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시행된 일본의 헌법 제9조 1항은 "일본 국민은 국제평화를 성실히 추구하고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국권이 발동되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고 되어 있다. 제2항은 제1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육해공군, 그 밖의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명기되어 있다. 미국의 맥아더 장군은 일본이 절대로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헌법 제9조라는 매우 특이한 조항을 넣도록 요구했다. 세계에서도 헌법을 평화헌법(Peace Constition)이라고 쓰는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 그만큼 미국 하와이 진주만 공격으로 촉발된 태평양전쟁의 군국주의를 아예 머릿속에서 빼내 버린 것이다. 그러나 3년 후인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일본은 내우외환에 대비하고자 경찰예비대를 조직했고, 1954년에는 공식적으로 일본자위대가 생겨난다. 일본자위대는 전수방위정책으로 상대방이 일본을 공격하게 되면 일본을 방어하기 위해서만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소극적인 군사력 정책이었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의 군사력이 강성해지는 것을 빌미로 일본은 군사력을 야금야금 키워놓아 이제는 한국보다 우위에 있는 재래식 군사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헌법 제9조 2항은 육해공군의 군사력을 갖지 못하게 되어 있는데, 방어력 증강이라는 명분으로 세계에서도 가장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육해공군력이 되었다. 그러나 헌법 제9조의 위반이라는 국내외적 논란이 끊이지 않자 아예 헌법 제9조를 개정하면 좋겠다는 국내 주장들이 나오면서 헌법 개정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여론조사를 해 보면 해가 갈수록 헌법 제9조의 개정에 대한 일본인들의 찬성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헌법 개정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사건은 1998년 8월 31일 대륙간탄도탄을 겨냥한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실험이 성공했다는 것이었다. 로켓 잔해물이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에 떨어지는 바람에 일본이 받은 충격은 대단히 컸다. 일본은 외부로부터의 불안이 증폭되면 내부 단결력이 크게 향상되는 나라다. 그 이후로 일본자위대는 세계적으로도 강력한 군사력을 갖게 되었고, 북한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아 김정은도 두려워 한다는 스텔스 전투기만 해도 일본은 147기, 한국은 60기이며 세계 최고의 군함이라는 이지스함도 일본이 한국의 두배이다. 잠수함도 일본은 4000t급을 목표로 22척을 갖게 되며, 한국의 잠수함은 3000t급인 안창호함이 가장 첨단일 뿐이다. 북한은 계속해서 미사일을 쏘아대고, 중국은 해가 갈수록 첨단무기로 무장하며 동중국해,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해양패권 싸움을 하고 있으니 이 싸움이 격화되면 될수록 헌법 개정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일본이 헌법 개정을 하려면 중·참의원의 3분의 2의 찬동이 필요하며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국민투표에 부쳐 과반의 찬성률이 나와야 한다. 과거에는 언감생심 중·참의원 3분의 2 의석수가 찬동하는 일을 기대조차 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을 모두 합하면 3분 2가 넘는다. 일본이 국가를 운영하는 것을 보면 놀랍기만 하다. 국가의 목표를 세우면 차근차근 인내력을 갖고 명분을 쌓아 가는 것이다. 헌법 개정이 시간을 질질 끌게 되자 자위대란 약체의 이름으로 조용히 세계 최강의 군사강국을 만들어 온 나라가 일본이다. 헌법 개정에 군사력 분석을 세밀하게 하는 이유는 헌법 9조가 일본의 군사력에 대한 정당성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일본 국민들은 헌법 개정에 동의해 자위대를 국군으로 만들 것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2025년 3~4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헌법 개정에 찬동한다는 비율이 60%를 넘고, 4년 연속 60% 이상의 찬동률을 보이고 있다. 휴전선을 코앞에 둔 북한은 핵무기로 무장되어 있고, 일본자위대마저도 한국보다 강력하니 한국의 지도자들은 한국의 안보를 위해 치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2025-05-15 18:07:39[파이낸셜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9일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임명 권한을 제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헌법상 대통령의 임명권을 형해화할 수 있다"며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 개정안은 헌법에 규정돼 있는 통치 구조와 권력 분립의 기초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하고, 현행 헌법 규정과 상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발의한 것이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지난 8일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한 데 반발해 지난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했다. 