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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생체 내부 근섬유까지 보는 현미경 나왔다

살아있는 생체 내부 근섬유까지 보는 현미경 나왔다
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연구진이 개발한 공간 게이팅 현미경. 조명단(왼쪽)과 영상획득단의 대물렌즈(오른쪽)와 초음파 발생 장치(아래)를 보여준다. 이 현미경을 통해 절단 없이도 소동물 내부 근육결 등 미세구조를 볼 수 있다. 기초과학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생체 내부를 꿰뚫어볼 수 있는 초음파 결합 광학현미경을 개발했다. 살아 있는 생물을 절단하지 않고 별도의 형광물질을 염색하지 않고도 관찰이 가능해 향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실시간 질병 진단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최원식 부연구단장 연구팀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장무석 교수팀이 초음파를 이용해 기존 현미경으로 볼 수 없었던 생체 내부의 미세 구조를 관찰하는 기법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진은 개발한 현미경을 이용해 별도의 형광 표지 없이 부화한지 30일 된 성체 제브라피시의 척추 안쪽 근육 조직 이미지를 얻는데 성공했다. 기존 기술은 제브라피시의 장기, 척추 등 내부 구조에서 산란 현상이 일어나 절단을 통해서만 내부 근육 결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와 달리 개발된 현미경은 자연 상태 그대로 살아있는 제브라피쉬 내부 조직을 꿰뚫어볼 수 있다.

연구진은 인체 조직에도 사용할 수 있는 공간 게이팅 기술을 구현해나갈 계획이다. 향후 현미경을 소형화하고 이미징 속도를 증가시키면, 실시간 질병 진단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를 이끈 최원식 부연구단장(고려대 물리학과 교수)은 "초음파 결합 광학 현미경은 기존 광학 현미경의 얕은 이미징 깊이 문제를 해결하는 획기적인 기술"이라며 "공간 게이팅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빛의 산란 현상을 이해하고, 의생명 광학 기술 분야 활용 범위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광학 현미경과 초음파 영상의 장점을 결합해 생체 내부 깊은 곳을 높은 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는 초음파 결합 광학 현미경을 개발했다. 초음파 결합 현미경은 생체 조직 내부를 잘 침투하는 초음파를 집속시킨 후, 초음파의 초점을 지나는 빛만 측정하는 방식으로 산란광의 세기를 크게 감쇄시킬 수 있다. 초음파가 광학현미경에게 관찰 경로를 알려주는 일종의 네비게이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초음파는 생체 조직을 응축, 팽창시켜 굴절률을 변조하는 방식으로 빛의 진행에 영향을 준다. 연구진은 이런 초음파의 특성을 응용해 초음파의 초점을 통과하는 빛만을 선택적으로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 기술을 공간 게이팅이라 명명했다. 초음파는 생체 내부의 '빛 거름망' 역할을 하며 무작위로 산란되던 빛을 차폐한다.
공간 게이팅 기술을 통해 연구진은 산란광을 100배 이상 감쇄시키며 생체 조직 내에서 광학 이미지가 흐려지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

장무석 KAIST 교수는 "촘촘한 거름망을 사용하면 더 고운 가루만 남는 것처럼 초음파의 초점을 작게 할수록 산란광을 더 많이 감쇄시킬 수 있다"며 "향후 산란광을 1000~1만 배 수준까지 감쇄시켜 더 선명한 이미지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2월 5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