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심각하게 경쟁을 저해했다고 판단했다. EU 집행위는 내년 3월 말까지 애플의 DMA 위반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최종적으로 애플이 DMA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면 애플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된다. 24일(현지시간) EU 집행위는 애플이 DMA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예비 조사 결과를 통보했다. EU 집행위가 애플이 DMA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은 애플 앱 스토어가 고객에게 다른 구매 방법을 자유롭게 안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의 앱스토어 규정이 고객과의 자유롭게 소통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EU 집행위는 지적했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격 정보를 확인하거나 앱스토어 외부에서 제공되는 혜택을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EU 집행위는 애플 고객이 외부 웹페이지로 이동할 때도 애플이 이를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자사 앱 스토어 외부에서 거래될 때 부과하는 수수료도 필요 이상으로 높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가장 가치 있고 존경받는 기업 애플이 규정 준수를 명예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DMA는 개방적이고 경쟁 가능한 시장을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EU 집행위는 "애플이 DMA를 위반했다는 결정은 예비적 견해"라면서 "애플이 예비 조사 결과를 검토하고 대응할 시간을 충분하게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U 규제당국은 최종적으로 애플이 DMA를 위반했다고 판단하면 애플에 전 세계 연간 총 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상습적 위반이라고 EU가 판단할 경우 과징금이 세계 연 매출의 20%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와 관련, 애플은 "우리는 우리의 계획이 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EU 집행위 예비결론은 공식 조사가 시작된 3월부터 시작해 1년 안에 최종결론으로 이어져야 효력이 있다. 애플은 EU의 경쟁법 제약을 많이 받고 있다. 지난 1월에는 iOS 모바일 소프트웨어와 앱스토어, 사파리 웹브라우저를 수정했다. 경쟁제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애플은 또 지난 21일에는 EU에서 인공지능(AI) 지원이 가능한 아이폰 출시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EU의 AI법 불확실성에 따른 것이었다. 애플에 대한 EU 규제당국의 압력은 강화되고 있다. EU는 최근에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경쟁 제한 혐의로 애플에 18억유로 과징금을 물렸다. 현재 애플은 이에 불복해 EU 법원에 소송을 낸 상태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4-06-25 13:02:14[파이낸셜뉴스] 국내에서 플랫폼 사업자를 향한 규제 움직임과 관련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학계 의견이 나왔다. 특히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 DMA)'과 같은 사전 규제는 되레 국내 디지털 플랫폼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티볼트 슈레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 교수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온라인 플랫폼 규제 동향 국제세미나(Ⅱ)'에서 "사전규제가 과연 혁신을 증진하는 데 적절한 조치인지 논의해봐야 한다"며 이 같이 설명했다. 슈레펠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사전규제 조치인 유럽 DMA를 면밀히 분석했다. 올해 5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DMA는 경쟁당국의 경쟁제한성 입증 과정 없이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대형 플랫폼사업자의 일정한 행위를 사전에 금지하고 이행 의무도 부과한다. 이는 경쟁당국이 사후에 행위 효과를 분석해 경쟁제한성을 입증해야 하는 기존 경쟁법의 패러다임과 달리 강력한 규제가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슈레펠 교수는 "사전규제 대신 사후 법 집행을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사전규제를 해야 한다면 정기적으로 평가를 수행해 해당 규칙이 효과적인지, 유지하는 것이 맞는지 분석해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선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자율규제가 추진되고 있지만 동시에 EU식의 사전규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럽엔 대형 토종 플랫폼이 없어 미국의 빅테크 플랫폼을 견제할 목적에서 사전규제법을 만들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패널 토론에서 신영선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구글이 1위를 하지 못한 한국 검색시장에서 네이버(55%)와 구글(35%)의 시장점유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며 "게임체인저가 될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플랫폼 시장이 격변기에 놓였고, 국가간 패권 경쟁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플랫폼 독과점 사전규제 입법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규성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은 이미 촘촘한 규제 법제를 갖췄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 애플,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다수의 국내외 유력 플랫폼 사업자들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경쟁법을 