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JECT0#[파이낸셜뉴스]대외 소통을 강조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한 지 2년차를 맞아 대(對)국민·대언론 소통 창구가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첫 글이 올라온 한국은행 블로그와 지난 7월 서비스가 시작된 데이터 포털 스냅샷은 꾸준한 조회수를 기록하며 일반인과 한은의 연결고리를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한국은행의 또다른 얼굴인 메인 홈페이지와 경제통계시스템(ECOS)의 방문실적은 타 소통채널에 비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에서도 이런 점을 고려해 약 6년 만에 홈페이지 개편에 나섰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 블로그와 스냅샷, 유튜브 채널은 대국민 소통 측면에서 약진하고 있다. 지난 5월 31일 첫 글이 올라온 한은 블로그의 경우 지난 9월말 기준 페이지뷰(PV)가 3만9285회로 1년 4개월만에 조회수가 4배 올랐다. 지난해 6월말 1만986회였던 PV는 올해 1월말 2만665회, 3월엔 3만2041회로 올랐다. 통화정책국, 조사국, 국제국 등 한은 각국의 국·팀장뿐 아니라 차장·조사역이 블로그에 글을 쓴다. 통화정책 방향과 현재 시장상황 분석을 비롯해 물가경로 전망, 금융시장 리스크 요인 등 주제는 다양하다. 이미 발표된 한은 보도자료나 BOK이슈노트 등 조사연구 자료를 '쉽게 풀어쓰는' 것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들이 대내외 금융·경제 현황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시각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스냅샷'도 이용현황 숫자가 나쁘지 않다. 지난 7월 18일 서비스를 개시한 스냅샷은 7월에만 접속건수가 7만5130건으로 집계됐다. 8월 7만5114건, 9월 6만6215건으로 약 3개월간 누적 접속건수는 21만6459건으로 파악됐다. 한은 관계자는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각자의 블로그나 카페에 스냅샷 데이터를 퍼가기도 하고 언론에서 스냅샷 데이터를 보고 기사화하는 경우도 있다"며 "최근에는 한 대기업에서 스냅샷 링크를 자사 홈페이지에 걸어둬도 되는지 문의도 있었다. 대내외에서 호응이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스냅샷은 한은 직원이 사용하는 통합데이터플랫폼의 '대국민 확장판'이다. 이 총재가 취임한 후 직원들의 통합데이터플랫폼을 보고 일반인에게도 공개하자고 제안하면서 나오게 됐다. 취업준비생 등 MZ(밀레니얼+Z)세대를 겨냥한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구독자수도 늘었다. 유튜브 콘텐츠 수는 지난 9월말 기준 1355개로 지난해말(1209개) 대비 12.1% 늘었다. 구독자수는 같은 기간 5만3900명에서 6만300명으로 11.9% 증가했다. 2020년 2만4900명, 2021년 4만1500명에서 지속해 증가한 것이다. 페이스북 콘텐츠수는 9월말 기준 2475개로 구독자가 4만9100명이다. 한은 인스타그램 계정은 2021년 3월 처음 만들어진 지 약 1년 8개월 만에 구독자가 2만명으로 늘었다. 유튜브에는 한은 조사역의 출근길부터 회식 장면까지 보여주는 브이로그(vlog) 영상, 영상으로 만나는 한은 경제보고서인 복코노미(BOKonomy) 영상 등이 올라가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한은 경제연구보고서 등을 설명하는 콘텐츠를 많이 만들고 있다"면서 "중앙은행에 관심 있는 시민들과 취업준비생 등이 한은에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브이로그와 같은 감성적 콘텐츠도 제작 중"이라고 설명했다. #OBJECT1# #OBJECT2# #OBJECT3#온라인에서 한은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인 홈페이지와 대표적인 통계 서비스 플랫폼인 ECOS의 실적은 타 채널에 비해 저조한 편이다. 올해 3·4분기 한은 홈페이지 방문자수는 199만4002명으로 전기대비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9년 4·4분기 방문자수가 100만명을 돌파한 후 금리를 급격하게 올렸던 지난해에는 분기마다 10~20% 늘어나다가 올해는 답보 수준이다. ECOS 또한 월간활성사용자(MAU)가 지난 9월말 기준 2만3700명으로 올해 들어 큰 폭의 변화가 없었고, 전년동월대비로는 오히려 21.9% 줄었다. 이런 상황에 한국은행에서도 내년 3월말 서비스를 목표로 홈페이지 개편에 나섰다. 한은은 최근 나라장터에 약 5억900만원 규모의 홈페이지 개편 사업 입찰 공고를 냈다. △검색기능 및 조사연구자료 접근성 제고 △발간물의 디지털화를 대비한 자료수록 방식 변경 △클라우드 인프라 시스템 구축 등이 핵심이다. 한은 관계자는 "외국 중앙은행 사례와 최근의 웹 트렌드를 반영해 디자인과 메뉴체계를 개선하고, 짧은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리는 걸 계획하고 있다"라며 "수요자 눈높이에 맞춰 홈페이지 구역을 나누고 디자인과 UI(User Interface)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주영 의원은 "블로그·유튜브 대비 메인 홈페이지, 경제통계시스템(ECOS) 방문자 수 이용 증감을 보면 전통적인 유입로의 상당한 시스템 보완이 요구된다는 것이 느껴진다"며 "이창용 총재가 대언론, 대국민 소통을 강조한 만큼 한국은행은 보다 많은 정보를 국민들이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3-11-13 16:17:26[파이낸셜뉴스] '한은사(寺)'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조용했던 한국은행의 소통이 과감해지고 있다. 이창용 총재가 이른바 시끄러운 한은을 표방하며 조직 내외 적극적 소통을 강조한 결과라는 평가다. 현재로서는 한은의 확 달라진 소통 기조가 시장 개입이란 부작용보다는 오해 불식의 순기능이 더 크다는 진단이 나왔다. 확 달라진 한은.. 블로그에 포워드 가이던스까지 '적극 소통' 행보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이 총재 취임 후 1년 동안 한은의 소통 방식이 확 달라졌다.