법안에 따르면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은 임명할 수 없으며, 국회·대법원장 몫 헌법재판관은 임명해야 한다. 국회·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은 임명되지 않더라도 7일이 지나면 임명된 것으로 간주된다. 또 기존 재판관 임기가 끝났더라도 후임 재판관이 임명되지 않으면 기존 재판관이 직무를 계속 수행한다. 한 권한대행은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에 대해 헌법은 별도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며 "개정안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에서 선출하는 3명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명에 대해서만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해, 헌법에 없는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를 법률로 제한하고자 한다"고 지적했다. 또 "헌법 제112조 제1항은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명확히 6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이번 개정안은 임기가 만료된 재판관이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계속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국회가 선출하거나 대법원장이 지명한 헌법재판관을 7일간 임명하지 않으면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은 헌법상 대통령의 임명권을 형해화하고 삼권분립에도 어긋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헌법 훼손의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국무위원님들의 의견을 수렴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한다"며 "국민 여러분의 넓은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2025-04-29 09:28:57[파이낸셜뉴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9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 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개정안은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통치구조와 권력분립의 기초에 관한 중요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하고, 현행 헌법 규정과 상충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재의요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2025-04-29 09:02:01[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17일 세종시 수도 이전 문제와 관련해 "완전한 수도 이전은 헌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날 국방과학연구소(ADD) 방문 이후 기자들과 만나 "행정수도 완성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원칙 아래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라며 "임기 내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 건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후보는 "용산 집무실과 청와대 복원 문제, 세종 청사 신설 등 여러 대안을 효율성과 보안성을 중심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훈식 총괄본부장도 브리핑에서 "국회 본원과 통합 세종집무실의 완전 이전은 사실상 수도 이전으로 개헌과 맞물려 있어 국민적 동의가 필수적"이라며 "충청권을 국가 균형발전의 중심축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충청을 행정·과학 수도로 육성하고, 세종은 행정수도, 대전은 세계적 과학 수도, 충북은 미래산업 중심지, 충남은 환황해권 거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방위산업 분야에 대해도 이 후보는 "정부 차원의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통해 미래 산업을 선도할 첨단 기술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방안에 대해서는 "국민 부담 증가보다는 재정의 효율적 재편성을 우선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2025-04-17 12:00:38[파이낸셜뉴스] 야당이 9일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법사위에서 통과시키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후보 임명을 막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전체 회의에서 대통령의 선출권과 임명권을 대통령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없도록 명시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법사위는 이 법안을 한 권한대행에게도 소급 적용하며 사실상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로 지명한 이완규 법제처장을 임명하지 못하도록 못박았다. 이외에도 이날 18일 퇴임을 앞둔 문형배,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는 내용의 법도 이날 법사위 문턱을 넘었다. jiwon.song@fnnews.com 송지원 기자
