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권준호 기자] 지난 17일 방문한 울산 중구 ‘코끼리공장’. 입구부터 눈에 띈 것은 형형색색의 재활용 장난감이었다. 앵무새·코알라·공룡 등 각종 동물부터 지구본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전시된 장난감 앞에는 ‘지구환경과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 기부, 나눔 히어로’라는 문구가 보였다. 옆에서 재활용이 왜 필요한지 교육하는 부모들도 있었다. ■ 폐장난감이 고부가 플라스틱으로 코끼리공장은 지난 2014년 8월 문을 연 ‘폐장난감 전문 순환기업’이다. 주로 전국에 있는 장난감을 울산 소재 공장에 옮겨 놓고 이를 소독해 아이들에게 나눠주거나, 손으로 분해·조립해 각 지역 아동기관들에 판매하는 일을 한다. 최근에는 롯데케미칼의 ‘프로젝트 루프(LOOP) 소셜벤처 1기’에 참여해 사업 영역을 장난감의 파쇄 및 원료화까지 확장했다. 폐장난감 파쇄·원료화 사업 구축은 세계 최초 비즈니스 모델이다. 프로젝트 루프는 롯데케미칼이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위해 2020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모델이다. 현재는 자원선순환 분야의 소셜벤처를 발굴하는 ‘루프 소셜’, 지자체 및 공공·민간시설과 리사이클 원료 소싱을 추진하는 ‘루프 클러스터’, 롯데그룹 내 리사이클 문화를 확산하고 소재 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루프 롯데’, 업계 간 리사이클 생태계를 확산하기 위한 ‘루프 얼라이언스’ 등을 운영 중이다. 코끼리공장은 롯데케미칼이 1년여의 시범사업을 바탕으로 2021년 말부터 시작한 프로젝트 루프 소셜벤처 1기 출신이다. 롯데케미칼은 환경·자원선순환 분야 소셜벤처 발굴 공모전을 통해 코끼리공장을 포함해 총 5곳을 선발했다. 롯데케미칼은 약 1년 동안 지원금 전달, 전문가 상담, 기술 지원 등을 통해 코끼리공장이 △폐장난감 전용 선별기 개발 및 폐기물 종합 처리업 인허가 획득 △장난감 속 폴리프로필렌(PP) 및 고부가합성수지(ABS) 압출 테스트 진행 △재생소재 적용제품 개발 △폐장난감 수거확대·재생소재 생산공정 확보 등을 지원했다. ■ 롯데켐, 폐장난감 파쇄·원료화 구축 지원 세계 최초 비즈니스 모델 폐장난감 파쇄·원료화 구축에는 롯데케미칼의 도움이 컸다. 관련 기술을 가지고 있는 ‘우림 아이씨티(ICT, 프로젝트 루프 소셜벤처 1기)’와 협업을 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김도훈 우림 ICT 대표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저희 회사와 기술을 필요로 하는 코끼리공장 니즈가 서로 맞았다”며 “롯데케미칼의 추천이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실제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코끼리공장의 지난해 폐장난감 파쇄·원료화 관련 매출은 약 1억원 넘게 발생했다. 이채진 코끼리공장 대표는 “화학연구원, 건설사 등 다양한 곳에서 소재를 사갔다”며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6~7% 규모”라고 전했다. 코끼리공장은 향후 롯데케미칼 프로젝트 루프 2기 ‘같다’와의 협업도 검토 중이다. 같다는 재활용 수거 플랫폼 ‘빼기’를 통해 폐플라스틱 처리프로세스를 개발한 회사다. 현재는 플랫폼을 통해 신청자를 대상으로 대형 폐기물을 대신 처리해주는 산업을 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1월 같다를 포함해 총 3개사를 프로젝트 루프 소셜벤처 2기로 뽑았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프로젝트 루프 소셜벤처 1기의 성공적인 활동을 바탕으로 2기를 출범했다"며 "이를 통해 자원선순환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2023-02-18 01:40:17【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시는 제15회 자원순환의 날(9월 6일)을 맞아 4∼8일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폐완구류 모으기 캠페인을 추진한다고 1일 밝혔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완구류는 대부분 복합재질로 이루어져 재활용이 어려운 현실이지만 인천시는 전국 최초로 폐플라스틱 완구류 재자원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는 인천자원순환가게에서 플라스틱 폐완구류 유가 보상을 실시해 약 14t을 회수했고 지역 내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폐완구류 모으기 캠페인을 벌여 0.6t을 회수했다. 회수된 폐완구류 플라스틱으로 직원용 네임텍을 만드는 등 재활용을 통한 자원순환 정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특히 올해는 캠페인 대상을 어린이집뿐 아니라 유치원까지 확대했다. 