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최근 격화되는 중동 정세와 북한군의 러시아 전쟁 파병이라는 두 개의 '글로벌 전쟁 이슈'로 인해 국제 정세가 한층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선 중동 정세는 이스라엘에 의한 하마스·헤즈볼라 수장의 잇따른 제거와 '저항의 축' 지도부 와해 작전에 이어 이스라엘이 한 차례 유보했던 이란에 보복 기습 공습에 나서면서 시시각각 격화되고 있다. 특히 북한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이 기정사실화 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자까지 러시아에 파견하면서 실질적 군사협력 강화로 이어지는 모양새가 국제 질서와 한반도 정세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북한군의 러시아 전쟁 파병 이후 유럽에선 '우크라이나 파병' 주장이 역(逆) 도미노처럼 되살아나고 있다. 한미일도 북한군이 러시아 용병으로 우크라이나 전장 투입이 미치는 영향 분석과 단계별 대응 매뉴얼을 검토하고 나섰다. 우리 정부와 군 당국 등 안보라인에선 향후 전개되는 변화에 맞춰 그동안 배제됐던 살상무기 지원도 적극 검토 중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안보 정세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미국 대선이 내달 5일(현지시간)로 바짝 다가오면서 글로벌 안보정세와 맞물려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전략은 무엇인지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진단해 본다. ■중동전, 이스라엘 막강 전투력은 '경제력'이 바탕 격화되고 있는 중동정세가 심상치 않다. 이스라엘이 지난 26일 새벽(현지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공습했다. 지난 1일 이란이 탄도 미사일 200을 발사 공격한 것에 대응해 보복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군사 시설을 정밀 기습 직전에 여러 루트를 통해 이란에 표적을 미리 알려줘서 공격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 차례에 걸친 공격은 100여대의 무인기와 전투기가 투입됐고 이란 내 20개의 군사시설을 공격했다고 알려졌다. 이란이 자국 영토에 군사적 타격을 받은 건 이라크와의 전쟁 이후 30여년 만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다시 보복해 이스라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면 더 중대한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이란은 폭격 피해는 제한적이라면서도 즉각 보복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이스라엘이 보여줬던 막강한 전투력은 우선 주변 국가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비교 우위에 있는 경제 규모에 있다는 지적이다. 2023년 기준으로 이스라엘의 국가 GDP(국내총생산)는 5640억달러인 반면 유엔 추정 하마스의 기반이 되는 가자 지구의 GDP는 20억달러에 불과했다. 헤즈볼라의 기반이 되는 레바논 시아파의 GDP도 68억달러 정도로 추정돼 각각 약 282배, 83배 정도의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여기에 더해 미국의 막강한 군사와 경제원조를 받고 있기 때문에 주변 국가 대비 훨씬 더 강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결 국면은 이와는 차이가 있다. 영국의 외교분야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2022년 기준 GDP는 이스라엘이 5250억달러인데 비해 이란은 4130억달러였다. 국방비는 이란 74억달러에 비해 이스라엘은 190억달러로 이스라엘이 2.6매 많았다. 다만 이스라엘은 인구 960만명에 비해 이란은 8860만명으로 차이가 커 장기전에 나서면 이스라엘도 압도적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北 러시아 파병..지정학 경계·공간 넘은 안보위기 북한의 러시아 대규모 용병 파병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선 우크라이나에 서방진영의 지상군 파병 논의도 재점화되고 있다. 리투아니아 외무장관 가브리엘리우스 란츠베르기스가 지난 21일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보낸 논평에서 북한 병력과 탄약이 러시아 군대에 보급된다는 정보가 확인되면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지상군 투입 제안을 제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폴란드와 발트삼국 등 러시아와 인접한 유럽 국가들도 유사한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지원 회의에서 지상군 파병 가능성을 언급하고 이후에도 파병의 필요성을 시사한 바 있다. 지난 2월엔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스웨덴 등은 파병에 반대했지만, 이번엔 다른 움직임이다. 다만 독일과 대선을 앞둔 미국은 강력한 경고를 보내면서도 파병 등에 대해선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북한군이 러시아로 파견돼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될지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첨단 군사 기술을 이전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국방 외교 안보 전문가들의 지배적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추진잠수함, 군사 정찰위성 개발에 필요한 기술 이전 가능성과 특히 북한 병력이 러-우 전쟁에 참전을 통한 실전 경험 축적이 재래식 전력 측면에서 한국 안보에 상당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러-우 전쟁으로 지구촌은 특정 지역에 머물지 않는 지정학 경계·공간을 넘어 융합 기제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군의 러-우 전장에 용병 파병은 한국 등 유사입장국의 대리전 성격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지원의 정책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반 센터장은 이어 북한군 파병이 러시아 레드라인 넘은 것인지 판단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묵인은 