2025-04-09 11:34:38[파이낸셜뉴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은 헌법재판관의 임기를 자동으로 연장하는 법안 등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헌법재판관의 임명권과 임기를 제멋대로 바꾸는 개정안은 전적으로 위헌”이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것은 민주당의 헌법재판소 장악법이다. 민주당의 헌재 장악 시도는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국무위원 총탄핵 계획과 맞물린 정권찬탈 음모”라고 주장했다. 이어 “행정부를 마비시켜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탈취하고 이후 대통령 파면을 강요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내란이고 명백한 국가전복이다” 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재명 세력은 민주당을 장악했고 의회를 장악했고, 의회권력으로 행정부를 마비시켰고, 결국 사법부까지 장악하려고 마수를 뻗치고 있다”고 말하며 “이것은 독재이며 체제전복이다. 정부는 국무위원 규정 개정 등을 통해 내란시도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권 원내대표는 “검경 등 수사기관은 국헌문란 시도에 맞서 곧바로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rtpark@fnnews.com 박범준 기자
2025-03-31 14:30:14【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국민의힘 소속 인천시 군·구자치단체장들이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제안한 헌법 개정(안)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박용철 강화군수, 문경복 옹진군수, 김정헌 중구청장, 김찬진 동구청장, 이영훈 미추홀구청장, 이재호 연수구청장, 박종호 남동구청장, 강범석 서구청장 등 인천시 군·구자치단체장들은 6일 ‘국민의힘 소속 인천시 군·구자치단체장 개헌 지지 선언’ 자료를 통해 시도지사협의회가 제안한 헌법 개정(안)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시도지사협의회가 마련한 헌법 개정(안)은 지방분권을 헌법정신으로 명문화하고 지방정부의 입법권과 재정권을 강화해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자치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또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부통령제를 도입하고 중앙지방협력회의를 헌법기관으로 명문화해 중앙과 지방이 대등한 관계에서 국가 정책을 논의하도록 하고 있다. 군·구자치단체장들은 “대한민국 헌법은 1987 개헌 이후 성장과 발전, 국민의식이 높아졌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많은 정치인들과 학계, 시민단체, 국민이 바로 지금이 개헌 적기임을 인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군·구자치단체장들은 “국민의 신뢰를 잃은 국회를 상원과 하원으로 구성하는 양원제와 하원의 중·대선거구제 도입 개헌(안)은 낡고 비효율적인 대한민국의 정치·입법 시스템을 과감히 개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구자치단체장들은 “지금이야말로 국가의 미래를 위해 개헌을 논의하고 추진해야 할 때다. 국민을 위한 개헌, 국민의 미래를 위한 개헌을 위해 이제는 정치권과 국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고 했다. 군·구자치단체장들은 “개헌은 경제를 살리고 분권 성장을 통해 국민대통합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시도지사협의회가 제안한 헌법 개정(안)을 지지하며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데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5-03-06 16:42:25[파이낸셜뉴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공정한 국회 운영과 헌법 개정 논의 등 두 가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우 의장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사 일정을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 요구에 희해 잡고 있는데 의장께서 중심을 잡고 여당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서 공정한 국회 운영을 해달라는 부탁의 말씀을 드렸다"고 전했다. 아울러 권 원내대표는 "지금이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 적기"라며 "의장이 중심이 돼서 헌법 개정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청을 드렸다"고도 덧붙였다. 권 원내대표는 우 의장도 이 같은 헌법 개정 논의 요청에 대해 "의장 취임 초부터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기 때문에 긍정적인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권 원내대표는 원내지도부 구성과 관련해 "모시려고 하는데 고사하는 분도 있다"며 "제가 의원들 모두를 개별적으로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니까 여러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는 과정이다"고 설명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2024-12-13 11:48:22[파이낸셜뉴스] 대한민국헌정회는 25일 권력이 집중된 현 대통령제 폐해 극복 등을 위해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줄이되 한 차례 연임을 허용하고, 국회는 상원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원포인트' 