유아와 아동들이 버려지는 플라스틱 장난감 모으기에 직접 참여해 보면서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재활용의 필요성을 깨닫게 하는 등 자원순환 교육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다. 이번에 모이는 폐완구류는 전문업체로 보내져 각종 플라스틱 제품으로 다시 탄생하게 된다. 한편 시는 제15회 자원순환의 날을 맞아 직원들을 대상으로 폐우산.폐건전지 모으기 캠페인을 전개해 재활용 활성화와 자원순환의 의미를 되새겨 볼 계획이다. 김철수 시 환경국장은 “자원순환사회 전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순환자원의 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3-09-01 11:06:40[파이낸셜뉴스] 서부발전은 지난 9일 충남 태안농협중앙회에서 태안시니어클럽,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2024년 서부공감 시니어 일자리 창출 사업 발대식·중간 보고회’를 진행했다고 10일 밝혔다. 해당 사업은 폐플라스틱과 버려진 장난감을 모아 고효율 엘이디(LED) 조명 등으로 만든 뒤 이를 취약계층에 기부하는 것이 골자다. 올해는 폐장난감 등 폐플라스틱 재활용 분야에서 주목받는 사회적 경제 기업 ‘코끼리 공장’(대표 이채진)과 협업한다. 올해 사업은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동안 태안지역 노인 35명의 참여로 이뤄진다. 서부발전은 사업을 시작한 2018년부터 약 250명에게 자원순환과 연계한 일자리를 제공했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고령층에게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며 “어르신들이 환절기를 맞아 건강에 유의하며 안전하게 일해 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2024-09-10 14:22:52'미래 세대 키우고, 친환경 실천으로 국가의 앞날까지 생각한다.' 대한전선은 1955년 창립 이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소외된 이웃을 위한 나눔을 실천해 왔다. '연결된 세상, 함께하는 행복'이라는 비전에는 사람과 공간, 시간의 연결을 통해 상생의 가치를 창출하고 소외 없는 세상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조성하려는 대한전선의 의지를 담았다. 대한전선은 미래 세대 성장, 지역사회의 발전, 친환경 활동 확대라는 구체적 전략에 맞춰 임직원과 임직원 가족 및 지인 등이 함께할 수 있는 '참여형 사회공헌 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임직원의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평일 근무시간에 봉사활동을 진행한다. ■미래 세대 키우기 앞장대한전선은 2012년부터 '주니어 전기교실'을 개최하고 있다. 이 활동은 충청남도 당진시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전기 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 준다. 도시에 비해 과학적 경험을 얻기 힘든 학생들에게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심어 주기 위해 대한전선 내 직원이 직접 선생님으로 참여하여 진행하는 재능기부 행사다. 대한전선은 미래 세대 지원을 위한 '목소리 기부' 활동을 2022년 신입사원과 함께 진행했다. 시각장애 및 다문화 가정 아동을 위해 임직원들이 동화책을 직접 녹음하고 기부해 다문화 가정 아동의 언어 능력 발달과 긍정적인 정서 함양에 도움을 준다. 녹음된 음원은 책을 읽어주는 보조기기와 함께 당진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전달됐다. 지역사회 어린이의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환경 동화책 만들기'를 진행하기도 했다. 입체형 동화책을 직접 제작해 자연 보호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실천 의식을 고취시키는 내용이다. 완성된 동화책은 지역사회 어린이들에게 기부돼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에 대한 교육 도구로 사용된다. 2023년 4월 대한전선 신입사원 47명이 직접 참여했으며, 완성된 책자는 당진시에 위치한 지역아동센터 3곳에 기부됐다. 대한전선은 2014년부터 본사가 위치했던 안양시의 비산종합사회복지관과 연을 맺고 매해 독거 어르신과 저소득층 가정의 아동 지원, 주거 환경 개선, 김장 나누기, 책 나누기 등의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해 왔다. 지난해에는 안양지역 취약계층을 위해 '사랑의 도시락만들기', '주거환경 개선', '추석 마을잔치' 등 주요 시기별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며 지역사회에 온기를 전달했다. ■바다 쓰레기 없앤다, 친환경 활동 전사적 실천 대한전선은 2011년부터 당진시와 '1사 1연안 가꾸기 운동' 협약을 맺고, 장고항 해안에서 분기별로 환경 봉사활동을 개최하고 있다. 