북러의 행태를 인정해 우리에 안보에도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역효과가 파생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장 정교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한반도가 북중러의 군사 외교적 압박과 대리전 지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할 수도 있는 결정적 전환기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센터장은 또 "한국은 유사입장국과 규탄성명 등을 주도하며 국제사회에 북한군 파병의 불법성과 성격규정 명확히 해야 한다"며 "다국적 정보팀 구성을 통한 정보공유와 파병 북한군의 모니터링을 강화해 북러의 의도와 목표를 저지하는 유도 조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이를 계기로 대(對)러시아 레버리지 제고 기회로 활용하고, 한반도의 대리전 전장화 우려를 원천차단하는 지략수립도 필요하다고 반 센터장은 제언했다. ■美대선 후 韓 안보 생존전략은 동맹강화와 자강 내달 초로 예정된 미국 대선도 한반도 안보 이슈와 직결돼 있다. 손대권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현재 미국의 대외 정책이 냉전 초기보다는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 상황과 유사하다고 짚었다. 냉전 초기 미국은 압도적인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에 적극 개입하며 자유주의 진영의 수호자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당시 과도한 국력 소모로 인해 대외 군사 개입에 대한 국내 반발 여론이 점차 고조됐다. 결국 미국은 국력 투사를 축소하기 시작해 1970년대 닉슨 독트린 하에 주한미군 감축과 베트남 철수,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구했다. 이러한 기조는 민주당 카터 행정부로 이어져, 1979년 미국은 대만과 일방적으로 단교하고 미국-대만 방위조약을 폐기하며 중국과 수교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우방국과의 사전 협의는 일절 이뤄지지 않았다고 손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현재 미국의 모습은 이 같은 대외정책 전환을 추진하기 직전 시점의 미국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손 교수는 "2016년 대선 이후 미국 내에서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한 피로가 누적되면서 대외 개입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공화당과 민주당 간 공유되던 자유 국제주의에 대한 합의도 점차 약화되고 있다"고 봤다. 최근 트럼프 진영에선 한국이 바이든 행정부와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조기에 타결한 사실에 대해 불쾌해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동맹의 가치를 의문시하고 때로는 동맹국에 강압적인 태도와 행보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권자 다수가 이에 지지를 표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 사회의 이런 변화를 반영하는 방증이라는 얘기다. 손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미국 대외 정책에서 거래적(transactional) 성향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가 당선될 경우 방위비 협정을 파기하고 한국에 더 많은 분담금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재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적 성과로 평가되는 한미일 간 안보 협력을 약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반면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바이든 행정부와 유사한 외교정책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한미일 간의 안보협력을 중시하는 기조는 이어질 것이지만, 민주당 역시 미국 사회 내 대외 군사 개입에 대한 반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손 교수는 전망했다. 그는 또 과거 오바마 행정부가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이라는 레드라인을 넘었음에도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지 않았고, 바이든 행정부도 우크라이나에 간접 지원에 그친 사례는 이러한 경향을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국제관계론과 국제정치경제학 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긴 국제정치학자 로버트 길핀(Robert Gilpin)은 쇠퇴하는 패권국이 점차 약탈적(predatory) 외교 정책을 추구하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오늘날 미국이 과연 쇠퇴하고 있는지는 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만약 미국 패권이 쇠퇴하는 중이라면 한국의 외교적 운신의 폭은 크게 제약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론적으로 손 교수는 진영 대립 구도가 고착화되는 상황 속에서 한국은 과거 냉전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등 우방국과의 안보 협력을 적극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로서 한국에 가장 중요한 최선의 선택지는 미국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되든 한국 외교·안보의 근간인 한미동맹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하고 동시에 자주적 방위 능력을 확충하는 노력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힘들고 지난한 과정이지만 결국 가장 확실한 길은 '자강'이라고 강조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10-27 15:51:30[파이낸셜뉴스] 4년5개월 만에 열리는 한·일·중 정상회의에 앞서 26일 열린 한중 양자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3국 간 협력의 토대를 마련하는 빌드업이 본격화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잇따라 만나 한중 양자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협력에 대한 공감대를 구축했다. 27일 열리는 한·일·중 정상회의 전 양자 간 회담으로 한국과 중국은 서로간의 경제협력을 재개를 발판 삼아 외교안보 협력도 강화화는 계기를 만들었다. 