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행위로 승진 시험에 합격한 것이 발각돼 승진이 취소됐다면, 임금 상승분은 부당이득이므로 반환해야 한다고 대법원이 재차 판단했다. 앞서 같은 취지로 파기환송했음에도 하급심 법원이 이례적으로 따르지 않자 다시 한번 사건을 돌려보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16일 한국농어촌공사가 전직 공사 직원 3명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환송했다. 앞서 농어촌공사는 2003~2011년 실시된 시험 가운데 일부 직원들이 돈을 주고 승진 시험 문제를 미리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해당 직원들의 승진을 취소했다. 농어촌공사는 또 2015년 7월 일부 승진자들을 상대로 승진을 통해 부당하게 받아 간 급여 상승분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승진자들이 부정행위와 별개로 승진에 따라 변경된 업무를 수행했고 그 대가로 급여를 받았으니, 부당이득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 농어촌공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2022년 8월 원심판결에 잘못이 있다며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은 "승진 전후 직급에 따라 수행하는 업무에 차이가 없어 근로의 가치가 실질적인 차이가 없다면, 단지 직급상승을 이유로 임금이 올랐다면 근로자는 임금 상승분 상당의 이익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승진자가 수행한 구체적 업무가 무엇인지 비교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사건을 돌려받은 광주고법은 농어촌공사의 청구를 재차 기각했다. 광주고법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승진자들의 실제 업무가 아니라, 승진 전 직급과 승진 후 직급에서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업무의 평균 난이도를 비교했다. 이후 직무 가치에 실질적인 차이가 있다며 농어촌공사의 청구를 재차 기각했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의 재상고를 심리한 대법원은 "환송 후 원심(파기환송심)은 피고들이 승진 전후 실제로 담당해 수행한 구체적 업무를 비교하지 않았다"며 "환송판결의 파기 이유와는 다른 기준으로 승진 전후 제공된 근로의 가치를 판단한 것은 환송판결의 기속력에 반하는 것"이라며 다시 심리·재판하라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2024-05-16 18:14:16[파이낸셜뉴스] 대량의 마약을 밀수하고 하급심에서 '소년부 송치' 결정을 받은 10대가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고검은 대법원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향정) 위반 혐의를 받는 A군(18)에 대한 상고심에서 소년부 송치 결정을 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고 20일 밝혔다. A군은 지난해 4~5월 공범들과 공모해 독일에서 케타민 약 2.96㎏을 밀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A씨 등이 밀수한 케타민의 가격은 도매가로 환산할 경우 약 1억9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밀수한 케타민이 대량이고 범행 가담 정도가 가볍지 않으며 마약류 관련 범죄는 엄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A군에게 장기 6년, 단기 4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A군에게 엄벌이 필요하다는 원심 취지에는 동의하나 고등학생인 점, 범죄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보호처분을 통해 품행 교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소년부 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서울고검은 소년부 송치 결정이 A군 죄질에 상응하는 결정이 아니고 공범들 사이 형평성과 균형에 현저히 반한다고 판단해 지난 2월 대법원에 재항고를 했다. 대법원은 서울고검의 재항고 이유 대부분을 받아들여 서울고등법원의 소년부 송치 결정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같은 10대 공범이 A군과 같은 형량을 받고 항소 기각돼 대법원에서 재판 중이고, 30대 공범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계속 중"이라며 "마약류 관련 범죄는 엄정히 대처할 필요가 있고 A씨와 공범들이 수입하려고 한 케타민 양의 규모와 위험성이 심대하다"고 했다. 이어 "A군은 범행 당시 약 17세 10개월로 비교적 성인에 가까운 판단능력을 갖춰 가는 나이였고, 범행 전반을 계획하고 공범들을 섭외해 실행행위를 지시했다"면서 "A군과 공범들 사이 형평성과 균형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충실한 심리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2024-03-20 16:20:02파견근로자와 원청 간 근로조건을 정할 때 직장 내 동종·유사 업무를 하는 근로자가 없으면 법원이 근로조건을 적절히 선택해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2일 고속도로 통행료 수납원 596명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하면서 이같이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들에게 인정될 만한 근로 조건으로 '조무원'이 적절하다고 봤다. 소송을 낸 원고들은 공사와 용역 계약을 맺은 외주업체에 소속돼 통행료 수납 업무를 맡았다. 이들은 앞서 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2019년 8월 대법원에서 대부분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이 확정판결에 따라 근로자 지위가 인정된 파견근로자는 임금에 준하는 규모의 손해배상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다. 이후 이들 수납원들은 공사를 상대로 다시 기준임금과 복리후생비에 준하는 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쟁점은 회사가 지급할 돈의 규모를 어떤 기준으로 정할지가 됐다. 파견법에 따라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경우 사업주가 고용 중인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 조건을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동종·유사 근로자가 없는 경우에는 뚜렷한 규정이 없다. 