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히잡 단속에 항의하며 속옷 차림으로 시위하던 이란 여자 대학생이 법적 처벌을 면했다. 20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란 사법부는 테헤란의 한 대학에서 속옷만 입은 여학생에 대해 기소하지 않겠다고 19일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사법부 대변인 아스가르 자한기르는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여성은 병원으로 이송됐고, 그가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가족에게 인계됐다”며 “그에 대한 법적 소송은 제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이슬람 아자드 대학에서 한 여성이 속옷만 입은 채 캠퍼스를 활보하다 대학 내 도덕 경찰들에게 체포되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돼 전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해당 대학생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들로부터 폭행을 당했고, 이에 항의하기 위해 속옷 차림으로 시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에 있는 이란 대사관은 “학생은 가족 문제와 취약한 심리적 상태를 겪고 있었다”며 “그의 가족과 같은 학년 학생들을 포함한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이미 비정상적인 행동의 징후가 관찰됐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대학을 감독하는 과학부 장관 호세인 시마에이는 “해당 학생의 행동은 부도덕하고 관습에 어긋나는 행동이지만 대학에서 퇴학당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런던 내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여성 대학생이 “보안 관리들의 강제적 베일 착용에 대한 학대적 집행에 항의하여 옷을 벗은 뒤 폭력적으로 체포됐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이란 정부 대변인 파테메 모하제라니는 체포 과정이 폭력적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해당 사건이 이슬람 복장 규정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모하제라니는 “그의 문제는 사실 다른데 있다”며 “이런 수준의 옷차림은 어디에서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11-21 05:15:37[파이낸셜뉴스] 이른바 '히잡 시위'를 지지하며 정부를 비판해 왔던 이란의 국민 배우 타라네 알리두스티(38)가 당국에 체포됐다. 알리두스티는 지난 2017년 89회 미국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세일즈맨'의 주연 여배우로 올해 칸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사이드 루스타이 감독의 '레일라의 형제들'에도 출연한 이란의 국민배우다. 17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IRNA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란 타스님 통신을 인용해 반(反) 정부 운동을 지지하는 허위 사실 유포로 사회적 혼란을 조장한 혐의로 이란 국민 배우 알리두스티가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알리두스티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이란 배우 중 한 명으로, 정권에 도전하는 예술가와 스포츠인 등 유명 인사를 단속하기 원한다는 당국의 신호"라고 전했다. 지난 9월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구금된 이란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이란에서는 3개월째 히잡 시위가 진행 중이다. 알리두스티는 지난 9월부터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히잡 시위에 대한 지지 의사를 지속적으로 보였다. 알리두스티는 히잡 시위에 참가한 모센 셰카리의 사형이 집행된 지난 8일 자신의 SNS에 "당신의 침묵은 억압과 독재에 대해 지지를 의미한다"라며 "이란 정부의 잔혹한 사형 집행에 국제단체들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인류의 수치"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알리두스티는 히잡을 벗은 채 긴 머리를 늘어뜨린 자신의 사진을 SNS에 올리며 히잡 시위에 대한 지지를 보였다. 알리드수의 SNS 계정은 현재 폐쇄된 상태다. 가디언은 "최근 이란 당국의 체포는 젊은 세대에 서양 가치관을 주입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유명 인사들과 언론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최근 이란의 사진 기자이자 조정 전 국가대표팀 선수는 반정부 시위와 선전에 참여한 혐의로 징역 7년, 출국금지 2년, 채찍 74대의 형을 선고받았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2-12-19 07:05:01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작명 의미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1977년 대한민국 서울과 이란 테헤란이 자매도시 결연을 맺고 서울에 테헤란로, 테헤란에 서울로를 각각 개설하면서 생긴 이름이다. 