깨끗한 해안 환경과 주민들의 쾌적한 주거 환경 조성을 위해 임직원들이 직접 참여해 쓰레기를 수거하는 활동이다. 올해 3월에는 당진공장 및 당진전력기기공장 신규입사자 20명이 당진 장고항에서 1사 1연안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했다. 신입사원 20명은 장고항 일대를 다니며 비닐, 페트병, 폐플라스틱 등의 해안 쓰레기를 주우며 쾌적한 환경 조성에 동참했다. 최근 대한전선 임직원은 '금개구리'를 비롯한 다양한 동식물들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해 당진공장 인근의 당진저수지 생태공원에서 자연 정화 활동을 실시했다. 금개구리는 최근 환경오염 및 기후위기로 인해 개체가 극감하고 있는 멸종위기종이다. 임직원들은 쓰레기를 수거하며 쾌적한 환경 조성과 생태계 보호에 앞장섰다. 대한전선은 2022년 12월 멸종위기종 '큰고니'를 위한 먹이주기 활동, 2023년 4월 '금개구리'를 위한 사다리 설치 등의 활동을 진행하며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한 활동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본사 신입사원들이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본사에서 '폐장난감 분해 및 재활용' 활동에 참여했다. 장난감을 분해하지 않고 폐기할 경우, 토지오염부터 대기오염 등 각종 환경 오염을 야기한다. 이에 대한전선 신입사원은 장난감 칼을 분해해 80개가 넘는 부품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유용한 자원을 분류했다. 건전지는 95% 이상 재활용이 가능한 물질로 구성돼 분리 배출할 경우 유용하게 활용되는 반면, 일반 쓰레기와 함께 배출될 경우 심각한 토양 및 수질 오염을 유발한다. 이에 대한전선은 2021년부터 임직원 대상 환경 보호 및 자원 순환 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폐 건전지 교환 캠페인'을 개최하고 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캠페인을 통해 수거된 폐 건전지는 당진시 자원순환센터에 기증해 아연, 망간, 철, 니켈 등의 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게 했다"면서 "단순 재활용의 의미를 넘어 임직원 대상 환경 보호와 자원순환 의식 확산 기여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매년 진행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2024-05-20 18:24:28롯데카드는 친환경 전시 기념품 판매, 발달장애 예술가 후원 등 예술을 매개로 한 ESG활동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특히 롯데카드는 ESG 캠페인 '띵크어스' 일환으로 롯데뮤지엄 '오스틴 리: 패싱 타임(Austin Lee: PASSING TIME)' 후원사로 참여해 전시 기간 친환경 전시 기념품을 판매하고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오스틴 리: 패싱 타임'은 지난해 9월 26일부터 연말까지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열린 권투선수 출신 미국 작가 오스틴 리의 한국 첫 개인전이다. 롯데카드는 전시 기간 동안 롯데뮤지엄, 롯데케미칼과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로 제작한 전시 기념품을 한정 판매했다. 판매 제품은 △와인마개 △열쇠고리 △에코백 △스카프 △쿠션으로 제품은 물론, 쿠션에 들어가는 솜과 포장용 패키지, 스티커까지 모두 친환경 소재로 제작됐다. 롯데카드는 친환경 소재로 제작한 전시 기념품 판매 수량을 완판시켜 판매 수익금 전액인 1683만5535원을 재단법인 '아름다운가게'에 기부했다. 롯데카드는 이번 친환경 전시 기념품 판매를 예술을 매개로 기업과 고객, 아티스트가 함께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ESG 활동으로 기획하고 운영했다. 실제로 롯데카드는 기념품 판매 시 결제 혜택을 제공해 고객 참여를 독려했다. 관람권 구매 및 체험 프로그램 결제 시 30% 즉시 할인 혜택과 함께, 전시 기념품 판매 시 최대 40% 즉시 할인 혜택이 제공됐다. 실제 전체 카드 결제 중 롯데카드 결제 비중이 구매 금액 기준 약 46%를 차지하는 등 롯데카드를 이용한 기념품 구매가 많았다. 전시 기간 동안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체험해볼 수 있는 현장 프로그램에도 관람객의 참여가 이어졌다. 전시 기간 중인 지난해 10월과 12월 주말마다 미술관 이야기가 진행한 폐플라스틱 재활용 북마크 제작 체험에는 어린이, 청소년 관람객 274명이 참여했다. 또 전시장 내 폐신용카드 수거함에 모인 카드는 띵크어스 캠페인 참여 사회적 기업이자 폐장난감 전문 순환 기업인 코끼리공장이 수거해 환경 교육 프로그램의 소재로 재활용했다. 한편, 롯데카드는 발달장애 아티스트를 위한 후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롯데카드 지난 4월 본사에서 발달장애 아티스트를 위한 '2024 스페셜 연말음악회'의 후원금 전달식을 진행했다. 