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경찰이 '수서 역세권 아파트 철근 누락' 사건과 관련해 1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부터 경남 진주시 LH 본사와 경기도에 있는 설계 관련 외주업체, LH 직원 2명 및 해당 외주업체 직원의 주거지 등 5곳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경찰은 설계·용역 감독 업무를 담당하던 LH 직원이 하도급 업체를 선정할 때 특정 외주업체에 혜택을 준 혐의가 있다고 보고 하도급 계약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8월 철근이 누락된 이른바 '순살 아파트' 논란이 불거진 후 20개 공공아파트 단지에 대한 수사의뢰를 접수해 관할 시·도 경찰청에 배당했다. 서울경찰청은 강남 수서 역세권 아파트에 대한 수사를 배당 받아 지난 8월에도 LH 본사와 외주업체 사무실 등 7곳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2023-11-14 12:04:35[파이낸셜뉴스] 서울경찰청이 수서역세권의 철근누락 아파트 수사와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서는 28일 오전 9시부터 경남 진주 LH 본사 등 7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LH 발주로 공사했으나 철근 누락이 드러난 공공아파트 단지와 관련해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하다가 강제 수사로 전환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앞서 15개 공공아파트 단지 관련 업체들에 대한 수사의뢰를 접수해 경기북부·경기남부·충남·경남·서울·인천·광주·충북경찰청에 사건을 각각 배당했다. 광주경찰청이 지난 16일, 경기북부·경남 경찰청이 지난 25일 LH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2023-08-28 09:48:46[파이낸셜뉴스] 국토교통부가 공공주택 공모대전에서 '철근 누락' 설계 업체들을 선정해 설계권을 줬던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선정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순살 아파트 논란의 핵심인 '무량판 구조' 관련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1등으로 선정한 사례가 발견됐다. 국토부의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철근 누락 사태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량판 구조 관련 기준 안지켰지만 '1등'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하주차장에서 철근이 누락된 LH 수서역세권 신혼희망타운(A3블록)은 지난 2018년 국토부 주최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공공주택 설계 공모대전'을 통해 설계업체를 선정했다. 해당 아파트는 설계 단계부터 무량판 시공 부분에 대한 철근이 누락됐는데 국토부가 심사 과정에서 이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당시 공모대전의 사전 기술심사 평가항목과 결과내역서를 살펴보면 기술 관련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항목 중 '무량판 구조의 경우 내력벽 허용 및 불가 부분에 대한 기준을 준수하여 계획하였는가'라는 질문에 해당 내용이 없다는 뜻으로 'N' 표기가 돼있다. 그럼에도 1위로 선정돼 사업이 추진됐고 결국 최종 설계까지 철근이 누락되는 결과를 낳았다. 현재 해당 아파트는 보강공사를 마친 상태다. 국토부가 2018년부터 매년 열어 온 해당 공모대전은 공공주택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획일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주거 트렌드에 맞는 질좋은 공공주택을 공급한다는 취지로 1등으로 선정된 업체가 실제 설계를 집행한다. 하지만 지난해 6회 공모대전을 앞두고 LH 철근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공모를 취소한 후 사실상 사라졌다. ■투표 내역 남지 않은 공모전문제는 당시 공모대전에서는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제'로 업체를 선정해 투표제였음에도 투표내역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총 다섯 차례 진행된 공모대전의 평가 방식에도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제정된 국토교통부고시 건축설계공모 운영지침에서는 '채점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2017년 7월 국토부는 해당 지침을 '채점제, 투표제, 혼합방식'을 심사위원의 의결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개정했다. 