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면역세포가 뱀처럼 허물을 벗으며 증식하고 세균이나 바이러스, 암세포를 공격한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특히 면역세포가 허물을 벗지 못하면 증식하지도 못하고 죽게 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 메커니즘은 면역세포 수가 급격히 줄어든 암 환자나 바이러스 질환자를 위한 치료법 개발에 응용할 수 있다. 또한 백혈구의 일종인 T임파구에서 허물처럼 떨어져 나간 성분을 항암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직접 적용할 수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전창덕 교수팀은 T임파구가 활성화되고 증식하는데 허물벗기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고 29일 밝혔다. 전창덕 교수는 "T임파구 활성 초기에 발생하는 수용체의 발현 감소가 학계의 기존 주장과 달리 허물벗기 현상에 의한 것임을 밝혀내 면역학 분야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T임파구는 포유류의 면역계에서 외부 침입자에 대한 면역반응을 유도하고 공격하는 일종의 '면역사령관'이다. 그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야 적절히 방어할 수 있어 T임파구를 많이 생성할수록 좋은 백신으로 보기도 한다. 지금까지 침입자를 인식하는 T임파구 수용체(TCR)의 신호나 사이토카인 분비로 T임파구가 활성화된다고만 알고 있었다. 연구진은 T임파구가 외부 침입자의 정보를 알려주는 항원제시세포와 접촉하면 T임파구의 세포막 일부가 허물처럼 벗겨지는 현상이 반드시 있어야 T임파구가 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T임파구의 활성화를 유도한 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했다. 그결과 T임파구의 미세융모가 확장된 다음 끊어져 나가는 방식으로 허물벗기 현상이 일어났다. 특히 T임파구와 항원제시세포가 접촉할 때 T임파구 표면의 수용체가 감소하는 현상이 T임파구의 허물벗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며, 허물을 벗지 못하는 T임파구는 증식하지 못하고 죽게 된다는 새로운 사실도 밝혀졌다. 전창덕 교수는 "기존 연구를 답습하기보다 세계에서 유일한 연구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전 교수와 국립암센터 김혜란 박사가 지도하고 GIST 생명과학부 이선재 교수가 공동 참여했으며 박정수 박사가 진행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3-06-29 14:17:17[파이낸셜뉴스] 검찰이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당시 블랙박스 녹화영상 삭제를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징역 1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조승우·방윤섭·김현순 부장판사)심리로 6일 열린 이 전 차관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 등 혐의 재판에서 검찰은 "징역 1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또 이 전 차관의 폭행 장면을 확인하고도 단순폭행죄를 적용해 내사종결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당시 수사 경찰관 A전 경사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택시기사가 영상을 삭제한 주요 원인은 이 전 차관의 삭제 및 허위 진술 요구로, 택시기사는 증언을 통해서 이 같은 요구가 삭제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명하게 진술하고 있다"며 "이는 형사처벌의 가장 유력한 증거인 영상을 삭제한 것으로 실패한 증거인멸교사에 해당하지 않고 인과관계도 명백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차관은 객관적인 진실을 추구해야 하는 변호사임에도 그 의무를 위반한 채 허물을 벗기 위해 이 사건 범행에 이르러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 A경사에 대해서는 "허위공문서를 작성해 상관들의 결재를 받는 등 경찰 수사관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아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 전 차관 측 변호인은 "증거인멸교사죄 관련 공소사실은 검찰의 과도한 추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공소사실이 성립하려면 이 전 차관이 '수사기관에서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했지만, 이 전 차관은 이런 사실을 알 수도, 예상할 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차관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특히 A경사의 경우 경위야 어찌 됐든 제 불찰로 시작돼 많은 고통을 받고 있어 미안하단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A경사는 "본 사건을 수사하며 어떤 청탁이나 외압을 받지 않았고, 사적 이익을 위해 사건을 처리한 것이 아니다"며 "일부 법률개정이 있었던 점을 정확히 알지 못했고, 이 사건 몇 달 전 유사 사례를 처리한 경험을 토대로 사건을 처리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 전 차관 등의 선고기일은 다음 달 25일 열린다. 