수납원들은 공사의 경비원, 청소원, 식당조리원 등 조무원 직종이 적용받는 '현장직 직원 관리예규'를 기준으로 임금을 청구했다. 하급심 법원은 수납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관리예규를 기준으로 지급액을 정했다. 1심에서는 총 313억원이, 2심에서는 총 215억원이 인정됐다. 대법원은 "사업주가 파견 관계를 부인하는 등으로 인해 자치적으로 근로조건을 형성하지 못한 경우 근로의 내용과 가치, 근로조건 체계, 공평의 관념, 다른 직접고용 파견근로자에게 적용한 근로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법원이 합리적인 근로조건을 적용할 수 있다"고 설시했다. 이를 기초로 대법원은 관리예규를 기준으로 수납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조무원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단순·반복적인 잡무를 처리하는 직종 전부를 지칭하므로 원고들과 같은 통행료 수납원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며 "한국도로공사가 수납원을 직접 고용할 경우 적어도 조무원에 준하는 근로조건을 적용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수납원들이 파업 참여, 결근, 외주사업체 사직 등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기간의 경우, 그것이 공사의 책임인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근로자들에게 증명 책임이 있다고 봤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03-12 18:32:55[파이낸셜뉴스]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민사합의3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1일 송모씨 등 20명이 미쓰비시중공업, 스미세키 마테리아루즈 등 7개 전범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1심 판단에 문제가 있다"며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비엔나 협약, 한일 청구권협정 등을 근거로 들며 일본 전범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뒤집고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각하한 바 있다. 일본은 2012년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을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 계산 시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2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손해배상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8년 판결에서 해당 판결이 확정됐기에 피해자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wschoi@fnnews.com 최우석 법조전문기자·변호사
2024-02-01 15:56:16[파이낸셜뉴스] 박경귀 충남 아산시장의 공직선거법위반죄 재판에서 소송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대법원이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로써 박 시장의 시장직은 당분간 유지하게 됐다. 다만 대법원이 박 시장에게 적용된 허위사실 유포 혐의에 대한 판단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파기 환송심 재판부가 이를 어떻게 다시 판결을 할지는 미지수다. 대법원 1부(재판장 김선수 대법관)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시장에 대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로 환송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에게 소송기록접수 통지를 하기 전에 국선변호인 선정이 취소되고 사선변호인이 선임됐으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과는 별도로 사선변호인에게도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했어야 한다”면서 “사선변호인에 대한 소송기록접수통지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상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됐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항소사건을 심판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상고심 쟁점 중 하나는 항소심 소송절차에 사선변호인에 대한 소송기록접수통지를 누락한 위법이 있는지였다. 지난해 6월 20일 박 시장의 국선변호인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서가 송달됐지만 박 시장에겐 폐문부재(통지서 전달이 불가능한 상황)로 통지서가 가지 못했다. 이후 박 시장은 사선변호인을 선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소송기록접수통지서는 박 시장에게만 전달됐을 뿐 사선변호인에게는 송달되지 않은 채 재판이 열렸고 박 시장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형사소송법은 항소법원이 기록의 송부를 받은 때에는 즉시 항소인과 상대방에게 그 사유를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변호인을 선임할 경우 변호인에게도 통지를 하고, 항소인과 변호인은 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에 항소이유서를 항소법원에 제출토록 적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항소심 구조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법정기간 내에 제출한 항소이유서에 의해 심판되는 것이므로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의 경과를 기다리지 않고는 항소사건을 심판할 수 없다”면서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이 선임한 변호인들에게 소송기록접수통지를 하지 아니한 채 판결을 선고했고, 이는 소송절차의 법령위반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대법원은 △박 시장의 배포 성명서 내용을 허위사실로 볼 수 있는지 △박 시장에게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는지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이 있는지 등 나머지 쟁점들은 판단 자체를 생략했다. 1심은 이 부분을 모두 유죄로 보고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으며 2심도 이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공직선거법은 당선인이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확정 받으면 당선은 무효가 되는 것으로 정해 놨다. 