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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세포 80% 죽인 핵종… 비공개 실험에선 100% 죽였다"

원자력연구원 박정훈 연구원, 암치료용 구리-67 생산 성공 내용 추가 공개

"폐암세포 80% 죽인 핵종… 비공개 실험에선 100% 죽였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정읍 첨단방사선연구소 연구자들이 국내 기술로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 입자가속기 'RFT-30 사이클로트론'을 점검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우리가 생산한 방사성동위원소 구리-67와 항암제를 병행한 비공개 실험에서는 폐암세포가 100% 죽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정훈 연구원은 5일 차세대 암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구리-67'의 국내 최초 생산 성공과 관련해 지난 3일 발표에서 못다한 내용을 추가로 밝혔다. 박정훈 연구원은 "아직 자세한 실험 내용을 공개할 순 없지만 다른 방법과 병행해 시너지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추가 연구 많아야 상용화 빨라져
박 연구원은 "구리-67은 차세대 동위원소로 미국에서도 공급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임상시험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력연구원의 구리-67은 올 하반기 공급이 이뤄지면 대형병원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전임상시험을 거친다. 전임상은 동물시험을 뜻한다. 이후 식약청을 통과하면 임상시험을 거쳐 최종엔 일반환자에게 치료용으로 쓰이게 된다.

구리-67 생산 성공과 실험 결과가 발표된 이후 문의전화가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일반 연구성과처럼 우선 학술지 등에 발표가 된 뒤 후속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민간 기업들이 관심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결과가 알려지고 다양한 곳에서 암치료 실험을 이어가게 된다면 암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원자력연구원은 대형병원 등 10개 기관에 우선 공급할 예정이지만 향후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폐암세포 80% 죽인 핵종… 비공개 실험에선 100% 죽였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정읍 첨단방사선연구소에서 암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Cu-67의 생산을 위해 자체개발한 도금표적(왼쪽), 표적도금장치(가운데), 분리장치. 원자력연구원 제공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기술 독립
원자력연구원의 연구진이 이번에 발표한 성과의 의미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기술 독립이다.

이번 구리-67을 만드는데 사용한 나선형 입자 가속기 'RFT-30 사이클로트론'도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장치다. 국내 입자 가속기는 총 40여개가 있지만 국산은 10개가 채 되지 않는다.

원자력연구원은 정읍 첨단방사선연구소가 2005년 문을 열고 중형급 입자가속기 사이클로트론 개발에 착수했다. 2008년 개발이후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개선해 2014년 본격 가동해 다양한 동위원소를 생산하고 있다. 이 기간 가속기를 개선하면서 국내 자체기술을 확립, 향후 더 우수한 사이클로트론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그는 "사이클로트론을 이용한 생산 성공사례는 현재 세계 최대 학술지 인용 색인 데이터베이스인 '스코퍼스(Scopus)' 저널을 봤을때 적어도 6~7번째 들어가는 성과"라고 전했다. 사이클로트론 제조 기술을 보유한 곳은 선진국이 대부분이다. 가속기 기술과 동위원소 정제기술이 모두 필요해, 한마디로 말해 핵무기 개발기술 보유국일수록 동위원소 생산기술도 뛰어나다.

■국내 넘어 아시아 수출 노린다
박정훈 연구원은 구리-67 생산 성공으로 국내는 물론 이웃한 아시아 국가로의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박 연구원은 "동위원소를 수입하는 나라가 생산기술이 없다면 부르는 게 값"이라고 설명했다. 원자력연구원이 2018년 암 진단용 '지르코늄-89'를 생산하기 전엔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당시 작은 실험쥐 한번 실험하는 양의 지르코늄-89 가격은 400만원. 원자력연구원이 국산화에 성공하자 생산단가는 4분의 1로 줄었다.

구리-67의 경우 반감기가 3일 정도여서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여러국가들이 수출 대상이다. 반감기란 일정기간이 지나면 방사성물질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는 반감기가 짧아 별도 저장해 놓고 사용할 수 없다. 원자력연구원에서 생산하는 것중에는 4시간도 채 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때그때 수요에 맞춰 생산하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어 한번에 많은 양을 생산해 저장할 수 없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