이 전 차관은 2020년 11월 서울 서초구 아파트 단지 앞에서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목적지를 묻는 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택시기사와 합의한 뒤 택시기사에게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해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당시 최초로 신고를 접수한 서초경찰서는 택시기사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며 단순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인 점 등을 들어 이 차관을 입건하지 않고 내사종결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서초경찰서 A경사는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확인하고도 보고서에 '영상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적고 단순 폭행죄를 적용해 내사종결한 혐의(특수직무유기 및 허위공문서 작성)를 받는다. 이후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기소할 수 있는 특가법 위반(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2022-07-06 18:07:51MBC ‘무한걸스’가 케이블 방송에서 공중파로의 첫 입성과 동시에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무한걸스’는 최고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파생된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무한도전’의 포맷을 차용한 만큼, 그 명성에 버금가는 케이블계의 여자판 ‘무한도전’으로 2007년부터 5년간 사랑을 받아왔다. 이에 ‘무한걸스’의 공중파 입성은 출연자들과 제작진, 이들의 프로그램을 지켜봐온 시청자들에게도 뜻 깊을 터. ‘무한걸스’는 케이블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으면서 공중파로 입성한 케이스. 이에 이들은 공중파 시청자들에게 첫 선을 보이기 위한 무기로 ‘무한도전’의 아이템을 뽑았다. 이미 ‘무한도전’에서 여러 차례 방송되며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던 ‘무한상사’의 패러디 ‘무걸출판사’가 바로 그것. 이는 ‘무한도전’을 등에 업고 시청자들에게 친근함을 선사하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그 첫 번째 결과는 시청률 3.0%(AGB닐슨, 전국기준/이하동일)로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에서 그쳤다. 더불어 시청자들은 ‘무한도전’의 아류작이라는 색안경을 벗기는커녕 오히려 ‘무한도전’ 따라쟁이로 평가하는 부정적 효과를 낳고 말았다. 특히 케이블에서 보여줬던 ‘무한걸스’만의 거친 웃음이 수위 조절상 사라지면서 오히려 본연의 매력을 잃고 우왕좌왕하게 됐다. 이 점은 ‘무한걸스’의 기존 시청자들에게 마저 외면 받을 딜레마가 될 수 있는 것. 실제 먼저 케이블에서 공중파로 입성한 MBC 뮤직의 ‘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이하 그여자 그남자)은 방송초반, 여배우와 남자 싱어송라이터가 노래를 만든다는 신선한 콘셉트와 더불어 윤건과 박신혜라는 색다른 조합이 더해져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이후 MBC파업으로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의 빈자리를 채웠던 ‘그여자 그남자’는 출연자가 바뀌고 시간이 흐를수록 ‘우결화’되는 양상을 보였고 “다른 버전의 ‘우결’을 보는 것 같다”는 부정적 의견을 얻기도 했다. 케이블에서 새로운 콘셉트로 환영받았던 것과 달리 ‘우결’의 빈자리를 약간 다른 ‘우결’이 메웠다는 느낌을 받기 충분했던 것. 이를 피하기 위한 가장 큰 해결책으로 ‘차별성’을 꼽을 수 있다. 아빠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이들의 포맷을 무작정 따라 하는 게 아닌 ‘무한걸스’만의 매력으로 소화해야 한다. 이에 대해 ‘무한걸스’ 이순옥PD는 “‘무한걸스’가 ‘무한도전’의 파생 프로그램인 만큼 케이블에서 방송할 당시부터 ‘무한도전’의 아이템을 종종 차용해왔다. 