롯데카드가 전달한 후원금 규모는 5000만원으로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주최로 열리는 '2024 스페셜 연말음악회'의 개최, 운영 등을 위해 사용된다. 롯데카드가 후원하는 2024 스페셜 연말음악회는 발달장애 아티스트와 이들의 전문가 멘토 등 100여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합동 연주회다. 이번 공연은 음악적 재능이 있는 발달장애 아티스트에게 무대 경험과 연습, 교육 기회 등을 제공해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예술인으로 성장하는 것을 돕기 위한 취지로 개최된다. 이번 후원은 뛰어난 음악성을 가진 발달장애 아티스트들을 발굴하고, 이들이 더 큰 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ESG경영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박신영 기자
2024-05-13 18:14:21【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동남아시아 주요 10개국의 연평균 플라스틱 폐기물은 150만t 이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로 인한 환경 파괴가 심화되면서 국제사회는 플라스틱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플라스틱을 수출하는 울산지역 석유화학업체들로서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폐기물 관리 역량을 높이는 방법으로 계속해 시장을 확보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5일 울산시에 따르면 태국 환경분야 공무원 8명과 동티모르 공무원 8명이 6~10일 울산을 방문한다. 울산시와 유엔환경계획(UNEP), 울산국제개발협력센터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개발도상국 공무원 대상 플라스틱 폐기물 순환 경제 역량 강화 사업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방문 기간 동안 폐플라스틱 관리와 순환 경제 분야의 이론 교육 및 현장 견학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다. 울산의 대표적인 폐플라스틱 재활용 업체인 '코끼리 공장'도 방문한다. 폐장난감으로 자원을 재순환하면서 유명해진 '코끼리 공장'은 지난 2014년 8월 만들어진 비영리단체이다. 현재는 기존 폐장난감 수거 및 지원 사업뿐만 아니라 폐장난감 파쇄·원료화까지 사업 분야를 확대했다. 원료는 고부가 합성수지(ABS), 폴리프로필렌(PP) 등이다. 태국과 동티모르 공무원들은 이곳에서 폐페트병과 폐장난감을 활용해 섬유를 추출하고 다양한 재활용 상품을 생산하는 공정을 둘러볼 예정이다. 또 친환경 소각시설인 울산 성암소각장을 견학하고 부산 지역 폐플라스틱 활용 공장인 '거북이 공장'도 방문한다. 울산시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국제사회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에 대한 문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라며 “장기적으로 울산지역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 관련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4-05-03 13:25:12[파이낸셜뉴스] 에쓰오일은 2일 서울 중구 열매나눔재단에 친환경 사회적기업 공모지원 기부금 1억5000만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에쓰오일의 기부금은 열매나눔재단을 통해 선발된 5개 친환경 분야 사회적 기업의 사업화 자금, 팝업스토어 및 성과 공유회 지원금 등으로 사용된다. 에쓰오일은 2022년부터 친환경 관련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여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지속가능한 미래가치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이번 공모를 통해 선발된 사회적 기업은 △폐지를 활용해 종이가죽 제품을 만드는 러블리페이퍼 △다회용기를 서비스하는 주식회사 식판천사 △폐장난감으로 자원을 재순환하는 주식회사 코끼리공장 △폐현수막을 통해 상품을 만들고 환경교육을 진행하는 터치포굿 △친환경 소재 원단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하는 행복한쓰임협동조합 등 5곳이다. 에쓰오일은 이번 사업이 기후 위기 대응에 필요한 혁신적인 사업을 지원해 사회적 가치 창출을 지원하는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활동으로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기업으로 지속적으로 친환경 분야의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여 ESG 경영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2024-05-02 10:32:00【 울산=권준호 기자】 지난 17일 방문한 울산 중구 '코끼리공장'. 