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영국 BBC는 지난 3일(현지시간) 한국 택배노동자 사망 사건을 보도하며 'kwarosa'라는 단어를 썼다. 과잉업무로 인한 사망(death from overwork)이라고 풀어쓰는 대신 한국어 소리를 그대로 고유명사처럼 표기한 것이다. 13일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영어권 나라 등에서 한국 사회만의 특징을 나타내는 단어들이 영미식 해석으로 바뀌지 않고 한국어 발음 그대로 표기되며 사전에 등재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갑질(gapjil)', '과로사(kwarosa)', '먹방(Mukbang)', '반찬(banchan)', '재벌(chaebol)', '홧병(hwa-byung)' 등이 대표적인데 이들 단어들은 다소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사회·문화상과 독특한 뉘앙스를 잘 담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주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 드러내는 단어 많아 BBC는 우리나라에서 14명의 택배 노동자가 사망한 사례를 거론, 유족들이 사망원인을 과로사(kwarosa)로 지목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과로사에 대해 "과로사 - 극심하고 고된 노동의 결과 심부전이나 뇌졸중에 의해 급사한 것을 지칭하는 한국어 용어"라고 설명했다. 외신들이 주목한 단어 중에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단면을 보여주는 단어가 여러가지 있다. 대표적으로 갑질(gapjil)과 재벌(chaebol)이다. 2년 전, 뉴욕타임스(NYT)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논란을 설명하며 ' 갑질(gapjil)'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NYT는 갑질에 대해 "중세시대 영주처럼 부하직원 또는 하도급업자에게 권력을 남용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이후 경비노동자에 대한 입주민의 갑질, 매니저를 향한 연예인 갑질 등 우리사회 갑질 사례가 잇따르면서 외신에서는 한국의 병폐적 위계질서 문화를 설명할 때 갑질이라는 단어를 함께 소개한다. 영어권에서 가장 큰 사전으로 꼽히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OED)에 등재된 단어도 있다. 재벌(chaebol)이다. 옥스퍼드 사전은 재벌을 "한국 대기업의 형태, 특히 가족 소유의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재벌과 같은 기업 형태는 때때로 'conglomerate'라고 번역될 때도 있지만 한국 특유의 '재벌' 기업이나 문화를 지칭할 때는 'chaebol'로 쓰인다. ■언어의 기원 밝히고 한국 사회만의 '특징적 현상' 반영 과로사와 갑질·재벌이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1차적 이유는 이를 대체할 적확한 표현이 없기 때문이다. '과잉 업무로 인한 사망'이라고 하면 불안정한 고용 상황에 어쩔 수 없이 장시간 일해야 하는 사회·문화적 맥락이 담기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로사'라는 단어는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이 일자리 보전을 위해 과로해서라도 일할 수밖에 없는 특수한 상황을 내포하고 있다"며 "사회적 안전망이 잘 갖춰진 선진국에서는 'death from overwork'라고 하면 자발적으로 과잉 노동을 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벌이나 학원의 경우에도 한국 사회의 특수한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에 소리 그대로 표기한다. 특히 '갑질'은 직장 내 괴롭힘을 뜻하는 'workplace harassment'로 번역할 수 있지만 인격적으로 모욕한다는 뉘앙스까지 담아내지 못해 'gapjil'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사회 병리현상을 나타내는 단어의 기원을 밝히려는 차원에서 고유명사처럼 쓴다는 분석도 있다. 김선철 국립국어원 공공언어과장은 "과로사, 갑질은 부정적 사회현상이기 때문에 해당 언어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우리나라 현상이 아니다'라는 회피 전략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정적 뉘앙스를 가진 단어의 원형을 밝힘으로써 '다른 나라의 문제'라고 선을 긋는다는 의미다. 생소한 언어를 통해 대중의 주목도를 높이는 측면도 있다. 자국의 일반적인 단어로 풀어쓰기보다 외국 언어의 이국적 어감을 그대로 살려 한 번 더 주목하게 만드는 것이다. 먹방(mukbang)이나 반찬(banchan)처럼 한국 문화가 소리대로 표기되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경제력·문화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 공공언어과장은 "아무리 사회 병리현상이 있어도 우리나라가 주목받지 않으면 화제로 삼기 어려울 텐데, K-pop 등을 통해 우리 문화 요소들이 많이 소개되면서 우리 어휘도 흥하게 된 것"이라며 "긍정적 의미를 담은 단어가 퍼지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만 고유명사화 현상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인턴기자
