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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방송 ‘경인방송’ 전파방해로 방송중단 위기

전파 전송로에 마구잡이 고층 건물 신축
재난 발생 시 신속 정보전달 및 대처 어려워

재난방송 ‘경인방송’ 전파방해로 방송중단 위기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경인방송 본사에 설치된 안테나와 주안 수봉산 송신소를 잇는 직선상에 고층 오피스텔 신축 공사가 진행돼 전파 전송로를 가로막으면서 전파 장애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그림은 경인방송 전파 전송로 조감도.


인천지역 재난 라디오 방송인 경인방송이 고층 건물 신축으로 인한 전파 방패가 발생, 방송중단 사태가 빚어질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8일 경인방송에 따르면 미추홀구 학익동 경인방송 본사에 설치된 안테나와 주안 수봉산 송신소를 잇는 직선상에 고층 오피스텔 신축 공사가 진행돼 전파 전송로를 가로막으면서 전파 장애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전파 전송 상태가 정상적일 경우 신호는 통상 -41db(데시벨) 수준을 유지한다.

경인방송 기술국이 지난달 15일부터 작성한 전파 전송 상태 기록지를 보면 db수치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을 수시로 오가고 있다. -41db보다 낮을 경우 전송 상태가 불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달 25일에는 정상 수치보다 무려 13db 낮은 -54db을 기록했으며 당시 방송 잡음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최연필 경인방송 기술팀장은 "10db 차이는 마이크 음량으로 따지면 100배 차이가 나는 수준"이라며 "20년 가까이 재직하면서 db수치가 이번처럼 수시로 변동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해당 공사의 진행 속도로 미뤄 볼 때 곧 전파 중단 수치인 -70db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현재 오피스텔 공사는 최종 목표인 37층 중 33층을 짓는 단계로, 1개 층이 더 지어질 경우 전파 전송로를 아예 가로막게 된다.

특히 연주소(방송 송출시설)와 송신소 사이 83m 이상의 건축물이 들어서면 전파 전송이 아예 끊기게 된다. 오피스텔의 높이는 이보다 훨씬 높은 119m로 예정돼 있다.

경인방송과 같은 지상파 방송국은 전파 장애에 대비해 지하로 매설된 광케이블의 예비회선을 보유하고 있지만 안정성은 담보할 수 없다.

경인방송 임직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해당 지역 건물 신축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지자체인 미추홀구청이 고층건물이 들어서면 전파 장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2014년부터 알고 있었으나 이를 무시, 고층건물 신축 허가를 내줬다”며 “미추홀구청이 전파방해를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경인방송은 “미추홀구청은 공사 허가 이후에도 합리적 행정조치를 요구하는 경인방송의 민원을 돈으로 건설사와의 합의를 종용하는 등 수년째 기망했다”고 강조했다.

경인방송 관계자는 "전파 장애에 대비해 우회선로 개설 등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지만 허가 절차와 시스템 구축 등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돼 최악 상황의 경우 방송 중단 사태도 불가피하다"며 “방송 중단을 막기 위한 비상 방송체제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추홀구 관계자는 “청량산에 설치돼 있는 방송탑으로 우회하는 방안을 협의 중으로 빠른 시일내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