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국가유공자법의 '연장자 우선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합리적 기준이 아니며, 평등원칙에도 위반된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는 1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참전유공자의 자녀 A씨가 제기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 제13조 제2항 제3호 중 '나이가 많은 자녀 1명을 우선하는 부분'에 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률이 헌법을 위반했지만, 즉각 무효화할 때 혼란을 피하고자 한시적으로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해당 법률 조항은 개정 시한인 2026년 12월 31일까지만 효력이 유지된다. 재판부는 "연장자 우선조항이 국가유공자의 자녀 중 나이가 많은 자를 선순위 수급관자로 정하는 것은 국가유공자법의 각종 보상이 가지는 사회보장적 성격에 부합하지 않고, 나이가 많다는 우연한 사정을 기준으로 보상의 지급순위를 정하는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이는)자녀 중 나이가 많은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고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함께 심판대상이 된 국가유공자법 제13조 제2항 제1호 '자녀 간 협의에 의해 자녀 중 1명을 선순위자로 정하는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는 각하됐다. 같은 법 제 2호 '자녀 중 국가유공자를 주로 부양한 사람을 선순위자로 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이 나왔다. 재판부는 "'주로 부양'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자녀에 대해 선순위유족의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 데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 신청인 A씨는 참전유공자인 아버지의 세 자녀 중 둘째다. 인천보훈지청은 지난 2019년 5월 국가유공자법 제5조 제1항을 토대로 세 자녀에게 유공자 사망에 따른 유족 순위 변경 안내를 했다. 첫째인 B씨와 셋째 C씨는 협의를 통해 B씨를 선순위 유족으로 지정하는 서면을 제출했지만, A씨는 본인이 아버지를 주로 부양했다며 별도로 진술서를 냈다. 그러나 인천보훈지청은 지난 2020년 첫째 B씨를 선순위 유족으로 지정하고 A씨에게는 '국가유공자의 부양 자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이에 A씨는 해당 결정의 취소를 요구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다. 이후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 2023년 9월 A씨는 국가유공자법 제13조 일부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대법원은 문제 조항 가운데 '연장자 우대' 부분이 "자녀의 평등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 판단을 구했다. 이번 심판의 핵심 쟁점은 국가유공자법상 연장자 우선 조항이 자녀의 평등권을 침해하는지였다. 해당 법 조항에 따르면, 같은 순위의 유족들이 협의를 통해 유족 1인을 지정하면 그 사람에게 보상금이 지급된다. 협의가 없을 경우, 유공자를 주로 부양하거나 양육한 사람에게 지급된다. 다만 이 두 조건 모두 해당되지 않을 경우, '나이가 많은 자녀'가 우선순위를 갖게 된다. 이 마지막 기준이 자녀 간의 평등권 침해해 헌법과 불합치한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보완 입법이 필요하게 됐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2025-04-10 14:51:32[파이낸셜뉴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경우, 형벌조항이 아닌 이상 소급 적용해 재판단을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재확인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단체협약 시정명령 취소 사건에 대한 재심청구를 기각했다. 금속노조는 지난 2010년 6월 7개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9월 노동청은 금속노조의 단체협약 중 일부 조항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등 관계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명령 의결을 요구했다. 이에 지노위는 금속노조에 해당 조항을 노조법에 따라 시정할 것을 명했다. 유일교섭단체 조항과 해고자 조합원 자격 조항, 전임자 처우 조항, 시설·편의제공 조항, 단체협약 해지권 제한 조항, 산모 휴가 조항, 육아휴직 조항 등 8개 조항의 내용이 문제가 됐다. 금속노조는 "노조법 등 관계 법령에 위반되지 않으므로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각 조항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면서도 일부 조항에 대한 시정명령은 위법하다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고,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해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 금속노조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세워 재심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5월 '노조법 중 노조의 운영비를 원조하는 행위'에 관한 부분(운영비 원조 금지 조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본안에서 '회사는 조합 사무실과 집기 비품을 제공하며 조합 사무실 관리유지비를 부담한다' 등의 내용이 담긴 시설·편의제공 조항이 노조법을 위반했다고 봤는데, 헌재 결정에 따라 다시 판단을 받게 해달라는 취지다. 