2020-11-10 15:35:32■먹방(Mukbang) 검색했더니 나온 결과가 글쎄.. 요즘 저의 소소한 행복 중 하나는 일과 후 침대에 누워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먹방을 보는 것입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음식이 하나 둘씩 사라져가는 마법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에서 만들어지는, 귀를 간질이는 다채로운 소리들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얼마 전, 여느때처럼 유튜브에서 먹방을 보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기존에 구독하던 것과는 다른 채널을 찾고 싶었던 저는 검색창에 '먹방'이라는 단어를 넣은 후 조회수 순으로 정렬해봤습니다. 그러다 순위권에서 뜻밖의 영상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누가 봐도 낯선 언어로 가득찬, 외국인 크리에이터의 영상이었습니다. 내친김에 'Mukbang'이라는 영어단어로도 검색해봤습니다. 마찬가지로 해외 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이 결과로 등장했습니다. 덕분에 생전 볼수 없었던 해외 과자들과 꾸덕꾸덕한 파스타 등을 먹는 외국인들의 먹방을 실컷 보게 됐습니다. 먹방은 '먹는 방송'의 줄임말입니다. 2000년대 말 인터넷 방송에서 시작된 먹방은 지상파 프로그램을 넘어 유튜브까지 점령했습니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를 먹방의 종주국으로 본다는군요. 때문에 Social Eating 혹은 Eating Show라는 영어 단어를 두고도 Mukbang이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지난해 전세계 유튜브 트렌드를 정리한 영상인 'YouTube Rewind 2018'에는 먹방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해외 먹방 크리에이터들은 영상 제목에 주로 Mukbang과 먹방을 병기하는데 때로는 먹방이라는 한글 단어만 써넣기도 합니다. 대다수는 한국과 1도 관계 없는 외국인들입니다. 이들은 다양한 음식을 먹지만 유독 우리나라 음식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불닭볶음면은 단골 손님이며 떡볶이, 라면, 삼겹살 등 한국인의 '소울 푸드'도 심심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먹방을 신(新) 한류의 주인공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먹방처럼 외국어로 대체할수 없는 한글 단어에는 또 뭐가 있을까요? 한번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김치, 온돌과 함께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된 이 단어는? 재벌, 여러 기업을 거느리며 막강한 재력과 거대 자본을 가지고 있는 자본가 무리를 뜻합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자 또 어떤 이들에게는 공공의 적으로 통하는 존재입니다. 이 '재벌(Chaebol)'이라는 단어가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사전 중 하나인 옥스퍼드 영어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에 등재된 것은 꽤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수록된 한국어 단어들은 한글, 김치, 온돌, 태권도, 시조 등입니다. 대부분 한국 고유의 것들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재벌'은 어쩌다 한국의 전통 음식, 무예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일까요? 재벌총수 일가가 기업을 거느리는 경영 구조가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옥스퍼드 사전은 재벌을 "한국의 대기업 형태. 대규모 사업 집단으로 가족 경영을 위주로 함"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해외에 전파된 단어에는 갑질(Gapjil)이 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한 재벌 일가의 특권 의식을 보도하며 갑질이라는 단어를 한국어 표현 그대로 소개한 바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갑질을 '중세시대 영주처럼 임원들이 부하 직원이나 하도급업자를 다루는 행위'라고 설명했습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에는 갑질과 함께 '개념 없는 중년 남성'을 뜻하는 개저씨(Gaejeossi)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주모에서 오빠까지, 대체 불가 한글 단어 뭐가 있나 봤더니 다시 유쾌한 얘기로 돌아가볼까요. '주모(Jumo)' 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해외에 진출한 한국인들이 빼어난 활약을 보일 때 흥에 취하기 위해 소환하는 존재입니다. 주로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표현이었는데, 어느새 바다 건너 해외 팬들에게까지 이 드립이 전파됐습니다. 