이 길의 본래 이름은 삼릉로였으나 이때 페르시아 제국의 수도가 서울 강남 땅에 깃들었다. 지금은 '강남 중의 강남'이 됐다. 강남의 자연지형은 탄천과 양재천을 따라 동서로 나뉘지만, 강남 개발 당시 강남대로와 테헤란로를 따라 십자형으로 조성됐다. 테헤란로는 '테북'(테헤란로 북쪽 지역)과 '테남'(테헤란로 남쪽 지역)으로 진화했다. 테북은 압구정동·청담동·삼성동·신사동·논현동·학동 등 강남의 터줏대감 격 동네를 이른다. 테남은 역삼동·대치동·개포동·도곡동 같은 신흥 거주공간이다. 같은 강남이지만 주민 구성과 생활환경에서 차이를 보인다. 강남역 1번 출구엔 테헤란로를 알리는 대형 표석이 서 있다. 지난 8일 흥미로운 시위가 이곳에서 열렸다. 테헤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사흘 만에 숨진 스물두살 마흐사 아미니를 추모하는 자리였다. 국내에 거주하는 이란인 120여명은 이란 민중가요 '나의 어릴 적 친구'를 부르며 테헤란로를 따라 걸었다. 우리로 치면 '임을 위한 행진곡'이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은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히잡은 쓰지 않았다. 우리도 1970년대 초 장발이나 미니스커트 단속 같은 어처구니없는 권위주의 시대 폐해를 겪었다. 반세기 전 옛날 일이다. 테헤란의 시계는 고장이 났나? 아홉살 이상의 여성은 히잡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외국인도 예외는 없다. 어기면 구금을 당하거나 벌금을 내야 한다. '가쉬테 에르셔드'(선도 순찰대)란 무시무시한 종교경찰이 시도 때도 없이 날뛴다. 히잡이 뭐길래 그 난리일까.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집권한 호메이니가 "히잡을 안 쓰는 건 다 벗은 것과 같다"라고 말한 뒤 착용이 법제화됐다고 한다. 이슬람 57개국 중 히잡 착용을 강제하는 나라는 이란·사우디아라비아·아프가니스탄 3국뿐이다. 이란 출신 만화가 마르잔 사트라피는 기록만화 '페르세폴리스'에서 "알라가 히잡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여자를 대머리로 태어나게 하셨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이란에서 히잡 시위가 시작된 지 한 달이 훌쩍 흘렀다. 이란 여성, 세계 여성이 들불처럼 들고 일어났다. 여성의 목·가슴·팔·다리·머리카락은 남성에게 성적 자극을 주므로 보여선 안된다는 이슬람 교리에 온몸으로 저항하고 있다. 200명 넘는 사망자를 낸 유혈시위의 주축이 20대 젊은 여성이라는 사실이 예사롭지 않다. 테헤란 동북부 서울로 끝에 서울공원이 있다. 이 공원에서 차로 10분 남짓 걸리는 병원에서 아미니가 숨을 거뒀다. 그녀의 비석엔 "당신은 죽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상징이 될 것입니다"라는 글귀가 새겨졌다. 문명세계를 거스르는 얼토당토않은 히잡 금기는 깨져야 한다. 여성을 사회와 격리하고, 여성 인권을 묵살하는 터무니없는 율법도 폐기돼야 마땅하다. 서울의 번영을 상징하는 빌딩 숲 테헤란로에 서서 이란 테헤란에서 벌어지는 암흑천지를 개탄한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2022-10-19 19:43:10[파이낸셜뉴스] 이슬람 성직자 출신인 이란 대통령이 ‘히잡 의문사’ 사건으로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자 공식적으로 애도를 표했다. 그는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주장하면서 폭력 시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강경 우파 성향으로 지난해 취임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국영방송을 통해 히잡 의문사 사건을 언급했다. 그는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은 우리 모두를 슬프게 했다"며 "사건을 보고받고 유족에게 전화를 걸어 애도를 표했다"고 밝혔다. 아미니는 지난 13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에게 체포됐다. 그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6일 숨졌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폭력을 쓴 적이 없다며 심장마비가 사인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으나 유족은 아미니가 평소 심장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유족은 아미니가 머리에 큰 타격을 입은 뒤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경찰을 상대로 구금 당시 영상과 사진을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라이시는 "조만간 아미니 사건에 대한 법의학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라면서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 이란 안팎에서는 아미니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히잡 착용을 강요하는 이슬람 정부에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약 12일 동안 발생한 반정부 시위는 2009년 민주화 시위 이후 최대 규모로 커졌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단체 '이란인권'은 경찰의 진압으로 최소 7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으며, 이란 경찰에 강하게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반관영 파르트 통신은 이번 시위로 약 6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시위와 관련해 체포된 인원 역시 약 2000명으로 추정된다. 