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가격이 잇따라 인하되면서 국내 밀가루 수요 업체들의 연간 원재료비 부담이 많게는 180억원가량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밀가루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아 가격인하가 쉽지 않다는 밀가루 수요 업체들의 해명과 상반되는 것으로 관련 제품 가격 인하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밀가루 수요 업체인 농심의 경우 밀가루 가격이 10% 인하되면 180억원가량의 원재료 비용이 절감된다. 아울러 농심의 상반기 영업이익 589억원을 감안할 때 18%가량의 영업이익률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라면·스낵 관련 밀가루, 팜유, 포장지 등 농심의 전체 원재료 매입액 2195억원 가운데 밀가루 구입 비용은 850억원으로 38.7%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스낵은 밀가루 비중이 라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밀가루 원재료에서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상반기 밀가루, 설탕, 포장지 등 전체 원재료 매입액 415억9400만원 중 밀가루가 119억900만원으로 28.6%를 차지하고 있는 삼립식품의 경우 밀가루 가격이 10%가량 인하되면 연간 24억원의 원재료비가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사실을 감안할 때 밀가루 가격인하에 따른 제품 가격 인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으나 밀가루 수요 업체들은 제품가격 인하 요구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국내 양산빵 업계 1, 2위인 샤니와 삼립식품을 비롯, 베이커리체인 파리바게뜨 등을 보유한 SPC그룹은 제품가격을 내리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라면 제조업체인 농심과 삼양식품은 모두 공식적으로는 "현재 내부적으로 가격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밀가루 가격이 인상될 때마다 원가 부담이 크게 늘었다며 가격을 인상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어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특히 지금까지 밀가루 가격 인하를 이유로 라면 가격이 떨어진 전례가 없다는 점도 주목된다.
밀가루 수요 업체들은 그동안 밀가루 가격 인상 때는 원재료비 부담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인상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제품 가격을 인하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빵, 라면 등 밀가루 수요 업체가 밀가루 가격인하의 최대 수혜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까지 밀가루 가격 인하에 따라 빵, 라면 가격이 떨어진 전례가 없다"며 "이번에도 농산물 등의 기타 원재료 비용 증가를 이유로 가격을 인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은 가격 인상 시와 인하 시 적용하는 잣대를 업체에 유리하게만 적용해 왔다"며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해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은 1일부터 밀가루 출고가격을 각각 평균 9.6%, 9.3% 인하했으며 동아원(옛 동아제분)도 이달 초 대한제분과 비슷한 인하율로 밀가루값을 내릴 예정이다.
/yoon@fnnews.com 윤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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