손흥민이 골을 넣으면 SNS에서 주모를 외치는 외국인들을 꽤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 외국인은 "주모는 한국 전통 술집의 주인으로, 한국인들이 특별히 기쁘거나 무언가를 축하하고 싶을 때 부른다"고 친절한 설명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한국 식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외국인이 늘며 반찬(Banchan)이라는 단어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가짓수가 많고 돈을 더 내지 않아도 리필해주는 반찬은 한식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합니다. 양식에서 곁들임 요리를 뜻하는 'Side dish'라는 단어가 있지만, 반찬과는 그 뜻이 미묘하게 다릅니다. 무엇으로도 반찬의 뜻을 대체할 수 없어 그대로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이 분야의 끝판왕은 케이팝(K-POP)입니다. 한국 아이돌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며 해외팬들 사이에 한국 표현이 자연스레 스며드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오빠(Oppa), 언니(Unnie)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나이에 따른 서열이 존재하는 한국의 아이돌을 덕질하기 위해 익혀야 할 필수 표현입니다. 이들은 그룹에서 가장 어린 멤버를 부를 때도 'The Youngest Member'가 아닌 막내(Maknae)라는 표현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아이돌이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의 댓글창에는 애교(Aegyo)라는 단어도 심심지 않게 등장합니다. 대체할 수 있는 단어가 충분히 있음에도 굳이 한국식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그 나라 고유 언어에만 담겨있는 미묘한 뉘앙스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로 풀이됩니다. #한국어 #먹방 #주모 #아이돌 sunset@fnnews.com 이혜진 인턴기자
2019-02-19 16:32:30영어 사전에 한국어 발음 그대로 등재된 단어들이 있다. Hangul(한글), Kimchi(김치))처럼 자랑스러운 것도 있지만 Kisaeng(기생), Chaebol(재벌)처럼 불명예스러운 단어도 있다. 재벌은 과거 한국 산업화의 주역, 스피드 경영 등 긍정적 의미도 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정경유착, 황제경영 등 부정적 이미지만 남았다.'총수 없는 재벌' 논쟁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네이버가 준대기업집단에 지정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준대기업집단은 대규모 거래, 주식소유 현황을 공시해 시장감시를 받는다. 현재로선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기업총수(동일인)로 지정돼 일감 몰아주기 등 갖가지 규제를 받게 될 확률이 높다.동일인의 판단기준은 실질적인 경영권을 갖느냐다. 현재 네이버의 1대주주는 10%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다. 이해진 지분은 4% 초반으로 3대주주다. 하지만 이해진을 실질적인 지배주주로 보는 시각도 많다. 의결권이 살아날 수 있는 자사주(10.9%) 등 우호지분이 25% 정도이기 때문이다.네이버는 다른 대기업처럼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고 순환출자도 없는데 재벌의 틀로 규제하려 든다고 항변한다. 실제 네이버는 메신저업체 라인(지분율 79.8%)을 비롯해 대부분 자회사 지분을 100% 갖고 있다. 현재 이해진의 공식 직함은 글로벌투자책임자(GIO)로 네이버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이해진이 동일인 지정을 극구 반대하는 것은 재벌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해외사업이 차질을 빚을까 우려해서다. 지난 주말 정부세종청사로 공정거래위원회를 찾아가고, 23일엔 보유주식 11만주(0.33%)를 처분한 것도 그래서다. 나는 총수가 아니라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지난 3월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물러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지금까지 순수 민간기업 중 총수 없는 기업으로 지정된 사례는 없다. 공정위도 형평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네이버는 이상적인 기업지배구조다. 1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이해진 이사의 재선임을 반대하면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떠났던 것처럼 될 확률이 높다" 이재웅 포털사이트 다음 창업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2017-08-23 17:07:18'초이노믹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부동산 규제 완화, 기업 내부자금 투자 촉진 등의 초이노믹스 대표 정책이 일본식 장기 불황과 디플레이션 위험을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현지시간) 조간에서 '한국의 혼란스러운 성장정책(Korea's Confused Growth Plan)'이라는 제목의 사설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성장정책, 이른바 '초이노믹스' 방향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와 다를 