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은행 지점 가보니
월요일 오전·점심시간에만 분주
"평소에도 붐비는 일 거의 없어"
대부분 대기없이 바로 업무 처리
오전 방문객 22명 불과한 곳도
일부는 대기번호 시작 50번대로
"서울 연희동 기준으로 A은행의 점포는 B은행, C은행 대비 ATM 개수는 물론 규모도 작은 편이다. 오늘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붐비는 경우는 거의 없다."(A은행 연희동지점 청원경찰)
지난 11일 오전 9시부터 9시30분 사이 A은행 연희동지점을 찾은 고객은 모두 6명에 불과했다. 2개 창구 앞에서 기다리는 고객은 모두 60대 이상 고령층으로 보였다. A은행 해당 지점의 청원경찰은 "간혹 월말이나 각종 세금 납부가 몰리는 날에는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는 경우가 있지만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9시40분~10시10분 C은행 연희동지점을 찾은 고객은 13명이었다. 2개 일반창구와 2개 VIP 전용창구를 운용하는 이곳은 매출과 행원 수 측면에서 모두 A은행의 두 배를 넘는다.
C은행 관계자는 "고령층 고객이 점포를 찾는 경우도 대부분 앱으로 해결 가능한 만큼 접속 방법 등 앱 사용법을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면서 "창구에서 앱 사용법을 안내하면 같은 용건으로 창구를 찾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C은행 연희동지점 창구에서 한 고객은 스마트폰을 활용해 계좌의 잔액과 예·적금에 가입하는 방법을 물었다. 이른바 '뉴시니어'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기존 금융 소외계층으로 인식됐던 고령층마저도 창구 이용의 효용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C은행 해당 지점의 청원경찰은 "월요일 오전 문을 연 직후 내방객이 가장 많다"면서 "금요일 오후 4시 직전에도 몰리는 편이지만 그 외의 시간은 대부분 대기표를 뽑는 즉시 업무처리가 가능할 만큼 한산하다"고 전했다.
경기 안양시에 자리한 B은행 점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점포를 방문한 고객은 22명에 불과했다. 대부분 유선통화와 모바일, 온라인 등을 통해 상담을 마치고 최종 대출계약을 하러 온 고객이었다.
B은행 관계자는 "점포 내방고객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며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프라이빗뱅커(PB) 영업 그리고 기업금융 업무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무가 앱과 ATM을 통해 가능해진 만큼 고객 스스로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점포를 찾을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B은행 고위 관계자는 "서울을 기준으로 하면 강북보다 강남의 내방객이 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면서 "일부 지점에서는 번호표의 시작번호를 50, 100으로 바꾸고 있다. 고객이 점심시간을 활용해 내방했을 때 1번으로 시작한 번호표를 뽑는 일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은행들은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부문을 제외하고는 투자 대비 효율을 고려할 때 리테일 창구를 줄이는 것이 이득인 상황"이라며 "한번 문을 연 점포를 폐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민원과 잡음 때문에 문을 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서울 명동에 자리한 D은행 점포에는 은행 업무를 이용하려는 고객보다 폭염을 피해가기 위해 들르는 고객이 더 많다. D은행 관계자는 "기업 영업을 위해 점포를 냈는데 일부 관광객이나 인근 지역 주민들이 와서 쉬어가곤 한다. 무더위 쉼터로 지정된 만큼 사회공헌 차원에서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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