여자들의 버라이어티가 주는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획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첫술에 배부르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케이블에서 다소 센 이미지가 있었는데 공중파 수위에 맞추면서 캐릭터를 잡아가는 데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무한걸스’만의 캐릭터를 살리려 노력할테니 좀 더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앞으로 ‘무한걸스’는 ‘무한도전’의 인기아이템 10개를 선정해 방송할 예정. ‘무한걸스’ 멤버들에 맞게 재구성할 것이라는 제작진의 의도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한, 이들이 시청자들로부터 받을 냉대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soarhi@starnnews.com강혜인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starnnews.com 관련기사 ▶ ‘글슈아’ 태국미녀 미미, 소두 종결자 등극 “CD로 가려져” ▶ 이상민 이혼심경 “그냥 죽을 때까지 조용히 있고 싶어” 고백 ▶ 이태곤 과거방송, 이때도 태도논란? 유재석과 허물없는 스킨십 눈길 ▶ ‘해피엔딩’ 김소은, 최민수 시한부 사실 알고 ‘폭풍눈물’ ▶ ‘아이러브이태리’ 박예진-김기범, 로맨틱 ‘별빛키스’ 깜짝 공개
2012-06-20 08:49:38한국몬테소리(회장 김석규)는 9일 신제품 ‘벌레들의 한살이’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총 24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매 권마다 벌레들이 짝짓기로부터 알 낳기, 요람 만들기, 애벌레의 허물벗기 등 벌레들의 한살이를 상세하게 묘사했다. 회사측은 “아이들이 가장 곤충에 관심을 보이는 시기인 5∼10세를 중심으로 글과 그림의 수준을 맞추었으며, 특히 벌레들의 특성을 세련된 최신 촬영기법을 동원, 실사진으로 포착해냈다”고 설명했다. 김용회 개발팀장은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누구나 자기 주변의 환경을 중심으로 발전해 간다”며 “아이들에게 주변의 환경인 벌레들을 관찰하면서 정서적 안정감을 얻고, 자연관찰을 통해 생명의 중요성을 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cha1046@fnnews.com 차석록기자
2007-08-09 09:38:14【마카오=노정용기자】조각가 이용덕(47·서울대 교수)이 일본-베이징-마카오-상하이-대만으로 이어지는 잇단 아시안 투어로 아시아의 대표작가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겨울연가’, ‘대장금’ 등 한국 대중문화의 한류(韓流) 열풍이 일본과 중국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그는 ‘착시 조각’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창조해 순수예술 분야의 한류를 주도하고 있어 주목된다. ‘착시 조각’이란 음각을 표현하면서도 양각을 보여주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는 조각으로서 작가 이용덕이 개척한 미술의 새로운 장르다. 때문에 그의 조각 작품은 사진으로 보면 보통의 양각 조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음푹 들어간 음각 조각으로서 입체감과 동적인 효과를 동시에 드러낸다. 지난 2003년 일본의 카소갤러리에서 중국 작가들과 함께 공동전시회를 펼쳤던 그는 지난해 베이징 중국미술관전(11.23∼12.15)과 지난 4일 개막된 마카오 예술박물관전(3.4∼5.28)에 이어 오는 11월 상하이전과 2007년 3월 대만전이 잇따라 개최될 예정이다. 베이징과 마카오 전시회에서 보듯이 그의 작품을 본 관람객들은 ‘한국에 이렇게 훌륭한 조각가가 있었느냐’며 연일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표화랑(대표 표미선)의 협찬으로 이번 전시회를 연 마카오예술박물관의 응바이밍 관장은 개막전을 둘러본 후 “동양의 라스베이거스로 불리는 마카오에서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조각을 볼 수 있어 영광”이라면서 “‘착시 조각’을 통해 음(陰)과 양(陽), 허(虛)와 실(實)의 전통적인 동양사상을 잘 드러낸 독창적인 예술세계가 특히 인상적이다”고 평가했다. 마카오특별행정부는 최근 23개에 달하는 카지노산업에서 벌어들이는 돈으로 미술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지노 게임을 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에게 단순한 유흥을 넘어 순수 문화를 향유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마카오예술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용덕의 그림자 깊이전’에는 마카오 인구가 48만명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지난 5일 열린 작가 세미나에는 예정시간 두 시간을 훨씬 초과하며 이용덕의 ‘착시 조각’ 세계에 대해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작가는 “우리 주변에서 스쳐지나가는 순간을 포착해 모델의 배경을 지우고 인체의 세밀한 부분을 걸러내고, 최소한의 윤곽만 남깁니다. 