한국과 일본은 정상끼리 만나 민감한 현안이던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확전 자제를 확인하는 한편, 탄탄한 안보 협력을 바탕으로 경제 협력을 심화시켰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이번 3국 정상회의를 통해 한·일·중 세 나라가 3국 간 협력체제를 완전히 복원하고 정상화하는 계기를 만들 것이란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분석이다. ■한중, 외교안보 소통 창구 만들어 윤 대통령과 리 총리간 한중 회담을 통해 한중 양국은 경제협력 분야에서 여러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북핵 위협과 러·북 군사협력 등 민감한 지역 정세 속에 한국과 중국간 외교안보 채널 소통 창구를 만들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어떤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한중 양국간 소통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 필요함을 강조한 윤 대통령은 리 총리에게 서로 존중하면서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공동 번영을 언급했고, 리 총리도 한중 우호관계를 계속 발전시키고 싶다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발맞춰 고위급 대화 분야로 외교부 차관과 국방부 국장급 고위관료가 참여하는 '2+2 대화협의체'인 한중외교안보대화가 6월 중순에 첫 회의를 가진다.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이렇게 대화를 만들어가면서 그동안 있었지만 뜸했던 대화체인 '한중 반관반민 1.5트랙 전략대화'와 '한중외교차관전략대화'도 하반기부터 다시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같은 합의 속에 이날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리 총리에게 북한의 핵개발과 러시아·북한간 군사협력에 있어 중국이 '평화의 보루'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한반도 안보문제와 역내 평화문제, 남중국해, 동중국해 문제 등을 개별로 언급하기 보다 당장 당면한 북핵 위협과 관련해 이같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설명했다. ■한일, 라인야후 사태 논의도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올해 첫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여러 협력 방안을 타진했고, 최근 불거진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한일 정상은 라인야후 사태가 확전되지 않도록 소통하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먼저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를 언급하면서 "일본총무성 행정지도가 국내기업인 네이버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우리 정부는 이 현안을 한일외교관계와 별개의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고위관계자는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로 인해 라인야후 사태가 앞으로 양국간 불필요한 현안이 되지 않게 잘 관리해야 함을 강조했고 기시다 총리도 이번 일본 당국의 조치는 보안유출 사고에 대한 대응이었다고 답했다. 기시다 총리도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한국기업을 포함해 외국기업들의 일본에 대한 투자를 계속 촉진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원칙하에서 이해하고 있다"면서 "일본총무성 행정지도는 이미 발생한 중대한 보안유출 사건에 대해 어디까지나 보안 거버넌스를 재검토해보라는 요구사항"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한일 양 정부간 초기단계부터 이 문제를 잘 소통하면서 협력해왔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긴밀히 소통해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2024-05-26 20:26:26[파이낸셜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은 2일 "올해 국민에게 확고한 믿음을 주는 안보 외교를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이날 오후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2023년 외교부 시무식 신년사를 통해 "북한이 추가 중대 도발을 위협하고 우리 사회를 교란하며 분열을 시도하고 있어 한반도 안보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도 엄중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고, 핵 개발은 단념시키며, 대화·외교로 비핵화를 추진하는 총체적 접근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한미일 3국간의 긴밀한 공조와 연대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이러한 험난한 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한 우리의 비전과 외교 좌표를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그러면서 "올해가 인태 전략 실행 원년"이라며 "포용, 신뢰, 호혜의 3대 협력 원칙을 바탕으로 인태 지역에서 우리의 국력과 위상에 걸맞은 중추적인 역할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이 경제와 산업을 연대하고 있다"고 말한 부분을 강조하고 "외교부도 올해의 중점 업무로서 우리 기업들의 수출수주 지원과 세일즈 외교를 선정해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이어 "청각이 예민한 큰 귀를 지닌 토끼처럼 대외정세의 변화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포착하고 껑충껑충 점프하는 토끼처럼 대한민국 외교의 새로운 도약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2023-01-02 19:56:24[파이낸셜뉴스] 지난 8일 북한은 최고인민회의에서 핵 무력 정책을 법령으로 채택함으로써 핵무기를 선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법제화했다. 