라이시는 "누구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지만, 폭동은 용인할 수 없다"면서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고 재산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시위에 가담한 자들에 대해 단호히 대응해야한다. 그것이 국민의 요구"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란의 정치 군대인 혁명수비대(IRGC)는 이번 시위가 쿠르드 반군과 연관이 있다며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 반군 거점을 미사일과 무인기로 공격했고 13명이 사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2-09-29 09:43:32[파이낸셜뉴스] 이슬람 복장 규정이 강한 이란의 한 대학에서 20대 여성이 속옷만 입은 채 시위를 벌였다는 사연이 알려졌다. 이란 당국은 이 여성이 ‘정신 병력’이 있다고 밝혔으나, 외신들은 엄격한 이슬람 복장 규정에 대한 저항이라고 분석한다. 2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은 현지 소식통과 엑스(구 트위터) 등을 인용, 이란 테헤란 이슬람아자드대학교 내에서 경비원들이 신원이 특정되지 않은 한 여성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학 대변인인 아미르 마호브는 엑스를 통해 “그녀가 심각한 정신적 압박을 받고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이 여성이 의도적인 항의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이슬람 국가에 거주하는 여성이 엄격한 복장 강요에 항의하고자 비슷한 방식을 채택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 여성은 대학 내에서 종교경찰로부터 복장을 지적받은 뒤 항의하는 차원에서 탈의했다. 이란은 공공장소에서 여성의 히잡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지난 2022년 9월에는 히잡 착용 방법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종교경찰에 체포된 여성이 구속 중에 급사한 것을 계기로 전국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진 일도 있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11-03 19:07:46[파이낸셜뉴스] “'블라인드 러너'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남녀의 위기를 다룬다. 처음에는 남편이 아내에게 왜 당신의 정치적 신념 때문에 우리의 관계, 삶, 목숨이 위태로워져야 하는지 이해를 못하고 따진다. 그러다가 여성(타인), 나아가 사회 전체의 자유를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싸워야만이 나 자신의 자유를 획득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진화, 발전한다. 이것이 제가 추구한 이 연극의 핵심이다.” 2022년 이란 히잡 시위(마흐사 아미니 시위)와 유럽 난민 문제를 소재로 한 이란 출신 연출가이자 극작가인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의 최신작 ‘블라인드 러너’가 세종문화회관의 컨템퍼러리 시즌 '싱크 넥스트 24(Sync Next 24)'의 해외초청작으로 오는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블라인드 러너’는 반정부 시위로 감옥에 갇힌 아내와 면회하러 온 남편의 대화로 작품이 시작된다. 남편은 아내의 권유로 시각장애인 여성과 함께 프랑스 파리의 달리기 대회에 출전한다. ‘유리잔 위에서 춤추다(Dance on Glasses)’(2001)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는 ‘타임로스’ ‘청각’ 써머리스‘ 등 시간과 기억에 관한 3부작를 통해 작품세계를 견고히 했다. 그의 작품은 주로 실화를 바탕으로 텍스트 중심의 서사를 가지며, 간결한 무대에서 카메라를 통해 무대 위 실황이 스크린에 투영되는 특유의 연출방식으로 유명하다. ’블라인드 러너‘는 쿠헤스타니가 이끄는 메르 시어터 그룹이 2023년 선보인 신작으로, 2023년 5월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예술 축제’로 명성을 얻고 있는 벨기에 쿤스텐 페스티벌에서 초연됐다. 이 작품은 2022년 9월, 이른바 ‘히잡 시위’라 불리우는 ‘마흐사 아미니 시위’의 시발점이 됐던 그의 사망사건을 다룬 기자 닐루파 하메디와 남편의 실화를 모티프로 창작됐다.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게 체포된 후 의문사한 22세 쿠르드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기폭제가 되어 이란 전역으로 확산된 시위이다. 작품은 또한 영국-프랑스 해저 터널(Channel Tunnel)을 소재로 하여 유럽으로 집단 망명을 시도하는 이민자 행렬에 주목한다. 쿠헤스타니는 앞서 “이란의 여성 인권 운동, 그리고 유럽 이민자들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작품 감상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화 요소 있으나 전기 연극은 아냐" 쿠헤스타니는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본의 전체 구성이 완성된 뒤 히잡 시위가 발발했다. 