시행해 왔다"며 "경직된 사전규제 도입 보다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술 및 데이터 관련 인력과 자원을 대폭 확충해 신속한 법집행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내 상황과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DMA의 사전규제적인 접근 방식이 무조건 그르다고 볼 순 없다"면서도 "DMA가 왜 입법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필요성과 배경에 대해 이해하고 DMA의 구체적인 규정별 타당성 여부를 따져 국내 사정과 맞는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전규제를 위한 적용대상 플랫폼 사업자 지정 도입 여부를 고려할 때 기업들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투명성과 객관성, 합리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2023-09-06 14:05:09검찰이 주식워런트증권(ELW) 불공정거래 혐의로 증권사 사장들까지 대거 소환한 가운데, 논란의 핵심인 전용선(증권 자동전달시스템:DMA) 허용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 자본시장연구원은 "불공정하고 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DMA와 알고리즘 매매를 규제해야 하지만 관련 규정이 마련되기 전에 사법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DMA는 증권 및 파생상품 매매 체결에 있어서 주문 속도를 높이기 위해 고객이 매매체결장소(거래소)에 접근 권한이 있는 회원사(증권사)의 주문처리를 거치지 않고 직접 할 수 있도록 하는 주문처리 서비스이다. DMA는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지난 1월 도쿄증권거래소는 차세대 거래시스템 'Arrowhead' 출범을 통해 주문 반응 속도를 낮추었으며, 호주거래소는 지난해 12월 차세대 거래시스템을 발표하면서 매매체결 속도를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또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를 받지 않는 파생상품거래소인 시카고 선물거래소(CME)는 청산회원의 보증을 받는 일반투자자도 DMA 주문을 허용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 시장에서도 앞으로 DMA에 대한 요구는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본시장연구원 남길남 연구위원은 "대체거래소 및 한국형 헤지펀드의 허용으로 프라임브로커의 등장이 예고되고 있다"면서 "프라임브로커는 고객인 여러 헤지펀드의 대규모 주문과 이에 따른 청산 및 결제를 처리해야 하므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고 거래 정보의 보안을 지킬 수 있는 DMA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남 연구위원은 "지금은 혁신적인 주문체결 서비스를 놓고 경쟁이 치열한 상태이며, 프라임브로커의 활동을 보장해 한국 자본시장의 도약을 이뤄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yutoo@fnnews.com최영희기자
2011-07-05 18:10:41차티스손해보험은 세계 최고 권위의 다이렉트 마케팅 전문기관인 DMA(Direct Marketing Association)가 주관한 ‘2010 DMA 인터내셔널 ECHO 어워드’에서 올해 초 진행한 ‘차티스에 물어보자’ 광고 캠페인이 5위(보험 부문)를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고 14일 밝혔다. DMA어워드에서 한국 기업이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회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역사가 깊은 다이렉트 마케팅 부문 광고대회로, 올해 총 36개국 700여개 출품작들이 마케팅 전략 및 성과와 창의성 등을 놓고 경합을 벌인 가운데 차티스를 포함해 IBM, VISA, 마이크로소프트, 맥도날드, DHL, 펩시, 소니에릭슨 등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복잡한 보험상품을 소비자들에게 보다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일상생활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사고와 위험들을 실제 상황과 접목해 쉽고 재미있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차티스는 이번 수상으로 그 동안 씨티뱅크, IBM, BMW,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선정됐던 수상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됐다. 브래드 베넷 차티스 사장은, “한국 차티스가 한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을 수상하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하며 새로운 브랜드를 알리는 노력을 신규 비즈니스 창출과 혁신적으로 접목시킨 점을 인정받아 기쁘다”고 밝혔다. /toadk@fnnews.com김주형기자
2010-10-14 16:02:33【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구글이 미국은 물론, 영국에서도 시장 지배력에 대한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 법무부가 최근 구글의 웹브라우저 크롬의 강제 매각을 명령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가운데 영국 규제 당국도 구글에 대한 제재를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CMA의 독립 조사단이 모바일 브라우저 시장을 검토한 결과, 경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영국 내 혁신이 방해받고 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CMA는 다음달 13일까지 구글과 애플이 CMA의 잠정 조사 결과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도록 했다. CMA는 내년 3월에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번 보고서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규제 당국이 애플과 구글 등 빅테크 업체의 반경쟁 관행에 제동을 거는 가운데 나왔다. CMA 조사단은 CMA에 내년 본격 시행될 예정인 새로운 디지털 시장 규정(DMCC)에 따라 구글과 애플의 휴대전화 시장 활동을 조사하도록 권고했다. 영국의 DMCC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시장법(DMA)과 유사하다. 