입구부터 눈에 띈 것은 형형색색의 재활용 장난감이었다. 앵무새·코알라·공룡 등 각종 동물부터 지구본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전시된 장난감 앞에는 '지구환경과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 기부, 나눔 히어로'라는 문구가 보였다. 옆에서 재활용이 왜 필요한지 교육하는 부모들도 있었다. ■폐장난감이 고부가 플라스틱으로 코끼리공장은 지난 2014년 8월 문을 연 '폐장난감 전문 순환기업'이다. 주로 전국에 있는 장난감을 울산 소재 공장에 옮겨 놓고 이를 소독해 아이들에게 나눠주거나, 손으로 분해·조립해 각 지역 아동기관들에 판매하는 일을 한다. 최근에는 롯데케미칼의 '프로젝트 루프(LOOP) 소셜벤처 1기'에 참여해 사업 영역을 장난감의 파쇄 및 원료화까지 확장했다. 폐장난감 파쇄·원료화 사업 구축은 세계 최초 비즈니스 모델이다. 프로젝트 루프는 롯데케미칼이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위해 2020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모델이다. 현재는 자원선순환 분야의 소셜벤처를 발굴하는 '루프 소셜', 지자체 및 공공·민간시설과 리사이클 원료 소싱을 추진하는 '루프 클러스터', 롯데그룹 내 리사이클 문화를 확산하고 소재 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루프 롯데', 업계 간 리사이클 생태계를 확산하기 위한 '루프 얼라이언스' 등을 운영 중이다. ■롯데켐, 폐장난감 파쇄·원료화 구축 지원 코끼리공장은 롯데케미칼이 1년여의 시범사업을 바탕으로 2021년 말부터 시작한 프로젝트 루프 소셜벤처 1기 출신이다. 롯데케미칼은 환경·자원선순환 분야 소셜벤처 발굴 공모전을 통해 코끼리공장을 포함해 총 5곳을 선발했다. 롯데케미칼은 약 1년 동안 지원금 전달, 전문가 상담, 기술 지원 등을 통해 코끼리공장이 △폐장난감 전용 선별기 개발 및 폐기물 종합 처리업 인허가 획득 △장난감 속 폴리프로필렌(PP) 및 고부가합성수지(ABS) 압출 테스트 진행 △재생소재 적용제품 개발 △폐장난감 수거확대·재생소재 생산공정 확보 등을 지원했다. 세계 최초 비즈니스 모델 폐장난감 파쇄·원료화 구축에는 롯데케미칼의 도움이 컸다. 관련 기술을 가지고 있는 '우림 아이씨티(ICT, 프로젝트 루프 소셜벤처 1기)'와 협업을 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김도훈 우림 ICT 대표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저희 회사와 기술을 필요로 하는 코끼리공장 니즈가 서로 맞았다"며 "롯데케미칼의 추천이 결정적이었다"고 했다. 실제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코끼리공장의 지난해 폐장난감 파쇄·원료화 관련 매출은 약 1억원 넘게 발생했다. 이채진 코끼리공장 대표는 "화학연구원, 건설사 등 다양한 곳에서 소재를 사갔다"며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6~7% 규모"라고 전했다. 코끼리공장은 향후 롯데케미칼 프로젝트 루프 2기 '같다'와의 협업도 검토 중이다. 같다는 재활용 수거 플랫폼 '빼기'를 통해 폐플라스틱 처리프로세스를 개발한 회사다. 현재는 플랫폼을 통해 신청자를 대상으로 대형 폐기물을 대신 처리해주는 산업을 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1월 같다를 포함해 총 3개사를 프로젝트 루프 소셜벤처 2기로 뽑았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프로젝트 루프 소셜벤처 1기의 성공적인 활동을 바탕으로 2기를 출범했다"며 "이를 통해 자원선순환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2023-02-19 18:58:38[파이낸셜뉴스] "멀쩡한 장난감이 버려지는 것을 보고 '이거다' 싶었죠." 지난 17일 울산 중구에서 만난 이채진 코끼리공장 대표 (사진)는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아직 망가지지 않았지만 버려진 장난감들이 많다. 산업계에서는 원자재 확보가 '하늘의 별따기'지만 우리에게는 장난감이 원자재인 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울산에만 700평 규모 공장에서 폐장난감을 쌓아두고 있는데 향후 이를 수도권, 경북, 충북 등으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 코끼리공장, 폐장난감 수거→원료화 업체로 코끼리공장은 지난 2014년 8월 만들어진 비영리단체다. 주 업무는 폐장난감 수거·수리 및 지원이다. 회사 이름 '코끼리공장'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이 코끼리인 점을 착안했다. 2021년 말부터는 롯데케미칼의 '프로젝트 루프(LOOP) 소셜벤처 1기'에 뽑혀 1년 동안 활동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사업 범위를 기존 수거 및 수리에서 폐장난감 파쇄·원료화까지 넓혔다. 