통상 투표제는 심사위원들의 토론 후 투표만으로 진행돼 근거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근거를 남길 수 있는 채점제가 더욱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11명으로 꾸려진 심사위원 구성의 공정성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국토부와 LH 담당자가 투표를 통해 외부위원을 먼저 뽑고 외부위원이 심사위원단을 구성하는 방식인데, 결국 먹이사슬처럼 국토부로부터 시작된 심사위원단으로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느냐는 문제다. 김은혜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국토부가 만든 '짜고 치는 고스톱'판이 결국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철근누락 아파트로 돌아왔다"며 "주먹구구식 설계 공모대전이 문재인 정부의 국토부 주도 하에 벌어질 수 있었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2024-10-24 09:46:56[파이낸셜뉴스] 지하주차장 철근이 누락돼 논란이 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단지에서 설계상 필요한 양보다 최대 20% 많은 철근을 주문해 시공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LH가 당초 용인된 추가 허용치를 훨씬 초과한 300~400t씩 철근을 더 주문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비용 부담까지 파악하지 못해 '관리·감독 기능'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는 모양새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LH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철근 누락' LH 23개 단지 중 21개 단지에서 설계량보다 철근을 더 많이 주문했다. 이에 따른 철근 주문 금액은 설계 때 산출한 것보다 최소 4억원에서 최대 85억원까지 늘었다. 평택 소사벌 A-7블록은 철근을 설계량(1809t)보다 19.5%(353t) 많은 2165t 주문해 시공했다. 철근 자재비는 12억원 늘었다. 오산 세교2 A-6블록은 철근 주문·시공량(4159t)이 설계량(3945t)보다 5.4%(214t) 많았다. 철근 주문 금액은 43억원으로, 설계 때 예상보다 24억원 증가했다. 화성 비봉 A-3블록의 경우 철근 주문량(1만1240t)이 설계량(1만793t)보다 4.1%(447t) 많았고, 비용은 14억원 늘었다. 전반적인 공사 과정에서 적정량보다 과도하게 철근을 주문하고도 철근이 제대로 시공되지 않은 것을 잡아내지 못했던 LH의 허술한 감독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 사라진 철근의 소재를 LH가 전혀 파악하지 못해 추가 철근 누락 아파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당 추가 비용은 추후 설계변경 및 준공 정산을 통해 LH에 청구될 수 있는데, 이는 국민 세금의 누수로 LH의 방만한 예산관리로 직결되는 문제다. 철근은 시공사가 직접 주문·결제하는 자재다. 고양 장항 A-4블록은 설계량보다 철근 시공량이 247t 적은데도 철근 주문액은 설계 때 예상한 73억원의 2배가 넘는 158억원이었다. 가파르게 오른 철근 가격을 고려한다 해도 상승 폭이 두드러진다. 설계 당시 예상액보다 실제 철근 주문액이 2배 이상 늘어난 단지는 양주 회천 A-15블록, 오산 세교2 A-6블록, 평택 소사벌 A-7블록 등 4개 단지다. 파주 운정3 A-23블록은 철근을 설계량보다 134t(1.2%) 더 썼는데, 주문액은 설계 때 예상치인 66억원에서 93% 늘어난 128억원이었다. 철근은 설계에 맞춰 공장에서 가공해 현장에 들어오는 만큼 '철근은 줄고, 비용은 늘어나는' 기형적 부실 관리의 책임이 LH에 더 부과될 수밖에 없다. 김은혜 의원은 "'철근 누락' 아파트에 당초 설계보다 더 많은 철근이 반입됐음에도 대체 그 많은 철근이 어디로 간 것인지 발주청인 LH는 감도 잡지 못하고 있다"며 "이렇게 허술한 감독이라면 언제 제2, 제3의 철근 누락 아파트가 나타날지 모른다. LH의 감리·감독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
2024-10-10 11:34:37[파이낸셜뉴스] LH가 공공분양 아파트를 고급화하겠다며 출시한 브랜드가 있다. 바로 '안단테'다. LH는 이를 홍보하는 데만 약 90억원의 비용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이름의 아파트를 거의 찾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6일 SBS 보도에 따르면 올해 초 입주를 시작한 인천의 한 공공분양 아파트는 LH 자체 브랜드인 '안단테'를 사용하지 않고, 입주자 투표를 통해 시공사인 건설사 브랜드를 내걸었다. 집값 때문에 공공분양 이름을 기피하는 건 고질적 현상으로 지난해 인천 검단의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철근 누락 단지 적발 등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더 강해졌다. 이에 LH는 당초 안단테 이름 변경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분쟁이 늘어나자 결국 지난해 시공사 브랜드나 별도 작명한 개별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현재까지 안단테라는 이름으로 모집공고를 낸 단지는 전국에 20곳. 