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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도 혈당 조절하는 세포가 있다"… KAIST 연구진이 첫 발견

"뇌에도 혈당 조절하는 세포가 있다"… KAIST 연구진이 첫 발견
혈당에 반응하는 뇌신경 뉴런(CN neuron)의 축삭돌기가 두 갈래로 갈라지며 갈라진 축삭돌기 가지는 인슐린을 만드는 세포를 활성화 시키고 다른 갈라진 축삭돌기 가지는 글루카곤을 만드는 세포를 억제 시킨다. KA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췌장 이외에도 뇌 속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가 체내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향후 당뇨병의 진단 및 치료 연구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KAIST 생명과학과 서성배 교수는 미국 뉴욕대학교 오양균 박사 공동연구팀과 함께 초파리 모델 시스템을 이용해 뇌 속에 체내 혈당에 직접적 기능을 하는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를 발견하고 그 구체적 원리를 밝히고 이를 24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뇌 속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가 인슐린 생산 조직 활성화, 글루카곤 생산 조직 활동 억제 등을 통해 체내 혈당 조절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처음으로 밝혀낸 중요한 단서다.

서성배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초파리에서 의미 있는 발견을 했다는 사실을 넘어 당뇨병 원인 규명과 치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뇌에서 만들어지는 신호가 체내 혈당 조절에 근본적 역할을 함이 구체적으로 규명되면 한 단계 진보된 당뇨병의 진단 및 치료뿐 아니라 비만, 대사질환 치료도 가능해질 것"라고 전망했다.

KAIST 생명과학과 출신 오양균 박사가 1 저자로 참여하고 서성배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2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한국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14%로 2018년 기준 환자 500만명을 돌파했다. 당뇨병 증가속도 세계 1위, 잠재적 환자는 4명 중 1명꼴이지만 발병원인은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존재하지만 대부분 췌장 인슐린 분비세포 기능이 저하되면서 병이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성배 교수 연구팀은 초파리 전체 뇌 신경조직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스크리닝을 통해 초파리가 포도당의 영양적 가치를 판단하는데 필수적인 한 쌍의 신경세포를 발견했다. 이 한 쌍의 신경세포가 체내 포도당 농도 증가에 반응해 활성화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파악했다.

연구팀은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와 두 호르몬 분비 조직들 사이의 물리적, 기능적 상호작용들을 확인했다. 그 결과 한 쌍의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가 활성화된 경우 인슐린 생산 조직 역시 활성화되며 반면에 글루카곤 생산 조직의 활동은 억제됨을 확인했다.

또한, 연구팀은 이들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혈중 포도당 농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함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뇌 속에 단 한 쌍의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만의 활동을 조절함으로써 당뇨병의 증상을 가지는 초파리를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연구팀은 초파리에서 신경전달 기능을 하는 짧은 단백질의 한 종류인 sNPF가 해당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에서 발현됨을 파악하고 포도당에 노출됐을 때 이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됨을 확인했다. 또한, 연구팀은 인슐린 생산 조직과 글루카곤 생산 조직에서 sNPF 의 수용체가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의 신호를 받는데 필수 역할을 함을 증명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