원료는 대부분 고부가합성수지(ABS), 폴리프로필렌(PP) 등이다. 이 대표는 "1년 동안 롯데케미칼의 도움으로 폐장난감 전용 선발기 개발, 폐기물 종합 처리업 인허가 획등 등을 이뤄냈다"며 "사업이 한 층 고도화돼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일이 커졌다"고 했다. 그가 처음 폐장난감 순환 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아이들'이었다. 어린 시절 수녀에게 '아이들 공부'를 추천 받은 이 대표는 대학 시절 아동가정복지학을 복수 전공했다. 그는 "(아동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어린 시절 좋은 경험이 자랄 때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결국 이는 인류 전체에 도움을 주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폐장난감에 투영됐고 반응도 좋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대표가 운영하는 코끼리공장에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어린이들이 장난감을 기부·교환하러 온다. 이 대표는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기부에 익숙해지고 기부가 '좋은 것'이라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서 "개인 외에도 아동복지기관에서 상당량의 장난감을 기부한다"고 언급했다. ■ 전국에 장난감 수거 공장 확대 목표 그의 향후 목표는 전국에 장난감 수거 공장을 세우는 것이다. 지금도 장난감을 수거해달라고 요청하는 곳은 많은데 공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우선 2년 내로 수도권에 폐장난감 수거 공장을 세우는 게 목표"라며 "이후에는 경북, 세종 등으로 확장하고 싶다"고 했다. 해외 국가들과의 교류도 검토 중이다. 한국 내 출산율이 줄어드는 만큼 범위를 전세계로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최근 한 일본 거대 복합 주식회사 관계자들이 직접 울산 코끼리공장을 방문해 공장 견학을 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해외에는 폐장난감 순환 사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다"며 "우선 보고 있는 지역은 (아동 인구가 많은) 미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라고 귀띔했다. 그의 최종 목표는 '어린이집 원장'이다. 이 대표는 "사업 시작 전 했던 일은 어린이집 선생님이었고, 어차피 사업도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하는 일"이라며 "현재 공장이 처리(파쇄 및 원료화) 할 수 있는 최대 폐장난감 양은 총 2t 가량인데, 안정적 수입이 나올 수 있는 양인 '하루 20t' 정도가 되면 (사업을) 정리하고 어린이집을 크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2023-02-19 03:29:41[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옛날 어느 날 밤, 한 선비가 부랴부랴 의원을 찾았다. 자신의 조카가 사경을 헤맨다는 것이다. 선비는 자신의 형수가 과부가 된지 벌써 1년이 되었고 형수에게는 한 살배기 아이가 있다고 말하였다. 허겁지겁 말하기를 “제 조카가 감기에 걸린 것 같더니 벌써 한달동안 계속해서 낫지 않고 있습니다. 간혹 경기를 하고 또한 가래 때문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숨을 가쁘게 쉬니 좀 살려 주십시오. 형수도 불쌍한데, 어린 조카까지 아프니 제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청컨대 진맥이라도 좀 해 주십시오.”라며 울먹이는 것이다. 의원은 늦었지만 마지못해 진맥을 해 보기로 하고 선비의 집으로 함께 나섰다. 의원은 아이를 진찰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온몸이 바싹 말라서 피골이 상접해 있었다. 얼굴을 보니 창백하고 입술은 푸석거리며 점막이 들떠 있었고 며칠 동안 물도 전혀 못 마신 것처럼 건조함이 극에 달한 듯했다. 그러면서도 빰은 불그스레했다. 이는 혈허(血虛)가 심해져서 음허증(陰虛症)도 함께 동반된 증이다. 가래 소리를 들어보니 그르렁거리면서 가래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간혹 기침을 하면서 울컥하고 올라온 가래를 보니 패서(敗絮, 오래돼서 섞은 솜뭉치)처럼 단단하게 뭉쳐 있었다. 이는 폐장까지 조증(燥症)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진맥을 해 보니 맥은 미약(微弱)하면서 세삭(細數)하고 불규칙했다. 미약함은 원기(元氣) 부족이고, 가늘고 빠른 맥은 혈허(血虛)나 음허(陰虛)에서 보이는 맥으로 만성적으로 병을 앓으면서 진액이 부족해지거나 극심한 탈수 혹은 과다출혈 후에도 나타나는 맥이다. 