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중앙은행으로서 말을 아끼며 무게감을 지키던 한은이 조직 내 소통에, 시장·언론과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장 돋보이는 소통 창구 중 하나가 한국은행 공식 블로다. 지난해 5월 31일 개설된 한은 블로그는 기준금리 인상 배경 등을 쉬운 말로 설명하며 중앙은행과 대중 간 소통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블로그에는 올해에만 13건, 한달 평균 4건 이상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글쓴이도, 주제도 다양하다. 최근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 배경 뿐 아니라 금융안정 상황 등 거시경제 현황에 대한 한국은행의 시각을 알 수 있다. 지난 1월 9일 이종렬 부총재보는 금융안정 상황과 관련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위기발생 가능성을 상시 경계하되 지나친 우려로 지레 위축돼 위기를 자초할 필요는 없다"며 우려 불식에 나섰다. 시장의 '오해'에 적극 해명하고 "이렇게 해석해줬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전하기도 한다. 지난 6일 채권시장팀은 최근 국고채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은 현상과 관련 "국고채금리가 금융시장의 통화정책 기대를 선(先)반영해서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역전현상은 과거에도 있었던 것"이라며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약화됐다고 평가하는 건 신중할 필요가 있다. 좀 더 넓고 긴 시계에서 바라보고 통화정책 효과를 평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썼다. 이 총재와 금통위원들의 대외행보 또한 한은의 적극적 소통 기조를 보여준다. 이 총재는 지난 7일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향후 물가 경로에 대해 "3월 이후로는 4.5% 이하로 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연말에는 3% 초반으로 갈 것"이라며 물가 전망과 관련 구체적인 수치까지 밝혔다. 박기영 금통위원 또한 16일 간담회에서 향후 금통위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 "근원 소비자물가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발언해 '금리동결' 힌트를 주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이러한 언론과의 소통 노력이 궁극적으로 일반 대중과의 접촉면을 늘리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평가다. 'K-점도표'를 통한 포워드 가이던스 제시도 눈에 띄는 변화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3.25%로 올린 배경을 설명하며 금통위원들의 최종금리전망을 처음 공개한 바 있다. 지난 2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는 향후 3개월 간 최종금리 수준을 3.75%로 열어놓자는 금통위원이 5명이었다고 공개했다. 이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방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예고하는 포워드 가이던스의 일환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석 달에 한 번 정례회의 후 발표하는 '점도표'와 흡사하다는 분석이다. 점도표란 연준 위원 18명이 '연말까지 금리를 이 정도 올려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점으로 표현한 그래프다. 타운홀 형식 업무보고에 총재와 점심시간으로 '조직 내 소통' 강조 한은 내 소통 문화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이 총재는 지난 1~2월 각 국별 업무보고를 타운홀 방식으로 진행해 실무담당 조사역들도 참여토록 했다. 업무보고 후 다과회를 통해 이 총재와 각국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고 전해진다. 이 총재가 식사시간을 열어놓으면 희망하는 직원들이 신청해서 점심식사를 함께 하기도 한다. 올해 한은이 국·부·팀제로 조직을 개편해서 국장급 이상 임원의 권한을 부장과 팀장 이하로 하부 위임한 것 또한 '수평적 소통 노력'의 일환이다. 이외에도 이 총재는 경제부총리와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과 매주 모임을 갖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취임 전 인사청문회에서 "한은의 내부 조직을 긍정적인 경쟁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이끌고 외부와의 소통을 강화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한 '이창용식 소통'이 빚어낸 결과라는 평가다. 대내외 긍정 평가 많지만.. "말실수로 인한 신뢰 훼손 주의해야" 통상 중앙은행의 '말'은 시장 개입으로 비춰질 수 있어 자제하는 경향이 있다. 그동안 한은이 '조용했던' 것을 두고도 중앙은행으로서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무게감을 지켰다는 평가와 소통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평이 엇갈렸다. 이 총재식 소통에도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이 총재가 "한국은행이 정부에선 독립됐어도 미국 연준에서 독립되지는 않았다"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었다. K-점도표 또한 기축통화국 미국과 달리 필요성이 크지 않고, 포워드 가이던스가 바뀔 경우 시장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조직 안팎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 가지를 단정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것이 이 총재의 스타일"이라며 "시장에 금리에 대한 신호를 주며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시장 변동성을 차단하는 것도 한은의 중요한 임무다. 