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한 대형 공연장 테러현장에서 100여명 이상은 구한 10대 소년의 활약이 화제가 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와 ‘가제타.루’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15살인 이슬람 할릴로프는 테러가 발생했을 당시 외투 보관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는 키르기스스탄에서 러시아로 이주한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자 2세다. 할릴로프는 “평소처럼 일하던 중 갑자기 폭음을 들었다”라며 “처음에는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났거나 술에 취한 사람이 난동을 부리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사람들이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공연장 안팎을 뛰어다니기 시작했을 때, 그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시 총성과 무장괴한에 놀란 사람들은 건물 밖으로 대피하려 했으나 당황한 나머지 표지판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막다른 길이나 다름없는 화장실 쪽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할릴로프는 외부로 나갈 수 있는 비상문을 열고 수십 명이 뛰어나오던 복도로 달려가 비상구의 방향을 안내하며 반대편에 있는 안전한 건물로 대피하도록 했다. 당시 할릴로프가 뛰어가며 자신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보면 그는 “저쪽으로, 저쪽으로, 모두 저쪽으로 가세요!”라고 소리치며 사람들을 안내했다. 그는 부모님에게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 영상을 찍었다고 한다. 테러범들이 점령한 정문을 피할 수 있었던 비상구는 건물 카드로만 열 수 있었는데 그는 공연장의 아르바이트였기 때문에 마침 카드가 있었다. 할릴로프는 “그들이 총을 쏘고 있어요. 지나가게 해주세요”라고 외치며 사람들을 밀어내고 비상구 문을 열었다. 이후 소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사람들 뒤로 가서 아무도 남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마지막에 탈출했다"고 말했다. 할릴로프는 건물 내부구조와 출입구 위치를 잘 알았을 뿐 아니라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고객을 어떻게 대피시키는지 사전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충격에 빠져 서 있으면 나와 수백명이 목숨을 잃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영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테러범들의 무차별 총격과 방화로 137명이 사망하고 180명 이상이 다친 이번 테러에서 이 소년의 침착과 용기가 아니었다면 희생자가 훨씬 많았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수업이 없을 땐 러시아 프로축구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유소년팀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이 구단은 그를 홈경기장에 초청해 1군 선수들을 만나게 해주고 시즌티켓과 유니폼을 선물했다. 또 러시아 래퍼 모르겐시테른은 감사의 표시로 100만 루블(약 1448만원)을 전달했다. 러시아 무슬림 지도자인 무프티 셰이크 라빌 가누트딘은 29일 그에게 ‘최고 무슬림상’을 수여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 조사위원회 역시 그의 활약을 인정하고 공로상을 수여할 방침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3-26 09:23:25[파이낸셜뉴스]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공연장에서 무차별 총격과 방화 테러를 벌인 용의자들이 체포됐다고 타스 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하원(두마) 정보위원장 알렉산드르 힌시테인 의원에 따르면 당국은 이날 새벽 러시아 남동부 브랸스크 지역에서 도주하던 르노 승용차와 추격전을 벌인 끝에 용의자 2명을 체포했다. 경찰에 쫓긴 도주 차량이 전복되며 1명은 현장에서 검거됐다. 다른 1명은 인근 지역 수색 결과 오전 3시50분께 붙잡혔다. 당국은 다른 용의자에 대해서도 추적 중이다. 앞서 22일(현지시각) 저녁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무차별 총격 테러가 벌어져 최소 62명이 숨지고 140명 이상이 다쳤다. 현지 언론은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들도 포함됐으며 병원으로 옮겨진 부상자 중 일부는 위중한 상태라고 전했다. act@fnnews.com 최아영 기자
2024-03-23 16:57:53[파이낸셜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새벽 모스크바 공연장 총격 사건을 '테러'로 지목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연방보안국(FSB) 등을 소집해 회의를 진행했다고 타스 통신 등이 보도했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FSB와 연방수사위원회, 연방특수부대, 내무부 및 비상사태부 등의 수장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부상자 이송 및 치료 대책 등을 보고받았다. 이날 타티아나 골리코바 러시아 부총리는 현지 언론에 푸틴 대통령이 "모든 이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며 의사들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고 했다. 지난 22일 저녁 모스크바 북서부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는 무장 괴한들의 무차별 총격에 이어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최소 62명이 숨지고 146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러시아 당국은 이를 '테러'로 지목하고 무장 괴한들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이날 공격 이후 텔레그램을 통해 IS 전투원들이 "모스크바 외곽에서 열린 대형 모임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2024-03-23 10:44:41[파이낸셜뉴스] act@fnnews.com 최아영 기자