디지털 시장 규제를 강화한 새 규정은 CMA에 '전략적 시장 지위(SMS)를 가진 기업'을 지정해 적절히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이런 기업으로 지정하려면 CMA는 먼저 공식 조사를 해야 한다. CMA는 조사단이 이번에 파악한 우려 사항은 대부분 애플 기기에서 모바일 브라우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결정하는 애플의 정책과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브라우저 제공업체들은 아이폰에서 더 빠른 웹페이지 로딩과 같은 브라우저 기능을 전면적으로 제공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휴대전화 사용자가 어떤 브라우저를 사용할지 결정하는 선택권 문제도 지적됐다. CMA는 "조사단은 애플과 구글이 자사 브라우저(사파리, 크롬)가 가장 명확하고 쉬운 옵션이 될 수 있도록 (사용자의) 선택을 조작할 수 있는 것으로 잠정적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애플은 "사용자의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훼손하고 애플을 차별화하는 기술을 만드는 우리의 능력을 방해할 것이다"는 입장을 내놨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은 선택을 넓히고 가격을 낮추고 스마트폰과 앱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데 데 도움이 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구글은 개방형 플랫폼에 전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4-11-23 07:30:49"한국 방송미디어 시장은 현재 위기다. 최악의 경우 국내 산업 경쟁력은 급격히 악화되고 재원이 이탈하면 방송미디어 산업 전반의 붕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한국 방송미디어 시장 실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렇게 진단했다. K콘텐츠가 글로벌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현실과 달리 국내 방송사업은 지난해 기준 10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하는 최악의 '한파'를 맞았다. 이유는 다양하다. 2000년 이후 바뀌지 않은 낡은 법 규제는 혁신을 도모하는 국내 사업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높은 인지도와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과의 경쟁에선 한없이 열세다. 이들은 전통적인 방송법 규제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플랫폼과의 역차별 문제 해결, 법 개정을 통한 규제완화, 디지털세 도입 등을 대응책으로 꼽았다. 파이낸셜뉴스는 성장 한계에 봉착한 한국 방송미디어 시장을 진단하고 위기를 효과적으로 돌파할 방법을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23일 좌담회에는 이헌율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 전문위원,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홍종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BK교수가 참여했다. 홍종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BK교수글로벌 사업자, 국내 사업자가 쫓기 힘든 전략으로 시장 잠식 중국외 사업자도 국내 사업자에 준하는 규제받도록 제도 정비를이헌율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미디어산업에 투자가 늘지 않는다면 심각한 상황으로 계속 갈 것우리 미디어 기업들의 규모를 키워서 내수 시장을 활성화해야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새로운 규제는 항상 국내 사업자에게만 적용되는 현상이 반복돼현실 미디어 상황에 맞게 법 체계를 완전히 뜯어고쳐야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수많은 소비자들은 간접적으로 피해, 국가와 정부가 대신 싸워야거대 플랫폼社에 한국의 기본 방향성·지향점의 변화를 알려야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 전문위원글로벌 기업과 국내 방송사 간 비대칭적 경쟁 환경으로 상황 악화채널 편성 및 약관 규제·광고 및 심의 규제 전반적인 완화 필요―요즘 국내 방송미디어 업계가 처한 상황은. ▲홍종윤 교수=성장 한계에 봉착해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가 글로벌 미디어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나 구글처럼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글로벌 사업자들은 국내 사업자들이 쫓아갈 수 없는 전략으로 국내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2000년 이후 바뀌지 않고 있는 법 규제는 국내 사업자들의 혁신 경쟁을 가로막는 이유 중 하나다. 글로벌 기준에 맞게 규제를 빨리 정비하고, 국내 미디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이헌율 교수=시장 환경이 변하지 않는데 투자가 늘지 않는 이상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지난해는 동아시아 경제위기가 있었던 1997년과 1998년을 제외하고 최초로 방송사업 매출이 줄어든 해다. 글로벌 기업과 국내 방송사 간 비대칭적인 경쟁환경이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상황이 구조적이고 지속적이라는 점이다. 국내 산업 전반의 붕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위기의 가장 큰 이유가 넷플릭스 등 해외 미디어 업체들과의 경쟁 열세라고 보나. ▲유홍식 교수=자본력의 차이로 봐야 한다. 우리나라 미디어 기업은 방송 분야의 경우 매출 10조원 이상이면 방송사업을 할 수 없다. OTT 공룡인 넷플릭스와 달리 우리나라 기업들은 전부 다 '구멍가게'인 이유다. 물론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잘 만든다. 제작비가 많아서 방송사들이 못하는 것들을 넷플릭스는 한다. 그러면서 콘텐츠가 다양화됐지만 제작비도 너무 비싸졌다. 시장은 이미 비싸졌는데 우리나라 기업 중에는 그만큼 투자를 할 수 있는 미디어 기업이 없다. ▲홍종윤 교수=넷플릭스의 국내 투자는 양날의 검과 같다. 한류 콘텐츠 붐 조성에 일조했지만 국내 콘텐츠 생산·유통·소비 생태계를 교란하는 결과도 낳았다. 한국이 해외 콘텐츠 업체의 하청기지가 되고 있다는 우려도 사실이다. 