수에 실패한 기업은 다시 거들떠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이구택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 이후 잔여임기를 채울 최고경영자(CEO)가 중대사안을 결정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이 외에도 최근 연이은 해외 매각에 실패한 국내 3위 가전기업 대우일렉도 동일한 생활가전 사업을 진행 중인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인수에 나서 주길 기대 중이지만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국가경제가 힘들 때만 우량 대기업에 기대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면서 “이전 정권에서도 우량기업이 구조조정중인 기업들을 강압적으로 책임지는 사례가 몇 번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시장 경쟁력이 없는 기업의 인수합병에 대해 이처럼 시장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를 편다면 그룹 모기업조차 한순간에 급격히 부실화될 수 있다”며 경제성을 배제한 정치논리가 난무하는 것을 우려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2009-01-21 22:53:48쌍용자동차·하이닉스반도체·대우일렉·대우조선해양 등 주인 없는 기업들이 미운 오리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 21일 금융권과 정치계에 따르면 국내 우량기업 삼성·LG·포스코·SK 등이 어려움에 빠진 국내 부실기업들을 인수하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삼성 등 우량기업들에 다분히 정책적인 차원에서 물에 빠진 기업을 구하러 섣불리 나섰다가 자칫 글로벌경영 위기로 인한 동반 부실을 겪을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 또한 중대사안의 최종 결정권자인 기업 오너들이 초대형 인수합병(M&A) 사안에 손을 대지 못하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도 부정적 이유가 되고 있다. 기업 인수설에 가장 곤혹스런 곳은 국내 재계 1위 삼성이다. 삼성은 최근 중국 상하이차가 경영에서 손을 뗀 쌍용차 인수 시나리오에 휘말리고 있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청와대와 정치권에서 먼저 흘러나왔다. 쌍용차는 1, 2, 3차 협력업체의 종업원 규모가 약 20만명에 달해 부도시 국가경제에 치명타를 날릴 뇌관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가 대표기업인 삼성이 쌍용차를 책임져 주길 일부 정치권은 내심 기대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건희 전 회장이 자동차 산업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건희 전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 각 계열사별 전문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데다 최근 금융위기 상황에서 적합지 않은 시니리오”라고 못을 박았다. LG는 수년째 금융권에서 하이닉스 인수 1위 순위 기업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하이닉스의 재계 순위가 18위(지난해 4월기준)로 몸집이 워낙 큰 데다가 반도체산업 불황으로 LG는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해 왔다. LG 관계자는 “구본무 회장의 의중이 반도체 사업에 대한 미련을 접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이닉스 인수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이닉스 인수 후보로 심심치 않게 거론되는 SK도 반도체 회사 인수에 대한 이사회의 반대가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인수를 포기한 한화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한 차례 나선 우량기업이고 철강과 조선산업의 일원화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 그렇지만 포스코는 한번 인수에 실패한 기업은 다시 거들떠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이구택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 이후 잔여임기를 채울 최고경영자(CEO)가 중대사안을 결정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이 외에도 최근 연이은 해외 매각에 실패한 국내 3위 가전기업 대우일렉도 동일한 생활가전 사업을 진행 중인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인수에 나서 주길 기대 중이지만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국가경제가 힘들 때만 우량 대기업에 기대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면서 “이전 정권에서도 우량기업이 구조조정중인 기업들을 강압적으로 책임지는 사례가 몇 번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시장 경쟁력이 없는 기업의 인수합병에 대해 이처럼 시장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를 편다면 그룹 모기업조차 한순간에 급격히 부실화될 수 있다”며 경제성을 배제한 정치논리가 난무하는 것을 우려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2009-01-21 18:31:26【파이낸셜뉴스 안동=김장욱 기자】 "변화와 미래투자에 집중할 것이다." 이철우 지사는 21일 경북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진행한 2025년 시정연설에서 "어려운 경제상황과 재정 여건이지만 경북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뼈를 깎는 변화와 중단 없는 미래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밝혔다. 또 "2025년 도정은 민생, 행복, 도약의 3대 키워드에 주안점을 둘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도민들이 안전하고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고, 먹고·놀고·즐기며 안심하고 아이낳고 키울 수 있는 행복투자를 계속해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또교육과 산업이 더욱 융성해져서 일자리가 넘치고 모든 분야에 대전환이 확산되는 도약의 해로 만들겠다는 도정 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이 지사는 "지방시대, 저출생, 농업대전환 등 우리가 시작한 혁신정책이 경북을 넘어 대한민국을 바꾸고 있다"면서 "무거운 책임감으로 도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데 도정의 중심을 두겠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문화·관광, 경제·산업 전 분야에 경북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 유산으로 만들고, 경북을 글로벌 문화관광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아 한류를 더욱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또 대구경북 통합은 지방정부에 과감하게 권한을 이양하고 충분한 재정을 자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포괄적으로 예산을 주는 진정한 지방분권이자 국민이 주인이 돼어 스스로 설계하고 결정하는 국가대개조임을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대전환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수소경제 1번지인 경북이 원자력을 활용한 청정수소를 경북·대구에 촘촘하게 공급하는 수소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에도 박차를 가한다. 