투표 전인 단지를 제외, 이후 한 곳을 빼고 모두 이름을 바꿨다. LH가 공공주택 이미지를 고급화하겠다며 야심 차게 안단테 브랜드를 만들고 홍보하는 데 들어간 돈만 약 90억원, 아파트를 짓는 데 사용된 사업비는 약 4조600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민간 브랜드 건설사 이름을 걸게 된 것. 이에 공공아파트 품질 개선 작업이 더 우선시 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10-07 06:23:36[파이낸셜뉴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상황에 대해서 정말 국민 여러분 앞에 무겁게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 8일 'MBC' 보도에 따르면 LH 공공주택지구 102곳 가운데 23곳에서 철근 누락이 발생한 사실이 감사 결과 확인됐다. 지난해 인천 검단신도시 LH 신축 아파트에서 지하주차장이 무너진 '순살 아파트 사건'. 당시 철근이 빠져 있던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는데 LH가 같은 공법을 적용한 현장 다섯 곳 중 한 곳 꼴로 철근 누락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가 난 무량판구조는 천장을 받치는 보 없이 기둥만으로 하중을 지탱하기 때문에 반드시 기둥 주변으로 철근을 꼬아 넣어 강도를 높여야 한다. 그럼에도 붕괴된 검단 아파트를 포함, 상당수 단지에서 애당초 하중 계산이 잘못됐거나 설계 또는 시공 단계에서 철근을 뺀 것으로 드러났다. 철근을 누락한 23곳 가운데 구조도면 작성을 전문 구조사무소가 직접 맡은 경우는 단 한곳도 없었다. 감사원은 눈으로만 확인해도 알 수 있는 부실공사를 LH가 잡아내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알고 보니 전관 업체와의 유착이 부실한 감독의 배경이었다. 감사원은 붕괴 사고가 난 인천 검단 지역의 또 다른 현장 공사 관리관이 갓 퇴직한 전관들과 베트남 다낭 등지로 골프여행을 다녀온 사실을 포착했다. 이 관리관은 전관업체에서 상품권을 받아 명품백을 사는 데 쓰기도 했다. 특히 감사가 시작되자 휴대전화를 파기하는 등 증거 인멸까지 시도했다. 감사원은 LH에 임직원 33명의 비위 사실을 통보하고 문책과 주의를 요구, 대검찰청에도 수사를 요청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8-09 10:46:10건축 구조물에서 철근이 빠진 일명 '순살 아파트' 부실에 대한 감사원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102개 공공주택사업지구 가운데 23개 지구에서 철근이 누락된 부실이 확인됐다. 무량판 공공주택지구 5곳 중 1곳꼴로 설계·시공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감사원 조사는 지난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신축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지하주차장 지붕이 붕괴하면서 주목받은 사건에 대한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 시공에 전단보강근 누락 사실이 무더기로 확인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무량판 구조는 수평 구조 건설자재인 '보'를 없앤 대신 슬래브와 기둥만으로 하중을 지지하는 '기둥 강화 공법'을 쓴다.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를 지지하기 때문에 철근을 튼튼하게 감아줘야 하는데 이를 빼먹은 것이다. 감사원이 8일 공개한 감사보고서 제목은 'LH 전관특혜 실태'다. 철근을 누락시킨 기저에 전관 관계와 특혜가 벌어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LH 퇴직임원이 업체에 재취업하는 관행이 탈법적 유착관계의 첫 고리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LH가 전관이라는 이유로 관리·감독해야 할 업체를 벌점 부과나 품질미흡 통보 조치를 하지 않았다. 기준 미달인 전관 업체에 품질우수통지서를 발급하기도 했다. 전관 업체는 상품권과 현금 제공, 해외 골프여행 접대 등으로 LH 직원의 환심을 샀다. 그야말로 전근대 사회에서나 볼 법한 비리와 부패의 민낯이 이번 감사에서 고스란히 만천하에 드러났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지난해 충격적 사건이었던 순살 아파트 건이 이번 감사원 감사를 통해 근절될 것인가에 있다. 일단 감사원은 LH에 해당 관계자를 파면할 것을 요구하는 등 소속 직원 37명에 대해 문책 및 주의를 요청하거나 비위 사실을 통보했다. LH 전현직 직원 각 1명과 업체 소속 민간인 3명 등 5명에 대한 수사 요청과 7개 민간 업체에 대한 수사 참고자료도 보냈다. LH에 미흡한 제도와 지적된 문제 9건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도 통보했다. 감사원의 지적사항이 LH의 경영과 조직개선에 100% 반영되더라도 국민들은 LH에 대한 불신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당시 순살 아파트 논란 외에도 LH가 국민적 공분을 샀던 사건들이 국민들의 뇌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사내 조직문화를 혁신하겠다고 외쳤건만 납득할 수 없는 비정상적 조직운영이 반복적으로 드러나 LH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LH는 이번 감사원의 조사 결과와 통보사항을 100% 반영해 개선해야 함은 물론 전관예우를 포함한 특혜·유착 가능성을 전면 차단하는 조직쇄신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 외부에 조직쇄신을 헛된 구호로만 외칠 때가 아니다. 같은 사태가 반복된다면 공공 주거안정을 책임지는 LH에 대해 국민들이 완전히 등을 돌릴 것이다.