하지만 대법원은 "재심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개정 시한이 지난 후 개선입법이 이뤄졌으나 소급효를 규정하는 경과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경우, 헌법불합치 결정에서 정한 개정 시한까지는 종전의 법률을 그대로 적용해 재판할 수밖에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따랐다. 아울러 운영비 원조 금지 조항은 노조법상 금지되는 '부당노동행위'를 규정한 것으로, 시정명령에 대한 규정이기 때문에 형벌에 관한 법률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도 짚었다. 대법원은 "행정처분 또는 처벌규정이 각기 독립된 조항으로 규정돼 있다면, 행정처분의 근거가 되는 금지규정과 처벌규정의 구성요건이 되는 금지규정은 달리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시정명령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이 사건에서 이를 형벌에 관한 조항으로 나아가 판단할 수는 없고, 해당 조항은 소급해 효력이 상실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판례는 형벌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에는 위헌 결정과 같이 소급효를 인정하나, 형벌조항이 아닌 헌법불합치 결정에는 당해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10-22 11:56:22[파이낸셜뉴스] 이은애 헌법재판관이 6년의 임기를 마치고 20일 퇴임하면서 "헌법 불합치 결정 중 개선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조속히 국회와 정부가 노력해 국민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합헌적 상태를 완성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사형제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을 매듭짓지 못하고 떠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이 재판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여러 사건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뤄낸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헌법불합치 결정들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출발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선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한 국회와 정부의 노력을 촉구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사회적 혼란 및 논의 시간 등을 고려해 법 개정 시한까지 심판 대상 법 조항에 대한 효력을 한시적으로 유지하게끔 하는 처분이다. 그러나 국회의 정쟁 등으로 개정 시한이 넘어가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의 효력이 사라져 공백 발생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 재판관은 "제가 재임 중 연구하고 고민했던 사형제 사건을 비롯해 중요한 헌법적 쟁점이 있는 여러 사건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청구인들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형제도와 관련해 헌재는 2019년 2월 무기징역수 A씨가 제기한 헌법소원을 접수한 뒤 2022년 7월 공개 변론을 열었으나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재판관은 "앞으로 헌법재판소가 중요한 헌법적 쟁점이 있는 사건에 더욱 전념할 수 있도록 헌법연구관과 헌법연구원의 증원, 사전심사의 범위 확대를 비롯한 입법적 제도개선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재판관은 광주 출생으로 1990년 서울지법 서부지원 판사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28년간 일선에서 재판을 담당하다 2018년 9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지명을 받아 헌법재판관으로 취임했다. 이 재판관은 취임 당시 전효숙·이정미·이선애 전 재판관에 이어 역대 4번째 여성 재판관으로 기록됐다. 이 재판관의 후임으로는 김복형 헌법재판관이 임명돼 오는 21일 임기를 시작한다. 취임식은 23일 열린다. 한편, 이 재판관에 이어 내달 17일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재판관의 임기가 마무리된다. 세 재판관의 후임은 국회 추천 몫인데, 여야의 대립이 이어지며 헌재가 마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2024-09-20 15:00:202030년까지만 온실가스 감축량을 설정하고 있는 현행 탄소중립법 조항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둘러싼 아시아 첫 판결이다. 헌재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제기한 4건의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은 우리나라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 이상'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같은 법 시행령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헌재는 해당 조항이 2031년 이후 지속적인 감축을 담보하지 못하는 점을 문제 삼았다.