바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WSJ는 사설에서 "한국 경제가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일본의 함정(Japan trap)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규제를 완화해 내수시장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이노믹스'로 불리는 최 부총리의 경제정책은 정부 재정지출 확대, 기업 유보자금 투자 촉진, 부동산 규제 완화, 금리 인하 등의 정책으로 식어가는 한국의 경제 활력을 되찾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초이노믹스'가 석달이 지나가고 있지만, 반짝 효과이후 성과는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중국·유럽경기 부진, 주력산업 침체 등의 대내외 악재가 내수경기 침체와 맞물려 좀처럼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WSJ는 "최 부총리의 내수 소비진작을 통한 경제 살리기가 방향이 틀렸다"고 꼬집었다.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과 같은 실수만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초이노믹스 중에도 특히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심각한 가계부채 위험에 직면한 한국이 대출규제 완화로 소비를 살리겠다는 것은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이 초저금리에서 벗어나 조만간 금리를 올릴 것을 염두해, 한국은 향후 금리를 올릴 경우에 역효과가 더 크다는 것. "1000조원에 이르는 한국 가구의 부채 수준이 이미 최대한도에 이르렀다. 연간 가처분소득의 1.6배로 이미 레버리지(차입투자)가 최대한도에 왔다. 금리가 오른다면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WSJ는 경고했다. 기업 내부자금 투자를 유인하는 정책도 지적했다. 내부 보유 중인 현금을 투자하면 세제혜택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징벌적 과세를 하기로 한 것은 글로벌 경제 흐름과 다르게 가고 있는 잘못된 정책이라는 것. 징벌적 과세는 한국기업 만의 독특한 경제구조인 재벌(Chaebol) 오너에만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설비투자로 이어지기 보다 재벌들의 경영 세습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비판의 근거도 들었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재벌의 매출 비율은 지난 2002년 53%에서 2012년 82%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은 7.43%에서 2.29%로 떨어졌다. 이를 근거로 WSJ는 재벌과 경제성장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봤다. 재벌이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이 아니라고 WSJ는 주장했다. 또 WSJ는 "한국 정부는 현재의 경제정책이 잠재적인 성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역대 정부의 실책을 답습하며 한국경제가 세계 경기 둔화에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2014-11-04 17:34:37사전을 찾아보면 '전세(傳貰)'를 지칭하는 영어 단어가 따로 없음을 알게 된다. 그냥 'jeonse'로 되어 있다. 마치 '재벌'을 'chaebol'이라 표기하는 것과 같다. 위키피디아는 전세를 '한국의 독특한 부동산 임대차제도'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만큼 외국인에게 한국의 전세제도는 알쏭달쏭한 존재다. 1980년대 미국 대학에서 전세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따고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낸 A씨도 유학 시절 미국인 지도교수를 이해시키는 데 애를 먹었다. 지도교수는 처음에 전세가 도무지 경제원리에 맞지 않는 거래제도라고 했다. 그는 특히 "집주인이 별도로 임대료를 받지 않고 전세금을 받아둔 뒤 나중에 그대로 돌려주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한다. 집주인에게 무슨 이득이 있느냐는 것이다. A씨는 △주택보급률이 낮은 한국에서 집값은 무조건 오른다는 인식이 있어 모두가 집 장만에 목을 맨다 △개인은 집 살 돈이 부족하고 은행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세입자에게 목돈(전세금)을 받아 내 돈을 합치면 집을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경우 임대소득은 훗날 시세차익으로 갈음할 수 있는 것이었다. 전세제도는 결국 낮은 주택보급률과 높은 주택 수요, 집값 상승 기대감, 고금리와 자본조달의 어려움에 대처하기 위해 시장이 만들어낸 아이디어 상품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요즘 '미친 전셋값'이 또다시 주택시장을 몰아치고 있다. 아파트단지에 전세 매물은 씨가 말랐고 전국 전셋값은 25주 연속 올랐다. 서울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3억원을 넘어섰다. 전국 전세가율(매매값 대비 전셋값의 비율)은 이달에 70%를 돌파해 사상 최고수준에 이르렀다. 이 정도면 전셋값이 미친 게 맞다. 