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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밀양지역 갈등의 핵심은 현지 주민들과 정부, 한국전력공사 측의 해묵은 감정적 대립을 제외하면 네 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즉 주민재산권, 건강권, 사업타당성, 기술적 대안에 대해 양측은 이미 여러 해 동안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각각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이 오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들 4대 쟁점을 중심으로 보다 객관적인 인식을 가지는 것이 우선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밀양 송전선이 주민건강 위협?
29일 국내외 전기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압의 송전선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추정은 대부분 이론적이다. 최근 밀양지역에 건설될 765㎸ 송전선에서부터 80m 이내에 거주할 경우 소아백혈병 발병률이 3.8배가량 높아진다는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 지역에 건설 예정인 765㎸ 송전선로 80m 이내에는 한 가구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구나 지난 1992년 스웨덴의 송전선 주변 암발병률에 대한 보고서를 그후 12년 동안(1996~2007년) 세계보건기구(WHO)등 8개 국제기구와 54개국 연구진이 합동연구한 결과 전자계의 노출로 암이 진전된다고 확증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국내에서도 서울대 의대교수팀은 지난 2009년 '전자계 건강영향에 대한 역학연구(2003~2007년)' 결과 보고서에서 송전선로 전자계 노출과 소아암 발병과 관련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전 세계 어디에도 전자계 국제노출 가이드라인(2000mG) 이하에서 건강에 영향이 있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기준인 2000mG보다 낮은 수치인 833mG를 건강유해 여부를 가리는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해를 쉽게하기 위해 765㎸ 송전선에서 발생하는 최대치의 전자계인 3.82μT를 기준으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가전제품과 비교해보면 전자레인지나 진공청소기 정도에서 접할 수 있는 수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봐도 전자계 단기노출기준은 WHO가 200μT를 제시하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설비기준은 83.3μT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송전철탑에서 200m 이상 떨어질 경우 측정값 변동 없이 0.08μT 정도가 유지되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장기노출 기준을 갖고 있는 3개국인 네덜란드(0.4μT), 스위스(1μT), 이탈리아(3μT) 등에 비해서도 터무니없이 낮은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2007년 대법원은 전자파의 유해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손해배상 및 손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면서도 "문제는 송전탑이 들어서는 지역주민의 심리적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해주느냐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회송전 불가능한데 지중화?
'부실' 논란이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주민들의 요구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가 주도한 전문가협의체의 보고서가 가장 최근의 기술적 판단이다. 이에 따르면 주민 측에서 밀양 송전탑 건설의 대안으로 주장했던 우회송전은 어렵다는 결론이다. 전문가들은 밀양지역을 거치지 않고 기존 선로를 통해 송전이 가능한지에 대해 송전선로 고장 시 대규모 정전을 피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또 다른 대안으로 지금 건설 중인 신양산∼동부산, 고리~신울산 선로를 신고리발전소와 연결하는 경우도 약 8년의 공사기간을 필요로 한다. 향후 건설되더라도 계통 고장전류 증가로 현존 변전소의 차단기 교체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밀양 765㎸ 선로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게 한전 측의 설명이다.
선로 지중화 문제에 대해서도 전문가협의체는 "우회송전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러 지중화를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되는지는 의문"이라고 사실상 무의미함을 인정했다.
밀양 구간의 지중화 소요비용도 주민 측과 한전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한전이 향후 12년간 2조7000억원이 든다고 제시한 데 비해 주민들은 이의 4분의 1 수준인 6000억원이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밀양765㎸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1989년 12월부터 2003년 5월까지 대도심 구간을 관통하며 진행된 남부산~북부산 345㎸ 지중화 22㎞구간 공사비용이 2788억원에 불과했다"면서 "한전은 어떤 근거로 계산했는지 원자료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중화를 위해 송전선로를 변경해야 한다면 다른 지역에서도 똑같은 민원이 발생할 것"이라며 "모든 조건을 무시하고 지중화를 상상해 본다고 해도 실제 수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적인 비용이나 기간은 대단히 가변적"이라고 예상했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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