2024-08-08 18:09:05[파이낸셜뉴스] 아파트와 병원 등 공공건물의 안전 시공을 관리·감독해야 할 감리업체가 5700억원대 입찰 물량을 나눠 먹고 심사위원들에게 뒷돈을 줘 일감을 따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철근 누락에 따른 지하주차장 붕괴로 '순살 아파트' 오명을 얻은 인천 검단 안단테 아파트, 2022년 붕괴 사고가 난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의 감리업체도 재판에 넘겨졌다. 입찰제도 허점을 노린 부패로 혈세가 낭비되고 안전관리도 부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건물 감리 입찰 담합 등 68명 기소…대학교수 6명 등 구속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김용식 부장검사)는 공공건물 감리 입찰 담합과 금품 수수 사건을 수사해 68명을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가운데 수뢰 혐의 대학교수 등 6명과 뇌물을 준 감리법인 대표 1명은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17개 감리업체와 소속 임원 19명은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약 5000억원에 이르는 LH 용역 79건과 740억원 상당의 조달청 발주 용역 15건에서 낙찰자를 미리 정하고 들러리를 서주는 등의 방식으로 담합(공정거래법상 부당공동행위)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LH가 공지하는 연간 발주계획을 기준으로 낙찰 물량을 나눴는데, 2020년에는 전체 물량의 약 70%를 나눠 가졌다. 국토교통부와 LH는 최저가 낙찰로 감리 품질이 저하되거나 일부에 낙찰이 편중되는 부작용을 막고자 2019년에 각각 심사위원 정성평가 비중을 늘리고 기술력 위주로 평가하는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와 '상위업체간 컨소시엄 구성 제한' 규정을 도입했다. 그러나 업체들은 오히려 담합 계기로 삼았다. 경쟁은 피하고 권한이 세진 심사위원을 뇌물로 매수한 것이다. 8000만원 '인사비' 건네며 "잘 좀 부탁할게" 검찰은 2020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공공 감리입찰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점수를 달라'는 청탁과 함께 1인당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8000만원의 금품을 '인사비' 명목으로 건넨 혐의(뇌물공여 등)로 담합 감리업체 임원 20명을 함께 기소했다. 검찰은 "자기들끼리 경쟁하진 않지만 최고점수를 받아야 낙찰이 되는데 못 하니 뇌물을 준 것"이라며 "담합하고 뇌물을 줘서 불법적으로 고가 낙찰을 받은 뒤 그 금액을 다시 뇌물에 쓴 구조적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 재정으로 마련된 공공건물 건축 비용이 불법적 로비자금으로 이용된 결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감리 부실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GS건설이 시공한 검단 신도시 LH 아파트 감리업체 입찰도 담합이 있었다. 이 아파트와 광주 아이파크 감리업체들이 다른 건축물 감리업체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뇌물을 주고 담합한 사실도 적발됐다. 검찰은 감리업체들이 LH 전관들로 이뤄진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담합을 모의했다고 판단했다. 업체끼리 '레이스' 붙이며 뇌물액 높여…"도덕적 해이 심각" 검찰은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전·현직 대학교수와 시청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등 심사위원 18명도 기소하고 뇌물 6억5000만원 상당액을 추징보전했다. 감리 입찰은 업체명을 가리는 블라인드 심사였지만, 회사들은 제안서에 특정 문구 등 표식을 남겨 우회했다. 증거인멸이 쉬운 텔레그램이나 공중전화로 연락하기도 했다. 일부 심사위원은 업체끼리 경쟁, 소위 '레이스'를 붙여 더 높은 뇌물액을 제시하게 하거나 경쟁사에 꼴찌 점수를 주고 웃돈을 받았다. 여러 업체의 돈을 받는 '양손잡이'도 있었다. 아내에게 "이제 일해서 돈 버는 시대는 지나갔어요. 앞으로 (정년까지) 9년 8개월 남았는데 죽어라고 심사하고 돈 벌어야지요", "여행 가려면 돈 벌어야 해요"라고 문자를 보내거나, 발주처에서 받은 자문 업무를 감리업체 직원에게 대신하게 한 심사위원 사례 등도 적발됐다. 