미국 조야에선 미국이 역내 미사일 방어 역량과 핵 억지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울러 북한의 핵 능력과 역내 중국의 부상이 미국의 확장억제에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며 미국의 확장억제가 한국 방어에 확실한 신뢰를 주지 못하면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요구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비판과 우려가 제기됐다. 미 상원 군사위 공화당 간사인 제임스 인호프 의원은 13일 미국의소리(VOA)에 “북한이 핵무력을 법제화한 것은 실망스럽지만, 우리가 늘 알고 있던 대로 김씨 정권은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공식화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미국과 동맹의 역내 미사일 방어 역량을 향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해상 발사 핵 순항 미사일 프로그램과 같은 이미 많이 늦어진 미국의 핵 억지력 강화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우리는 전 세계적인 위협에 대해 조금도 방심해선 안 된다”며 “이것이 북한의 핵 사용 위협을 억지하고 김씨 정권의 도전적 행위에 보상이 주어지지 않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원장인 민주당의 에드워드 마키 의원도 이날 VOA에 “북한의 이번 핵 정책 변화가 매우 우려스럽다”며 “이는 재앙적인 오판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은 바로 이런 이유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와 북한 지도자들과의 조건 없는 만남에 대한 행정부의 의지를 계속 지지한다”며 “북한은 이런 제안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존 울프스탈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축·비확산 담당 선임국장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의 민간연구단체인 스팀슨센터가 주최한 ‘미국의 한반도 확장억제’ 토론회에서 “북한과 북한의 핵 능력이 동맹에 중대한 안보와 정치적 도전을 제기한다”면서 "미국의 역내 확장억제 전략에 주요 도전을 제기하는 첫 번째 요소는 북한과 북한의 핵 능력"이라고 말했다. 울프스탈 전 국장은 또 북한이 러시아가 다른 핵보유국들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하거나 간섭하려 한다면 그들에게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협박한 것처럼, 북한도 러시아의 행동을 따라 하고 있으며 핵무기를 방패로 사용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울프스탈 전 국장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 걱정하고 있지만 미국에 대한 조직화된 장기적 도전은 중국과의 대결이라는 것이 분명하다”며 북한과 함께 중국을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의 장기적인 도전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중국에 맞선 한국과 일본에 대한 확장억제 제공 요구는 여러 면에서 북한에 대응한 한국의 확장억제 제공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울프스탈 전 국장은 '한국은 지난 10~20년 동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추구해왔다'면서 “북한의 위협에 더 초점을 맞추는 한국에선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에 대해 보다 직설적인 대화를 나누기가 더욱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런 기조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다소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의 일부에 관해 좀 더 말하기 쉬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울프스탈 전 국장은 또 각종 분쟁과 도전 등이 제기하는 불안정성은 유럽과 한국,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미국이 힘의 균형과 안정을 유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많은 핵 억제 분야와 비확산 분야 전문가들은 미국으로부터 어떤 경우에도 한국을 보호하고 방어할 것이라는 신뢰를 한국이 받지 못한다면 독자적인 핵 능력을 개발하겠다는 한국의 욕구는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이 확장억제 능력에만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며 향후 군사와 정치, 경제 분야를 포괄하는 효과적인 역내 동맹 통합 방안을 강구하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전문가들은 우선 미국의 확장억지의 틀 안에서 전술핵 재반입과 핵공유와 같은 '핵균형' 정책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으론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감안한다면, 한국도 이제 '자구책 마련'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재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핵무력 법령을 선택함으로써 한국은 이제 북핵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북한과 끊임없이 대화를 추구하고 유화책으로 북한이 비핵화의 장도에 오르게 하는 정책은 분명히 필요하다. 