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씨 별세·나승서씨(추계예술대 교수) 모친상·김충식씨(㈜더우드 대표) 빙모상=15일 서울삼성병원, 발인 18일 오전 6시. 010-2350-8084
2015-04-16 14:52:10토요일인 지난 7월 19일 오후 4시 서울 양천구 목동 KT 정보전산센터. 평소 딱딱하고 조용하기만 하던 정보기술(IT) 관련 시설인 이곳에 난데없는 음악의 향연이 펼쳐졌다. 그것도 평소 일반인들이 접하기 쉽지 않은 실내악(chamber music). 그럼에도 400여석의 자리는 주변 지역민들을 비롯, 멀리 경기도와 인천 등에서 온 원정 관객들로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이 건물 1층에 마련된 클래식 전문 공연장인 KT체임버홀에서는 격주로 실내악 정기공연이 5년째 열리고 있다. 지난 2009년 KT체임버홀 개관과 함께 시작된 정기공연은 이날까지 총 117회 열리면서 누적 관객 4만5000명을 돌파했다. 어느덧 클래식 공연 인프라가 열악한 서울 서부지역의 대표적 공연 명소로 자리잡았다. 2주마다 열리는 KT체임버홀 정기공연을 기획 총괄하는 김용배 추계예술대 교수(전 예술의전당 사장·사진)는 "KT에서 2009년 초에 목동 정보전산센터를 클래식 공연장으로 개방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며 "직접 시설을 둘러보니 국내에는 거의 없는 400석 규모의 중소형 홀과 독특한 구조가 실내악을 하기에 제격이라는 느낌을 받아 공연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사실, 국내에서는 오케스트라 등에 비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실내악을 이렇게 장기 공연으로 진행했던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공연을 진행할수록 정보기술 기업인 KT가 '참 좋은 일을 하는구나'라는 고마움이 든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체임버홀 정기공연의 기획과 연주자 섭외 등 프로그램 전반을 총괄 지휘하면서도 공연마다 해설자로 무대에 서고 있다. 그는 "클래식 공연은 모르고 들으면 어렵고 지루할 수 있는데 대중이 연주에 집중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해설자"라며 "공연 직전에 연주곡에 대해 쉽게 충분히 설명하다보니 연주자들도 흡족할 만큼 관객들의 수준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KT 체임버홀 정기공연의 최대 장점을 "모든 공연을 콘텐츠로 제작해 영원히 남긴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 공연을 시작할 때 콘텐츠로 만들겠다는 KT 측의 제안이 와닿았다"며 "좋은 공연 콘텐츠를 꾸준히 축적하다보면 30년 후에는 방대한 자료가 될 것이고 이런 게 우리나라 클래식 문화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KT는 체임버홀의 정기공연을 1회부터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해 인터넷TV(IPTV)인 올레tv를 통해 다시보기(VOD)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00회 공연을 기념해 CD도 제작했다. 음악과 방송 콘텐츠 서비스가 결합한 일종의 '상생 모델'인 셈이다. 김 교수는 5년을 이끌어온 체임버홀 정기공연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그는 "예를 들어 모차르트 교향곡이 모두 41곡인데 보통은 우리에게 익숙한 15곡만 연주되는 실정"이라며 "체임버홀 정기공연은 긴 호흡으로 모차르트 전 교향곡을 들을 수 있는 쉽지 않은 경험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모차르트뿐 아니라 베토벤, 슈만 등의 대형 교향곡 전곡들도 체임버홀 정기공연을 통해 관객들과 만났다. 체임버홀 정기공연은 수준 높은 공연 콘텐츠와 격주씩 이어가는 꾸준함으로 흥행에도 성공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부터 전 공연이 만석 행진"이라며 "매번 공연장을 찾으면 좋은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관객이 늘어나면서 서울 서부지역의 대표적인 클래식 공연으로 성장했다"고 뿌듯해했다. 피아노 전공인 김 교수는 대학에서도 기획처장을 맡아 바쁜 일상을 보내지만 체임버홀 정기공연을 소홀히 할 겨를은 전혀 없다. 