하지만 사건이 원심으로 돌아갔다고 해서 박 시장 측이 무죄나 감형을 선고받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판결을 다시 요구했지만 혐의를 뒤집을 만한 새로운 주장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정상 참작할 만한 사정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소송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봤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파기 환송심에서 새로 판결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01-25 11:11:43[파이낸셜뉴스] 박근혜 정부 시절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파기환송심에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합의6-1부(원종찬·박원철·이의영 부장판사)는 24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에게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문화예술계에서 정치적 입장 등에 따른 차별적인 지원을 했고, 이로 인해 다수 인사들이 상당한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자율성과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문화적 재생산 기능을 저하하고 국민의 신뢰 역시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개인적 이익을 위해 벌인 일로는 보이지 않은 점, 특별검사가 사임하는 등 상당 기간 재판이 지연된 점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고 부연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나 예술가들을 정리한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한 혐의 등을 받는다. 1심은 김 전 실장의 지원 배제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1급 공무원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 등이 추가로 인정돼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조 전 장관의 경우 1심에서 국회 위증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는 직권남용 혐의가 일부 인정되면서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직권남용죄에 관한 법리 오해와 심리 미진을 이유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날 선고 직후 김 전 실장은 취재진과 만나 "재상고해서 다시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01-24 17:50:54[파이낸셜뉴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설립 및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원범·한기수·남우현 부장판사)는 9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수석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증거관계에 특별한 변동이 없는 이상 대법원 환송 취지에 따라 모두 유죄로 판단한다"면서 "조 전 수석은 문건 작성과 수정에 관여했고, 윤 전 차관은 조 전 수석의 지시를 해수부에 전달했다는 원심 판단을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전 수석과 윤 전 차관은 박근혜 정부에 불리한 특조위 조사를 막기 위해 청와대비서실·해수부 공무원들에게 특조위 활동 방해 방안을 마련해 실행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2018년 2월 기소됐다. 앞서 1심은 이들이 조직적으로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다고 판단해 조 전 수석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윤 전 차관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청와대 비서실, 해수부 공무원에게 특조위 관련 보고서 등을 작성하게 한 행위는 직무 권한을 벗어난 것은 맞지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이에 따라 조 전 수석에는 무죄를, 윤 전 차관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4월 공소사실 중 해양수산부 공무원에 대한 부분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사건을 일부 파기환송했다. 조 전 수석과 함께 기소된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경우 무죄가 확정됐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3-11-09 15:16:20[파이낸셜뉴스] 모발검사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된 피의자가 타고 다닌 차에서 필로폰 주사기가 발견됐어도 투약 시점이나 DNA 등 검사에서 주사기 사용인을 특정하지 못했다면 마약 투약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7월 경찰로부터 필로폰 투약 혐의로 소변과 모발 검사를 받았는데 모발 검사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 당시 경찰은 A씨가 2020년 1월부터 6월 사이 필로폰을 투약한 것으로 의심했다. 문제는 당시 압수된 모발 길이가 4~7cm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통상 마약 수사를 할 때 모발을 3cm씩 잘라 투약 시기를 판별하는데 이 같은 구간별 감정이 이뤄지지 않아 A씨는 결국 풀려났다. 그런데 한 달 뒤 A씨 무면허 운전과 뺑소니 혐의를 수사하던 다른 경찰서가 차량 압수수색 과정에서 주사기와 고무호스 등 마약 투약에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도구들이 발견됐다. 주사기에서는 필로폰 성분까지 나왔다. 다시 실시된 A씨 모발 검사에서 필로폰 성분이 검출됐지만 소변 검사에선 검출되지 않았다. A씨 모발 구간별 감정 결과, 모근에서 3㎝, 3~6㎝, 6~9㎝ 구간에서 모두 필로폰 성분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1차 압수수색 당시인 7월부터 2차 압수수색을 한 8월 사이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다만 정확한 날짜와 장소 등은 특정하지 못했다. 