단순 하청에 그치지 않으려면 넷플릭스 등 해외 업체도 일차적으로 국내 미디어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선순환 구도를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하는 묘안이 필요하다. ▲이종관 수석전문위원=국내 이용자 1인당 유튜브 월평균 이용시간이 무려 40시간에 달한다. 독점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국내 방송미디어 사업자가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들은 국내 방송미디어 규제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 규제의 비대칭성에 따른 구조적인 불공정경쟁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미디어산업을 살리기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은. ▲유홍식 교수= 낡은 규제 철폐다. 역대 정부가 규제 철폐를 이야기해왔지만 미디어 규제는 변한 게 없다. 방송법은 2000년대쯤 만들어진 법으로 수십년을 버티고 있다. 현실의 미디어 상황에 맞게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방송법 규정에 따르면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은 지상파 방송 지분을 10% 이상 소유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 초기에 설정된 금액이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얼마나 성장했나. 이에 맞춰서 기준을 20조원 정도로 늘려야 한다. 충분한 자본력을 갖춘 기업이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도록 숨통을 터줘야 한다. ▲이헌율 교수=글로벌 기업에 대응할 수 있는 자본 규모를 만들어줘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정치적 관점에서 벗어나 산업적 관점에서 우리 미디어 기업들의 규모를 키워서 내수 시장을 활성화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채널 편성 및 약관 규제, 광고 및 심의 규제에 대해 전반적인 완화가 필요하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흑백요리사는 자본도 있었지만 방송 심의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자유롭고 주목도 높은 연출이 가능했다. 대규모 PPL 유치에 따른 제작비 유치도 가능해 기존 지상파나 유료방송이 만들기 어려운 콘텐츠를 제작했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은 이런 콘텐츠를 제작할 역량을 갖춰도 규제허들을 넘기 어렵다. 플랫폼 사업자는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고, 콘텐츠 사업자는 창의적이고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아무래도 글로벌 플랫폼 업체들과의 경쟁 열세에 대한 것도 구조적 대응이 필요한데. ▲홍종윤 교수=구글이나 넷플릭스 등 '빅테크'들의 사용료 논란과 조세회피 의혹이 제기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간 형평성 문제가 된다. 국외 사업자들이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 매출과 이익에 대해 국내 사업자에 준하는 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유현재 교수=국내 통신업계 등이 해외 사업자에 소송을 수행하는 것도 해법 중 하나다. 망 사용료 얘기다. 다툼이 아니라 상식적인 요구로 봐야 한다. 한국 시장에서 상당한 트래픽을 발생시키고 있으니 합당한 대가를 지급하라고 하는 것 아니냐. 망 사용의 파이가 늘면, 당연히 수많은 소비자들은 간접 피해를 보는 거다. 망은 한정되어 있으니 말이다. 국가나 정부가 대신 싸워줘야 한다. ▲유홍식 교수=해외 빅테크 업체들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방안이 현재 아무것도 없다. 국내법으로 규제를 만들어내면 새 규제가 항상 국내 사업자에만 적용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규제의 역차별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감한 규제 철폐가 필요하다. 사업자들에게 몇 가지 중요한 것은 안 된다고 규정하고, (만약 어기면) 강하게 처벌하는 반면 나머지는 풀어주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한국형 디지털서비스법(DSA)이나 디지털시장법(DMA)에는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 ▲홍종윤 교수=유럽연합(EU) 주도로 도입되고 있는 DSA, DMA는 국제적 규범으로 자리 잡게 될 확률이 높다. 우리도 이에 준하는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럽의 대응이 미국 중심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대한 통제력 확보와 시장방어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도입은 좀 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역차별 우려를 최소화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유현재 교수=최소한 거대 플랫폼 회사에 한국의 기본적 방향성, 지향점이 변했음을 알려야 하는 게 맞다. 지금처럼 특정한 사건이 벌어지면 잠시 관심을 두다가 또 흐지부지되는 분위기가 반복되면 불합리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정부가 방송채널사용사업(PP)에 대해 등록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하고, IPTV의 PP 겸영 제한을 폐지했는데 어떤 영향이 있을까.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정부가 규제완화 의지를 보였다는 점은 높게 평가한다. 다만 PP 등록제 자체가 고강도 진입규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신고제로 바꾼다고 해서 신규 PP의 진입이 크게 증가할 것 같지는 않다. IPTV의 PP 겸영 제한 폐지는 PP 시장 및 콘텐츠 시장에 자본유입 및 투자가 확대되는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플랫폼 사업자의 콘텐츠 시장 진출 유인장치, 예컨대 IPTV 사업자의 콘텐츠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나 방송통신발전기금 지원 등을 추가로 고민해 봐야 한다. ▲유현재 교수=시장은 다양해지고, 산업도 더 클 여지가 있다. 그러나 콘텐츠 제작업체들이 경쟁은 곧 클릭이고 노출이라는 생각 속에 더욱 선정적이며 엽기적으로까지 콘텐츠를 기획하고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부분은 정비가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모방이나 표절, 선정성, 폭력 등 그런 말초적 요소들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려고 할 것이다. 정리=yjjoe@fnnews.com 조윤주 주원규 구자윤 기자
