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은 항해환경 변화에 맞춰 일부 '항해서지(航海書紙)'를 전자책 형태로 발간해 무료로 제공한다고 3일 밝혔다. 항해서지는 조석·조류 예측정보, 세계 주요 항만 간의 해상거리 등 해도에 자세히 표현하기 곤란한 각종 정보를 설명과 함께 수록해 안전하고 경제적인 항해에 도움을 주는 항해용 간행물이다. 해양조사원은 항해서지 5종(조류도·천측력·해상거리표·해도도식·항해용 간행물목록)을 전자책으로 간행하고 누구나 무료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누리집을 통해 제공한다. 이와 함께 선박안전법에 따라 선박에 필수적으로 비치해야 하는 항로지의 보관 편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동안 동·서·남해안별로 각각 있었던 항로지를 한권으로 통합한 '한국연안 항로지'로 새롭게 간행했다. 김재철 해양조사원장은 "앞으로도 시시각각 변화하는 항해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사용자가 최신의 해양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이용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2024-01-03 15:28:58[파이낸셜뉴스] 100세를 맞이한 미국의 외교 원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 오늘날 세계 질서를 향해 한 마디로 "무질서"하다고 평가하며, 대립 일변도의 미국의 대중정책을 비판했다. 과거 냉전기 미소, 미중 데탕트 정책을 추진했던 키신저 전 장관은 현실주의적인 관점에서 탁월한 혜안과 전략적 사고로 외교 천재, 미국 외교의 대부등으로 불려왔다. ■트럼프나 바이든이나 對中정책은 '도긴개긴'키신저 전 장관은 100세 생일을 하루 앞둔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거의 모든 주요국이 기본적인 방향성이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있고, 대부분은 내부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각국이 무엇을 얻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입장이 서지 않았다는 것이다. 초강대국의 깃발 아래 행동을 맞춰나갈 것인지,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추구하는 게 나을 지에 대해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중 공존을 강조해온 그는 최근 미국의 대중국 접근 방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중정책이 "거의 똑같다"며 "중국을 적으로 규정하고, 적의 양보를 강요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정권이라고 해서, 더 나을 것이 없는 정책이란 얘기다. "중국을 적으로 보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 역시, 중국이 미국의 '잠재적 적'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외교 철학인 '현실주의'를 언급하며, "(압박을 통해)중국이 변화할 것이라거나, 이로 인해 약화할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한 발상이며, 미중간에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립의 시기, 미중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선 "중국에 대해 무분별한 적대적 태도를 삼가하는 한편, 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미중 리더간 대화' 필요성을 제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두고, 마치, 1960년대 말~1970년대 미소 대립의 냉전기, 긴장완화를 추구했던 그의 '데탕트'(프랑스어로 긴장 완화, 휴식이란 뜻)정책과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대만문제는 풀 수 없는 문제"...日대량살상무기 개발 가능성 경고 키신저 전 장관은 미중 군사 충돌의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는 대만 문제에 대해선 "(대립을 통해선)풀 수 없는 문제"라고 단언하며 "공해 자유의 원칙을 통해 해결할 방법이 있을 지 찾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덤비는 무모함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수년간 현상유지 상태에서 서로 위협을 가하지 않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중국이 가진 야심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중국이 중국문화를 전 세계에 퍼뜨리고 싶어하지는 않는다"고 답하며, "세계 지배가 아닌, 아시아에서 지배적인 세력이 되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부상으로 주목해야 할 국가로 일본을 지목했다. "일본이 (중국에 대항해)자체적인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는 데는 짧게는 3년, 길게는 7년이 걸릴 것으로 봤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에 대해 비판한 키신저 전 장관은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 등에 대해선 "많은 것을 제대로 해냈다"고 비교적 후한 평가를 내놨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 동맹국들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을 막았다는 점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시킨다는 제안은 "엄청난 실수였고 전쟁을 야기했다"면서도 지금은 가입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종전 조건으로는 크림반도를 제외한 모든 우크라이나 영토 반환을 제시했다. 그는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대한 믿음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미국 정치의 분열과 여야 불통이 미국의 정치력을 급격히 쇠퇴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냉전기 미국의 외교를 대표하는 전략가다.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한국의 국가안보실장 격)과 국무장관을, 닉슨 정권에 이은 제럴드 포드 행정부에서도 두 직책을 지속했다. 닉슨 행정부 때는 '미·소 전략무기 제한협정'(SALT), 중국과의 관계 개선 등을 통해 공산 진영과의 데탕트(긴장완화)를 성사를 주도했다. 