사방에서 정부는 뭐하느냐고 아우성이니 정부도 '10·30 서민주거비 부담 완화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이 나오자 이번에는 "전세난에 무슨 월세 세입자 대책만 제시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단숨에 '미친 전셋값'을 때려잡을 묘안을 제시하는 사람은 없다. 전셋값은 2000년대 후반부터 계속된 부동산시장 침체기에 줄창 올랐다. 전세가율이 60%를 넘어가면 집값이 오른다는 속설도 옛말이 됐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세계 유일의 전세제도를 떠받치는 전제조건들이 그 사이 모두 무너졌다. 주택보급률은 2012년 현재 103%로 이미 100%를 넘어섰고 집값 하락세는 몇 년째 계속됐다. 인구 증가율 둔화와 급속한 고령화로 집값 상승 기대감도 떨어졌다. 주택담보대출 확대로 돈 구하기가 쉬워진 반면 저금리 추세로 전세금을 받아 굴리기는 어려워졌다. 이러니 모두가 집을 사지 않으려 한다. 집 살 여력이 있는 사람들도 전세로만 몰려든다. 집주인은 세금·유지보수비·이자 부담에다 집값 하락에 따른 손실까지 짊어져야 할 판이다. 자선사업가가 아닌 바에는 전세금을 대폭 올리든지 월세 또는 반전세로 돌려야 할 이유가 충분한 셈이다. 전세 수요와 공급 사이 균형은 완전히 깨진 상태다. 수급 균형이 복구될 가능성도 현재로선 보이지 않는다.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은 전세제도가 이미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제 남은 것은 전세제도의 퇴장이다. 사라질 운명에 처한 제도를 유지시키려 바둥거려봐야 정책 실패를 초래할 뿐이다. 정부가 할 일은 전세제도 퇴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전세 수요를 줄이고 공급을 늘리는 데 충실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공공임대주택 공급확대책은 시간이 걸리는 탓에 당장 전셋값을 잡는 효과는 없다. 전세의 월세 전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 정부 대책은 뜨뜻미지근해 보이지만 옳은 방향이다. 지난해 전세자금 대출 확대 조치가 전셋값에 기름 붓는 결과를 낳은 사실을 상기해보라. 전세 수요를 늘리는 정책은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역주행이다. 야당에서 주장하는 전·월세 상한제는 그래서 위험하다. 정부로선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돌리거나 월세로 연착륙시키는 방법에 집중할 일이다. 전세 문제는 정책적 선택지가 많지 않다. 게다가 퇴장을 앞두고 미쳐버린 전셋값을 찍어누를 '요술방망이'가 있을 수 있겠나.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2014-11-03 16:37:03“국내기업 경영에도 재벌 총수가 아니라 투자자인 주주들의 입김이 좀더 세게 작용하고 있다.” 국내 증시를 떠나는 외국인 투자가들을 잡기 위해 증권선물거래소(KRX) 이정환 이사장이 직접 나서 외국 유력지에 기고를 했다. ‘재벌(chaebol)’로 대표되는 밀실경영이나 불투명성 등 국내 기업들에 대한 오해를 풀어달라고 외국인 투자가에게 호소한 것. 외국인 투자가들은 올 들어 코스피시장에서만 35조원이 넘게 팔아치우며 지난해 말 32%를 넘던 외국인 비중도 28%선까지 낮아진 상태. 이 이사장은 월스트리트저널 25일자 칼럼면에 ‘한국에 투자하라(Invest in Korea)’는 기고를 통해 “공무원에서 유권자로,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재벌총수에서 주주들로의 권력 이동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변화들이 과거 20년간 가속화됐다”며 “한국에서도 기업의 목적이 주주이익 환원이라는 개념이 자리를 잡으며 지배구조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설파했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위기에 대처할 경쟁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가들이 우려했던 불투명, 밀실경영도 많이 개선됐다는 것. 이 이사장은 최근 재벌에 대한 사법부의 엄격한 판결과 이전과 달리 주주총회 등에서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을 예로 들었다. 이전까지는 한국 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이유로 재벌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관대한 판결이 나오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최근 불법혐의 폭로에서 시작됐던 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조사와 판결 과정에서 보듯 재벌 총수에 대해서도 엄정한 잣대를 들이댄다. 형량의 경중을 떠나 당국이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충분히 전달됐다는 생각이다. 그는 “한국 기관투자가들이 이전에 재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면 이제는 기업이나 총수의 불법에 대해 눈을 감아버리는 그런 행위가 투자 수익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이런 진전들이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한층 촉진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식투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국민연금은 올 초 경제범죄로 처벌받은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과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에 대해 ‘주주ㆍ기업가치 훼손’을 이유로 각각 이사선임을 반대한 바 있다. 