2024-03-23 17:18:12[파이낸셜뉴스] act@fnnews.com 최아영 기자
2024-03-23 16:40:13[파이낸셜뉴스]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 콘서트홀에서 22일(현지시간) 발생한 총격 테러사건 사망자 수가 143명으로 늘어났다. 푸틴은 모스크바 테러범들이 우크라로 도주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저녁 모스크바 북서부 크로커스 시티홀에서 무장 괴한들의 무차별 총격과 뒤이은 대형 화재로 현재까지 잠정 집계된 사망자가 143명이라고 현지 매체가 보도했다. 현재까지 이번 공격에 직접적으로 연루된 4명을 포함한 총 11명이 구금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들도 포함됐다고 러시아 매체가 전했다. 일부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나 위중한 상태다. 러시아 당국은 총격으로 다친 어린이도 여럿 있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테러 사건으로 40명이 사망하고 145명이 부상한 것으로 잠정 집계한 바 있다. 러시아수사위원회(RIC)는 이를 테러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사건 뒤 이슬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는 텔레그램을 통해 자신들이 테러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act@fnnews.com 최아영 기자
2024-03-23 10:34:30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5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다. 현대 러시아 역사상 가장 긴 재임 기록을 세우게 된 그는 우크라를 지원하는 서방에 맞서 내부 결속을 다지고 중국 및 북한과 밀착할 것으로 보인다. ■스탈린 기록 넘길 수도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푸틴은 7일 정오(현지시각)에 수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제 8대 러시아 연방 대통령에 취임했다. 지난 3월 대통령 선거에서 역대 최고 기록인 87.28%의 득표율로 당선된 그는 이날부터 2030년까지 6년 임기를 시작한다. 그의 대통령 경력은 올해까지 20년이다. 그러나 2008년부터 총리로 재직했던 4년도 합산하고 2030년 임기를 마친다면 총 30년을 집권하는 셈이다. 이는 옛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 공산당 서기 집권 기간 29년(1924~1953년)을 넘어 현대 러시아 지도자 가운데 최장 기록이다. 푸틴은 이번 임기를 마친 뒤에 또다시 연임에 도전할 수 있으며 이론적으로 83세가 되는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이럴 경우 푸틴은 러시아 제국 당시 1762~1796년(34년) 집권한 예카테리나 2세 황제를 제치고 러시아 역사상 가장 오래 집권한 지도자가 된다. 취임식장에는 국내외 유명인사 수백명이 초대받았지만 우크라를 지원하는 서방 국가들은 행사 참석을 거부했다. 미 국무부의 매슈 밀러 대변인은 6일 발표에서 지난 3월 러시아 대선이 공정하지 않았다며 푸틴의 취임식에 사절을 보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국과 독일, 캐나다도 행사에 불참했으며 유럽연합(EU)도 EU 차원의 사절을 보내지 않았다. 앞서 우크라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각국에 취임식 불참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27개 EU 회원국 가운데 프랑스와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7개 국가 사절들은 취임식에 참석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우리는 러시아나 러시아 국민과 전쟁 중이 아니며, 모스크바의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도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핵무기 훈련 강행 외신들은 푸틴이 새 임기를 맞아 서방을 견제하는 동시에 내부 결속을 강화한다고 추정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6일 발표에서 우크라 침공을 지휘하는 남부군관구의 미사일 부대가 대통령의 지시로 '가까운 미래'에 공군 및 해군과 함께 전술 핵무기 사용 연습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훈련 장소와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같은날 러시아 외무부는 이번 훈련을 서방의 호전적인 태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의 불안정화 조치 맥락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에 곧 인도한다고 알려진 미국산 F-16 전투기에 대해 "어떻게 개조돼 공급되든지 우리는 그것을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자산으로 취급하고 이를 미국과 나토의 의도적 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북한과 밀착했던 푸틴은 취임식 이후 이달 안에 중국 방문을 예고하면서 서방의 압박을 견딜 외교적인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외신들은 푸틴이 밖으로는 서방을 위협하면서 안으로는 전쟁 지지 여론을 유지하기 위해 애국주의 교육과 선전 활동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푸틴은 올해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와 자신의 최대 정적이었던 알렉세이 나발니 사망 이후 내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반정부 세력 색출 및 미디어 통제를 가속할 것으로 추정된다. WP는 푸틴이 전통적인 가치를 중시한다며 성소수자 탄압 및 대가족 장려 등 보수적인 정책을 추진한다고 예상했다. 