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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청 수직→수평 무게추 이동‥정책 충돌 예고

박근혜 정부 3년차에 새누리당에서 비주류 원내지도부가 탄생하면서 사실상 수직관계였던 당·청관계의 무게추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당장 "당이 국정운영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주장한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는 2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과감한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말씀을 드리겠다"고 밝히는 등 청와대를 향한 쓴소리를 예고하고 나섰다. 새 원내지도부가 청와대와의 초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유 원내대표와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친박계(친박근혜) 이주영·홍문종 의원을 예상외인 19표차로 누르고 당선되면서 새 원내지도부에 힘이 실린 것도 당·청 간 각종 정책의 주도권 싸움에서 당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을 높여줄 것으로 관측된다.

■유승민·원유철 완승…체면구긴 친박

이번 경선 구도는 후보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음부터 친박대 비박의 대결로 짜여졌다.

유승민 의원과 이주영 의원은 각각 원조 친박계와 신박계로 계파 구분의 의미가 없었지만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으로 범친이계(친이명박)인 원유철 의원과 친박계 주류인 홍문종 의원이 각각 가세하면서 계파 간 구도가 선명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짧은 기간으로 경선전이 과열되자 다시 이른바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논란이 경선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친박계인 이 의원과 홍 의원은 경선 동안 유 의원의 '쓴소리'를 겨냥해 자신들은 청와대에 '옳은 소리'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유 의원은 이 의원과 홍 의원을 향해 "청와대를 팔고 다니지 마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지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경선장에서 친박계의 네거티브 공세는 한층 더 거세졌다. 유 의원이 원내대표가 되면 새누리당이 참여정부 당시 열린우리당 꼴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고 친박계 국무위원까지 총출동해 친박계를 지원사격했다.

하지만 당심(黨心)은 친박이 아닌 비주류에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유 원내대표는 "결국은 친박, 비박의 구도가 아니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누가 필요하냐를 의원들이 보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심을 확인한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의 근본원인인 청와대의 대폭 인적쇄신을 요구하겠다고 나섰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당선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동안 정부에 대한 쓴소리는 주로 정책에 대해서였고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쭉 지켜봤다"면서도 "국민 눈높이를 감안한 과감한 인적쇄신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이를 원론적으로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 원내대표는 친박계에서 우려하는 당·정·청간 불협화음을 의식한 듯 "청와대와 당은 공동운명체로 대통령이 성공의 길을 가야한다"며 찰떡공조를 강조했다. ■黨靑…정책에서 충돌 예고

유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충돌할 수 있는 지점은 정책 분야일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라는 정책기조에 대한 전면적인 변화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는 "현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라고 한 기조는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증세 없는 복지 기조에 묶여 있으면 답답한 상황이 많다. 담뱃세가 오르고,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세법 개정안을 모두 증세가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것"이라며 재검토 의사를 강하게 시사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증세 없는 복지' 기조와 정면 배치되는 입장을 피력해 앞으로 증세 논쟁을 둘러싼 당청간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더불어 유 원내대표는 증세와 복지 문제와 관련해 "국민들도 선택할 문제다. '저부담저복지'로 할지 '중부담중복지'로 할지 국민들의 선택과 동의를 구하는 어려운 절차를 천천히 진행해보겠다"고 밝혔다.

또 유 원내대표는 여권 인사들이 언급을 꺼려하는 개헌 논의 문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유 원내대표는 "개헌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과 논의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여든 야든 정치하는 사람들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개헌에 대한 자기 소견을 밝히고 토론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개헌 논의에 대해 경제활성화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지만 유 원내대표는 사실상 개헌논의에 대한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주장을 펼쳐 개헌 논의를 둘러싼 당내 이견차도 불거질 전망이다.

다만 유 원내대표는 "특정안 안에 대해서 충분한 공감대 없는 상황에서 시한을 정해 하는 것은 문제"라며 "개헌문제가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인데 계파의 문제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전하며 포괄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밖에 유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단 규모는 현행을 유지하지만 정책위의장단은 20대 총선 준비를 위한 민생공약 수립을 위해 대폭 확대할 방침을 전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조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