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헌재는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으므로, 이는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감축목표를 규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위기라는 위험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써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헌재는 정부가 2030년까지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치에 대해서는 기본권 침해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기각 결정했다. 헌재는 "비율의 구체적 수치 설정에는 개별적인 감축 수단들의 특성과 이들 사이의 조합 등 다양한 고려 요소와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며 "그 수치만을 이유로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라 헌재는 오는 2026년 2월 28일까지만 해당 조항의 효력을 인정하기로 했다. 정부와 국회는 개정 시한까지 이번 판단의 취지를 반영해 보다 기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선고와 동시에 조항의 효력이 사라지는 단순 위헌 결정과 달리 사회적 합의 및 혼란 등을 고려해 유예기간을 두게 된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2024-08-29 18:19:23[파이낸셜뉴스] 2030년까지만 온실가스 감축량을 설정하고 있는 현행 탄소중립법 조항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둘러싼 아시아 첫 판결이다. 헌재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제기한 4건의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은 우리나라 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 이상’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같은 법 시행령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헌재는 해당 조항이 2031년 이후 지속적인 감축을 담보하지 못하는 점을 문제 삼았다.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과소보호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헌재는 “2050년 탄소중립의 목표 시점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으므로, 이는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감축목표를 규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위기라는 위험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써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헌재는 정부가 2030년까지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치에 대해서는 기본권 침해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기각 결정했다. 헌재는 “비율의 구체적 수치 설정에는 개별적인 감축 수단들의 특성과 이들 사이의 조합 등 다양한 고려 요소와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며 “그 수치만을 이유로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헌법불합치 판결에 따라 헌재는 오는 2026년 2월 28일까지만 해당 조항의 효력을 인정하기로 했다. 정부와 국회는 개정 시한까지 이번 판단의 취지를 반영해 보다 기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선고와 동시에 조항의 효력이 사라지는 단순 위헌 결정과 달리 사회적 합의 및 혼란 등을 고려해 유예기간을 두게 된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2024-08-29 16:19:20[파이낸셜뉴스] 허위 재무제표 작성죄와 허위 감사보고서 작성죄에 대해 배수벌금형을 규정하면서도 법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 없거나 산정하기 어려울 경우, 벌금의 상한액을 두지 않은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9조 제1항과 관련해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재는 오는 2025년 12월 31일까지만 해당 조항의 효력을 인정하고, 그때까지 국회에 개정을 요구했다. 현행법은 회계담당자가 거짓으로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할 경우, 감사보고서에 허위 기재가 있는 경우 등에 10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이때 벌금액은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 회피한 손실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이 없거나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 이에 대한 벌금 상한액은 별도로 두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헌재는 "그 위반 정도와 책임에 상응하는 벌금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되는 결과가 초래된다"며 "법원이 그 죄질과 책임에 비례하는 벌금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해 책임과 형벌 간 비례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단순 위헌으로 선언하고 그 효력을 소급해 상실시킬 경우 법적 공백이 발생한다"며 개정 시한을 부여했다. 