윤 정부의 담대한 구상도 그러한 정책의 일환"이라며 "하지만 북한이 핵보유와 핵선제 공격을 법제화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나선 지금 상황에서는 북한핵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고 북이 핵사용을 억지할 수 있도록 하는데 보다 많은 정책 역량을 투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북한이 선제적으로 핵을 사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하지만 북한은 한국을 상대로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전략적 이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국지적 도발 감행에 한국은 북핵 때문에 마땅한 대응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어 김 교수는 "북의 핵사용을 저지하고 핵의 전략적 이득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확장억지'가 제대로 발동해야 한다"며 "전술핵 재반입이나 나토식 핵공유 모두 미국 핵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여의치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드 하나 들여와 배치하기도 어려운 국내정치적 상황에서 전술핵을 재반입한다고 해도 방호의 문제가 있으며 전술핵을 들여온다고 해도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 핵공유도 나토식으로 한다면 한·미·일 삼국이 해볼 수 있는데,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극심한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또 "한국은 그렇다면 원자력 자주권을 복원해 핵폐기 원료를 재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점진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우라늄도 더 고농축으로 농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일본은 조용히 이러한 조치를 취해왔기 때문에 사실 마음만 먹으면 굉장히 빠른 시일 안에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데 비해 한국은 일본보다 준비가 덜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핵무장을 당장 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서 유사시 조속한 시일 안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태세를 구비해 놓아야 한다'며 "이러한 준비는 북한이 핵무기로 누리려고 하는 전략적 이득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자유민주 국가 진영의 책임과 신뢰받는 중견국으로써 국제법적으로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스스로 이러한 태세를 갖추면 오히려 미국의 확장억지 압박·강화에도 힘을 보탤 수 있고, 중국이나 러시아에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적극성을 보이라고 압박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비확산은 숭고한 가치다. 핵전문가 일각에선 북한의 핵선제 타격 위협은 위협으로 그치지 않는 국가 존속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삶의 질은 그다음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험악해지는 동북아 정세에서 한국만 모범생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한국도 자강하고 자주국방을 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고 해보지 않았던 것도 해봐야 할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2-09-15 04:56:30[파이낸셜뉴스] 중국 전문가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 공동 성명의 하이라이트는 양국의 군사 동맹을 경제·기술 동맹으로 격상한 데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문제 평론가인 류허핑은 21일 선전위성TV와 인터뷰에서 이번 한미 정상 회담 결과와 관련해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한미간 기존 군사 동맹을 경제·기술 동맹으로 격상한 점"이라며 "이는 한미관계의 전면적인 업그레이드와 재편을 의미할 뿐 아니라 한국 외교 전략의 방향성이 크게 조정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류 평론가는 "한국은 미국이 아무리 호소해도 외교와 안보 정책에서는 미국에 의존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의존하는 기본 구도를 유지해왔다"면서 "이 기본 구조는 과거 중한관계와 한반도 정세, 나아가 동북아 및 아시아 태평양 정세 안정의 밑거름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한미가 기존 군사 동맹을 경제 동맹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격상시키겠다고 선언한 것은 한국이 미국과 함께 중국을 억제하겠다는 의미"라며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예고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기존의 기본 구도는 한국이 미중간 대국적 균형 관계를 유지해온 토대이기 때문에 한국의 대국적 균형 전략도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다는 의미"라며 "미중 사이에 전략적 균형을 조심스럽게 유지하는 것이 한국과 일본 간 가장 큰 외교 전략의 차이인 만큼 이런 변화는 한국 외교 전략의 '일본화'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류 평론가는 또 "한국 외교전략의 중대한 변화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첫 번째 맞을 도전은 중한 경제·무역 관계이고, 다음은 한반도 문제"라고 경고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2-05-22 00:28:03[파이낸셜뉴스] "우리 모두가 정말 중요한 역사적 기로에 섰다는 점을 자각하고 평화를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7일 국회에서 개최된 '국제사회 통일기반 조성을 위한 인프라 강화 방안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금 한반도 평화가 매우 중대한 고비를 지나고 있다. 