그는 "어린이와 어르신들이 집중해 음악을 듣는 장면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며 "내년에는 위대한 작곡가들뿐 아니라 국내 작곡가들의 작품도 체임버홀 무대에 올릴 구상을 하고 있다"고 계획을 전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2014-07-31 17:22:48추계예술대가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대출 및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지정된 것에 대한 ‘위로축제’를 6~7일 서울 북아현동 캠퍼스 일대에서 연다. ‘집 나간 연어들도 돌아오게 만느는 교과부’라는 주제로 <연어구이 페스티벌>이 6일부터 시작된다. 6일 오후 6시부터 추계예술대 농구장에서 오프닝과 함께 7일 오후에는 작가 및 예술비평가들의 초청강연이 추계예술대 졸업생들 주축으로 열린다. 또 '스스로 위로하며 함께 놀기'라는 주제로 <추계지금 야단났어> 위로 콘서트가 캠퍼스 콘서트홀에서 7일 오후 6시30분부터 열린다. 1부 록밴드 ‘소란’의 공연과 장항준 감독과 천명관 작가의 대담 특강에 이어 2부에선 관현악, 성악, 합창 등이 이어진다. 한편, 추계예술대는 교과부의 부실대 평가 직후 내년 등록금 10% 인하, 올 2학기 장학금 15% 증액 등을 결정한 바 있다./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2011-10-06 13:20:48추계예술대가 내년부터 등록금 10%를 인하하고 올해 2학기부터 장학금을 5% 추가 지급해 기존 인상분과 함께 총 15% 수준으로 맞추는 안을 이사회에서 최종 승인했다고 29일 밝혔다. 임시 대외홍보 담당인 김희재 교수는 이날 "올해 장학금 추가 지급을 위해 총 8억원 정도 투자하고, 내년 등록금 10% 인하를 위해 약 24억원이 투입될 것"이라며 "앞으로 4년간 총 80억∼100억원에 달하는 재정이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전 예술의전당 사장 출신인 김용배 교수를 대외협력처장으로 발령하는 등 교학처장 및 학부장들의 인사발령을 단행했다. 임형빈 이사장은 이날 학교 발전기금 확보안을 교직원들에게 전하면서 "학교가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추계예술대는 이번 재정확보안 마련 결과를 토대로 교육과학기술부의 추가실사를 이르면 10월 중에 다시 받을 예정이다. 추계예술대는 지난 5일 교과부의 퇴출 또는 구조조정 1순위 대학 리스트에서 대출 제한뿐만 아니라 정부 재정지원 제한까지 받았다. 교과부 발표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중 정부의 재정지원 제한을 받는 곳은 추계예술대·상명대·원광대·경동대·대불대·루터대·목원대·관동대·인천가톨릭대·평택대·협성대 등 4년제 28곳이다. 이들 대학 중 추계예술대·원광대·루터대·경동대·대불대·목원대 등은 대출 제한 대학까지 지정됐다. /rainman@fnnews.com김경수기자
2011-09-29 21:45:36추계예술대가 내년부터 등록금 10%를 인하하고 올해 2학기부터 장학금을 5% 추가 지급해 기존 인상분과 함께 총 15% 수준으로 맞추는 안을 추계학원 이사회에서 최종 승인했다고 29일 밝혔다.<본지 9월23일자 26면 참조> 임시 대외홍보 담당인 김희재 교수는 이날 “올해 장학금 추가 지급을 위해 총 8억원 정도 투자하고, 내년 등록금 10% 인하를 위해 약 24억원이 투입될 것”이라며 “앞으로 4년간 총 80억~100억원에 달하는 재정이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전 예술의전당 사장 출신인 김용배 교수를 대외협력처장으로 발령하는 등 교학처장 및 학부장들의 인사를 단행했다. 임형빈 추계학원 이사장은 이날 학교 발전기금 확보안을 교직원들에게 전하면서 “학교가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추계예술대는 이번 재정확보안 마련 결과를 토대로 교육과학기술부의 현장실사를 이르면 10월중에 다시 받을 예정이다. 추계예술대는 지난 5일 교과부의 퇴출 또는 구조조정 1순위 대학 리스트에서 대출 제한 뿐만 아니라 정부 재정지원 제한까지 받았다. 교과부에 따르면 4년제 대학중 정부의 재정지원 제한을 받는 곳은 추계예술대ㆍ상명대ㆍ원광대ㆍ경동대ㆍ대불대ㆍ루터대ㆍ목원대ㆍ관동대ㆍ인천가톨릭대ㆍ평택대ㆍ협성대 등 4년제 28곳이다. 이들 대학중 추계예술대ㆍ원광대ㆍ루터대ㆍ경동대ㆍ대불대ㆍ목원대 등은 대출 제한 대학까지 지정됐다./rainman@fnnews.com 김경수기자