2024-10-23 18:01:32[파이낸셜뉴스] "한국 방송미디어 시장은 현재 위기다. 최악의 경우, 국내 산업 경쟁력은 급격히 악화되고 재원이 이탈하면 방송미디어 산업 전반의 붕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한국 방송미디어 시장의 실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렇게 진단했다. K-콘텐츠가 글로벌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현실과 달리 국내 방송사업은 지난해 기준, 10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하는 최악의 '한파'를 맞았다. 이유는 다양하다. 2000년 이후 바뀌지 않은 낡은 법 규제는 혁신을 도모하는 국내 사업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높은 인지도와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과의 경쟁에선 한없이 열세다. 이들은 전통적인 방송법 규제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플랫폼과의 역차별 문제 해결, 법 개정을 통한 규제 완화, 디지털세 도입 등을 대응책으로 꼽았다. 파이낸셜뉴스는 성장 한계에 봉착한 한국 방송미디어 시장을 진단하고 위기를 효과적으로 돌파할 방법을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23일 좌담회에는 이헌율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 전문위원,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유홍식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홍종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BK교수가 참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즘 국내 방송미디어 업계가 처한 상황을 짧게 진단 부탁드린다. ▲홍종윤 교수=성장 한계에 봉착해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글로벌 미디어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나 구글처럼,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글로벌 사업자들은 국내 사업자들이 쫓아갈 수 없는 전략으로 국내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2000년 이후 바뀌지 않고 있는 법 규제는 국내 사업자들의 혁신 경쟁을 가로막는 이유 중 하나다. 글로벌 기준에 맞게 규제를 빨리 정비하고, 국내 미디어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이헌율 교수=시장 환경이 변하지 않는데 투자가 늘지 않는 이상,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지난해는 동아시아 경제위기가 있었던 1997년과 1998년을 제외하고 최초로 방송사업 매출이 줄어든 해다. 유료방송 가입자 수가 전기 대비 감소한 최초의 해이기도 하다.글로벌 기업과 국내 방송사 간 비대칭적인 경쟁 환경이 주요 원인중 하나다.중요한 것은 이러한 상황이 구조적이고 지속적이라는 점이다. 국내 산업 전반의 붕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위기의 가장 큰 이유가 넷플릭스 등 해외 미디어 업체들과의 경쟁 열세라고 보시는지 ▲유홍식 교수=결국 자본력의 차이로 봐야 한다. 우리나라 미디어 기업은 방송 분야의 경우, 매출 10조 이상이면 방송사업을 할 수 없다. OTT공룡인 넷플릭스와 달리 우리나라 기업들은 전부 다 '구멍가게'인 이유다. 물론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잘 만든다. 제작비가 많아서 방송사들은 못하는 것들을 넷플릭스는 한다. 그러면서 콘텐츠가 다양화됐지만 제작비도 너무 비싸졌다. 시장은 이미 비싸졌는데 우리나라 기업들 중에는 그만큼 투자를 할 수 있는 미디어 기업이 없다. ▲홍종윤 교수=넷플릭스의 국내 투자는 양날의 검과 같다. 한류 콘텐츠 붐 조성에 일조했지만, 국내 콘텐츠 생산, 유통, 소비 생태계를 교란하는 결과도 낳았다. 한국이 해외 콘텐츠 업체의 하청 기지가 되고 있다는 우려도 사실이다. 단순 하청에 그치지 않으려면 넷플릭스 등 해외 업체도 일차적으로 국내 미디어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선순환 구도를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하는 묘안이 필요하다. ▲이종관 수석전문위원=국내 이용자 1인당 유튜브 월평균 이용 시간이 무려 40시간에 달한다. 독점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국내 방송미디어 사업자가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들은 국내 방송미디어 규제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 규제의 비대칭성에 따른 구조적인 불공정경쟁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미디어산업을 살리기 위해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부분은 뭔가 ▲유홍식 교수= 낡은 규제 철폐다. 역대 정부가 규제 철폐를 이야기 해왔지만 미디어 규제는 변한 게 없다. 방송법은 2000년대 쯤 만들어진 법으로 수십년을 버티고 있다. 현실의 미디어 상황에 맞게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방송법 규정에 따르면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은 지상파 방송 지분을 10% 이상 소유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 초기에 설정된 금액이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얼마나 성장했나. 이에 맞춰서 기준을 20조원 정도로 늘려야 한다. 충분한 자본력을 갖춘 기업이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야 한다. ▲이헌율 교수=글로벌 기업에 대응할 수 있는 자본 규모를 만들어줘야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정치적 관점에서 벗어나 산업적 관점에서 우리 미디어 기업들의 규모를 키워서 내수 시장을 활성화할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채널 편성 및 약관 규제, 광고 및 심의 규제에 대해 전반적인 완화가 필요하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흑백요리사는 자본도 있었지만 방송 심의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자유롭고 주목도 높은 연출이 가능했다. 