하메디의 실화에서 가져온 것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이 연극이 그 사람의 전기는 아니다. 하메디를 직접 만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극의 주제와 해당 사건이 갖는 사회적 의미가 자연스레 연결돼 있다고 보는게 맞다. 여성 배우가 아내와 시각장애인 러너 역할을 1인 2역으로 맡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는 “하메디가 히잡 시위에 대해 다루면서 여러 사람들이 같은 목소리를 내 하나의 뜻을 가진 그룹이 됐고 사회운동으로 확장됐다는 점에서 1인 2역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이 연극은 난민 문제를 피부로 느끼는 유럽을 벗어나 아시아 초연으로 한국에서 처음 공연하게 됐다. 그는 "난민 문제는 난민 자체가 만든 것이 아니라 난민이 발생할 수밖에 없도록 한 모든 국가 체제의 책임"이라며 "난민을 만드는 나라가 자신의 조국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고 모두가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러너’는 페르시아어로 공연되며 한국어 자막이 제공된다. 20일 공연 종료 후에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구기연 교수와 튀르키예 출신 언론인이자 방송인인 알파고 시나씨가 작품 속 중동, 유럽의 현안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강연’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오는 21일까지 공연 시간은 60분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7-19 09:12:31[파이낸셜뉴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세종문화회관의 ‘싱크 넥스트 24’가 오늘(5일)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동시대 첨단의 예술가들을 블랙박스 무대로 소환한다. 이번 시즌은 회화, 설치미술, 미디어아트, 레이저아트 등 시각예술과 공연예술의 결합이 특징이며, 재즈, 국극, 코미디, 굿, 합창 등 새로운 장르들도 싱크 넥스트만의 실험에 동참했다. 올해는 ‘김오키 새턴발라드’ ‘박다울 x 유태평양 x 류성실’, ‘메르시어터그룹(작·연출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 ‘조영숙 x 장영규 x 박민희’, ‘김신록 x 손현선’ ‘유라’ ‘메타코미디’ ‘이스트허그 x 64ksana(육사크사나)’ ‘SMTO(에스엠티오) 무소음’ ‘우국원’ 등 10팀이 그 주인공이다. 7월 5일부터 9월 8일까지 총 66일간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10개 팀이 총 27회 공연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시각예술, 전통적 무대 예술과 결합 '특징' 이번 시즌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 중 하나는 여러 분야의 시각예술이 전통적인 무대 예술과 결합한 작품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싱크 넥스트 24’ 시즌을 대표하는 이미지 또한 회화 작가 우국원의 손에서 탄생했다. 이번 키 비주얼은 소설 ‘시간의 주름(A Wrinkle in Time)’ 속 문구 ‘자신의 빛을 찾다(Find your own light)’에서 영감 받았다. 우국원 작가는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회화 작업을 활용한 무대 작업을 시도할 예정이며, 우국원 작가 외에도 설치미술이나 미디어아트, 레이저아트 등을 전문 분야로 활동해 온 다양한 비주얼 아티스트들이 ‘싱크 넥스트 24’에 함께한다.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은 동갑내기 소리꾼 유태평양과 ‘돌고 돌고’(7월 11~12일) 무대를 꾸민다. 이 두 사람의 음악을 더욱 빛내줄 인물로 제19회 에르메스재단 미술상을 수상한 류성실 작가가 함께한다. 류성실은 설치미술과 비디오, 퍼포먼스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정치, 사회적 이슈들을 풍자적이고 예리한 시선으로 재구성해 왔으며 이번 공연을 통해 무대 위에 자신만의 설치미술을 구현한다. 드라마 '지옥' '재벌집 막내아들' 등으로 글로벌 인지도를 갖게 된 배우이자 창작자 김신록은 시각예술가로서 다양한 분야와 협업해 온 손현선 작가와 ‘없는 시간(가제)’(8월 2~4일)을 준비한다. 두 아티스트 모두 시각적으로 주목받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남다른 호기심으로 실험적인 활동들 또한 지속해 왔다. 두 사람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연결, 시간과 공간에 대한 선형적인 이해 속에 탈락하고 숨어버린 조각들을 텍스트와 소리, 말과 몸으로 무대 위에 펼쳐낼 예정이다. ‘한국의 바스키아’ 우국원 작가는 소리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인 사람의 목소리를 결합해 아카펠라 사운드와 이미지가 만난 새로운 무대를 시도한다. 그가 ‘관객 체험형 오리지널 비주얼 사운드 쇼’라고 명명한 공연 ‘오리지날리(ORIGINALLY)’(9월 6~8일)는 오페라 합창이 빚어내는 놀람과 설렘, 불안과 환희 등 다양한 감정과 우국원 작가 특유의 경쾌한 비주얼과 그 속에 숨어 있는 반전의 매력이 어우러져 관객들의 오감을 깨우는 경험을 선보일 예정이다. 