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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리튬전지보다 45배 저렴한 ESS 개발

일본·미국산 멤브레인 필요없어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리튬-이온 전지보다 45배 저렴한 새로운 개념의 물 기반 아연-브롬 전지를 개발했다. 이 전지는 일본이나 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값비싼 멤브레인을 사용하지 않고도 에너지 효율 80% 이상을 유지하면서 1000번 이상 구동된다. 이를통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미리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간대에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활용될 전망이다.

KAIST는 생명화학공학과 김희탁 교수와 신소재공학과 김상욱 교수 공동 연구팀이 값비싼 멤브레인 소재를 비롯해 어떠한 첨가제도 사용하지 않는 물 기반 아연-브롬 전지를 개발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전지는 물 속에 녹아 전기를 통하는 물질인 전해질을 외부에 저장하는 기존 레독스 흐름 전지의 특징에서 탈피했다. 이를 통해 외부저장에 소모되는 펌핑 에너지 및 유지 비용을 절감시켰다. 즉 개선된 효율성으로 인해 리튬-이온 전지 대비 약 45배가량 저렴하다.

KAIST, 리튬전지보다 45배 저렴한 ESS 개발
브롬 활물질을 전극내부에서 폴리브롬화물로 전환해 저장하는 다기능성 전극의 메커니즘의 모식도와 멤브레인을 장착하지 않고 구동되는 전지의 실제 모습. KAIST 제공
김상욱 교수는 "차세대 물 기반 전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나노소재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멤브레인은 전지 내부에서 음이온과 양이온을 분리시키는 얇은 막으로 전지가 자가 방전을 일으키지 않도록 해주는 소재다.

이번 연구를 통해 일본, 미국의 수입에 의존해 온 다공성 분리막이나 불소계 이온교환막을 사용하지 않는 기술로, 해당 기술에 대한 대외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동 연구팀은 전해질 내의 이온과 외부 전기회로 사이의 전자를 주고받는 한정된 역할만 수행하던 전극의 기능에 멤브레인과 첨가제가 담당하던 브롬을 포획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질소가 삽입된 미세기공 구조를 전극 표면에 도입해 미세기공 내부에서 비극성 브롬을 극성 폴리브롬화물로 전환한 뒤, 질소 도핑 카본과 폴리브롬화물간 쌍극자-쌍극자 상호 작용을 통해 폴리브롬화물을 기공 내부에 고정했다.

이 기술은 멤브레인의 기능을 전극이 담당하므로 고가의 멤브레인이 필요 없으며, 브롬을 외부 탱크가 아닌 전극 내부에 저장함으로써 펌프 및 배관을 제거할 수 있어 가격 저감 및 에너지 효율을 증대했다.

김희탁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보다 안전하고 경제적 ESS의 개발이 가속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주혁 박사과정과 변예린 박사후연구원이 공동 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2019년 12월 27일자 표지논문에 선정됐다. 이번 연구는 KAIST 나노융합연구소, 에너지클라우드 사업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리더연구자지원사업인 다차원 나노조립제어 창의연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한편, 현재는 리튬이온전지가 에너지저장장치용 이차전지로 사용되고 있으나 발화성 유기 전해액 및 리튬계 소재로 인한 발화의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총 21건의 에너지저장장치 화재사고가 발생했으며, 전체 에너지저장장치 시설 1490개 중 35%인 522개의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물을 전해질로 사용한 비 발화성 물 기반 이차전지 기술이 에너지저장장치용 차세대 이차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다양한 물 기반 전지 기술 중 아연과 브롬을 활물질로 사용하는 아연-브롬 레독스 흐름 전지는 높은 구동 전압 및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져 1970년대부터 지속해서 개발돼왔다.

그러나 아연-브롬 레독스 전지는 브롬이 아연과 반응해 전지 수명을 단축시키는 문제로 인해 상용화가 지연됐다. 이러한 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펌프를 이용해 브롬이 함유된 전해질을 외부 탱크로 이송해 왔으나, 이는 펌프 구동을 위한 에너지 소모 및 브롬에 의한 외부 배관이 부식되는 문제를 동반한다. 브롬을 포획하는 전해질 첨가제 및 브롬의 이동을 차단할 수 있는 멤브레인에 대한 개발이 진행됐으나, 가격증가 및 출력 저하의 문제점이 발생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