적극적 소통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은 관계자는 "시장의 오해 소지가 있거나 국민에게 충분히 알릴 필요가 있을 경우 직급에 관계없이 블로그 글을 쓸 수 있다"라며 "통화정책 방향과 거시경제 상황을 알기 쉽게 설명하려는 노력"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다만 '말실수 리스크'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를 상실할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한국은행 총재란 자리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보도되는 위치라서 조심할 필요도 있다"라며 정부기관과 소통에 대해선 "정책 방향을 잡는 데 있어 한은의 입장이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에 주도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김예지 기자
2023-03-19 18:12:02[파이낸셜뉴스] "지금 정책대응에 실기해 고물가 상황이 고착되면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정책대응이 필요하고 그만큼 성장 측면의 손실도 더 커지게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다" 17일 한국은행 블로그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재확인한 이 같은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물가의 추가 상승압력과 외환부문의 리스크 증대로 정책대응을 강화'라는 제목의 글에서 "앞으로 국내 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물가 오름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경기 둔화에도 당분간 물가안정을 위한 금리인상 기조를 지속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홍 국장은 "물가 상황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오름세가 둔화되었지만 하방 경직성이 큰 가공식품 및 외식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5%대 중후반의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며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지수)의 경우 수요측 물가압력을 반영하는 개인서비스 품목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도 4%대를 이어갔다"고 했다. 특히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이 물가의 추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지난 8월보다 정책대응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었다"며 "환율 상승은 일반적으로 수입물가를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연결된다"고 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0%에서 3.00%로 인상해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홍 국장은 "내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변동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며 최근과 같은 환율 상승기와 고물가 하에서는 환율의 물가전가율이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주요 산유국의 감산, 지정학적 리스크 등 향후 국제에너지가격 움직임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다시 높아진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 수준 등을 직접적으로 타깃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지는 않지만, 환율을 통한 물가 상승압력 증대와 자본유출입 등 외환부문의 리스크 증대에 대해서는 정책결정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2022-10-17 12:12:28"숙제를 어떤 이유에서든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마감일에 임박해서 밤을 새우게 되고, 그러면 숙제의 질도 떨어지고 몸도 많이 상하게 된 경험이 있다." 지난달 31일 개설된 한국은행 블로그에 올라온 첫 글의 일부다. 이 글은 홍경식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이 5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배경 등에 대해 의견을 담아 올린 것으로, 한은 안팎의 눈길을 끌고 있다. 먼저 홍 국장은 금리인상 배경으로 물가오름세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확대된 점을 꼽으면서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을 언급했다. 그는 "물가 오름세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확대됐다"며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크게 높아져 지난 2008년 10월(4.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5월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도 지난 2012년 10월(3.3%) 이후 최고치인 3.3%까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물가 오름세 확대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조치, 미 연준의 금리인상 가속 등 대외 요인의 영향이 컸다"며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제원자재가격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미국 연준의 빠른 정책금리 인상은 원달러 환율 상승을 통해 국내 물가상승 압력을 추가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런 대외 여건 변화와 국내 수요 압력 증대를 반영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2월 전망치(3.1%)보다 크게 상향 조정된 4.