재즈, 소울, 코미디, 굿, 여성국극 등과 처음 만나 14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하고, 2014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연주 부문, 2020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악인과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재즈 음반 부문을 수상한 김오키는 국내 대표 색소포니스트이다. 이번 공연 ‘러브 인 새턴’(7월 5~6일)은 혼란과 갈등을 동반하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사랑을 노래하는 한 편의 음악극이다.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편곡가 진수영과 베이시스트이자 작곡가로 활동해 온 정수민이 함께 한다. 지적인 가사와 감각적인 보컬로 본인만의 음악적 세계를 구축해 온 싱어송라이터 유라는 2024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 부문 수상의 영광이 담긴 정규 1집 타이틀과 동일한 ‘꽤 많은 수의 촉수 돌기’(8월 9~10일)로 관객들과 만난다. 유라와 어울리는 음색의 소유자이자 유쾌한 말솜씨로 남다른 호흡을 자랑하는 카더가든, 오존이 스페셜게스트로 함께 할 예정이다. 코미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하고 있는 크리에이터를 주축으로 싱크 넥스트 ‘코미디 어셈블’(8월 15~17일) 공연이 오른다. 국공립공연장 최초의 코미디 쇼인 이번 공연은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남녀노소 불문하고 즐겨온 언어유희와 동서양의 뿌리 깊은 공연 양식인 재담(관객들의 흥을 돋우는 유쾌한 말 잔치)을 바탕으로 기획됐으며 만담과 스탠드업 두 가지 무대로 구성된다. 올 초 영화 ‘파묘’ 신드롬으로 전통과 전형성을 벗어난 ‘굿’이 전 세대 관객들에게 주목받은 바 있다. 이런 트렌드에 한참 앞서 오랜 시간 ‘굿’이라는 장르에 대한 다채로운 실험을 해온 젊은 예술가들이 있었으니 이들이 바로 이스트허그와 64ksana(육사크사나)이다. 신작 ‘군문열림’(8월 23~24일)은 가곡 강권순 명인의 깊은 소리와 미디어아트, 빛을 통해 굿이 가진 본질인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를 전한다. 자유를 새롭게 정의하는 무대 : 시대의 소리를 담은 Sync Next 24 아비뇽, 베를린, 쿤스텐 페스티벌 등 유수의 유럽 페스티벌과 극장에서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 이란의 대표 극작·연출가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가 ‘블라인드 러너’(7월 18~21일)로 한국을 찾는다. 싱크 넥스트 시즌의 첫 해외 초청작이자 아시아 초연으로 공연되는 이 작품은 2022년 이란 히잡 시위의 출발점이 되었던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을 보도한 기자 닐루파 하메디의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됐다. 두 배우가 무대 위를 달리며 주고받는 대화와 그 모습을 또 다른 시선으로 투영하는 스크린 속 이미지를 통해 이 시대를 관통하는 자유와 연대에 대한 통찰을 엿볼 수 있다. 싱크 넥스트를 통해 매년 색다른 무대를 선보여 온 장영규 감독과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이자 2022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과 노래 부문 수상자이기도 한 박민희의 조합 또한 눈길을 끈다. 장영규 음악감독은 이날치의 아우라를 벗고,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당대 가장 키치한 대중문화로 주목받았던 ‘여성국극’과 그 1세대 명인, 조영숙에게 주목한다. ‘조 도깨비 영숙’(7월 26~27일)은 여성국극에 대한 관심이 확장되고 있는 지금, 장영규와 박민희 두 아티스트가 1세대 예술인의 삶과 예술을 어떻게 오늘의 무대 위에 구현해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광장(廣場)'을 소재로 싱크 넥스트(Sync Next)23에서 처음 선보였던 공연 ‘광광,굉굉’(8월 31일)은 ‘싱크 넥스트 24’ 앙코르 무대에 오른다. 음악그룹 나무의 일원이자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의 단원 성시영(피리, 태평소, 타악)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포스트 락 밴드 잠비나이의 이일우(기타, 피리, 태평소, 신디사이저), 장르적 경계를 허무는 타악 연주자이자 블랙스트링의 멤버 황민왕(타악, 노래), 국악관현악단의 빛나는 실력파 연주자 김지현(생황), 윤지현(가야금)이 다시 한 번 뭉쳐 ‘SMTO(에스엠티오) 무소음’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간다. 보다 균형감 있고 깊어진 사운드에 국내 대표 미디어(레이저) 아티스트 윤제호 작가의 비주얼 작업이 더해져 첫해보다 더욱 인상적인 무대가 될 것이다. 한편 이번 공연은 기후동행카드나 다둥이행복카드, 서울시민카드를 소지한 관객이라면 서울특별시 정책 할인(10%)를, 2023년 이후 세종문화회관을 포함한 국공립 문화예술 기관 공연을 한 번이라도 유료 관람한 이력이 있는 관객이라면 문화릴레이 할인(15%)을, 예술인패스 또는 공연예술인 증빙자료를 소지한 예술가들은 예술인 할인(20%)을, 산모수첩 등을 소지한 예비 산모는 임신부 할인(20%)를 적용받을 수 있다. 그 밖에도 세종문화회관 S멤버십이 되면 시즌 전 공연을 10%에서 최대 25%까지 할인 받을 수 있다. 다만 일부 공연에 한해서는 상이한 할인권종이나 할인율이 적용될 수 있으니 자세한 정보는 각 공연의 홈페이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싱크 넥스트 시즌에는 초연, 창작 작품이 다수이기에 제작이 진행됨에 따라 추가 티켓이 오픈되기도 한다. 