이같은 A씨의 필로폰 투약에 따른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A씨가 어느 시점에서 필로폰을 투약했는지 특정할 수 없다고 보고 무죄 판결했다. 다만 교통사고를 내고도 도주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사고후미조치·무면허운전 부분은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120시간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반면 2심은 A씨의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를 유죄로 보고 1심 판단을 뒤집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사고후미조치·무면허운전 부분의 유죄 판단은 1심과 같았다. 이에 따라 2심은 A씨에게 징역 1년2월, 약물중독 재활교육 40시간 등을 선고했다. 2심은 모근 부위에서 길이 약 3㎝까지 모발에서 필로폰이 검출됐고, 주사기가 나온 차량을 운전한 점 등을 근거로 A씨의 필로폰 투약 혐의를 유죄로 봤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1심과 같이 A씨에게 마약류 투약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모발 검사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더라도 필로폰 투약 시점을 특정할 수 없다면 검사가 제출한 '2021년 7월4일부터 8월5일까지 필로폰을 투약한 점'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특히 필로폰 주사기가 나온 차량은 법인 차량으로 A씨 외에도 여러 사람이 사용했고, 두 차례의 소변 검사에선 필로폰이 검출되지 않은 점 등도 판단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증거재판주의, 자유심증주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위반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3-09-19 12:32:51[파이낸셜뉴스] 초음파 진단기기를 이용해 진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의사가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이성복 부장판사)는 14일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의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초음파 진단기를 보조적으로 활용해 진료한 행위가 한의학적 원리에 의하지 않는 점이 명백하다거나, 통상의 의료행위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앞서 박씨는 2010년 3월~2012년 6월 한의원에서 초음파 진단기기를 이용해 환자 신체 내부 촬영, 자궁 내막 상태 확인 등을 진료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박씨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벌금 8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의료공학과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개발된 진단용 의료기기를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이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려면 종전과 다른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이번 선고 후 한홍구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의료의 범위와 개념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계속 변하기 때문에 현재 진료하는 한의사들은 현대사회에 맞게 진료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협회에서는 한의사들을 상대로 초음파, 뇌파계 교육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달에도 한의사가 뇌파계를 사용해 파킨슨병이나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다만 현행법상 한의사가 방사선을 이용한 엑스레이(X-ray)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사용하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3-09-14 15:47:46[파이낸셜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본인을 '공산주의자'라며 허위사실을 주장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부(마성영 부장판사)는 8일 문 전 대통령이 고 전 이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고 전 이사장은 18대 대선 직후인 2013년 1월 한 보수단체 행사에서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로,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사람들 전부 공산주의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은 부림 사건을 맡은 변호인이었고, 부림 사건은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공산주의 운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2015년 9월 "아무 근거 없이 허위 사실을 공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1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문 전 대통령이 사회적 명성과 평판이 크게 손상됐다"며 고 전 이사장이 문 전 대통령에게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배상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배상액을 1000만원으로 낮췄다. 그러나 지난 2021년 9월 대법원은 고 전 이사장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의 사상 또는 이념에 대한 의견 또는 입장표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고 전 이사장은 해당 발언으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재판에 넘겨졌지만, 지난해 2월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3-09-08 15:4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