대규모 PPL 유치에 따른 제작비 유치도 가능해 기존 지상파나 유료방송이 만들기 어려운 콘텐츠를 제작했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은 이런 콘텐츠를 제작할 역량을 갖춰도 규제 허들을 넘기 어렵다. 플랫폼 사업자는 경쟁력있는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고, 콘텐츠 사업자는 창의적이고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아무래도 글로벌 플랫폼 업체들과의 경쟁 열세에 대한 것도 구조적 대응이 필요한데 ▲홍종윤 교수=구글이나 넷플릭스 등 '빅테크'들이 사용료와 매년 국내에서 조세 회피 논란이 벌어진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간 형평성 문제가 된다. 국외 사업자들이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 매출과 이익에 대해 국내 사업자에 준하는 규제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유현재 교수=국내 통신업계 등이 해외 사업자에 소송을 수행하는 것도 해법 중 하나다. 망 사용료 얘기다. 다툼이 아니라 상식적인 요구로 봐야 한다. 한국 시장에서 상당한 트래픽을 발생 시키고 있으니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라고 하는 것 아니냐. 망 사용의 파이가 늘면, 당연히 수많은 소비자들은 간접 피해를 보는 거다. 망은 한정되어 있으니 말이다. 국가나 정부가 대신 싸워줘야 한다. ▲유홍식 교수= 해외 빅테크 업체들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방안이 현재 아무것도 없다. 국내법으로 규제를 만들어내면 새 규제가 항상 국내 사업자에만 적용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규제의 역차별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감한 규제 철폐가 필요하다. 사업자들에게 몇 가지 중요한 것은 안된다고 규정하고, (만약 어기면) 강하게 처벌하는 반면 나머지는 풀어주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한국형 디지털서비스법(DSA)이나 디지털시장법(DMA)에 대해선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 ▲홍종윤 교수=유럽연합(EU) 주도로 도입되고 있는 DSA, DMA는 국제적 규범으로 자리잡게 될 확률이 높다. 우리도 이에 준하는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럽의 대응이 미국 중심의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대한 통제력 확보와 시장 방어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도입은 좀 더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역차별 우려를 최소화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유현재 교수=최소한 거대 플랫폼 회사에게 한국의 기본적 방향성, 지향점이 변했음을 알려야 하는 게 맞다. 지금처럼 특정한 사건이 벌어지면 잠시 관심을 두다가 또 흐지부지되는 분위기 반복되면 관련 불합리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정부가 방송채널사용사업(PP)에 대해 등록제에서 신고제로 전환하고, IPTV의 PP 겸영 제한을 폐지했는데 앞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까 ▲이종관 수석전문위원=정부가 규제 완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는 높게 평가한다. 다만 PP 등록제 자체가 고강도 진입규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신고제로 바꾼다고 해서 신규 PP의 진입이 크게 증가할것 같지는 않다. IPTV의 PP 겸영 제한 폐지는 PP 시장 및 콘텐츠 시장에 자본 유입 및 투자가 확대되는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플랫폼 사업자의 콘텐츠 시장 진출 유인 장치, 예컨대 IPTV 사업자의 콘텐츠 투자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나 방발기금 지원 등을 추가로 고민해 봐야 한다. ▲유현재 교수 =시장은 다양해지고, 산업도 더 클 여지가 있다. 그러나 콘텐츠 제작업체들이 경쟁은 곧 클릭이고 노출이라는 생각 속에 더욱 선정적이며 엽기적으로까지 콘텐츠를 기획하고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부분 정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모방이나 표절, 선정성, 폭력 등 그런 말초적 요소들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려고 할 것이다. yjjoe@fnnews.com 조윤주 주원규 구자윤 기자
2024-10-22 19:43:31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의 국내 인터넷 트래픽 점유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책임은 외면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서 망 사용료를 내지 않아 논란이 되는가 하면 조세회피 의혹이 있다는 논란이 여러 차례 정치권에서 나왔다. '흑백요리사'에서 유행한 표현처럼 해외 사업자들에 대한 관련 규제도 국내에서 "이븐(even)하게", 즉 균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빅테크 트래픽 비중 갈수록 증가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인터넷 트래픽 점유율은 구글 30.6%, 넷플릭스 6.9%, 메타 5.1%, 네이버 2.9%, 쿠팡 1.3%, 카카오 1.1% 순이다. 구글·넷플릭스·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3사가 차지하는 비중만 42.6%다. 그럼에도 구글 같은 빅테크들은 국내 업체들과는 달리 망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망사용료는 네이버, 구글, 넷플릭스 등의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소비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할 때 발생하는 트래픽에 대해 인터넷망을 제공하는 인터넷서비스공급자(ISP)에 지급하는 대가를 말한다. 넷플릭스 역시 망사용료 문제로 SK브로드밴드와 3년 넘게 법적 분쟁을 거친 바 있다. 