이은애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단순 위헌으로 결정하더라도 공인회계사법, 자본시장법 관련 조항에 따라 처벌할 수 있어 법적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크지 않다"며 "단순 위헌으로 결정해 그 효력을 소급해 상실하고 재심을 통해 당사자 권리를 구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 2012년~ 2019년까지 한 회사의 주무 공인회계사로 참여해 감사보고서에 거짓 기재 및 허위 보고를 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씨 사건을 맡던 인천지법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9조 제1항이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지난 2022년 직권으로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2024-07-18 17:04:29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옳다고 믿는 가치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간통죄는 헌재에 문을 두드린지 '5수' 끝에 위헌을 받았고, 지난 27일에는 71년간 유지된 친족상도례 형법 조항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 헌법불합치는 '변형 위헌' 결정 헌재는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헌법기관인데 어떤 경우에는 '위헌' 결정을 하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다. 둘 다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이지만 차이가 있다. 우선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 해당 조항이 그 즉시 효력을 상실한다. 헌법불합치는 헌재의 위헌 결정 범주에 있지만 완충 기간을 두는 변형 위헌 결정이다. 헌법불합치는 2가지가 있다. '잠정 적용 헌법불합치'와 '적용 중지 헌법불합치'다. '잠정 적용 헌법불합치'는 "위헌이지만 당분간은 현행법을 따른다"는 결정이다. 당분간은 현행법을 그대로 적용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국회가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적용 중지 헌법불합치'는 "즉시 해당 법의 효력을 멈추지만, 국회가 기한 안에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무효"라는 의미다. 원칙적으로 위헌 결정의 효력은 소급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위헌 결정이 발생해도 법적 안정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해당 조문이 효력을 잃게 된 상태에서 법적용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벌에 관한 법률이나 법률 조항은 고민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법은 사람을 형사 처벌하는 형법에 관한 법률이나 법률 조항은 소급적용토록 하기 때문이다. ■ 가족 재산범죄, 헌재 결정 이후로만 적용 간통죄가 대표적이다. 헌재는 지난 2015년 2월 26일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간통죄를 위헌 결정했다. 이날 이후 간통죄는 즉시 폐기되고, 소급해서 없었던 법률이 됐다. 이 때문에 이전에 간통으로 형사처벌 받은 사람은 무죄가 된다. 단, 헌재의 합헌 결정이 기존에 있었던 경우에는 합헌 결정 이후의 간통 행위만 무죄가 된다. 헌재가 간통죄에 대해 4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그 당시 간통죄 처벌 받은 사람은 소급해 무죄를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만약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해 헌재가 '헌법불합치'가 아닌 '위헌' 결정을 내리면 경우 사회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위헌 결정 이후 공소시효 범위 내에 있는 친족상도례 관련 피의자가 줄줄이 기소돼 처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헌재는 단순 위헌 결정을 하지 않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셈이다. 즉 헌재 결정은 "이 시간 이후 가족간 재산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셈이다. wschoi@fnnews.com 최우석 변호사·법조전문기자
2024-07-01 18:12:11[파이낸셜뉴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옳다고 믿는 가치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간통죄는 헌재에 문을 두드린지 ‘5수’ 끝에 위헌을 받았고, 지난 27일에는 71년간 유지된 친족상도례 형법 조항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헌법불합치는 '변형 위헌' 결정헌재는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헌법기관인데 어떤 경우에는 '위헌' 결정을 하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다. 둘 다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이지만 차이가 있다. 우선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 해당 조항이 그 즉시 효력을 상실한다. 헌법불합치는 헌재의 위헌 결정 범주에 있지만 완충 기간을 두는 변형 위헌 결정이다. 헌법불합치는 2가지가 있다. '잠정 적용 헌법불합치'와 '적용 중지 헌법불합치'다. '잠정 적용 헌법불합치'는 "위헌이지만 당분간은 현행법을 따른다"는 결정이다. 