한편 푸틴은 지난 4월 26일 "새 정부 구성에 의회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내각 개편을 시사했다. 가장 유력한 교체 대상은 우크라 침공을 2년 이상 지휘하고 있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다. 2004년부터 20년째 외교 수장을 맡고 있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교체설에 휘말렸다. 외신들은 쇼이구의 경우 아직 전선에서 우위를 차지한 공을 감안하면 교체되지 않을 수 있다며 푸틴이 개각을 하더라도 규모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5-07 18:05:09[파이낸셜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가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의 소행이지만 테러를 누가 지시했느냐가 중요하다며 우크라이나가 배후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테러 대책 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는 이슬람 세계가 수 세기 동안 이념적으로 싸워온 급진 이슬람주의자의 손에 의해 이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모스크바 인근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139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차별 총격·화재 테러 사건이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의 소행이라고 확인한 것이다. 테러 직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분파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은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 미국도 IS가 이 테러에 책임이 있다고 지속해서 밝혀왔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테러 이후 대국민 담화 등에서 IS를 언급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누가 그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고 있지만, 이제는 누가 그것을 명령했는지를 알고 싶다"며 우크라이나가 테러 배후에 있다는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또 테러리스트들이 왜 우크라이나로 도피하려고 했는지, 그곳에서 누가 기다리고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러시아 당국은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로 가려던 테러리스트들을 체포했다며 이들이 우크라이나 측과 접촉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테러가 '협박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누가 이익을 얻는가? 2014년부터 네오나치 우크라이나 정권의 손에 의해 우리나라와 전쟁을 벌여온 자들이 자행해온 시도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테러에 대해 미국은 '우크라이나와는 관련이 없고 IS가 저지른 것'이라는 주장을 다른 국가에 주입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가 3년째 수행 중인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반격에 완전히 실패했고 주도권은 러시아에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젊은 남성을 추가 징집하려는 것이 '히틀러 청년단 창설'과 유사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공격을 계획한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 공포와 불화를 일으키려고 했지만, 악에 저항하려는 단합과 결의를 보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 알렉산드르 바스트리킨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장은 이번 테러가 면밀하게 계획되고 준비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고했다. 바스트리킨 위원장은 테러 사망자 수가 137명에서 139명으로 늘었고, 이 가운데 어린이는 3명,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75명이라고 밝혔다. 부상자는 182명으로 집계됐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3-26 15:24:22[파이낸셜뉴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발생한 콘서트장 총격 테러가 이슬람 급진주의자의 소행이라고 인정했다. 사건 직후 우크라이나를 의심했던 그는 비록 급진주의자가 테러를 실행했지만 배후에 다른 세력이 있을 것이라며 우크라를 향한 의혹을 거두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에 따르면 푸틴은 25일 화상으로 공연장 테러 대책 회의를 주재했다.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는 최소 4명의 무장괴한들이 관중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25일 기준으로 총 139명이 사망했으며 182명이 다쳤다. 