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제3세계 경제자립, ‘주민 참여’에서 답을 찾다

굿네이버스, 사회적 경제 전담 법인
'굿네이버스 글로벌 임팩트' 설립

‘지속가능한 국제개발은 무엇일까?’ 국제구호개발에 참여하는 대다수의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고민이다. 최근까지 NGO들의 주요 프로젝트는 후원을 통해 학교나 보건소 등 제반시설을 지어주는 활동들이 주를 이뤘다. 교육·의료 등 최소한의 삶의 기반도 갖추지 못한 제3세계 국가에 꼭 필요한 임무지만, 그것만으로 현지 주민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엔 부족했다. 어렵게 추진한 프로젝트도 NGO의 손을 떠나면 없던 것이 돼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한국 토종 NGO인 굿네이버스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현지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참여형 사업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제3세계 경제자립, ‘주민 참여’에서 답을 찾다
굿네이버스가 설립한 베트남 사회적 기업 '쿠플러스'. 채소조합의 농산품을 수매하고 판매하는 유통회사다. 굿네이버스 제공
■"사회적 경제로 경제 생태계 구축"
오랜 고민 끝에 굿네이버스는 ‘사회적 경제’라는 답을 내놓았다. 사회적 경제란 공공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공동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경제체계를 말한다. 시장경제로 해결할 수 없는 높은 빈부격차나 실업률, 환경오염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개념이다.

올해 초에는 기존 사단법인 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에서 사회적 경제 부분만을 전담하는 재단법인을 분리해 굿네이버스 글로벌 임팩트라는 별도 법인이 설립됐다.

현진영 굿네이버스 글로벌 임팩트 대표는 “‘경제’컨셉이 없다면 국제개발의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이에 굿네이버스는 현지 지역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여러 경제 사업을 도입했다. 일반 NGO의 활동처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뿐만 아니라 수익을 내야하는 것이 차별점이다”고 설명했다.

굿네이버스 글로벌 임팩트가 추구하는 사업의 1차 목표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단순히 자본을 투입하는 게 아니라 주민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해 무너진 ‘경제 생태계’를 재건하자는 취지다.

굿네이버스는 우선 현지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협동조합을 만든다. 이후엔 단순히 사업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라 종잣돈을 빌려줘 수익이 생기면 갚도록 하고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참여규모가 커지면 현지 나름의 ‘마이크로파이낸싱(빈곤층을 위한 소액 금융)’ 기관으로 확대시킨다.

현재 굿네이버스가 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진출한 국가 수는 35개, 조합과 조합원 수(9월말 기준)는 각각 924개, 6만3000여명에 이른다.

현 대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50개국에 진출해 30개의 마이크로파이낸싱 기관을 만들고, 조합원 수는 70만명으로 10배 이상 키워나가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실업률부터 환경오염까지 잡는 '사회적 기업'
굿네이버스 글로벌 임팩트가 공들이고 있는 또 하나의 프로젝트에는 ‘사회적 기업’ 설립 사업이 있다. 현재 △네팔 △베트남 △몽골 △캄보디아 △르완다 △키르기스스탄 △말라위 △과테말라 △파라과이 등 9개국에 사회적 기업을 설립했다.

예를 들어 몽골에서는 극심한 대기오염의 주범인 석탄 사용을 줄이는 ‘지세이버(G-Saver)’ 사업을 추진한 사례가 있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는 인구의 절반이 빈민촌인 ‘게르촌’에 거주하고 있다. 몽골의 겨울은 영하 40도까지 떨어지지만, 전통가옥인 게르에는 난방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가난한 주민들은 값이 저렴한 생석탄(원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는 도시 전체를 가득 메운다.

지세이버는 석탄 사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고안된 축열기다. 난로에 부착하기만 하면 열을 오래 보전해 가구당 45%의 연료비를 줄일 수 있다.

현재는 지세이버 사업에 이어 두번째 사업인 굿 클리닝 사업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굿 클리닝은 게르촌의 지역 주민들이 물 부족으로 인한 세탁 문제 및 환경 오염 문제 해결하기 위한 세탁서비스로 현재는 게르촌 중심으로 하는 물세탁을 넘어 드라이 크리닝 등 고부가가치 사업으로도 확대해 올해에는 대리점 19개에서 20년에는 40개 대리점으로 확장해 운영할 계획이다.

르완다에서는 사회적기업 ‘카페 드 기사가라(Cafe de Gisagara)’를 설립해 현지의 협동조합이 재배한 원두를 수매하고, 굿네이버스의 유통망을 통해 판매까지 돕는다. 조합을 대상으론 교육도 진행한다.

다양한 사회적 기업의 설립으로 현지 주민에게는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겼다.

현 대표는 “각 나라마다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기업 설립을 검토하고, 투자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며 “식품 및 사료분야 전문가·공장장 등 은퇴한 외부 인력들을 섭외해 노하우를 공유받기도 하고, 국내 기업과 함께 자본투자에서 경영까지 공동으로 진행하는 사업들도 있다”고 소개했다.

■"제3세계 개발에 기업들도 참여해야"
현 대표는 사회적 기업의 활성화를 위해 국내 기업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그는 “기업들의 자본력이나 쌓아둔 기술력을 제3세계 개발에 쓸 수 있도록 글로벌 진출을 함께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노하우를 공유한다면, 사회적 기업에 취약한 부분인 생산성 향상이나 원가절감 등에 효과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개발협력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NGO나 정부에만 있는 게 아니라 기업에게도 있다는 생각이다”며 “굿네이버스에도 글로벌 네트워크가 있으니 공동으로 사업에 참여한다면 기업들의 해외진출에 도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