2011-09-29 17:45:00서울시 북아현동 추계예술대 인근에 10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서울시는 북아현동 1-954번지 일대에서 추진되는 ‘북아현 1-1 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계획안’이 조건부로 건축위원회를 통과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지역엔 건폐율 26.05%, 용적률 219.97% 이하가 적용돼 지하 3층, 지상 20층 규모의 아파트 1004가구와 복리시설이 건립된다. 시 건축위는 “도로에 접한 근린생활시설의 디자인을 개선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건축위는 또 합정동 385-1번지엔 지하 7층, 지상 36층, 384-1번지에는 지하7층 지상 37층 주상복합빌딩을 각각 건립하는 계획을 통과시켰다. 이 곳엔 각각 공동주택 198가구와 판매 및 업무시설이 들어선다. 아울러 용산구 한강로2가 191번지의 지상 28층 업무용 빌딩 증축 계획, 영등포구 문래동 3가 55-18번지의 지상 30층 빌딩 건립안 등이 통과됐다. 건축위는 그러나 종로구 도렴동 110-1번지 일대의 지하 7층, 지상 22층 빌딩 건립안에 대해서는 ‘지하 1층의 문화·집회 시설을 인지성과 공공성을 높이도록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재심의를 받도록 했다. /jumpcut@fnnews.com박일한기자
2008-11-26 13:55:48교보생명의 서울 광화문글판이 2일 가을을 맞아 응원을 전하는 메시지로 112번째 옷을 갈아입었다. 이번 광화문글판 가을편 문안은 윤동주 시인의 시 '자화상'에서 가져왔다. 자기 성찰을 통해 희망을 노래한 윤동주 시인처럼, 고단한 현실에 처해 있더라도 더 나은 내일을 꿈꾸자는 의미를 담았다. 또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를 갖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광화문글판 가을편의 글씨체와 배경 등 디자인은 대학생 공모전을 통해 결정된다. 총 331개의 작품이 출품된 가운데 대상을 받은 추계예술대 홍산하(21)씨는 '자화상'에서 느껴지는 잔잔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형상화했다. 우물에 떨어진 낙엽이 만들어내는 물결은 문안이 사람들에게 위안으로 퍼져 나가는 모습을 표현했다. 광화문글판은 지난 1991년부터 30년 넘게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오고 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2024-09-02 18:38:39[파이낸셜뉴스] 교보생명의 서울 광화문글판이 2일 가을을 맞아 응원을 전하는 메시지로 112번째 옷을 갈아입었다. 이번 광화문글판 가을편 문안은 윤동주 시인의 시 ‘자화상’에서 가져왔다. 자기 성찰을 통해 희망을 노래한 윤동주 시인처럼, 고단한 현실에 처해 있더라도 더 나은 내일을 꿈꾸자는 의미를 담았다. 또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를 갖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광화문글판 가을편의 글씨체와 배경 등 디자인은 대학생 공모전을 통해 결정된다. 총 331개의 작품이 출품된 가운데 대상을 받은 추계예술대 홍산하(21)씨는 ‘자화상’에서 느껴지는 잔잔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형상화했다. 우물에 떨어진 낙엽이 만들어내는 물결은 문안이 사람들에게 위안으로 퍼져 나가는 모습을 표현했다. 광화문글판은 지난 1991년부터 30년 넘게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오고 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2024-09-02 10:00:00[파이낸셜뉴스] 편의점 계산대 부근에 설치된 담배 광고 노출 차단을 위해 부착된 불투명 시트지가 떨어진다. 17일 국무조정실의 규제개선 권고에 따라 편의점업계는 근무자 안전을 목적으로 불투명 시트지를 제거에 나선다. 업계는 불투명 시트지를 제거와 동시에 외부 유리창 위치에 청소년 흡연예방 포스터를 부착한다. 정부의 금연정책에 발맞춰 전국 5만5000여개 편의점이 동참할 예정이다. 이날 국무조정실 소속 규제심판부는 회의를 열고 편의점에 부착한 반투명 시트지를 제거한 뒤 금연 광고로 대체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보건복지부 등에 권고했다. 담배를 취급하는 편의점들은 현재까지 담배 광고가 외부에서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출입문과 유리창 등에 반투명 시트지를 붙였다. 반투명 시트지가 편의점 근무자의 외부 시야를 차단하고, 외부에서 내부 상황을 볼 수 없어 위험도를 높인다는 민원이 이어졌다. 특히 근무자가 범죄에 노출될 경우 위험을 키울 수 있고, 폐쇄감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규제심판부는 "반투명 시트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대안을 논의한 결과 금연 광고로 방식을 변경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편의점 내부의 개방감을 높이는 동시에 담배 광고가 외부에 노출되는 문제를 금연 광고로 상쇄하겠다는 방침이다. 