상황에 따라서 무대와 조금 더 가까운 좌석이 오픈되기도 하는데, 지난 6월 27일에는 조영숙x장영규x박민희 ‘조 도깨비 영숙’의 OP석과 사이드석이 추가 오픈됐다. 배우 김신록이 연기와 연출을 맡고 손현선 시각예술가의 작품으로 구성된 무대를 선보여 4회차 모두 매진되었던 ‘없는 시간’도 7월 중 일부 좌석을 추가 오픈한다. 이 공연은 1층 객석에 자유롭게 흩어져 앉은 관객들 사이사이에 미술 작품과 배우가 퍼즐 조각들처럼 자리하는 독특한 관람 구조를 시도하는데, 앞과 뒤, 좌우 개념이 특별히 없는 무대와 객석 구성이 특징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7-05 10:47:15[파이낸셜뉴스] 지난해 중동 사태 이후 이란과 냉랭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 정부가 이란 대선에서 개혁파 후보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의 베단트 파텔 수석 부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이란 대통령 선거에 대해 언급했다. 파텔은 "우리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이란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거나 이란 체제가 인권을 더 존중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지난달 28일 대통령 보궐 선거를 실시했다. 이번 선거는 강경 우파 계열로 지난 5월 헬리콥터 추락으로 사망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전 대통령의 후임을 뽑는 선거였다. 이번 선거에는 4명의 후보가 최종 출마했으며 투표율은 39.9%로 역대 최저였다. 미 국무부의 파텔은 해당 수치에 대해 "투표율을 확인할 입장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란 정부와 관련된 대부분 사항과 마찬가지로 투표율도 신뢰할 수 없다. 우리는 이번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 투표 결과 중도 및 좌파 성향으로 평가 받는 마수드 페제시키안(70) 국회의원이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서방과 관계 개선, 히잡 단속 완화 등을 약속했다. 페제시키안은 2위 후보인 사이드 잘릴리(59) 전 외무차관과 오는 5일 결선투표에서 맞붙는다. 잘릴리는 사망한 라이시와 마찬가지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충성파'로 분류되는 강경 우파다. 두 후보는 1일부터 공식 결선투표 선거 운동을 시작했다. 선거 운동은 3일 저녁까지 허용된다. 페제시키안은 지난달 30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정부가 앞으로 모든 집회에서 강제력을 동원한 순찰, 검열, 외부 압력 등에 맞설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이란 히잡 시위 탄압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잘릴리는 1일 IT 전문가 간담회에서 "모바일 인터넷 속도는 최소 10배로, 유선 인터넷은 최소 50배로 빨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이란의 젊은 유권자들 불만 중 하나인 인터넷 품질을 겨냥한 발언으로 추정된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7-02 10:31:42[파이낸셜뉴스] 이란에서 차기 '최고지도자'로 꼽히던 대통령이 사고로 숨지면서 본격적인 장례 및 승계 절차가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외교 및 중동 정책이 어차피 최고지도자의 손에 달린 만큼 대통령의 사망으로 바뀌는 것은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란 내부에서 최고지도자 후보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권력 투쟁과 민심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1~23일 장례, 美 등 각국에서 애도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20일(현지시간) 앞으로 5일 동안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지난 19일 이란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 주(州)에서 열린 기즈 갈라시 댐 준공식에 참석했던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탑승한 헬리콥터가 추락하며 사망했다. 하메이니는 12명의 부통령 중 제1부통령을 맡고 있는 모하마드 모크베르를 대통령 대행으로 임명했다. 이란의 모흐센 만수리 행정담당 부통령은 21~23일 라이시 및 사망자들의 장례식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란과 사이가 좋지 않은 미국 정부는 20일 국무부 대변인 명의로 애도 성명을 냈다. 국무부는 "추락 사고로 라이시와 아미르 압돌라히안 등 정부 대표단 일원이 사망한 것에 대해 공식적인 애도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같은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이란 대통령 사망에 애도를 표한다"며 "충돌 사고 발생 배경과 관련해서는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커비는 이어 미국의 제재로 헬리콥터 부품을 구하기 어려워 라이시가 사고를 당했다는 이란 측 주장에 "전적으로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미 국무부의 매슈 밀러 대변인은 같은날 브리핑에서 "애도 성명이 그가 판사나 대통령으로서의 기록이나 그의 손에 피가 묻었다는 사실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라이시는 거의 40년간 이란 국민을 탄압하는데 가담해왔다" 비난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20일 모크베르에게 전화를 걸어 애도의 뜻을 전하고 협력을 약속했다. 