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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SEC "크립토 펀드 판매도 증권법에 따라 규제한다"

크립토 펀드 운용한 미등록 업체 '코인알파'에 벌금형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디지털 자산) 등 관련 프로젝트를 비롯해 크립토 펀드에 대해서도 증권법을 적용해 규제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SEC에 등록하지 않고 일반 투자자로부터 모은 돈을 암호화폐에 투자한 크립토 펀드 운용사에게 벌금형을 내린 것이다.

국내에서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이 지난 10월 크립토펀드 ‘지닉스 크립토 펀드(ZXG)’에 대해 유권해석도 내리지 못한 채 검찰에 넘긴 것과 대조적이어서 국내 암호화폐 제도 정비에 대한 요구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美 SEC "크립토 펀드 판매도 증권법에 따라 규제한다"
미국 SEC는 암호화폐(디지털 자산)에 대한 명확한 규제로 시장 불확실성을 줄여나가고 있다.

■"증권법에 따라 등록하고 크립토 펀드 운용해야"
9일 SEC 뉴스룸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EC는 최근 1년 동안 크립토 펀드를 운용해 온 ‘코인알파 어드바이저(CoinAlpha Advisors LLC·이하 코인알파)’에게 지난 7일(현지시간) 5만 달러 규모(약 56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SEC에 증권 판매 업체로 등록하지 않고 크립토 펀드를 운용한 것은 현행 증권법을 어긴 것이란 판단에서다.

앞서 코인알파는 지난해 10월 총 22명의 투자자로부터 60만 달러(약 6억7000만원)를 모아 특정 암호화폐에 투자해 수익을 배분하는 크립토 펀드를 조성했다. 당시 코인알파는 SEC에 신청한 ‘증권판매 면제고지’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에도 크립토 펀드 운용을 강행했고, 결국 1년 만에 덜미를 잡힌 것이다. 이에 따라 코인알파는 해당 크립토 펀드를 해산하는 한편 그동안 받은 수수료와 투자금 반환 절차에 들어갔다.

美 SEC "크립토 펀드 판매도 증권법에 따라 규제한다"
제이 클레이튼 SEC 의장은 최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컨센서스:인베스트 2018’에서 “빠른 시일 안에 암호화폐공개(ICO)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SEC

■'암호화폐=증권형 토큰'…증권법으로 규제한다
SEC는 암호화폐공개(ICO) 프로젝트 뿐 아니라 코인알파처럼 크립토 펀드를 운용하는 중개자도 당국에 정식 등록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디지털 자산 증권 발행과 거래에 관한 성명’에서 밝혔듯이 투자계약에 따라 발행 및 거래되는 암호화폐(디지털 자산)도 현행법상 ‘증권’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이다. 즉 자체 블록체인을 보유한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을 제외한 나머지 암호화폐는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으로 간주해 증권법으로 관리·감독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업체 관계자는 “여러 정책 토론회와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금융당국 실무자와 대화를 나누면, SEC 성명서와 유사한 틀에서 업계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된다”며 “SEC의 증권법을 국내 상황에 접목하면 토큰(암호화폐)은 자본시장법이 규정한 증권 중 투자계약증권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바이낸스 등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들도 상장심사를 신청한 토큰의 증권 여부를 반드시 체크한다는 점에서 SEC 규제 방침은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을 확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국, '규제 공백과 시장 불확실성' 악순환 반복
국내에서는 금융위·금감원 등 정책 당국이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국제논의 동향과 투자자 보호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신중히 접근하겠다”며 구체적인 정책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 공백과 시장 불확실성'이란 악순환 속에 대다수 ICO 프로젝트 업체들은 해외법인을 통해 우회적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 또한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 지닉스처럼 집합투자업의 외형구조를 모두 갖추고도 금감원 심사는 커녕 등록조차 하지 못하고 사업을 접은 곳도 있다.
즉 자본시장법상 모든 펀드는 금감원에 등록하고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공모펀드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현행법(자본시장법)상 지난 10월 지닉스가 출시한 크립토 펀드(ZXG)는 증권으로 분류할 수 있는 정의가 명확치 않았다.

금감원 역시 시중은행 등 감독대상기관에 대해서만 직접적 제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지닉스 펀드 관련 자료를 모두 검찰에 넘기면서 사태를 키웠다. 이 과정에서 지닉스는 지난달 23일을 기점으로 입·출금을 비롯한 모든 서비스를 종료, 법인 폐업신청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