기업들의 이런 변화와 함께 KRX나 감독당국은 최고 경영진이 횡령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퇴출을 검토할 정도로 관리·감독도 엄격하게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가 한국 증시의 지위를 한 단계 올리기를 주저했던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불투명한 지배구조였지만 지난달 선진시장으로 편입됐고 앞으로 많은 대규모의 펀드들이 한국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 투자가들에 대한 증권거래소 이사장의 호소가 효력을 발휘했던 것일까.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지난달 말 이후 처음으로 1000억원이 넘게 순매수를 기록하며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렸다. /hug@fnnews.com 안상미기자
2008-11-26 20:54:28“국내기업 경영에도 재벌 총수가 아니라 투자자인 주주들의 입김이 좀더 세게 작용하고 있다.” 국내 증시를 떠나는 외국인 투자가들을 잡기 위해 증권선물거래소(KRX) 이정환 이사장이 직접 나서 외국 유력지에 기고를 했다. ‘재벌(chaebol)’로 대표되는 밀실경영이나 불투명성 등 국내 기업들에 대한 오해를 풀어달라고 외국인 투자가에게 호소한 것. 외국인 투자가들은 올 들어 코스피시장에서만 35조원이 넘게 팔아치우며 지난해 말 32%를 넘던 외국인 비중도 28%선까지 낮아진 상태. 이 이사장은 월스트리트저널 25일자 칼럼면에 ‘한국에 투자하라(Invest in Korea)’는 기고를 통해 “공무원에서 유권자로,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재벌총수에서 주주들로의 권력 이동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변화들이 과거 20년간 가속화됐다”며 “한국에서도 기업의 목적이 주주이익 환원이라는 개념이 자리를 잡으며 지배구조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설파했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위기에 대처할 경쟁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가들이 우려했던 불투명, 밀실경영도 많이 개선됐다는 것. 이 이사장은 최근 재벌에 대한 사법부의 엄격한 판결과 이전과 달리 주주총회 등에서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하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을 예로 들었다. 이전까지는 한국 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이유로 재벌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관대한 판결이 나오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최근 불법혐의 폭로에서 시작됐던 그룹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조사와 판결 과정에서 보듯 재벌 총수에 대해서도 엄정한 잣대를 들이댄다. 형량의 경중을 떠나 당국이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충분히 전달됐다는 생각이다. 그는 “한국 기관투자가들이 이전에 재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면 이제는 기업이나 총수의 불법에 대해 눈을 감아버리는 그런 행위가 투자 수익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충분히 알고 있다”며 “이런 진전들이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한층 촉진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식투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는 국민연금은 올 초 경제범죄로 처벌받은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과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에 대해 ‘주주ㆍ기업가치 훼손’을 이유로 각각 이사선임을 반대한 바 있다. 기업들의 이런 변화와 함께 KRX나 감독당국은 최고 경영진이 횡령 등으로 유죄를 선고받을 경우 퇴출을 검토할 정도로 관리·감독도 엄격하게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장은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가 한국 증시의 지위를 한 단계 올리기를 주저했던 주요 이유 중 하나가 불투명한 지배구조였지만 지난달 선진시장으로 편입됐고 앞으로 많은 대규모의 펀드들이 한국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인 투자가들에 대한 증권거래소 이사장의 호소가 효력을 발휘했던 것일까.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지난달 말 이후 처음으로 1000억원이 넘게 순매수를 기록하며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렸다. /hug@fnnews.com 안상미기자
2008-11-26 18:0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