북은 지난 설을 즈음하여 2017년 이후로 중단했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고, 핵과 장거리 탄도미사일(ICBM)의 모라토리엄 폐기까지도 언급하면서 군사적 긴장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북한에 대해서는 "북측이 비핵화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조속히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한다"라며 "특히 그 어떤 이유로든 남북미가 서로의 노력을 통해 마련했던 대화와 협상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한반도 평화를 2018년도 이전의 그런 상황으로 되돌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 장관은 "우리 정부는 한미 간의 긴밀한 공조와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일관된 노력을 기울여 왔고 앞으로도 그 여건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현재의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정세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서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위한 걸음 또한 우리 정부는 끝까지, 결코 멈추거나 포기하지 않고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겠다는 말씀을 이 자리를 빌어서 전해 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반도 정세가 불확실해지고 또 평화로 가는 여정이 어려워지는 때일수록,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남북이 지난 70년간의 정전상태를 끝내고 공고한 평화로, 통일로 나아가는 길은 세계질서의 변화를 읽어 내고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모으는 지혜 속에서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해 프랑스 상원에서는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되었고, 최근 미국과 영국의 의회에서도 한반도 평화법안, 종전선언 등에 대해서 그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라며 "이러한 의제가 국제사회에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한반도 평화가 가지는 연계성과 확장성, 상징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 장관은 "오늘 논의하게 되는 한반도평화협력재단법의 입법이 추진된다면, 한반도 평화의 장기적인 여정에서 국제사회의 지지와 공감을 이끄는 매우 단단한 제도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남북의 철도 연결에 대해 언급해 눈길을 모았다. 그는 "실제 우리 평화와 통일이 국제사회 속에서 완성체로의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점들도 꽤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철도 공동체도 남북의 철도가 연결되지 않고는 완성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2022-02-07 15:26:07[파이낸셜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9일 취임사를 통해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어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외교가 요구되고 있다”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제일성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실현이라는 중대 과제를 제시한 것이다. 정 장관은 “(이를 위해) 우리 외교적 근간인 한미동맹을 보다 건전하고, 호혜적이며, 포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고, 중국, 일본, 러시아, 아세안, EU 등 핵심 파트너들과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한국의 국력이 신장되고 외교적 입지가 커진 만큼 이제 중견국 외교와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교량국가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이제 세계는 대한민국의 성장에 경이와 찬사를 보내고 있으며 이는 곧 우리에게 기대하는 책임과 역할로도 연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선배(외교관)들은 국익을 치열하게 다투는 외교 현장에서 한시도 긴장의 끝을 놓지 않으며 한국 외교의 기반을 한층, 한층 쌓아왔고, 그 결과가 바로 오늘의 대한민국”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며, 4년 연속 수출 1조원을 달성한 세계 7위의 수출강국이고, 191개국과 외교관계를 맺고 신남방, 신북방정채을 통해 외연은 더욱 화대하고 있는 외교강국”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G7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정세를 논의하는 국제사회의 선도국가로 최근에는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제연대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 장관은 한국의 외교가 보건협력과 세계 정세의 회복은 물론, 기후변화, 민주주의와 인권, 비전통 안보 분야에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적극 동참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의 삶에 기여하는 외교 역시 외교부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라면서 국민의 생명과 온전한 일상을 지키는 것이 우리 외교의 진정한 가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장관은 이날 취임사에서 박동진 전 외무부 장관이 말한 ‘외교관은 총 없는 전사’라는 표현을 쓰면서 '국가와 민족의 안위를 위하는 대한민국 외교관'으로서의 자질과 사명의식을 외교부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한편 이날 제39대 외교부 장관으로 업무를 개시한 정 장관은 취임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했다. 참배를 마친 뒤 정 장관은 서울 종로구 도렴동에 위치한 외교부에서 약식으로 취임식을 갖고 국무회의에도 참여했다. 또 오후에는 외교부 기자단과도 만나 상견례를 가질 예정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21-02-09 10:07:48"미국은 5000개가 넘는 핵을 가졌는데, 북한에 핵 갖지 말라 강요할 수 있나." 