넷플릭스는 1심에서 패소한 후 SK브로드밴드와 합의해 분쟁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다른 업체들의 망사용료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망사용료를 둘러싼 갈등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독일에서도 메타와 도이치텔레콤이 소송을 벌이는 가운데 지난 5월 도이치텔레콤이 독일 쾰른 법원에서 승소한 바 있다. 구글 등은 망사용료가 '망 중립성'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인터넷은 사용되는 기기와 프로그램, 플랫폼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개방적이고 평등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도 지난 8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이에 22대 국회에서는 빅테크들이 망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구글 매출, 네이버 4% 수준? "한국판 DMA·DSA 필요" 빅테크들은 조세회피 의혹도 받고 있다. 구글코리아가 지난해 국내 법인세로 낸 돈은 155억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인선 의원은 구글의 연간 국내 매출액이 12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나 지난 4월에 공시된 구글코리아 감사보고서의 지난해 매출액은 3653억원, 영업이익은 234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를 고려하면 매출 추정치가 12조135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6229억원을 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글코리아는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린 2023년도 감사보고서에 지난해 매출이 3653억원이라고 공시했다. 국내 경쟁사인 작년 네이버(9조6706억원), 카카오(7조5570억원) 매출의 4~5%에 불과해 편차가 지나치게 크다. 국내 방송사업자들은 국내에서 영업하는 해외 사업자들 역시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프랑스와 캐나다 등에서는 OTT에 공적부담금을 도입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럽연합(EU)에서 빅테크 기업들을 견제하고자 만든 디지털시장법(DMA),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DMA는 소비자와 판매자 간 일종의 관문 역할을 하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자 일정한 규모의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특별 규제하는 법이다. 이창준 성균관대 컬처앤테크놀로지 전공 교수는 "정부가 국내 기업을 보호하려고 직접적인 규제를 한다면 한국 시장이 고립될 수 있어 DMA나 DSA 같은 간접규제가 낫다"며 "당장 불공정하거나 낡은 규제는 풀어줘 국내 사업자들이 해외 사업자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도 "우리나라가 빅테크에 대한 글로벌 조세체계 개편과 관련된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DMA는 공정경쟁, DSA는 이용자 보호가 중심인 법안으로, 영향력이 큰 사업자들에게 영향력에 상응하는 책임성을 최소한이라도 주자는 취지의 규제인 만큼 우리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4-10-21 18:12:59거대 빅테크 기업의 갑질을 막는 온라인플랫폼 제정법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아니, 이제 시작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독립된 법 제정 대신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추진키로 했는데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냐고 따질 수 있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정위 판단에 문제를 제기하며 제정법을 추진키로 했으니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왔다고 보는 게 맞다.온라인플랫폼법 논쟁은 자유시장 원리에 입각한 혁신 추구와 시장 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한 규제 도입 간 충돌이 핵심이다. 그런데 희한하게 한국에서 온플법 주요 국면마다 미국 단체들의 목소리 개입이 엿보인다. 지난 1월 미국의 대표적 기업단체인 미국 상공회의소가 한국 정부의 온플법 제정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공정위가 2월 플랫폼법 정부안을 공개하기 한 달 전이다. 이후 온플법 제정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가 거대 플랫폼업체를 사전 지정하는 방안이 무산됐다. 대신 위법 사안이 발견될 때 거대 사업자를 사후 규제하는 방안이 나왔다. 제정법이 아닌 기존 공정거래법을 손질하는 방식이니 내용상 형식상 후퇴한 셈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공정위가 지난 23일 사후 규제로 전환하는 개정안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열기에 앞서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가 사전·사후 규제안을 모두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제정법이 무산되고 개정안으로 선회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한데 이마저 안 된단다. 미국의 목소리 개입은 온플법을 둘러싼 이해관계자가 복잡하다는 뜻이다. 거대 업자와 중소형 업자 간 권력관계, 해외 빅테크와 국내 토종업체 간 시장 다툼, 기업의 이익추구와 소비자 보호가 주요 이해관계 충돌 지점이다. 이 가운데 한국 시장을 둘러싼 국내와 해외 기업 간 이해득실만 떼어 놓고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질 수밖에 없다. 첫째, 한국 정부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하면 중국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주장이 있다. 이 법이 미국 기업만 규제 대상으로 삼은 탓에 중국 기업이 한국 시장을 위협할 것이란 논리다. 그들의 주장대로 중국 플랫폼업체가 한국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된다면 한국 정부가 더욱 강도 높은 불공정행위 규제를 단행해야 되는 것 아닌가. 규제 대상도 미국이든 중국이든 국적을 따질 게 아니라 한국 시장을 교란하는 어떤 기업도 예외가 돼선 안 될 것이다. 둘째, 한국 정부가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성급하게 차용했다는 주장이다. 