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홍 국장은 국내경제가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 증대에도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금리인상에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 성장세가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미국도 각각 봉쇄조치, 금리인상 가속 등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 향후 우리나라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공급차질 등으로 글로벌 재화 시장에서 초과수요 상황이 여전한 만큼 전반적인 수출 흐름이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홍국장은 금융불균형 위험에 대한 경계감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금리인상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권 가계대출은 금년 들어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 4월에는 소폭 증가로 전환했다"며 "다만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GDP 대비 비율이 106.5%(2021년말 기준)로 OECD 37개중 4번째를 기록하는 등 높은 수준이며, 주택 매수심리와 주택가격전망CSI가 3월 이후 반등하는 등 주택 수요 및 가격상승 기대도 여전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2022-06-01 18:03:41[파이낸셜뉴스] "숙제를 어떤 이유에서든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마감일에 임박해서 밤을 새우게 되고, 그러면 숙제의 질도 떨어지고 몸도 많이 상하게 된 경험이 있다." 지난달 31일 개설된 한국은행 블로그에 올라온 첫 글의 일부다. 이 글은 홍경식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이 5월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배경 등에 대해 의견을 담아 올린 것으로, 한은 안팎의 눈길을 끌고 있다. 먼저 홍 국장은 금리인상 배경으로 물가오름세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확대된 점을 꼽으면서 당분간 물가에 보다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을 언급했다. 그는 "물가 오름세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확대됐다"며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8%로 크게 높아져 지난 2008년 10월(4.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5월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도 지난 2012년 10월(3.3%) 이후 최고치인 3.3%까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물가 오름세 확대에는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조치, 미 연준의 금리인상 가속 등 대외 요인의 영향이 컸다"며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제원자재가격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미국 연준의 빠른 정책금리 인상은 원달러 환율 상승을 통해 국내 물가상승 압력을 추가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런 대외 여건 변화와 국내 수요 압력 증대를 반영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2월 전망치(3.1%)보다 크게 상향 조정된 4.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홍 국장은 국내경제가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 증대에도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금리인상에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 성장세가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미국도 각각 봉쇄조치, 금리인상 가속 등으로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 향후 우리나라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공급차질 등으로 글로벌 재화 시장에서 초과수요 상황이 여전한 만큼 전반적인 수출 흐름이 크게 나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홍국장은 금융불균형 위험에 대한 경계감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금리인상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권 가계대출은 금년 들어 신용대출 순상환이 지속되면서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 4월에는 소폭 증가로 전환했다"며 "다만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GDP 대비 비율이 106.5%(2021년말 기준)로 OECD 37개중 4번째를 기록하는 등 높은 수준이며, 주택 매수심리와 주택가격전망CSI가 3월 이후 반등하는 등 주택 수요 및 가격상승 기대도 여전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2022-05-31 17:31:10[파이낸셜뉴스]고금리를 버텨온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한층 줄어들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향후 양도성예금증서(CD), 은행채 등의 금리가 추가 하락해 