사실 텅 비어 있지만, 가만 보면 세밀한 옷의 주름까지도 살아 있기 때문에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는’ 동양사상을 형상화시키는 작업입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마카오 전시는 작가가 지난 5년동안 창작한 28종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그림자 조각인 ‘허물벗기’는 관람객들이 작품안으로 직접 들어가서 암실에서 각기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으면 기계가 빛을 발사한 후 형광색의 벽에 그림자가 남는다. 장자의 ‘호접몽’을 연상시키는 이 작품은 어둠 속에 남은 부동자의 그림자가 나인가, 아니면 또다른 누구인가를 묻는다. “이제 미술 한류를 향한 첫 걸음을 뗀 느낌입니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를 통해 커다란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커다란 수확이라면 수확입니다. 마카오와 이웃한 홍콩에서까지 관람객들이 몰려와 중국이나 마카오와는 다른 한국의 미술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인상적인 조각 작품과 함께 ‘대장금’의 한류 덕분에 작가 이용덕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세계 미술계로 그 열기가 확산되기를 기대해본다. / noja@fnnews.com ■사진설명=지난 4일 마카오예술박물관에서 개막한 ‘이용덕의 그림자 깊이전’에서 조각가 이용덕이 ‘착시 조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06-03-07 14:36:09【베이징=노정용기자】가요와 드라마에 이어 미술계에도 한류바람이 서서히 불기 시작했다. 베이징의 중국미술관(관장 펑 위엔)과 한국의 표갤러리(대표 표미선)가 공동주최하는 중국미술관 초청전 ‘이용덕의 그림자 깊이전(李容德雕塑展-影子的深度)’이 지난 23일 개막, 미술평론가를 비롯한 일반 관람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날 개막식에는 이례적으로 펑 위엔 관장이 직접 축사에 나서 그 무게를 실감케 했다. 펑 관장은 “이용덕의 작품은 현대인을 표현하는 것으로 미적인 거리감을 좁혔다”면서 “음(陰)과 양(陽), 허(虛)와 실(實)의 전통적인 동양사상을 잘 드러내면서도 새로운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구전칭 상해미술관 수석큐레이터는 “지금까지 중국미술관에서 본 최고의 외국작가 전시”라며 찬사를 보냈다. 이용덕의 조각작품은 음각(네거티브)을 표현하면서도 양각(포지티브)을 보여주는 ‘착시현상’이 큰 특징. 그의 작품은 사진으로 보면 별다를 것 없는 부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움푹 들어간 네거티브 조각으로서 입체감과 동적인 효과를 잘 드러낸다. 이 때문에 채색을 가미한 조각은 관람자가 보는 방향에 따라 조각의 시선과 동작이 함께 움직이는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걷고 있는 여인들’, ‘물 속에서 수영하고 있는 여자’, ‘벤치에서 책읽는 여자’ 등 45점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조각인듯, 회화인듯 신기한 느낌을 준다. 작가는 경쾌하게 걸어오는 여인이나 버스정류장에서 차를 잡기 위해 뛰어오는 사람들, 소파에서 낮잠자는 여자 등 우리 일상 속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는 현대인을 작품 속에 끌어들임으로써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훨씬 친근하게 다가온다. 작가는 “우리 주변에서 스쳐지나가는 순각을 포착했습니다. 거기에는 특정한 개인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상에서 나타나는 순간적이면서도 다변적인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요. 양각을 음각으로 표현함으로써 ‘없는 것’을 보면서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스스로 ‘부재’와 ‘존재’를 증명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허물벗기’라는 설치작품이 주목을 받았다. 이 작품은 네거티브 조각과 일맥상통하면서도 아주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는 ‘그림자 조각’이다. 관람객이 캄캄한 천막 속으로 들어가면 3분마다 빛이 비쳐지고 벽에 칠해진 축광안료 때문에 관람객들의 다양한 모습이 벽에 순간적 그림자로 남아 약 3분 동안 지속된다. 마치 영화 ‘메트릭스’처럼 우리가 그림자인지, 아니면 그림자가 우리인지를 작가는 묻고 있는 것이다. 한편 중국초대전을 기획한 표갤러리는 베이징 왕징에 있는 지우창(518평·주류 제조 창고를 개조해 만든 건물) 예술구에 200평 규모의 화랑과 작가스튜디오 4개를 짓고 있는데, 내년 3월초에 갤러리를 오픈하면 새로운 작가를 찾는 전진기지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오는 12월 15일까지 중국미술관에서 전시되는 ‘이용덕…’은 자리를 옮겨 마카오 국립미술관(2007년 3월)과 상하이 다윤 국립미술관(2007년 9월)에서 순회전시될 예정이어서 한류바람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 noja@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5-11-29 13:5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