당분간은 현행법을 그대로 적용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국회가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적용 중지 헌법불합치'는 "즉시 해당 법의 효력을 멈추지만, 국회가 기한 안에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무효"라는 의미다. 원칙적으로 위헌 결정의 효력은 소급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위헌 결정이 발생해도 법적 안정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해당 조문이 효력을 잃게 된 상태에서 법적용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벌에 관한 법률이나 법률 조항은 고민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법은 사람을 형사 처벌하는 형법에 관한 법률이나 법률 조항은 소급적용토록 하기 때문이다. 가족 재산범죄, 헌재 결정 이후로만 적용간통죄가 대표적이다. 헌재는 지난 2015년 2월 26일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간통죄를 위헌 결정했다. 이날 이후 간통죄는 즉시 폐기되고, 소급해서 없었던 법률이 됐다. 이 때문에 이전에 간통으로 형사처벌 받은 사람은 무죄가 된다. 단, 헌재의 합헌 결정이 기존에 있었던 경우에는 합헌 결정 이후의 간통 행위만 무죄가 된다. 헌재가 간통죄에 대해 4 차례 합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그 당시 간통죄 처벌 받은 사람은 소급해 무죄를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만약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해 헌재가 '헌법불합치'가 아닌 '위헌' 결정을 내리면 경우 사회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위헌 결정 이후 공소시효 범위 내에 있는 친족상도례 관련 피의자가 줄줄이 기소돼 처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헌재는 단순 위헌 결정을 하지 않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셈이다. 즉 헌재 결정은 "이 시간 이후 가족간 재산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 처벌 받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셈이다. wschoi@fnnews.com 최우석 변호사·법조전문기자
2024-07-01 15:16:23[파이낸셜뉴스] 가족 간 발생한 재산범죄에 대해 형사처벌을 면하도록 하는 형법상 ‘친족상도례’ 규정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1953년 형법이 제정된 이후 71년만이다. 친족상도례 조항은 과거와 다르게 개인화와 핵가족화가 빠르게 진행된 현대 사회와 맞지 않는 제도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형사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게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헌재는 “법관이 형 면제 판결을 선고하도록 획일적으로 규정해 대부분 사안에서 기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예외적으로 기소되더라도 ‘형 면제’라는 결론이 정해져 있는 재판에서 피해자의 형벌권 행사 요구는 실질적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률적 형 면제는 ‘위헌’…친고죄는 ‘합헌’지난 27일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친족상도례의 ‘형 면제’를 규정한 형법 328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적용중지를 명했다. 이를 ‘적용중지 헌법불합치 결정’이라 하는데 해당 조항의 적용은 즉시 중지되고 내년 12월 31일까지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절도·사기·공갈·횡령·배임·장물·권리행사방해를 하면 아무리 친족간이라도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최근 국제결혼이 빈번한 가운데 다른 목적으로 결혼을 한 뒤에 배우자의 돈을 가지고 본국으로 도망가는 사례가 많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친족상도례 규정으로 인해 처벌조차 할 수 없어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 이런 범죄도 앞으로는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처벌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친고죄 부분은 합헌 결정이 났다. 친고죄란 피해자 등 고소권자의 고소가 있어야 검사가 공소 제기할 수 있는 범죄를 말한다. 즉 가족간 범죄라도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으면 처벌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가족간 횡령, 사기 등의 범죄가 발생하면 고소권자인 가족 피해자가 고소를 직접 해야만 수사가 진행되고, 수사를 바탕으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게 된다. 즉, 친족상도례에 해당하는 범죄가 발각되면 피해자가 직접 고소장을 접수해야만 한다. 타인이 고발하거나 제3자가 고소한다고 해서 처벌되지 않는다. 친족상도례는 로마법에서 유래한 제도라 알려져 있는데 가장의 징계권을 널리 인정하고, 법이 가족 내 일에 간섭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인정된 법리이다. 일본, 독일, 프랑스 등 대륙법계 국가들에선 대부분 친족상도례 법 조항을 두고 있다. 박수홍 부친 처벌은 못해이번 헌재 결정으로 가장 주목받은 것은 방송인 박수홍씨 사건이다. 