과거 '김대중 납치사건(1973년)' 때,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당시 한국의 야권 지도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구명 조치에 나선 일화도 유명하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23-05-27 15:19:25[파이낸셜뉴스]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원장 정태성)은 오는 7월 1일부터 항해안전을 위해 매주 1회 제공하는 항행통보를 종이 인쇄물 형태에서 사용 편의성이 높고 탄소 배출량 저감에 효과가 있는 전자파일 형태로 변경, 제공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항행통보는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위해 해도를 포함한 항해용 간행물의 정정사항과 항해 주의사항 등을 이용자에게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해 발행하는 간행물이다.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 환경으로 전환되고 있는 항해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지난해 실시한 이용자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 전자파일로 제공하는 서비스 선호도가 가장 높게 나타난 결과를 반영하기 위한 적극행정의 하나로 추진됐다. 이번에 제공되는 전자 항행통보는 국립해양조사원 누리집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확인하고 다운로드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 형식 변경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기존 인쇄물 이용자 중 신청자에 한해 전자메일 서비스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립해양조사원은 항해서지 이용자가 구매 전 필요한 정보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총 15권(8종)의 항해서지를 누리집 전자도서관에 게시했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2022-02-01 09:04:12[파이낸셜뉴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많은 것들이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닐 수 있다. 무언가에 대해 공부한다는 건 당연하게 여기던 어떤 것들을 더는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걸 뜻한다. 새해 첫 독서로 술에 대한 책을 집어든 것도 그래서였다. 얼마나 많은 술을 비우면서도 그 술이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디서 왔고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또 어떤 이야기를 써내려갈 것인지 관심을 가져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시작은 어느 술자리였다. 외국생활을 오래 한 어느 친구가 한국은 술 문화랄 게 별로 없다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평생을 한국에서 산 나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엄격한 회식자리부터 편안한 분위기에서 마시는 술자리, 여름 저녁이면 한강변에서 펼쳐지는 풍경까지. 축구장이나 야구장에선 맥주 마시는 커플과 깡소주 드시는 아저씨까지 어우러지는 게 우리나라 아니었나 말이다. 술도 좀 되었겠다 서로 주고받는 논쟁이 시작됐는데,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한국 술 문화가 얄팍하다는 결론으로 다가섰다.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곤 하지만 결국 한국인 대부분이 마시는 술과 그 술을 마시는 방식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적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우리 선조들에 비해서도 말이다. 한국의 대표 주종은 누가 뭐라 해도 소주와 맥주다. 현재 소주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맥주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롯데주류가 대부분의 물량을 생산한다. 결국 대기업이 대규모 공장에서 제조한 술이 한국의 대표 술이란 결론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봐도 이상한 점은 한둘이 아니다. 우리가 마시는 소주는 증류주가 아니라 희석주다. 희석주라 하면 전통적인 증류주와 달리 식용 알코올을 제조해 물에 탔다는 것인데 정통 소주와는 여러모로 거리가 멀다. 기업들조차 앞 다퉈 고급 증류 소주를 내놓는 모습은 우리가 마시는 소주가 정통이 아님을 반증한다. 맥주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공인된 맥주 가짓수는 모두 100가지가 넘는데 한국에서 맥주라 하면 사실상 미국식 라거 뿐이지 않은가. 그마저도 100% 몰트가 아니라 전분이나 다른 재료를 넣는다 해서 수차례 논란이 일었다. 왜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책을 폈다. 호주가 '럼'이 세운 국가라고? <술에 취한 세계사>는 술에 대한 다양한 이야깃거리 모음집이다. 딱딱한 원론서나 역사서라기보단 술을 매개로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공간을 초월해가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다. 영국 유명 블로거라는 저자 마크 포사이스의 전공이 그대로 녹아들어 각 장 별로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가 여럿 담겼다. 자연 상태에서 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인류가 왜 술을 마시게 됐는지 등의 의문으로부터 시작해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를 거쳐 유럽과 호주, 러시아, 북미 등을 오가며 각 나라의 술의 발전사를 다룬다. 이 과정에서 세계 술을 양분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닌 맥주와 와인의 역사부터 다채로운 증류주의 발전사가 술술 풀어진다. 술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이 있다면 이해가 더욱 쉽겠지만 없더라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흥미로운 부분 몇 가지를 적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호주의 출발을 술로 풀어낸 부분이 인상적이다. 책에 따르면 호주의 초창기는 곧 ‘럼’의 역사라 할 만하다. 사탕수수 발효주인 럼은 사탕수수가 대항해시대 이후 주요 곡물로 떠오르며 인기를 끄는데, 위스키나 브랜디에 비해 값이 저렴해 널리 보급됐다. 선원들에게도 인기를 끌어 이 시대 항해하는 배라면 어디든 럼을 잔뜩 싣고 있는 게 보통이었다. 그 시기 영국에서 범죄자들을 문명화되지 않은 땅으로 보내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미개척지는 호주로, 군인들이 수송을 맡아 수만의 범법자를 호주로 실어 날랐다. 화폐는 물론 기본적인 건축물도 없었던 이곳에서 범죄자들은 자기들만의 삶의 방식을 체득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