진맥을 마친 의원은 잠시 눈을 감고 고민에 빠졌다. ‘인삼을 넣어 보(補)하는 약을 쓰려니 조열(燥熱)이 걱정되고, 성질이 차가운 약을 쓰려니 원기(元氣)가 이미 미약해져서 실로 손을 쓰기 어렵구나.’라며 깊이 고민하고 있던 차에 갑자기 부인이 의원의 팔을 붙들고 비통하게 울기 시작했다. 자신의 아이를 살려달라고 애걸하는 것이었다. “의원님, 의원님. 제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살려주십시오. 저는 이미 지아비도 없는 과부가 되어 원통한데, 이 핏덩이마저 저 세상으로 간다면 이 세상을 어찌 살라 말입니까? 흑흑~” 의원은 부인의 애절한 말에 차마 가망이 없다는 대꾸를 하지 못하고 바깥사랑채로 나갔다. 의원을 따라 선비가 나오자 의원은 한숨을 쉬며 선비에게 “이런 극심한 조병(燥病)에는 사람의 피만한 것이 없습니다. 의서에서도 인혈(人血)은 피육(皮肉)이 마르는 병에 효과가 있다고 했습니다.” 의원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선비는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인혈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인혈을 어디서 구하랴. 사실 의원은 ‘인혈을 쓰지 못해서 안타깝다’가 아니나 ‘그만큼 치료법을 찾기 힘들어 난감하다’는 것을 에둘러서 표현하고자 의서의 구석진 곳에 적혀 있는 인혈(人血) 이야기를 꺼냈을 뿐이다. 의원 자신도 지금까지 인혈을 써보려고 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당황스러워하는 선비의 얼굴을 얼핏 본 의원은 “그러나 인혈을 처방하는 것은 불인(不仁)의 소치일 뿐입니다. 어찌 사람에게 사람의 피를 먹일 수 있겠습니까? 인혈 대신 저는 그저 생맥산(生脈散)과 사물탕(四物湯)을 합해 써볼 뿐이니 이 처방 또한 인혈을 대신할 만한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밤이 늦었지만 서둘러 조제해서 가져오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생맥산은 맥문동, 인삼, 오미자로 구성된 처방으로 이름 그대로 맥(脈)을 생(生)하는 처방이다. 끊어져 가는 맥기(脈氣)를 다시 일으켜 맥을 살려서 잊게 한다는 의미로 심폐기능을 회복시키고 만성적으로 진액이 부족에 의한 일체의 증상을 다스린다. 그리고 사물탕은 숙지황, 당귀, 천궁, 작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보혈(補血)하는 대표적인 처방이다. 먼저 기혈(氣血)을 보충해서 원기(元氣)를 끌어 올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으니라. 생맥산과 사물탕은 몇가지 안되는 약초로 구성된 처방이면서도 별다른 부작용이 없고 부작용이 적으니 어린 아이에게도 무난했다. 무엇보다 효능을 따져보면 실로 인혈을 대신할 만했다. 이 상황에 생맥산합사물탕을 떠올린 의원의 의술이 특출함을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의원은 생맥산과 사물탕의 처방 내용과 효능을 설명해 준 뒤에 약방에 가서 지체없이 조제해 오겠다고 하면서 선비의 집을 나섰다. 그런데 갑자기 집안의 여종이 쫓아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의원님, 마님이 잠시 처방을 보류했으면 하십니다. 그리고 의원님이 먼 길을 오셨으니 오늘 밤은 사랑채에서 쉬었다 가셨으면 하십니다. 들어가 계시면 제가 서둘러 다과를 좀 올려 드리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의원은 기분이 언짢았다. 아이의 위독함과 함께 처방에 대해서도 그렇게 자세하게 설명을 했건만 자신의 처방을 못 미더워하는 것 같아 괘씸한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 진료가 내치지 않았는데, ‘먼 곳까지 와서 괜히 진맥을 했구나.’하는 자괴감까지 들었다. 의원은 기분이 상했지만 어찌하겠는가. 환자 보호자가 처방을 거부하니 말이다. 의원은 밤도 깊어 어쩔 수 없겠다 싶었는지 오늘 밤은 이곳에서 묵기로 하고 사랑채에서 베개에 기대어 설핏 잠이 들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여종이 의원을 깨웠다. 아이를 다시 진찰해 달라는 것이다. 의원은 ‘혹시 아이의 상태가 악화되었나?’하고 걱정하면서 서둘러서 아이가 있는 방으로 건너가서 살펴보았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아이는 호흡이 편안해지고 가래 소리는 줄었으며 화색이 돌았다. 진맥을 해 보니 맥은 여전히 세삭(細數)했지만 완만하면서도 간간이 유력함이 느껴졌다. 의원은 ‘괴이한 일이로다. 괴이한 일이로다.’하면서 의아해했다. ‘잠시 잠들어 있던 시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의원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니 고개를 떨구던 순간, 등잔불 아래에 있던 사발에 뭔가가 검게 말라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의원이 옆에서 지켜보던 부인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자 부인은 별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떨궜다. 