사건 직후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IS 호라산(IS-K)'은 자신들이 이번 사건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슬람 수니파 계열인 IS-K는 아프간 탈레반과 러시아의 관계 개선, 러시아의 이슬람 체첸 반군 탄압, 시리아 이슬람 시아파 정부와 러시아의 협력 등을 두고 러시아와 적대 관계였다. 그러나 푸틴은 체포된 범인들이 우크라로 달아나려 했다며 배후가 따로 있다고 주장했다. 서방 외신들은 이달 5선에 성공한 푸틴이 IS-K를 막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경우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고 분석했다. 2년 넘게 러시아의 침공을 막고 있는 우크라는 푸틴의 의혹에 즉각 반발했으며 미국 역시 우크라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5일 발표에서 이번 테러에 대해 “IS의 조직이 계획하고 수행했다”며 IS-K가 “프랑스 영토에서도 여러 적대 행위를 저지르려고 했다”고 말했다. 마크롱은 푸틴을 겨냥해 "이런 상황을 이용해 우크라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러시아 자체와 러시아인의 안위에 부정적이고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푸틴은 25일 마크롱의 발언 직후 회의에서 "우리는 이슬람 세계가 수 세기 동안 이념적으로 싸워온 급진 이슬람주의자의 손에 의해 이 범죄가 저질러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누가 그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고 있지만, 이제는 누가 그것을 명령했는지를 알고 싶다"며 다른 배후 세력이 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푸틴은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이 정말 러시아를 공격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많은 의문에 답을 얻어야 한다면서 러시아가 중동 문제의 올바른 해결책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범인들이 왜 우크라로 도망가려고 했는지, 그 곳에 누가 기다리고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푸틴은 이번 테러가 '협박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누가 이익을 얻는가? 2014년부터 네오나치 우크라 정권의 손에 의해 러시아와 전쟁을 벌여온 자들이 자행해온 시도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미국이 이번 사건과 우크라가 관계없다는 주장을 다른 국가에 주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3-26 09:11:18[파이낸셜뉴스] 이달 5선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대규모 테러 공격으로 체면을 구기면서 사태 수습에 나섰다. 서방 매체들은 푸틴이 테러를 우크라이나 탓으로 돌리는 가운데, 이번 공격의 배후를 자처한 이슬람국가(IS)가 최근 중앙아시아에서 세력을 회복중이라며 새로운 위협에 대비해야한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IS 대신 우크라 언급 반복러시아 당국의 사건 조사위원회는 24일(현지시간) 발표에서 22일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테러 사건 사망자가 137명이며 최소 18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당시 공연장에서는 최소 4명의 무장괴한들이 약 6000명의 관중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현지 당국은 23일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총 11명을 검거했다. 핵심 용의자 4명은 24일 멍과 상처가 가득한 모습으로 법원에 출석했다. 전날 러시아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는 러시아군이 체포된 용의자들을 고문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달레르존 미르조예프(32), 사이다크라미 라차발리조다(30), 샴시딘 파리두니(25), 무하마드소비르 파이조프(19)로 확인된 4명은 중앙아시아의 타지키스탄 국적으로 확인되었으며 5월 22일 공판까지 구금될 예정이다.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는 국적도, 조국도, 종교도 없다"며 이번 사건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슬람 무장단체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IS 호라산(IS-K)'은 사건 직후 자신들이 이번 사건의 배후라고 주장했다. 23일에는 자체 선전 매체 아마크를 통해 90초 분량의 테러 영상을 공개했으며 영상에는 '독점 영상: 기독교인에 대한 피비린내 나는 공격'이라는 아랍어 자막이 들어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정작 러시아 현지에서는 IS에 대한 비난은 물론 언급조차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푸틴은 23일 연설에서 용의자에 대해 "그들은 우크라 방향으로 도주했는데,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2년 넘게 러시아의 침공을 막고 있는 우크라는 테러 연루 의혹을 즉각 부인했다. 