지난 2022년 방송인 박수홍씨가 친형 부부를 횡령 혐의로 고소한 후, 박씨의 부친이 “자금 관리를 내가 했다”고 친족상도례를 들고 나오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일각에선 형제 간이라도 동거하지 않으면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기에 친족상도례가 제한 없이 적용되는 부친이 나섰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박씨의 부친에 대한 처벌 가능 여부도 이슈가 됐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법는 단순 위헌 결정이 아니라 위헌 결정의 변형인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으므로 박씨의 부친 사건을 소급적용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법은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는 날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위헌결정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장래효가 있지만, 형법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소급하여 효력을 가지도록 규정돼 있다. 만약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헌법불합치'가 아닌 단순 '위헌' 결정이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경우 형벌에 관한 법률에 해당하는 친족상도례는 소급하여 효력을 가지게 되는데 이렇게 될 경우 친족상도례로 기소되지 않았던 사람들은 모두 기소도 가능하고 처벌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한 헌재는 단순 위헌 결정을 하지 않았다. 위헌 결정의 일종인 ‘헌법불합치’ 결정을 해 형벌 조항에 대한 소급 가능성은 없애고, 앞으로의 적용 가능성만 남겨둔 것이다. 헌법불합치 결정에는 ‘잠정적용 헌법불합치’와 ‘적용중지 헌법불합치’가 있는데 헌재는 적용중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해 헌재 결정일부터 벌어진 친족상도례 범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박씨의 부친은 이번 헌재 결정과 관계없이 횡령으로 처벌되지 않을 전망이다. wschoi@fnnews.com 최우석 변호사·법조전문기자
2024-06-30 14:41:04지난 27일, 헌법재판소가 친족 사이에 일어난 재산 범죄는 처벌할 수 없도록 하는 형법 328조 1항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에 대한 위헌 확인 소송 4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더불어 내년 12월 31일 전 국회에서 법을 개정할 때까지 처벌 조항 적용을 중지하라고 결정했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위헌이긴 하지만 사회 혼란을 막기 위해 즉시 무효로 하진 않고 헌재가 제시한 기간까지 그 법을 유지하는 결정이다. 참고로 형법 328조 1항은 직계혈족과 배우자, 동거 친족과 그 배우자 간 발생한 재산 범죄의 형을 면제한다는 내용이다. 친족상도례 조항은 사기·공갈·절도·횡령·배임·장물·권리행사방해 등 범죄에 적용된다. 이번 위헌 결정을 받은 소송 4건 중에는 법무법인 법승이 제기한 위헌 확인 소송도 포함되어 있다. 해당 소송은 법승 서울본사 소속 정연재 변호사를 주축으로 김지수 변호사가 참여하였으며, 이승우 대표변호사의 전반적 검토를 거쳐 진행됐다. 정연재 변호사는 “재산범죄의 경우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면 피해금액을 추적하거나 반환받는데 큰 어려움이 있어 피해자가 입은 재산상 손해를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당시, 언제 결정이 날지 모르기 때문에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도 의뢰인 에게 기한 없는 약속을 드렸던 부분과 결과도 장담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가장 신경이 쓰였다”라고 전했다. 이어 “친족상도례가 유교사상과 같은 오래된 전통에 입각하여 규정된 조항인 만큼 친족관계 내 장애인 또는 미성년자와 같은 특수한 경우에만 문제가 된다는 취지로 판단하지 않을까 우려돼 현 시대에서 가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많이 할애하여 일반적으로도 문제됨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 대륙법계 형법들과도 비교하여 분석하여 우리나라 법 개정의 필요성 강조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회고했다. 김지수 변호사는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사무처리능력이 결여된 구성원에 대한 친족의 경제적 착취가 더 이상 용인되지 않게 된 것이 무엇보다 뜻 깊다”며 “피해의 정도나 피해자의 사무처리능력,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시키는 것은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에 대한 필요 이상의 과도한 제한이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 유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고 정리했다. 관련해 헌재는 이번 위헌 결정에 대해 “현재 우리 사회는 핵가족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등 가족의 규모가 축소됐고, 경제활동의 양상도 과거와 현저히 달라졌다”며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넓은 범위의 친족관계에 적용되는 일률적 형면제는 형사 피해자인 가족 구성원의 권리를 일반적으로 희생시킨다”고 설명했다. 한편, 법무법인 법승은 서울본사를 비롯해 인천, 남양주, 수원, 천안 등 전국 주요 9개 도시에 직영분사무소를 두었으며, 손해배상,신용회복 전담 서초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2024-06-28 15:26: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