며칠 내내 화제가 됐던 여당 중진 의원의 발언을 곱씹게 된다. 야당을 중심으로 귀를 의심케 한다는 반응도 많았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지 살포 금지를 담은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찬성토론자로 나서 이같이 말해 파문이 이어졌다. 송 의원의 발언은 우선 그가 개별 의원이 아닌 외통위원장 신분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파문을 키웠다. 정부 간 대화의 돌파구 찾기가 마땅치 않을 때 정부 대신 의회 외교역량을 이끌고 해당국을 방문, 해법을 찾아야 하는 막중한 자리가 외통위원장이다. 물론 본인의 소신을 두고 평가의 잣대를 대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한반도 정세는 현재 최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미국 정권교체로 새로 들어서는 바이든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어떤 미풍의 변화를 가져와도 남북 관계나 북·미 관계 그리고 한반도 전체에 주는 영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정치인의 화법을 두고 옳고 그름을 말할 한가로운 때도 아니다. 송 의원의 발언이 박수 받기보다는 신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이유다. 그의 구체적 발언만을 놓고 봐도 그간 국제사회나 우리 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위해 쏟아낸 노력을 무색하게 만드는 대목에선 쉽게 동의하기도 어렵다. 문재인정부도 집권 이후 지난 4년간 힘 있게 추진해온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의 골자는 북한 비핵화와 이를 통한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이다. 국방부가 발간하는 '국방백서'에도 북한의 핵·미사일은 현존하는 위협으로 규정돼있다. 그러나 송 의원은 되려 북한의 핵 보유를 군사대국에 맞서는 약소국의 자위권 정도로 평가한 것이다. 해당 발언이 문제가 되자 송 의원은 물론 소속 정당인 민주당까지 나서 '왜곡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적절한 해명으로 듣기도 민망한 일로 평가받는다. 송 의원은 "내 말을 비틀어 북한 비핵화 외교를 포기하고 용인하는 것처럼 오해하도록 비겁한 편집을 한 것"이라며 언론을 비판했다. ju0@fnnews.com 김주영 정치부
2020-12-17 18:21:51[파이낸셜뉴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1일 "우리는 온 겨레와 미래 세대들에게 평화와 통일의 한반도를 함께 만들고 물려주어야 할 시대적 소명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장관은 서울시 강서구 마곡에 위치한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열린 '통일국민협약 도출을 위한 사회적 대화 종합 토론회'에 참석, 환영사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장관은 "얼마 전 미 대선의 결과로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존중과 소통의 장(場)인 오늘의 대화는 ‘우리 안의 분단’을 극복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이러한 공론장을 통해 우리는 평화와 통일을 향해서 한걸음씩 더 단단하게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남북관계도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화이부동은 화합하되 같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장관은 "분단과 이념의 장벽을 넘어 평화공존을 지향하는 우리로서는 공존의 원리인 ‘화(和)’를 우선하고 일치성의 논리가 될 수 있는 ‘동(同)’을 뒤로 모색해보는 방법도 바람직하다"면서 "‘작은 합의’로부터 더 큰 합의를함께 도출해 나가기 위한 그런 출발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20-11-21 13:11:45[파이낸셜뉴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조선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을 언급한 것과 관련 "북미 대화 교착상태 타개를 위해 미국에 압력을 가하려는 목적"이라고 해석했다. 현지시간 3일 신화통신은 북한 정권이 조선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올해 대내외 정책과 군사방침 기조를 설정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북한이 경제와 안보의 병진을 논의하고 전략무기 개발을 계속하겠다고 한 것을 언급하며 "이는 북한이 국내외 엄중한 상황에 대응해 결정한 중대한 전략 조정으로, 미국을 압박해 북미 대화의 교착상태를 타개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았으며, 북미 협상은 성과 없이 끝났고 국제 사회의 제재가 계속 유지돼 북한을 크게 실망시켰다고 비판했다. 또 신화통신은 북한이 지난 연말을 비핵화 협상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정했으나 미국이 여전히 만족할 만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 (노동당) 회의에서 북한은 대내적으로는 경제와 군사에 집중하고 대외적으로는 (미국에) 압력을 가해 협상을 진전시키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신화통신은 "지난 2년간 한반도 정세는 전반적으로 평화와 안정을 향해 나아갔고 모든 당사국들이 협상 진전일 기대한다"며 "그러나 여러 차례 정상회담과 실무회담에도 (북미) 양측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제 북한이 군사력 강화를 원한다고 밝힌 만큼 한미 양국은 합동 군사훈련과 신무기 공개 등을 통해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는 올해 한반도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임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보고에서 "곧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새 전략무기 공개)를 행동으로 옮길 경우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ju0@fnnews.com 김주영 기자
2020-01-04 18:59: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