농업대전환의 성공을 전 시·군으로 확산해 생산성과 소득을 높이는 농정혁신을 지속하고, 산림대전환, 해양수산대전환으로 이어가겠다고도 강조했다. 국가적 난제인 저출생과 전쟁은 더욱 강화한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 만남, 결혼, 출산, 돌봄, 주거 등 전 주기 지원을 통해 지방에 살아도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소상공인·중소기업을 비롯해 어르신과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통한 민생안정을 도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gimju@fnnews.com 김장욱 기자
2024-11-21 13:20:53부동산업계에 '임장크루' 논란이 한창이다. 임장크루는 현장에 나가 직접 확인한다는 뜻의 임장(臨場)과 공통된 목적을 위해 모인 사람들의 집단이라는 의미의 크루(Crew)가 조합된 신조어로 쉽게 설명하면 부동산 물건이나 주변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모인 집단이라는 의미다. 주로 네이버 임장 카페를 기반으로 모인 2030세대가 주축이다. 사실 분양이든 매매든, 임대든 부동산시장에 진입하려면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점에서 임장은 지극히 당연한 활동이다. 특히 전세사기 문제로 2030세대가 피눈물을 흘렸던 것을 감안하면 매물을 확인하고 위험요소를 세세하게 체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도 맞다. 하지만 임장크루에 대한 부동산업계의 시각은 싸늘하다. 실수요 의사가 없는 이들의 조직적인 임장활동이 업무방해 수준까지 달했기 때문이다. 임장크루를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를 찾아보면 부동산중개소를 방문하거나 매물을 확인할 때 요령 등을 소개한다. 이 정도까지는 충분히 이해해 줄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일부 임장크루는 실제 매수의향이 있는 것처럼 중개소를 찾아가 매물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살고 있는 집에 들어가 여기저기를 들여다보고 다른 집을 더 소개해달라고 요구한다. 조직적인 임장크루의 활동이 반복되기 전에는 중개인들도 이들이 실수요자인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보를 묻고 매물만 보고 사라지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임장족이 유행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직업이 사람을 상대하는 일인 만큼 실제 매수의사가 있는지 눈치로 알수 있지만 부부인 척하고 찾아오는 임장족을 내치기도 애매하다는 푸념도 나온다. 공인중개사뿐만 아니라 집주인들도 황당한 심정이다. 기껏 청소를 하고 시간을 내서 문을 열어줬더니 매수할 생각도 없는 사람이 대충 집안을 둘러보고 사라진다. 다급히 집을 팔거나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던 집주인들이 당시에 속이 까맣게 타들었다는 후문도 들린다. 이 과정에서 중간에 낀 공인중개사가 눈총을 받기도 한다. 집을 살 의향이 없는 사람을 왜 데려왔느냐는 항의다. 임장크루 논란에 대한 기사에 오죽했으면 '당해보면 안다'는 푸념 섞인 댓글이 나올 정도다. 이러다 보니 집을 보여줄 때 별도의 수수료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거론되기도 한다. 임장크루가 상업화됐다는 점도 문제다. 네이버 스토어에는 임장클래스, 수도권 아파트 임장 등의 제목으로 임장크루 참여권이 판매되고 있다. 하루 임장크루 참여권을 9만9000원에 판매하는 곳도 있고, 6개월·1년짜리 가입비를 받는 곳도 있을 정도니 이 정도면 기업형 임장업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논란이 커지면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임장크루를 운영하는 11개 업체에 협조요청 공문을 보내면서 공식 대응에 나섰다. 임장크루가 정보나 경험을 쌓기 위해 공인중개사나 임대인, 임차인에게 부담을 주고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민원이 잇따랐다는 설명이다. 협회는 공문에서 "임장크루의 활동이 공인중개사에게는 업무 효율성을 떨어트리고 업무방해가 발생될 수 있으며, 임대인과 임차인에게는 불필요한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임장클래스 내부의 규칙 등을 마련해 임장크루 활동이 공인중개사, 임대인, 임차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장클래스가 긍정적인 학습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배려와 에티켓'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에서 조금만 검색해도 임장크루들이 올린 후기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후기들이 새로운 정보를 알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는 내용으로 채워진다. 하지만 이들이 얻은 알뜰한 정보는 누군가의 희생과 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상담에 응해 준 공인중개사, 안방에 화장실까지 공개한 집주인들 덕분이다. 집을 매도해야 하는 반대의 상황에서 과연 임장크루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해진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2024-11-18 18:34:18[파이낸셜뉴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이 올해 3·4분기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2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7개 분기 만에 영업이익 1조원 돌파다. 다만 정부 측 지분 가치가 10조원에 달하며 대기업이 아니면 인수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올해 3·4분기 컨센서스는 매출 3조3653억원, 영업이익 1조1818억원으로 추정된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25%,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보다 무려 1458.73% 늘어난 수치다.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실적이 나오면 HMM은 1개 분기 만에 지난해 영업이익(5848억원)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을 벌게 된다. 