손동균 국무조정실 규제총괄정책관은 "금연 광고 도안은 보건복지부가 청소년 금연을 주제로 여러 개 시안을 마련해 제공할 것"이라며 "광고물 제작·부착은 편의점 점주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편의점 본사가 맡아 진행토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건준 한국편의점산업협회 회장은 "편의점 등 소매점의 담배광고 규제 합리화에 대한 국무조정실의 중재와 결정에 감사하다"며 "편의점 업계는 불투명 시트지 제거로 편의점 근무자 안전을 강화하고 시민보호와 범죄예방 등 편의점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 확대와 함께 청소년 흡연 예방 캠페인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규제심판부는 편의점 내 담배 광고를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담배제조사 등 관련 업계에 개선도 촉구했다. 정부에는 향후 국민건강 증진, 청소년 흡연 예방, 세계보건기구(WHO) 협약 이행 등의 차원에서 소매점 내 담배광고 관련 제도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라고 권했다. 이같은 내용이 결정된 회의에는 이호영 한양대 교수, 나태준 연세대 교수, 도경현 울산대 교수, 홍수경 노무사, 안성아 추계예술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2023-05-17 16:20:17[파이낸셜뉴스] 2000년대 초반 다니던 대학교의 야외 강연장에서 우연히 김어준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김어준은 유럽 배낭여행을 다니다 우연히 프랑스의 명품 매장에서 한 양복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는 그 자리에서 양복과 함께 구두, 셔츠, 넥타이도 입어본다. 가격은 모두 120만원. 그의 수중엔 딱 120만원이 있었다. 그는 하루에 2만원씩 쓰면 60일을 버틸 수 있는 그 돈으로 양복을 샀다. 바로 지금 그 양복을 사지 않으면 '앞으로 절대로 지금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을 느낄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10년, 20년이 지나 돈이 충분해 졌을 때 그 양복을 사면 늦는다, 당장 행복해져야 한다', 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충격적이었던 김어준의 보스 강연 김어준의 강연 이후 몇 년쯤지나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고되고 힘든 삶을 사는 청년들에게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위로와 격려를 주는 책이었다. 하지만 그 책은 몇 년이 지나자 인기가 사그라 들었다. 청년 세대에게 지금의 불행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미래에는 뭔가 좋은 것이 있을 것 같이 말한 어른의 충고는 청년들의 공감을 오래도록 얻지 못했다. 매년 7~9% 경제가 성장하는 고도성장기, 아픔을 참으면 취업과 자산형성이라는 보상이 어느정도 자연스러웠던 과거의 그들과 지금의 청년은 처한 상황이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위로를 건넨 그 세대는 우리나라의 이토록 빠른 고령화와 국민연금의 고갈 같은 것은 크게 생각해 보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 역시 20대로 2000년 초반을 지나며 나름의 행복론을 만들었다. 그것은 바로,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저축하지 마라. '행복은행'은 이자를 주지 않는다. 아니, 행복은행의 금리는 오히려 마이너스다’라는 것이었다. 다시 김어준의 강연으로 돌아가보자. '불확실한 미래의 행복을 담보로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와 함께 김어준은 사족으로 보스 양복의 멋짐을 한눈에 알아본 경위도 세세히 설명했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처음 보면 일반인이 그 아름다움을 바로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보스의 양복은 예술적 심미안이 없는 그가 보기에도 알 수 있는 멋짐이 있었다. 