이란 권력 투쟁 위기...세습 국가 가나? 미 뉴욕 시장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21일 오전 1시 기준으로 배럴당 79.22달러를 기록해 전일 대비 0.73% 하락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석유 시장이 조용한 이유에 대해 이란의 외교 정책이 최고지도자의 독점 영역이며, 라이시의 사망과 거의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금의 경우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와 맞물려 20일 뉴욕 선물 시장에서 온스(31.1g)당 2454.2달러(약 334만원)까지 거래되면서 역대 최고가를 나타냈다. 영국의 중동 전문 매체 암와즈닷미디어의 모하메드 알리 샤바니 편집자는 미 CNN을 통해 "이란이 지역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나 동맹과 협력 모두 현재와 비슷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역시 크게 바뀌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현상은 이란의 특이한 권력 구조 때문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왕정을 몰아낸 뒤 성립된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대통령보다 높은 종교인이 나라를 지배하는 신정국가다. 현재 국가 최고지도자, 종교 최고지도자, 군 최고 통수권자를 겸직하고 있는 하메네이는 대통령 인준·해임권을 가지고 있다. 최고지도자는 입법과 사법, 행정 등 국정 전반에서 최후의 의사결정권자다. 이란의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최고지도자의 후계자들이 맡으며 하메네이 역시 과거 이란의 3~4대 대통령을 역임했다. 올해 85세인 하메네이는 이미 고령에다 지병도 있는 상황에서 그 동안 후계자로 키웠던 라이시가 사라지면서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이스라엘 영자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라이시 사망 이후 후계자 자리를 놓고 이란 내부에서 권력 다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라이시의 사망으로 이란 정계의 막후 실력자로 평가받는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존재감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CNN은 모즈타바가 아버지의 자리를 이어받는다면 세습 왕정을 타파했던 현 체제가 근간부터 흔들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란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대통령 후보 등록 기간, 6월 12~27일 대선 운동기간이라고 밝혔다. 선거일은 6월 28일이다. 2021년 8대 대통령에 취임한 라이시는 임기를 약 1년 남기고 사망했으나 새로 뽑히는 9대 대통령은 4년의 임기를 새로 시작한다. CNN은 강경 우파들이 대거 당선된 지난 3월 이란 총선을 언급하며 이번 대선 역시 강경파가 득세한다고 내다봤다. CNN은 총선 당시 투표율이 역대 최저 수준인 41%에 불과하다며 경제난과 우파 정부에 분노한 시민들이 투표에 관심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이미 이란 대중은 지난 2022년 전국적인 '히잡 시위'에서 우파 정부 및 최고지도자 체제에 불만을 드러냈다. CNN은 하메네이가 중도 인물을 중용할 경우 민심을 되돌릴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샤바니 편집자는 "투표율은 체제의 정당성을 알려주는 표본"이라며 "이번 대선은 이란에게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5-21 10:47:59임기를 약 1년 남겨둔 이란의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갑작스러운 헬리콥터 추락으로 사망하면서 이란 안팎에서 정치적 혼란이 예상된다. 이란 정부는 강경 우파 세력이자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였던 라이시가 사라졌지만 의회가 우파 손에 남아 있는 만큼, 계속 서방 및 이스라엘과 적대하는 정책을 유지할 전망이다. 외무장관 등 9명 전원 사망 "악천후 영향"… 내각 "차질없이 국정운영" 프랑스 AFP통신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20일(현지시간) 내각 명의로 성명을 내고 라이시의 사망을 확인했다. 이어 "국정은 아무런 차질 없이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날 모흐센 만수리 이란 행정 담당 부통령도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라이시가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고 알렸다. 향년 63세인 라이시는 전날 이란 북서부 동아제르바이잔 주(州)에서 열린 기즈 갈라시 댐 준공식에 참석했다. 