이 논리는 글로벌 빅테크가 없는 EU가 자국 내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빅테크를 겨냥해 만든 작위적 규제라는 근거에 바탕을 두고 있다. 플랫폼기업 경쟁력이 약한 EU의 현실이 반영된 법이란 얘기다. 게다가 이런 규제 탓에 EU의 스타트업들이 고사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그렇다면, 한국은 EU의 현실과 달리 글로벌 빅테크 공세로부터 안전하단 말인가. 백번 양보해 무리한 규제가 자국 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치자. 그런데 EU의 DMA는 올해 3월 발효됐는데 그새 그 지역의 기업들이 규제법 때문에 도태됐단 말인가. 셋째, 한국 정부의 온라인플랫폼 규제법은 결국 한국 기업의 경쟁력 쇠퇴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나아가 국내에선 외국 기업에 대한 한국 기업의 역차별이 심화될 것이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한국 플랫폼기업의 역차별은 새로운 규제법과 별개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 진출해 있는 구글과 넷플릭스 등 빅테크는 조세 회피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 법인은 단순업무 대행으로 운영하고 한국 매출의 대부분을 법인세율이 낮은 해외 국가의 법인에 몰아주는 수법이 관행처럼 됐다. '용두사미'는 온플법 논쟁을 비하하는 사자성어다. 온플법 제정안을 용의 머리라 치면,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뱀의 꼬리에 해당한다. 설상가상으로 제정법을 비난하는 자들이 이번에는 수위를 낮춘 개정안마저 물어뜯고 있다. 뱀 꼬리 흔적이라도 남기려면 이해관계를 가장한 현란한 수사학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jjack3@fnnews.com
2024-09-25 18:28:36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 업계가 대내외 어려움 속에서도 출구 전략을 짜고 있는 가운데, 규제는 인공지능(AI) 등 기업의 혁신 사업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특히 유럽의 플랫폼 규제 법안인 디지털시장법(DMA)이 유럽연합(EU) 내 정보기술(IT) 경쟁력과 소비자 이익을 해친 것을 반면교사 삼아 국내에 유사한 규제 법안이 적용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계했다. ■해외 전문가 "규제법, 기업 경쟁력 악화시켜 혁신 저해" 트레버 와그너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연구센터 소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FKI 컨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온라인플랫폼 규제 동향 국제세미나에서 "한국은 전체 수출 분야 중 정보통신기술(ICT) 비중이 높기 때문에 DMA와 비슷한 규제 정책 도입 시 수출과 생산성, 혁신 저하 측면에서 EU보다 6배 정도 더 심각한 상황에 노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U가 올 3월 시행한 DMA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자 일정한 규모의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 키퍼'로 지정해 규제하는 법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를 비롯해 아마존, 애플, 메타 등 글로벌 기업들이 게이트 키퍼로 지정됐고, 자사 서비스의 우선 노출 금지 등 규제를 받고 있다. 다만 DMA 시행 이후 유럽 내 경제적 피해는 더 심해졌다는 평가다. 와그너 소장은 "규제 준수 비용, 규제 요건의 복잡성, 규제 미준수에 따른 막대한 벌금 리스크 등으로 기술 기업이 AI 등 신규 서비스를 유럽에서 출시하는 것을 꺼리게 됐다"며 "규제에 따른 AI 기술 개발 장벽은 유럽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DMA로 인한 비용증가로 일부 기업은 비교적 퀄리티가 낮고, 열악한 기술 서비스를 선택할 수도 있고 증가한 비용은 사용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규제 최소화 필수… 기업은 출구전략 마련해야 한국에서도 DMA와 비슷한 맥락으로 사전 규제 형태의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배적 사업자 사전지정 등을 골자로 하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최근 국회에서는 거대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는 법안이 여러 건 발의 됐다. 티메프(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로 해당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다니엘 소콜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는 "한국 시장 내 경쟁은 전 세계 어떤 시장과 견주어봐도 극심한 편"이라며 "한국에서 과도한 규제가 도입되면 글로벌 테크 기업 뿐 아니라 한국 스타트업 등의 경쟁력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유럽의 규제를 그대로 모방할 필요는 없다"고 제언했다. 규제 도입 후 되레 C-커머스 등 해외 플랫폼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분석도 따랐다. 백용욱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이날 토론에서 "DMA는 유럽이 자국 플랫폼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을 겨냥해서 만든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며 "한국은 토종 플랫폼 기업이 중국 알리, 테무와 미국 구글, 애플 등과 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선전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이고, DMA식 규제를 적용하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규제를 최소화하는 한편, 외부 상황과 관계 없이 플랫폼도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존 사업에서 AI를 비롯해 더 넓은 영역으로 사업을 펼치다 보니 플랫폼사도 전략 재정비로 분주하고 혼란스러운 상태일 것"이라며 "기업 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성장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2024-08-21 18:1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