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사령관 관저 이전지 '하텔하우스'
하텔하우스, 미군 고위 장성을 위한 연회장.. 17년 폐쇄
힐탑하우스, 역대 사령관 머물던 비밀스러운 공관
관저-방호시설-헬기장-드래곤힐 호텔...‘용산 미군주둔벨트’ 형성
▲용산 미군기지 사우스포스트에 위치한 하텔하우스의 모습.
주한미군 사령관의 관저가 현 서울 용산 미군기지 메인포스트 ‘힐탑 하우스’(Hilltop House)에서 사우스포스트 ‘하텔 하우스’(Hartell House)로 이전될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사령관 관저(힐탑)가 용산공원 부지 한가운데 위치해 기존 시설 중 하나로 옮겨 가야 한다”면서 “하텔하우스가 국방부와 바로 붙어 있어 위치도 괜찮아 빈센트 브룩스 사령관 시절 유력하게 검토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서 “하지만 현재 꼼꼼한 로버트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결재를 미루고 있다”면서 “한미연합사령부 본부 이전 문제가 남아 있고, 특히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관저 이전이 알려지면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텔하우스가 레스토랑 이였으므로 숙소로 사용하려면 시설 리모델링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텔하우스의 위치를 자세히 보면 사령관 공관 위치로 제격이란 걸 쉽게 알 수 있다. 공관 위치 선정에서 경호와 보안이 최우선적인 고려 사항이다. 하텔하우스는 사우스포스트 한 가운데 한미 간 연락부대와 출입 방호시설이 인접해 있다. 서쪽으로는 국방부와 담을 칠 만큼 가까우며 동쪽으로는 드래곤힐 로지 호텔이 둘러싸고 있다.
특히 사령관 관저를 하텔하우스로 이전하면, 경호와 보안이나 편의시설 충족을 명목으로 드래곤힐 호텔이 잔류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로써 사령관 관저-출입·방호시설-한미 간 연락부대-헬기장-드래곤힐 로지 호텔 등으로 이어지는 약 25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용산 주한미군 주둔벨트’가 형성된다.
■ 약 27명의 미군 사령관이 거쳐간 ‘힐탑하우스’
힐탑하우스는 1953년 한국전쟁 휴전 이후 미8군사령부가 서울 동숭동에서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역대 주한미군 사령관·한미연합군 사령관이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치는 메인포스트에서 한미연합사령부 본부 서쪽 방면 옛 일본군 위수감옥 인근이다.
힐탑하우스는 ‘금단의 땅’ 용산기지 안에서도 사진이나 그 어떠한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극비의 공간이다. 단 한차례 언론에 공개된 적은 있지만 이마저도 정보는 아주 단출하다.
지난 2011년 제24대 사령관이었던 월터 샤프 사령관이 37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면서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살짝 엿볼 수 있는데, 관저는 1급 보안시설인 만큼 내부가 잘 가려져 있고 건물은 50여 년 전 지어진 소박한 단층 목조건물이라 알려져 있다.
1957년 제 1대 조지 데커 대장을 시작으로 제 28대 에이브럼스 사령관(대장)까지 총 28명의 미군 사령관이 짧게는 1년, 길면 4년 동안 힐탑하우스를 거쳐갔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머물던 힐탑과 하텔하우스의 위치. 관저가 사우스포스트로 이동하면 주변에 출입방호시설과 한미연락부대 등으로 둘러싸이게 된다.
■ 미군의, 미군에 의한, 미군을 위한 ‘하텔하우스’
하텔하우스는 미군이 6·26 전쟁 참전을 계기로 용산이 터를 잡은 뒤 주로 사령관이 주최하는 연회가 열리던 장소다. 미군 고위급 장교들이 출입하는 만큼 단층 독립 건물에 한적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갖췄다. 드래곤힐 호텔이 미군의 공식적인 행사를 열었던 곳이었다면, 하텔하우스는 미군 고위 장교 극소수를 위한 비밀스러운 연회장인 셈이다.
그러다 용산기지 반환을 시작하면서 지난 2017년 5월 31일 공식적으로 폐쇄했다. 미군은 유서 깊은 하텔 하우스가 사라지는 것을 아쉬워해 관련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관으로 사용하려면 시설 보완이 필수적이다. 1952년에 지어진 만큼 곳곳에 멀쩡한 곳을 찾기 힘들다. 특히 거주에 필요한 난방과 수도 등 시설 개보수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갈 길 먼 용산기지 반환... "점진적 반환 중"
지난해 7월 미8군 사령부를 시작으로 올해 6월 주한미군 사령부가 평택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하면서 용산 미군기지는 거의 텅 빈 상태다. 이제 메인 포스트에 남은 건 한미연합사령부와 헌병대, 공병대, 미 대사관 관계 건물들 그리고 잔류 병영 시설들이다.
기지 반환에 가장 큰 논란거리는 한미연합사령부 본부다. 한미 양국은 연말까지 연합사령부 본부를 국방부 영내로 이전하려고 했지만, 결국 군사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고 보고 이를 백지화된 상태다.
지난달 8일 취임한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은 국방부 영내로 이전할 경우 연합사가 4개의 건물로 분산돼 군사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고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현재 한미 당국은 주한미군 사령부가 있는 평택 캠프 험프리스 이전, 국방부 영내 시설 본부, 독립 건물 증축을 통한 이전 등 3가지 방안을 두고 재검토 중이다.
용산 미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더라도 미군은 2014년 10월 제46차 안보협의회(SCM)에 따라 잔류시설로 지정된 헬기장과 드래곤힐 호텔 부지, 출입·방호시설, 미국 대사관 숙소 등 4개 부지는 용산에 남는다.
이와 관련, 주한미군 사령부는 “관저 이전과 관련해 협의 중인 내용은 언급하기 어렵다”며 "점진적으로 반환 절차를 거치는 중”이라고 짧게 답했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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