미국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4일 인터뷰에서 "우크라가 테러에 개입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며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사건의 모든 책임이 IS-K에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날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SNS를 통해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로 향하는 비난의 방향을 돌리기 위해 IS-K를 가리킨다고 주장했으나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자존심 망가진 푸틴우크라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 연설에서 "푸틴과 다른 나쁜 인간들은 당연하게도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 우크라 땅에서 우리와 싸우기 위해 테러범 수십만 명을 이곳으로 몰아냈고, 그들은 자기 나라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보도에서 이번 테러로 인해 푸틴의 '강인한 지도자' 이미지에 흠집이 났다고 지적했다. 과거 푸틴의 연설비서관으로 그의 연설문을 작성했던 정치 평론가 압바스 갈랴모프는 WSJ에 "푸틴이 평화와 안정을 가져온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갈랴모프는 "진짜 IS가 배후라면 전체 대외정책이 가치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푸틴이 "우크라에 화살을 돌리려고 그렇게 애를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정치 분석가 미하일 비노그라도브는 23일 현지 경제매체 RBK TV에 출연해 "우크라가 이번 테러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분명하지 않다"며 "우리는 안보라는 주제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22일 발표에서 이달 초 모스크바 콘서트장을 겨냥한 테러 공격 계획을 입수하여 러시아에 알렸다고 주장했다. NYT는 푸틴이 19일 미국의 경고에 대해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명백한 협박”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사실상 푸틴의 종신 집권이 확정된 러시아에 권위주의가 가득하다며 지도부에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네덜란드에서 대테러 전문가로 활동하는 그리고리 세르시코프는 WSJ를 통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우크라 전쟁과 관련 위험에 너무 집중한 것 같다"며 "너무 많은 전선에서 싸우면서 과부하가 걸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독일 싱크탱크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선임 연구원은 WP를 통해 "러시아는 지금 모든 곳에서 모든 시민을 밀착 감시하는 분위기가 있는 경찰국가"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보안이 점점 강화되는데 이런 사태가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는지가 진짜 의문"이라고 밝혔다. IS 부활 가능성 경계해야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부 잔당 및 각종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모여 탄생한 IS는 지난 2014년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튀르키예 남부 등에서 혼란을 틈타 이슬람 율법 중심의 신정국가를 건국했다. 미국과 이라크, 서방 국가들이 포함된 다국적군은 이후 꾸준히 IS를 공격했으나 IS는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등에 해외 지부를 확장하며 테러 공격을 일삼았다. IS의 해외 지부들은 미국이 2018년 IS를 상대로 승리 선언을 한 이후에도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 계열인 IS-K는 과거 아프간에 미군이 주둔할 당시만 해도 현지 이슬람 세력인 탈레반과 협력했다. 이들은 탈레반이 점차 친서방 온건 노선으로 돌아서고 이슬람 시아파와 협력하자 탈레반마저 적으로 돌리고 테러를 일삼았다. IS-K는 지난 2021년 8월 미군의 아프간 철수 당시 수도 카불의 공항에서 폭탄 테러를 감행했으며, 같은 반(反)미 전선에 속해있지만 이슬람 시아파의 종주국인 이란을 적대하고 있다. IS-K는 지난 1월 이란 케르만에서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추도식 당시에도 폭탄 테러를 벌였다. 미 안보연구기관 수판센터의 콜린 클라크는 NYT와 인터뷰에서 IS-K가 "지난 2년 동안 러시아에 집착했다"고 설명했다. IS-K는 크게 아프간과 체첸 공화국, 시리아 문제로 러시아를 증오하고 있다. NYT는 최근 서방에게 고립된 탈레반이 1980년대 아프간을 침공했던 러시아와 관계 개선에 나선 점이 IS-K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2000년 전후로 체첸 공화국의 이슬람 반군이 주도한 독립 운동을 탄압했으며, 2015년에는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시아파 세력인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협력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4일 보도에서 IS-K가 아프간과 이웃한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 조직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엔은 지난 1월 보고서에서 IS-K가 타지키스탄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자마트 안사룰라'를 포함해 중앙아시아 테러 단체 출신 주요 인사들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이달 러시아 테러뿐만 아니라 지난 1월 이란 테러의 주동자도 타지키스탄 국적으로 알려졌다. 유엔은 보고서에서 IS-K가 최근 "탈레반 정권에 환멸을 느낀 탈레반 출신 전사들과 다른 외국 전투원들을 유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며 더 확장된 모집 전략을 채택했다"며 아프간 너머에서도 위협을 가할 능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3-25 14:2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