대출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단기 시장금리와 연동된 변동금리의 비중이 60%가 넘는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금리 하락폭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통화정책 피벗 기대, 과도하게 선반영한 대출금리30일 최용훈 한국은행 금융시장국장은 자체 블로그에 게재한 ‘기준금리 인하와 대출금리 변동 바로 이해하기’ 글을 통해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미리 반영해 크게 하락했고 앞으로도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어느 때보다 대출금리로 원활히 파급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 11일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며 3년 2개월 만에 통화정책을 완화했음에도 은행들이 가산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통화정책과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지적에 선을 그은 것이다. 최 국장은 연초 이후 금리 흐름부터 짚어야 한다고 봤다. 올해 7월까지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는 76bp 하락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당시 기준금리 수준인 3.50%까지 낮아졌다. 대출 지표금리인 시장금리가 국내외 통화정책 완화 기대를 미리 반영해 빠르게 하락한 결과로, 당시 시중금리에는 3차례(0.25%p 기준) 정도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이미 반영됐다. 통상 정책 기조 전환기에는 통화정책 기대를 선반영해 시중금리가 기준금리 인하에 앞서 움직인다. 다만 이번 기준금리 인하 시에는 과거에 비해 선반영 시기가 빨랐고 폭도 컸다. 이는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통화정책 사이클에서 기준금리 인상폭(3.00%p)이 컸고 고점(3.50%)에서의 지속 기간(20개월)도 길었던 데에 기인한다. 또한 미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앞서 통화정책 피벗에 나서면서 글로벌 금리가 하락한 영향도 있다. 이같이 시장이 중앙은행보다 앞서나간 가운데 이달 기준금리 인하 직후, 시장참가자들 사이에서는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에 대한 기대가 다소 과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에 실제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시장금리의 추가 하락폭이 제한되거나 일부는 상승하면서 대출금리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았다. 최 국장은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가 상당 부분 미리 나타나고 있었던 데다 실제 인하 이후에는 향후 추가 인하 속도 등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일부 되돌려졌다”고 설명했다. ■기업대출 중심으로 대출금리 추가 하락 전망선반영 기대감이 조정된 것 외에도 대출금리가 올라간 이유는 은행들이 가산금리 정상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최 국장은 “8월 이후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은 과도하게 축소된 가산금리를 통상적인 수준으로 되돌리는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은행들은 대환대출 플랫폼 도입으로 대출 경쟁이 심화하면서 상반기 중 가산금리를 제로(0) 수준에 가깝게 내린 바 있다. 은행들의 대출 포트폴리오 관리 목적도 있다. 지난 5월 이후 수도권 주택시장이 과열되고 그 여파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되면서 주요 은행들의 가계대출 취급실적은 7월중 이미 연간 경영목표치를 초과했다. 대출 포트폴리오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에 과도하게 집중되자 관리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실제 가계대출 증가폭이 컸던 은행일수록 대출금리 인상폭이 컸다. 한은은 기준금리와 밀접한 단기 시장금리의 경우 선반영 폭이 크지 않았던 만큼 이에 연동된 대출금리는 앞으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실제 기준금리 인하 이후 장기시장금리는 소폭 등락에 그치고 있으나 양도성예금증서(CD), 은행채 등 주요 단기시장금리는 10bp 가까이 추가 하락했다. 이에 향후 이를 지표금리로 하는 변동금리 대출을 중심으로 금리가 더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8월말 잔액 기준 국내은행 원화대출에서 변동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기업대출 63.4%, 가계대출 55.2%(주택담보대출 34.8%) 수준이다. 경제주체들의 이자상환 부담 완화 효과도 점차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차주의 이자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잔액기준 대출금리는 올해 꾸준히 하락해 지난 8월까지 가계대출은 -0.30%p, 기업대출은 -0.37%p 떨어졌다. 이자부담 경감액으로 보면 각각 연간 2조7000억원, 4조9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최 국장은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대출금리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신규 대출금리가 추가 하락하고 기존 대출이 차환되거나 변동금리 대출의 금리 갱신주기가 도래하면서 이자부담 경감효과는 점차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4-10-30 15:25:24올해 3·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1% 성장하는 데 그쳤다. 