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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믿었던 뉴욕마저 수십억 손실" 올해 '조단위' 銀 해외부동산 투자 만기

국민銀 맨해튼 중심상권 업무시설 지난해 5월 손실 발생
'북미지역 투자 편중'인데 美 오피스 공실률 20% 정점
긴장한 銀, 리스크 관리 박차..."유동성 위험 대비"

[단독]"믿었던 뉴욕마저 수십억 손실" 올해 '조단위' 銀 해외부동산 투자 만기
공실 상태인 미국 뉴욕 도심의 오피스. 자료사진=EPA·연합뉴스.

5대 시중은행 올해 만기도래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금액
투자잔액 올해 만기도래 1·4분기 2·4분기 3·4분기 4·4분기
KB국민 4조3098억원 4634억원 438억원 980억원 706억원 2510억원
신한 9510억원 4130억원 1233억원 1512억원 1318억원 67억원
하나 2조4755억원 5945억원 420억원 754억원 2433억원 2338억원
우리 1978.6억원 842.7억원 381.2억원 277.7억원 미확정 183.8억원
NH농협 2922억원 320억원 미확정 미확정 미확정 320억원
합계 약8조2264억원 약1조5872억원 2472.2억원 3523.7억원 4457억원 5418.8억원
(자료=김한규 의원실, 금융감독원. 만기도래 금액=지난해 9월말 기준.)

[파이낸셜뉴스]국내 금융지주가 글로벌 투자은행(IB) 수준으로 리스크 관리체계를 강화하기로 한 건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률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은행들은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손실률이 50%를 넘어선 가운데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까지 겹칠 경우 영업이익 급감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실제 국내은행 투자가 집중돼 있는 북미지역, 특히 미국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는 등 은행권 리스크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리스크 본격화...시중은행 모두 손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향후 만기 도래하는 KB국민은행의 해외 대체투자금액(지난해 9월말 기준)은 총 4조3098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KB국민은행 연간 당기순이익(3조2615억원)의 1.3배 규모다.

은행별로는 △하나 2조4755억원 △신한 9510억원 △농협 2922억원 △우리 1979억원 순으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컸다. 이중 올해 만기 도래 투자금은 총 1조5872억원에 달했다. 하나은행이 594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국민 4634억원 △신한 4310억원 △우리 843억원 △농협 32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세계적인 부동산 경기 악화로 손실 위험도 크다. 국민은행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중에서는 총 706억4000만원을 내준 롯데 코랄리스 베트남 대출 건이 가장 컸다. 은행이 신용리스크 측정모형을 통해 분석한 결과 해당 대출 건의 부도시 손실률(LGD)은 65.9%로 나타났다. 대출 부도 발생시 은행의 타격이 큰 것이다. 이외의 대체투자 자산에 대한 부도시 손실률은 최저 6.2%에서 최고 65.9%로 나타났다.

실제 뉴욕 맨해튼 중심 상권에 있는 리테일·업무시설 담보대출은 지난해 5월 26일부로 연체가 발생했다. 부동산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를 보통, 악화, 최악의 시나리오로 나눠서 분석한 결과 가치가 29% 떨어지는 '악화'(worse) 시나리오에서는 뉴욕지점 추정 손실금액은 약 54억9400만원, 원금대비 손실률은 67.5%로 계산됐다. 부동산 가치가 44% 떨어지는 최악(worst)의 경우 손실금은 60억5400만원, 원금 손실률은 74.3%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국민은행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대주단의 자산 압류 절차에 대해 협의 중"이라며 "공동 참여한 구조화금융과의 협업을 통해 압류 절차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산을 압류하거나, 새 구매자를 찾아서 매각하는 방법으로 손실률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이와 관련 본지와 통화에서 "대출 상환 등으로 총 투자잔액이 3조4682억원"이라며 "롯데 코랄리스 베트남 대출 건은 현재 정상여신으로 분류돼 있고 이번 주 내 상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욕 맨해튼 리테일·업무시설 담보대출 또한 지난해 12월 상환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에서도 투자 손실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 기준 257억원 규모의 부실채권 1건이 있었고 같은 해 12월 자산 매각으로 전액 상환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해외 부동산 취득가에 비해 평가금액이 떨어져 지난해 9월말 기준 손실률이 8%, 손실 금액은 328억원으로 파악됐다. 농협은행의 지난해 9월 기준 손실률은 3.68%, 손실은 107억6000만원으로 추정됐다. 농협은행은 대출만기가 지난 고정여신(연체 3개월 이상)에 대해 올해 채권 매각에 나선다.

'긴장한' 銀 리스크 관리 강화 본격화
문제는 미국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 냉각이 계속돼 부실이 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금융센터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동향 및 은행권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부동산은 오피스,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요가 급감하면서 전체 가격이 2022년 7월 고점 대비 약 11%, 도심업무지구 오피스는 약 40%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4·4분기 오피스 공실률이 18.6%로 30년래 최고 수준으로 높아진 가운데 올해 최대 19.8%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금융센터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기반으로 발생한 대규모 상업용 부동산 대출 만기가 올해부터 2027년까지 집중돼 있어 은행 등 대출기관들의 동반 부실화가 우려된다"고 했다.

우리나라 해외 대체투자가 가진 구조적 문제점도 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월 연구보고서에서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대체투자가 지역별로는 미국 58%, 유럽 23%, 투자유형별로는 오피스 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집중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물건이 B급 오피스고, 투자 만기 대비 잔여 임차기간이 짧을 경우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 최우선순위가 아니면 재무 약정에 따라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여지도 있다.

국내은행들이 글로벌 투자은행 벤치마킹에 나선 가운데 체계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 위원은 "해외 부동산 투자는 상품구조상 판매사, 자산운용사, 해외 에이전시 등 다양한 시장 참여자가 개입하는 데다 현지 부동산 거래 관행·규제 차이로 거래 상대방·법률 위험이 크고 환율 변동 위험도 있다"며 "투자 물건별 현황 파악, 재무약정에 대한 이해를 통해 유동성 위험에 대비하고 선순위 대출 승계를 통한 선순위 지분 확보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기·특별 부문 검사와 현장 점검을 하고, 금융당국이 종합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도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해외 부동산 사업장별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밀착 모니터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