미술사에 길이길이 남을 '고전'의 아름다움을 한 번에 알아볼 정도로 훈련이 되지 않은 그라도 명품 양복이 가진 멋짐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알면 사랑한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오랜시간 "알면 사랑한다"는 철학을 강조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많이 알고 많이 보일 수록 그 대상의 아름다움을 더 발견하고 결국에는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무언가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오래 바라보면서 그것의 아름다움을 발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것에 대해 먼저 잘 알아야 된다는 것이다. 김영하 작가는 2013년 5월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 개막식 특별 강연에서 '모두가 예술가가 되는 삶'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그 강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모두 예술가로 태어난다. 예술가로 태어나지만 곧 학생, 노동자로 훈육되면서 살아간다. 예술가로 태어났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살게된다. 어린 아이들은 태어날때부터 예술가다. 글을 모르고 공부를 안해도 그림을 그리고 소꿉놀이를 한다. 소꿉놀이는 최초의 연극이고, 아이들이 최초로 거짓말을 하는 순간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꾸며내는 것,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서 예술에 대한 흥미를 잃는다. 점수로 매겨지는 일, 강제로 훈련하는 일을 하면서 어린 예술가들의 내면에는 작은 예술가가 사라진다. (중략) 한 사람을 예술가로 만드는 것은 예술을 하지 말아야할 수백 가지 이유가 아니라 한 가지 이유가 그 사람을 예술가로 만든다." 대학시절 공지영 작가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강연이 끝나고 한 학생이 "문학(예술)의 역할이 무엇인가?"하고 물었다. 그러자 공지영은 취재를 위해 방문했던 유아, 어린이 정신병동의 일화를 소개해줬다. 공지영이 방문했던 곳에는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영어 비디오를 들으며 태교를 한 예닐곱살 난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마치 미국 현지인 아이처럼 영어를 유창하게 말했다. 하지만 아이의 눈동자와 마음은 어딘가 어긋나 있었다. 영어유치원, 집 등 한정된 곳에서 훈육된 아이는 다른 아이처럼 주변의 친구들을 만나 정상적으로 교제할 수 없었다. 다른 아이가 자신의 예측을 벗어난 행동을 하면 제대로 감정을 처리할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제대로된 사회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었다. 공지영은 "문학의 역할이란, 글을 통해 타인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 타인을 '공감'하는 능력을 기르는 훈련"이라고 말했다. ■박은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 인터뷰 서두에 이렇게 길게 김어준, 최재천, 김영하, 공지영 등의 일화를 나열하는 것은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모든 아이들이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씨앗'을 가지고 태어난다면 적어도 그 씨앗이 말라서 죽어버리기 전에 한 번이라도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물을 줘야하지 않을까. 지난 8일, 박은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을 만나 90분간 이야기를 나눴다. 아직 피지 않은 어린 예술가들에게 물을 주는 기관이다. ▲기관 및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서울대에서 미술학사(1988년)와 도시공학 박사(2014년)를, 시카고예술대에서 미술학 석사(1997년)를 전공하고 수십년 동안 문화예술경영 분야에 몸담아 왔다. 2000년도에 추계예술대에 한국 최초로 예술경영대학원을 만들었다. 앞선 정부들을 거치며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균형발전위원회, 창조 지역사업 등 학계는 물론 여러 정책에도 관여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2005년 설립된 문체부 산하기관으로 문화예술교육관련 모든 정책의 집행과 실행을 하는 곳이다. ▲진흥원의 주요 사업은? -크게 학교 지원사업과 학교밖 문화예술교육관련 지원사업으로 나뉜다. 