그간 성장엔진 역할을 해온 수출이 7분기 만에 최저 폭으로 증가하면서 당초 전망치(0.5%)의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역성장을 기록한 2·4분기에 이어 3·4분기에도 'GDP 쇼크'가 나타나면서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될 전망이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1% 증가했다. 전기 대비 0.2% 역성장한 2·4분기와 지난 2022년 4·4분기(-0.5%)를 제외하면 지난 2021년 3·4분기(0.0%) 이후 3년 만에 최저 성장률이다. 이는 국내 경제를 견인해 온 수출이 무너진 결과다. 올해 3·4분기 수출은 전기 대비 0.4% 감소하며 지난 2022년 4·4분기(-3.7%)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품목의 성장세가 둔화한 가운데 비IT 품목에서는 한국GM 파업,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와 이차전지 등 화학제품 수출이 주저앉았다. 이에 3·4분기 순수출(수출-수입)은 성장률을 0.8%p 끌어내렸다. 그간 부진을 이어온 내수보다도 성장률 기여도가 낮은 것이다. 3·4분기 내수는 설비투자(0.6%p), 민간소비(0.2%p) 등에 힘입어 성장률을 0.9%p 끌어올렸다. 이 같은 올해 3·4분기 수출쇼크는 한은의 당초 전망과 배치된다. 한은은 지난 8월 분기별 전망치를 공개하며 올해 3·4분기 성장률이 0.5% 수준에 달할 것으로 봤다. 지난 16일에도 블로그를 통해 "올해 하반기 중에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전망치와 실제 성장률의 차이를 두고 "8월 전망 당시에는 글로벌 경기 흐름으로 미뤄 수출이 (3·4분기에) 증가할 것으로 봤지만 실제로는 감소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올해 4·4분기에도 수출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제조업 경기회복세 둔화, 중국 내수부진 우려 등으로 수출 증가율이 예전 수준을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신 국장은 "전반적인 흐름은 수출의 양호한 흐름이 당분간 이어지겠으나, 수출 관련 불확실한 요인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2.4%) 달성은 어려워졌다고 판단했다. 0.1% 성장에 머문 3·4분기를 고려할 때 당초 전망치를 달성하려면 4·4분기에 1.2% 성장해야 한다. 한은은 다음달 28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전망이다. 신 국장은 "전망치에 비해서 3·4분기 실적치가 낮게 나와 2.4% 성장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여러 대내외 불확실한 요인을 면밀히 점검해 다음달 전망 때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3·4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은 0.5% 증가해 실질 GDP 성장률(0.1%)을 상회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4-10-24 18:04:03[파이낸셜뉴스]한국은행이 국내 무위험지표금리(KOFR) 도입을 위해 단계별 KOFR 활용 목표치 가이드라인 등을 속도감 있게 수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시장참가자들과 KOFR 도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업계의 요구사항을 인지한 만큼 속도전에 돌입해 KOFR의 시장점유율 확보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다. 공대희 한은 금융시장국 공개시장부장은 10일 한은 블로그를 통해 “8월 컨퍼런스를 거치면서 KOFR 활성화에 대한 공감대가 확고히 형성된 만큼 시장참가자들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단계별 KOFR 확산 계획을 차질없이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지난달 28일 자본시장연구원과 ‘KOFR 활성화를 위한 주요과제 및 향후 추진방향’이라는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해 금융회사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한은은 △KOFR 확산을 위한 기술적 기반 조성 △KOFR 점유율 확대를 위한 확산전략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중요지표 해제 등 KOFR로의 지표금리 전환을 위한 3단계 계획을 발표했다. 한은은 대출상품에서 지표금리로 KOFR 활용이 늘어날 경우 금융소비자의 후생도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CD금리는 은행의 신용위험이 포함돼 은행의 자금조달 상황 변화에 따른 CD금리의 변동리스크를 금융소비자가 부담해야 하지만 KOFR가 활용될 경우 개별은행의 신용위험 변화에 따른 금리변동 리스크를 은행이 부담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한은은 금융위원회와 함께 선진국의 도입 사례 등을 감안해 KOFR 대출금리 적용방식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적정한 표준방안을 마련키로했다. 특히 대출 적용금리가 계약시점이 아닌 이자지급시점에 근접해서야 확정되는 특징으로 인해 KOFR 기반 대출상품의 활성화가 늦어질 수 있어 최대한 도입을 서두르겠다는 방침이다. 공 부장은 “일부 토론자는 KOFR 기반 대출금리로 과거기간의 KOFR 평균금리를 대출 계약시점에 사전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며 “이 경우 대출 시점에 금리가 확정되는 현재의 CD금리 대출상품 구조와 유사하여 KOFR 기반 대출상품도 예상보다 빠르게 출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은은 KOFR를 지표금리로 사용할 경우 예상치 못한 가격변동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CD금리는 이자율스왑 거래에서 특정기간에 적용되는 변동금리가 사전적으로 확정돼 기준금리가 변동할 경우 큰 가격변동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지만 KOFR는 매일 매일 실거래에 따라 적시에 시장상황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공 부장은 “실제 컨퍼런스 패널토론에서 일부 참석자는 이를 헤지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어 예상치 못한 이익 또는 손실의 발생 여부를 행운의 영역에 맡겨야 하는 상황임을 토로했다”며 “참석자들은 이자율스왑 시장에서 변동금리를 CD금리에서 KOFR로 전환할 경우 리스크관리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상당할 것이라는 기대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파생거래담보 가치평가의 정확성도 제고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우리나라 파생상품거래는 KOFR를 기반으로 하는 이자율스왑의 수익률곡선이 없어 담보 조달비용 산정시 내부조달금리나 이와 유사한 대용금리(proxy)가 사용되고 있다. 