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카스트로 쿠바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25일(이하 현지시간) 타계하면서 세계 각지에서 조문 성명이 쏟아졌다. 과거 공산주의 동맹이었거나 함께 미국과 대립했던 국가, 중남미 좌파 계열 국가에서는 깊은 애도를 표했지만 유럽은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타계 소식이 알려진 26일 고인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조전을 보내 "이 위대한 국가 지도자의 이름은 진실로 현대 세계사에서 한 시대의 상징이었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27일 보낸 조전에서 고인이 쿠바 사회주의 사업의 창건자이며 쿠바 인민의 위대한 지도자였다고 칭송했다. 시 주석은 중국 인민들이 카스트로 전 의장의 타계로 친밀한 동지이자 진실한 친구를 잃었다고 평가했다.
쿠바와 함께 '반미전선'의 동지였던 이란도 조의를 나타냈다.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카스트로 전 의장이 "강대국 식민주의에 맞서 싸운 독보적 인물"이라며 "쿠바 국민에 추모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쿠바의 혈맹인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도 쿠바에 보낸 조전에 카스트로 전 의장이 "사회주의와 정의를 위한 반제 자주 위업수행에 특출한 공헌을 했다"고 썼다.
카스트로 전 의장의 공산 혁명에 크게 영향을 받은 중남미 좌파 인사들은 일제히 조의를 표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26일 "전 세계의 모든 혁명은 카스트로 전 의장의 유산 위에 세워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콜롬비아 최대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의 지도자 로드리고 론도뇨 역시 트위터를 통해 "그는 세계와 미주 대륙의 위대한 인물 중 한 사람으로 큰 족적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FARC는 1964년 창설당시부터 쿠바 혁명을 지향점으로 삼았다.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6일 인터뷰에서 "카스트로 전 의장의 업적은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프랑스 대통령궁인 엘리제궁도 성명을 내고 그가 "20세기 주요 인물인 동시에 쿠바 혁명을 구현한 인물"이라고 평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카스트로 전 의장은 논란이 이는 인물이지만 쿠바 혁명에서 보여준 리더십으로 역사적인 인물이 됐다"며 쿠바와 광범위하게 협력하겠다고 설명했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20세기의 극적이고 위대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닫혔다"며 카스트로 전 의장의 장례식에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알렸다.
지난해 9월 카스트로 전 의장과 만났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쿠바에 보낸 조전에서 "슬픈 소식"이라며 "그의 영면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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