연극, 무용, 국악, 만화, 애니메이션 등 8개 분야 예술 강사를 학교에 파견해 방과 후 교육 등을 진행한다. 1년 예산이 약 1300억원 정도인데 이중 70%가 학교예술강사 사업에 쓰인다. 나머지는 사회문화예술교육으로 문화예술 향유 기회가 적은 지역과 소외계층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한다. ▲늘봄학교 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현재 우리 교육은 입시 위주로 편성돼 있는데 예술 교육은 어리면 어릴수록 그 효과가 큰 것으로 많은 연구가 밝혀졌다. 최근 정부는 영유아 보육을 교육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늘봄학교 정책을 추진 중이다. 단순히 방과 후에 아이들을 돌보는 것을 넘어 문화예술교육등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올해는 늘봄학교 연계 학교문화예술교육 다각화 '예술로 링크' 사업 중 1개 지역을 시범 운영한다. 내년에는 신규예산을 확보해 총 17개지역 51개 교육지원청을 연계해 올해 7개교에서 357개교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자랑할 만한 다른 사업들이 있나? -지난 2010년 시작한 '꿈의 오케스트'라에 이어 지난해부터는 '꿈의 댄스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꿈의 오케스트라'는 취약계층 아동, 청소년 등에게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악기 지원, 교육을 거쳐 오케스트라 연주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총 51개 거점기관에서 사업이 진행된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도 EBS에서 방송된 '꿈의 오케스트라'를 언급하며 '약자 프렌들리' 예술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꿈의 댄스팀'은 창작무용을 중심으로 창작 공연 경험을 통한 전인적 성장을 목표로 올해 전국 20개 지역에서 본격 추진된다. 예술꽃 씨앗학교 사업을 통해서는 취약계층에 대한 문화예술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예술꽃 씨앗학교는 전교생 400명 이하의 문화 소외지역의 작은 학교를 중심으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최대 5년간 지원하는 사업이다. ▲앞으로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 더 있나? -지역 대학과 문체부 장관이 지정하는 지역의 재단 광역센터들과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관련 협업을 진행하고 싶다. 이들 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기본 계획이 나오면 함께 실행해야하는데 예산 확보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는 국고가 130억원, 지방비가 매칭되면 200억원 수준인데 부족하다. ▲지난 2월 문체부와 '제1회 미래 문화예술교육 포럼'을 개최했다. 향후 2회 포럼도 계획 중인가? -5월 넷째주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에 맞춰 2회 포럼을 열고 여기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AI와 창의성, 문화예술교육의 역할, AI윤리와 디지털 저작권, 디지털 격차 해소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하고 이를 공론화할 예정이다. 올해 말에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리는 '제3회 세계문화예술교육 대회'에도 미래 문화예술교육 국제 아젠다에 대한 의견을 적극 나눌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통해 배출된 학교 예술강사가 5100명에 달하고, 지금껏 만든 교육프로그램만 1000개가 넘는다. 온라인 교육을 통해 장애인, 문화 취약지역에서도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이를 확산할 예정이다. 향후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우수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저장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K-문화예술교육을 세계로 수출하고 싶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03-22 14:0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