공 부장은 “만약 KOFR 활성화를 통해 무위험금리 수익률곡선이 만들어진다면 담보 비용과 파생상품에 대한 정확한 가치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OFR 기반 이자율스왑 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기초시장인 RP시장도 발전될 것으로 평가했다. RP시장이 익일물 롤오버 거래관행에서 벗어나 단기 구간 금리변동에 대한 헤지가 가능해지면 기일물 RP 거래가 활성화돼 금융기관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4-09-10 14:09:25[파이낸셜뉴스]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미 달러화 강세, 미국(5.25~5.50%)과 한국(3.50%)간 역전 금리차로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올해는 지난해보다 환율 변동성이 적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화 수급 사정이 나아진 데다 우리나라가 순대외자산국임 만큼 환율상승 충격을 감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은행 국제국 국제총괄팀 박병걸 차장·이한새 조사역은 지난 7일 한은 블로그에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도 외환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안정적'이라는 제하의 글을 올리고 이같이 진단했다. 박 차장은 "최근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덜하고 국내 외환시장의 수급상황도 나아졌다"며 "환율의 변동성이 우려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10월에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상승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주요국 주가도 조정을 크게 받았다. 미국 국채금리(10년물 기준)은 7월말 3.96%에서 10월 25일 4.95%로 상승했다. 이런 영향을 받아 원·달러 환율은 지난 10월 4일 1363.5원에 마감해 연고점을 경신했다. 박 차장은 "국제금융시장의 가장 중요한 테마 중 하나가 고금리 장기화"라며 "국채 수급여건 악화와 같은 단기간에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요인 영향이 컸던 점을 감안하면 미국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특히 채권의 장기보유에 따른 보상을 반영하는 '기간프리미엄'이 금리상승에 더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왔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보유채권 규모 축소와 재무부 국채발행물량 확대 등 장기국채 수급 불확실성이 커진 게 기간프리미엄 확대로 나타났다는 게 국제총괄팀 추정이다. 박 차장은 "연준이 내년 정책금리 인하를 시작하더라도 그 속도가 매우 완만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라며 국채금리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박 차장은 "미국 금리가 지난해에 비해 높은 수준이고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최근 금융시장 불안심리가 작년 9~10월에 비해 덜한 편"이라고 짚었다.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됐다는 시장 기대가 불안심리를 줄이는 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미국경제 연착륙 기대가 커진 점도 시장안정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은은 국내 요인 또한 강건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봤다. 박 차장은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대외금융자산이 금융부채를 웃도는 순대외자산국으로 전환돼 현재는 순대외금융자산이 국내총생산(GDP)의 46%에 달한다"라며 "달러화 강세의 부정적 영향이 예전보다 약해졌다"고 짚었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당시 원화 변동성이 컸던 반면 작년 원화 변동성 확대가 '글로벌 외환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수준'이라고도 평가했다. 대외차입여건을 나타내는 외평채 CDS프리미엄과 외화표시채권(KP)의 스프레드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 달러화 수급상황도 지난해에 비해 나아졌다는 판단이 나왔다. 박 차장은 "작년 원화 가치 하락이 여타 국가에 비해 큰 편에 속한 것은 거주자의 해외투자 지속, 경상수지 흑자 축소 등에 따른 외환수급 불균형이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하지만 외환당국과 국민연금간 외환스왑 등 수급안정화 대책이 마련된 데다 15개월 연속 적자가 이어지던 무역수지도 금년 6월 이후 흑자 기조로 돌아섰다"고 짚었다. 