개헌안을 오는 27일 '정치선진화를 위한 헌법개정 대토론회'에서 확정한 뒤 다음 달 국회와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우리나라 헌법은 서구 유럽처럼 정쟁을 중단·조정하는 내각불신임제와 의회 해산제도 없고, 미국처럼 국회 상원제도 없다"며 "그래서 대통령의 임기 5년, 국회의원 임기 4년 내내 오히려 정쟁을 방치 내지 보장해 주는 헌법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헌정회 개헌안은 기본적으로 분권적 국가를 지향할 것"이라며 "대통령 권한을 국회와 지방에 분산하는 분권형 대통령 중심제와 분권형 국회 양원제 및 지방분권·균형발전 강화, 저출생·고령화 대응의 국가 책무 부여가 핵심 내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22대 국회가 출범하고 대통령 임기 후반인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며 "현 대통령 임기 전 헌법개정 및 개정헌법에 따른 정치 일정을 모두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오는 12월 헌법 개정안을 건의하면 국회와 정부는 내년 중 헌법 개정안을 확정하고, 2026년 중 국민투표를 포함한 개헌 절차 및 후속 법령 제·개정을 거쳐 2027년 상반기 중 개정헌법에 따른 대통령 선거·상원의원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2024-11-25 14:14:47[파이낸셜뉴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2024년 10월 7일 북한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이날은 최고인민회의가 사회주의 헌법을 2023년 9월 10번째 개정한 후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11차 개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11차 개정이 주목된 것은 김정은의 새로운 지침이 헌법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12월 김정은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통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천명한 후 올해 1월 최고인민회의에 새롭게 설정한 남북관계 규정을 반영토록 헌법 개정을 추진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었다. 김정은의 지시는 크게 4가지로 설명된다. 첫째, ‘민족,’ ‘통일’ 등의 표현을 삭제하라는 것으로 이는 김씨일가 정권의 과업이자 위업인 ‘조국통일’ 정책을 폐기한다는 의미였다. 둘째,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적시함으로써 인민의 대적관을 확고히 하라는 주문이었다. 셋째, “전쟁시 점령·평정·수복”한다는 목표를 어떠한 형태로든 헌법에 담아내는 것도 주목을 받는 사항이었다. 넷째, 해상국경선 등 영토 조항 신설로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공고히 하라는 명령이었다. 그런데 최고인민회의 결과 발표에는 상기 그 어떠한 내용도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경공업법·대외경제법 심의 채택, 품질감독범 집행검열 감독, 인사 등의 부수적인 내용만 언급되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헌법 개정에 초유의 주목하던 상황이었기에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은 ‘미개정론’과 ‘미공개론’이 첨예하게 대두되는 양상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북한의 헌법 개정 여부가 초유의 관심을 가질 정도로 파괴력 있는 사안일까? 김정은은 사실상 3대 수령이고, 북한에서 수령 교시는 종교적으로 생각하면 신의 계시 수준으로 취급되는 존엄 그 자체다. 수령의 초상화에 작은 흠집이라도 생기면 처형을 당할 수 있는 곳이 북한이다. 심지어 수령 교시를 어기는 것은 고사하고 문건만이라고 훼손한다는 사형 처벌까지도 내리는 곳이 북한이다. 그런데 바로 그 수령이 이미 지난 1월 헌법에 담아야 할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따라서 김정은 교시는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당장 기술적, 사회적 이유로 아직 개정은 하지 않았다는 ‘미개정론’은 별다른 의미가 없고, 개정했지만 발표는 하지 않았다는 ‘미공개론’도 한국의 대응방향 수립에 커다란 차이를 가져오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미개정론’ 혹은 ‘미공개론’ 중 무엇이 맞을지에 대한 수수께끼 논쟁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방책이다. 핵심 파악에 혼선이 생겨 노력의 집중이 분산되면 안 된다. 북한이 예상되었던 사항을 헌법에 담았는지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북한은 이미 그러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최고인민회의 후 북한은 남북을 연결하는 철도나 도로를 완전히 단절시키고 차단하는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적대적 두 국가론’이 행동화되는 단계로 넘어갔음을 방증한다. 따라서 이제부터 당국은 헌법 개정 여부 판단보다는 접경지역에서 억제력을 높여 북한의 오판이 차단되도록 하는 조치에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접경지역 군사대비태세를 재점검하고, 현 교전교칙의 효과성을 따져보는 과정도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북한의 엉성한 정책이 국제사회가 부화뇌동되지 않도록 ‘8·15 통일 독트린’을 다양한 외교무대에서 의제로 올려 한국의 새로운 통일정책에 대한 지지를 확실히 제고해야 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10-14 17: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