의원은 밖으로 나와 여종에게 그 사발에 묻은 것이 무언인지를 물었다. 그러자 여종은 “마님은 의원님께서 아이의 증상에 사람의 피가 가장 좋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하신 말씀을 작은 서방님으로부터 전해 들으셨습니다. 그래서 의원님의 처방을 보류시켜 놓고 의원님이 잠시 주무시는 틈을 타서 자신의 왼손 어제를 칼로 찢어 피를 사발에 받아서 아이에게 먹인 것입니다. 그래서 차도가 있는지를 확인하시고자 다시 진맥을 청하신 것입니다. 차도가 없다 하시면 다시 오른쪽 어제를 찔러 피를 더 먹이시고자 하십니다.” 어제(魚際) 부위란 손바닥의 엄지손가락 쪽 두툼한 살집 부위를 말한다. 여종의 말을 듣고서는 부랴부랴 방에 들어가 부인의 왼손을 보니 천으로 감싸져 있었고, 뒤이어 얼굴을 쳐다보니 핏기가 없이 창백해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의원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의원은 경솔했던 자신의 말에 대해 뉘우쳤다. ‘아뿔싸~’ 하지만 아이가 살아났으니 다행이다. ‘의원의 의술이 아닌 어미의 지극정성 때문에 아이가 살아났구나. 의서에 인혈(人血)을 사용함은 불인(不仁)이라고 했건만, 어미가 자신의 몸을 해하여 자식을 살린 것을 보니 모정(母情)은 인(仁)을 넘어서는구나.’ 의원은 이 일을 통해 부모의 자식을 사랑하는 지극한 마음을 더욱 깨달을 수 있었다. 의원은 마음이 울리는 바가 심대(深大)하여 아이의 약방문과 함께 부인의 출혈 과다 후 도움이 될 만한 보약까지 약대(藥代) 없이 처방해 주겠다고 했다. 아이와 부인은 의원의 정성스러운 치료로 모두 건강을 회복했고, 아이는 무럭무럭 자랐다. * 제목의 ○○는 바로 ‘인혈(人血)’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 상한경험방> 一士人夜言 “兄嫂早寡, 只有一歲幼兒, 症似外感, 彌月留, 時有驚氣, 痰蓄甚促, 請諧往診之.” 其脈細數, 無倫次, 欲用蔘補, 則潮熱可畏, 欲用涼劑, 則元氣已微, 實難下手. 深思之際, 婦人悲辭乞活, 哀不忍聞, 出外廊, 與其士私語曰 “如此之病, 多用人血, 則庶有回生之望, 而無奈何. 只用生脈, 合四物湯, 欲送劑藥肆矣.” 內婢出來, 姑停製藥, 暫時挽留醫臨云. 余倚枕假寐, 而已又請見病兒, 入見則呼吸平緩, 痰蓄稍低, 按脈則細數亦緩. 余曰 “怪哉怪哉! 此兒得生路, 是何事也?” 仍回見燈下砂碟上有血色. 心驚怪異, 出外問于婢, 則內家聽人血好之言, 裂左手魚際, 取血灌之兒口, 而有效. 余晦言輕, 而兒生, 觀此益覺父母愛子至意.(어떤 선비가 밤에 찾아와서 “형수께서 일찍 과부가 되어 한 살배기 아기만 있습니다. 그 아이의 증세가 가기 같더니만 한 달 동안 계속되었고, 때때로 경기를 하며, 담이 쌓여 숨이 가쁘니, 청컨대 함께 가서 진맥해 주십시오.” 하였다. 그 맥이 세삭하고 불규칙했는데, 인삼을 넣어 보하는 약을 쓰려니 조열이 걱정되고, 성질이 차가운 약을 쓰려니 원기가 이미 미약해져서 실로 손을 쓰기 어려웠다. 깊이 고민하고 있던 차에 부인이 비통한 말로 살려달라고 애걸하여 슬퍼서 차마 듣지 못하고 바깥사랑채로 나가 그 선비와 몰래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이런 병에는 사람 피를 많이 쓰면 회생할 수 있는 가망이 있겠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겠습니다. 그저 생맥산과 사물탕을 합해 써볼 뿐이니 약방에 보내 지어오라 하겠습니다.” 하였다. 집안의 여종이 나와 일단 약 짓기를 멈추고 잠시 의원의 진료를 만류하라 했다고 전하였다. 베개에 기대어 설핏 잠이 들었다가 잠시 지나 다시 병든 아이를 봐달라는 청에 들어가서 살펴보았더니, 호흡이 평안해지고 쌓였던 담이 낮아져 있었다. 맥을 짚어보니 세삭하였지만 완만해졌다. 내가 “괴이하도다, 괴이해! 이 아이가 살길을 얻었으니 이 어찌된 일인고?”하고 등잔 아래의 사기접시를 돌아보았더니 그릇에 붉은 핏빛이 있었다. 속으로 깜짝 놀라고 괴이하여 밖으로 나가 여종에게 물었더니 안주인이 사람 피가 좋다는 말을 듣고는 왼손 어제 부위를 찢어 피를 받아다가 아이 입속에 부어 넣었더니 효험이 있었다고 하였다. 나는 경솔했던 나의 말에 대해 뉘우쳤지만 아이가 살아났으니, 이 일을 통해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지극한 마음을 더욱 깨달을 수 있었다.) < 본초강목> 人血, 醎, 平, 有毒. 肉乾麩起, 燥病也, 不可卒潤也. 飮人血以潤之, 人之血可勝刺乎? 夫潤燥, 治狂犬之藥亦夥矣, 奚俟於此耶? 始作方者, 不仁甚矣, 其無後乎?(사람의 피. 맛은 짜고 성질은 평하고 독이 있다. 몸이 말라 밀기울 같은 것이 일어나는 증상은 조병이므로 갑자기 자윤할 수 없다. 사람의 피를 마셔 자윤한다지만 어찌 사람을 칼로 찔러서 피를 낼 수 있겠는가. 마른 것을 윤택하게 하거나 미친개에 물린 것을 치료하는 약도 많은데 어찌하여 이것을 기다리겠는가. 처음 이 처방을 만든 자의 불인함이 심하니 그 후환이 없겠는가.)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2-12-12 11:3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