그는 행사 이후 일행과 3대의 헬리콥터를 이용해 주도 타브리즈의 정유공장으로 이동했다. 2대는 무사히 도착했지만 그가 탑승한 헬리콥터는 이란 중부 바르즈건 인근의 디즈마르 산악 지대에서 연락이 끊겼다. 당시 사건 현장에는 짙은 안개 속에서 폭우가 몰아쳤다. 이란 구조팀은 연락 두절 이후 12시간 만에 완전히 불에 탄 잔해를 발견했으나 생존자를 찾지 못했다. 범 아랍 매체인 알자지라 방송은 전문가를 인용해 악천후가 이번 사건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아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 장관도 헬리콥터가 "악천후와 안개로 인해 경착륙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날씨가 사고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추락한 헬리콥터는 미국 기업 '벨 헬리콥터'가 개발한 '벨-212'로 1968년에 초도 비행을 실시한 낡은 기종이었다. 미국에게 온갖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이 어떻게 미국 기체를 운용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추락 당시 헬리콥터에는 라이시 뿐만 아니라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무 장관, 말리크 라흐마티 동아제르바이잔 주지사도 탑승했다. 이외에도 타브리즈 지역 성직자로 금요 기도회의 이맘(이슬람 종교 지도자)을 맡고 있는 아야톨라 알 하솀이 동승했으며 조종사와 경호원 등 탑승했던 총 9명 모두 사망했다. 50일 안에 보궐선거로 새 대통령 뽑아야… 후계구도·정치적 혼란 불가피 이슬람 혁명으로 태어난 이란 정부는 대통령 위에 최고지도자라는 더 높은 지위가 있다. 현재 국가 최고지도자, 종교 최고지도자, 군 최고 통수권자를 겸직하고 있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대통령 인준·해임권을 가지고 있다. 최고지도자는 입법과 사법, 행정 등 국정 전반에서 최후의 의사결정권자다. 이란의 대통령은 일반적으로 최고지도자의 후계자들이 맡으며 하메네이 역시 과거 이란의 3~4대 대통령을 역임했다. 지난 2021년 8월에 8대 대통령에 취임한 라이시는 강경 우파 성향으로 4년 임기 가운데 약 1년을 남긴 상황이다. 부통령이 12명인 이란은 대통령이 임기 중 사망할 경우 헌법 131조에 따라 제 1부통령이 최고지도자의 인준을 받아 대통령 역할을 수행한다. 부통령과 국회의장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는 최대 50일 안에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이란의 제 1부통령은 하메네이의 충성파로 알려진 모하마드 모르베크다. 모르베크는 올해 69세로 2007년 준 정부 금융기관 '세타드' 수장에 임명돼 14년간 이끌었다. 세타드는 이슬람 혁명 이후 몰수된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1980년대 후반 설립되었으나 사실상 최고지도자의 '돈줄' 역할을 하는 기업 조직이다. 세타드는 보건, 금융 등 다양한 기업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인다. 강경 우파가 의회 장악, 反서방정책 유지… 하마스 "이란과 완전한 결속" 라이시는 2022년 '히잡 시위'로 이란 전역에서 반(反)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이를 강경 진압했다. 그는 대외적으로도 미국 및 서방과 대립했으며 미국과 핵협상 복귀를 도모하는 대신 우라늄 농축을 계속했다. 지난해 발생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도 간접적으로 개입했고 지난 4월에는 이스라엘 본토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아울러 지난 3월 이란 총선에서는 서방에 반대하는 강경 우파가 245석의 이란 의회에서 약 200석을 차지했다. 가디언은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의회를 장악한 우파가 더욱 강경한 반서방 노선을 요구한다고 내다봤다. TOI는 라이시와 함께 사망한 아미르 압돌라히안을 지적하며 이란의 외교 노선이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스라엘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과 접촉하며 이스라엘 및 서방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하마스는 20일 성명에서 이란 국민과 "고통과 슬픔"을 함께한다며 "이란과 완전한 결속"을 강조했다. 같은날 알자지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가 현재 이스라엘과 서방에 대한 노선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태 이후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 변화에 주목했다. 미국 등 6개국과 이란은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체결하고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경제 제재를 풀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2018년에 핵합의를 탈퇴하고 경제 제재를 복원했다. 라이시는 2021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핵합의 복원 협상을 진행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대신 긴장 강도를 높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5-20 18:1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