김 부장검사는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했다. 검찰은 담합 자수시 처벌을 면해주는 형벌감면제도(리니언시) 신청을 받아 작년 8월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같은 사안을 조사하며 협력해온 공정위는 대검 요청에 따라 23일 고발했다. 검찰은 "국토부 등 유관 부처·기관과 현행 입찰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며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철저히 공소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7-31 13:42:18[파이낸셜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발주한 용역 입찰 과정에서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는 감리업체 대표와 심사위원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용성진 부장검사)는 14일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A감리업체 대표 김모씨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를 받는 심사위원 주모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2022년 6월부터 약 4개월간 조달청 발주 건설사업관리 용역을 따낼 목적으로 평가위원이자 국립대 교수인 허모씨에게 2차례에 걸쳐 2500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주씨는 LH 발주 건설사업관리 용역 입찰에서 '좋은 점수를 달라'는 B감리업체 대표의 청탁을 받은 뒤 2020년 8월부터 2021년 1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7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은 지난달 27일 김씨와 주씨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LH와 조달청이 발주한 용역 입찰 과정에서 참여 업체들끼리 담합이 이뤄진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했다. 앞서 공공아파트 철근이 누락되는 등 공사가 부실했다는 논란이 일은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된 공공 발주 용역 입찰 과정에서 뇌물 범행이 벌어지고 있다"며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2024-03-14 18:34:34공공주택 건설사업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민간의 경쟁체제가 사상 처음으로 시행된다. 공공주택 공급량의 72%를 차지하는 LH 독점구조를 깨면서 민간건설사도 단독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또 불법을 저지른 건설사에는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부과되는 등 부실시공을 원천 차단키로 했다. 12일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LH 혁신방안 및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을 내놨다. 지난 2021년 3월 LH 투기사태 이후 나온 3번째 LH 혁신안이다. 우선 LH 주도의 공공주택 공급구조에서 벗어나 LH와 민간의 경쟁시스템으로 재편된다. 지난 1962년 LH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가 창립된 이후 61년 만에 처음이다. 현재 공공주택 공급은 LH 단독시행 또는 LH와 민간건설사 공동으로 시행된다. 여기에 민간건설사 단독시행 유형이 추가돼 모두 3가지 유형으로 늘어난다. 민간 단독시행의 경우 LH 영향력이 원칙적으로 배제돼 민간건설사 자체 브랜드를 공급할 수 있다. 시행 사업자는 분양가, 하자 빈도, 입주민 만족도 등 공급주체별 비교를 거쳐 지구계획 수립 시 확정된다. 공공주택사업자로 선정되면 주택기금 지원과 미분양 매입 확약 등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그동안 LH가 선정해온 설계·시공은 조달청으로, 감리는 국토안전관리원으로 각각 넘어간다. 다만 감리는 법률 개정 전까지 조달청이 맡는다. 2급(부장급) 이상 고위 전관이 취업한 업체는 LH 사업 입찰이 원천적으로 제한되고, LH 퇴직자의 재취업 심사는 2급 이상에서 실무자 급인 3급(차장급) 이상으로 확대된다. LH가 설계하는 모든 아파트의 구조도면 등 안전과 직결되는 항목은 대국민 검증을 받을 수 있도록 공개된다. LH 현장에서 철근배근 누락 등이 확인된 업체는 일정 기간 LH 사업의 수주를 제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도입된다. 건설카르텔 혁파를 위해 안전과 품질 실적에 따라 건설공사 보증료율을 차등화하고, 불법을 저지른 건설사에는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한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2023-12-12 18:2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