외환스왑, 무역수지 흑자 등으로 달러화가 더 많이 들어와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박 차장은 "미국의 견조한 경제상황과 함께 연준의 통화긴축 장기화 기대 등으로 당분간 강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지난해 9~10월에 비해서는 금융시장 불안심리가 덜하고 국내 달러화 수급상황도 나아져 환율 변동성이 제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박 차장은 "우리나라는 순대외자산국으로 환율이 어느 정도 상승하더라도 그 충격을 감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3-11-09 17:37:53[파이낸셜뉴스]한국은행 통화정책국이 현재 미국의 통화정책 운용 여건이 1990년대 중반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양호한 고용상황이 계속돼 물가상승률이 2%로 수렴하는 시기가 늦어져 5%대 고금리가 3년 넘게 이어지던 당시와 여건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홍경식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최인협 정책총괄팀 과장은 지난 30일 한은 공식 블로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평가' 제하의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준은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정책금리를 현행 5.25~5.50%로 동결할지 한 차례 인상할지 결정하게 된다. 홍 국장은 "미 연준의 주요 인사들이 11월 정책금리 동결을 시사하는 발언들을 연이어 내놓았다"며 "시장의 관심은 추가 금리인상보다는 지난 9월 회의에서 제시한 고금리 장기화, 즉 2024년말에도 5%대 정책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변화할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고 짚었다. 현재 미국의 통화정책 운용 여건은 1990년대 중반(1995년3월~1998년11월, 6.00 → 4.75%)과 유사하다는 게 한은 통화정책국의 판단이다. 1990년대 이후 연준이 정책금리를 인상에서 인하로 전환했던 때를 ①번 1990년2월~1992년9월 8.25→3.00% ②번 1995년3월~1998년11월 6.00→4.75% ③번 2000년6월~2003년6월 6.50→1.00% ④번 2006년8월~2008년12월 5.25→0.25% ⑤번 2019년1월~2020년3월 2.50→0.25% 등 다섯 개 전환기로 나눠 비교분석한 결과다. 홍 국장은 1, 3, 4, 5번 전환기에는 경제·금융위기가 수반되면서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이 과정에서 연준이 정책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빠르게 인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짚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저축대부조합 부실화 사태와 걸프전쟁, 2000년대 초반에는 IT버블 붕괴,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은 코로나19 사태가 각각 경기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홍 국장은 "이로 인해 네 차례 전환기에는 물가상승률이 빠르게 둔화되고 실업률은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미 연준은 정책금리를 빠른 속도로 상당폭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의 정책 운용 여건과 가장 비슷한 2번 시기, 즉 1995년부터 1998년까지는 경제 위기가 없었다. 1995년 미국 경제는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성장률이 크게 하락하고 고용 여건이 악화돼 연준에서 금리를 6.0%에서 5.25%로 낮췄다. 하지만 1996년 경기가 빠르게 개선돼 1997~1998년 잠재수준을 상회하는 4%대의 성장세가 이어졌다. 실업률 또한 자연실업률 수준을 하회하는 4%대 중반 수준을 나타내 양호한 경제상황이 지속됐다. 이때 물가상승률은 둔화 속도가 완만해서 1998년까지도 2%대 수렴하지 않았다. 홍 국장은 "이에 따라 연준도 1996년 이후에는 정책금리를 5.25% 수준에서 더 이상 인하하지 않았고 1997년 3월에는 오히려 금리를 3.50%로 인상했다"면서 "물가상승률이 2%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가 늦춰지고 양호한 경제성장이 이어지면서 5%대의 높은 정책금리가 3년 이상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홍 국장은 내년 이후의 미국 경제전망이 이와 유사하다고 봤다. 그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GDP 갭률이 플러스(+) 상태를 유지하는 가운데 자연실업률(4.0%) 내외의 낮은 실업률이 이어지는 등 양호한 고용 상황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국 물가상승률도 내년부터는 둔화 속도가 완만해지면서 2025년 하반기에도 2%대 초반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주요 산유국의 감산에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국제유가 변동성도 높아져 미국 물가상승률이 더 더디게 잡힐 수 있다. 홍 국장은 "연준이 내년 이후에 금리 인하를 시작하더라도 그 속도는 1990년대 중반과 같이 매우 완만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시장 기대도 최근 빠르게 조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에 반영된 내년말 정책금리 기대가 4.7~4.9% 수준에서 등락하는 등 미 연준이 제시한 5.0~5.25%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이에 따라 5%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높아졌다. 홍 국장은 국내 통화정책 운용에 대해 "높아진 국제유가와 환율의 영향 등으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번주 개최되는 FOMC 회의 결과와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계속 면밀히 점검해서 향후 통화정책 운용에 반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3-10-31 18:2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