또 2022년 4·4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에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다. 당초 올해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해운업체의 실적 부진이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의 위협 등 홍해 운항이 중단되며 올 초부터 해상운임이 상승세를 보였다. 더욱이 수에즈 운하 병목으로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하는 선박이 늘어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8일 전주 대비 28.14p 오른 2331.58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같은 날(1030.24)보다 126% 오른 수치다. 다만, 거침없는 실적 행진에도 해 주인 찾기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M의 채권단인 한국산업은행(33.73%)과 한국해양진흥공사(33.32%)의 합산 지분율은 67.05%다. 잔여 영구채를 내년에 전환하면 산은(36.02%)과 해진공(35.67%)의 합산 지분율은 71.69%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보유한 HMM의 지분 가치를 10조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2월 매각 협상에서 우선협상자로 지정됐던 하림이 적어낸 가격은 6조 4000억원이다. 더욱이 실적 등 대외환경이 지난 매각 때보다 개선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몸값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돼,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인수전에 뛰어들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2024-11-12 10:07:40키오스크 대중화 시대다. 요즘엔 식당에서도 테이블에 설치된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계산한다. 디지털 사회가 실감 난다. 식당 주인은 인건비가 줄고 손님은 간편주문이 가능해졌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을 법하다. 이런 식당에 한 장애인이 방문했다. 그는 식당에 들어선 순간부터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전엔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이 식당에 들어서면 종업원들의 친절한 안내를 받았지만, 키오스크 설치 이후엔 알아서 하라는 분위기다. 최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세미나에 발표자로 참석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이연주 사무총장의 경험담이다. 디지털을 일상생활에 활용하는 것을 아우르는 개념은 '디지털 포용'이다. 한때 반짝 주목을 받았지만 요즘엔 그 열기가 식었다. 인공지능(AI) 이슈에 밀린 탓으로 돌리는 건 변명에 가깝다. 디지털 포용에 대한 우리 사회의 담론이 협소했는지 되돌아보는 게 우선이다. 근시안적 시각으로 디지털 포용을 바라본 탓에 처음부터 꼬였다. 고령층·장애인·농어민·저소득층 등 4대 정보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개념으로 좁게 보려는 시각을 말한다. 이는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시혜적 접근에 불과하다. 디지털 변혁기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 누구든 디지털 정보에 차별받지 않고 자유롭고 주도적으로 삶을 영위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디지털 포용의 본질적 취지인데 말이다. 디지털 포용을 산업적 관점에서 진흥할 것이냐 규제할 것이냐로 접근하는 이분법 역시 후진적 발상이다. 이런 논쟁은 이미 국내에서 모바일 플랫폼법과 AI기본법을 둘러싸고 반복적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디지털 포용법 제정을 둘러싼 논쟁도 예외가 아니다. 산업적 관점으로 접근하면 경제적 실익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거부감만 낳는다. 마찬가지로 시혜적 복지의 하나로 간주한다면 재정부담만 늘리는 포퓰리즘으로 낙인 찍힌다. 디지털 포용은 큰 틀에서 보면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맥락과 맞닿아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포용도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공존 차원에서 접근할 일이다. 해외 선진국이 이런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미국의 디지털 형평성법은 지역·인종·계층과 상관없이 평등한 디지털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한다. 영국의 평등법은 기존 평등임금법, 성차별금지법 등을 평등법으로 통합하면서 디지털 접근 개념으로 확장했다. 일본의 디지털 사회형성 기본법 역시 사람 중심의 디지털화를 주요 정책 지향점으로 제시한다. 이 가운데 유럽 접근성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법은 물리적 디지털 환경에서 장애인의 평등한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내년까지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모두 이행해야 한다. 적용대상은 정보통신기술 제품 외에 금융 서비스와 출판 등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른다. 이 법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실용적으로 조합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는다. 특히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법이다. 디지털 접근성이 높은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 이 법은 처벌과 같은 압박 대신 시정조치를 통해 유연하게 접근한다. EU 기업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수출하는 우리나라도 법 적용의 대상이 된다. 차별과 배제 없는 디지털 포용의 사회적 가치를 표방하는 동시에 경제적 이익도 창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우리의 현주소는 어떤가. 디지털 포용의 넓고 깊은 취지와 달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주요 기관을 맡고 있다. 국민의힘 고동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해 새 길을 모색 중이다. 다만 디지털 관련 법안들은 기존 법들 간 중복과 충돌 문제 및 실행방안에 대한 보강작업이 더 이뤄져야 한다. 디지털 포용이라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서 더 넓은 기회를 얻고 싶은가. 우리가 올라타려는 게 혹시 소인의 어깨가 아닌지 되돌아볼 때다. jjack3@fnnews.com
2024-11-04 18:4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