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은행권 대외채무 증가세...환율 급등에 외화상환 리스크 ↑

통화스왑 거래 통해 대규모 외화 조달 
해외투자 활발한 운용사 등에 공급 
원·달러 환율 4년만 최고치
외국계 자금 이탈 등으로 채무상환 난관 
원화 유동성 문제도 우려 

[파이낸셜뉴스] 은행권의 대외채무가 25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원·달러 환율에 따른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외국계 자금의 이탈과 이자 부담 등으로 인한 채무 상환의 어려움, 그리고 원화 유동성 문제 등이 제기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213조원이었던 은행권(예금취급기관) 대외채무는 2018년 말 236조원, 지난해 말 254조원으로 늘었다. 2년 전 대비 약 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단기 대외채무는 102조원에서 126조원으로, 장기 대외채무는 111조원에서 128조원으로 늘었다.

이처럼 대외채무가 증가한 주된 이유는 국내 은행들이 통화스왑(CRS) 거래를 통해 자본시장에서 대규모 외화를 조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기관·개인 투자자가 해외 주식·채권 등을 많이 투자하려고 하는데, 은행이 그 때 필요한 외화를 빌려주기 위함이다. 국내 자산운용사 수는 지난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 발표 이후 4년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내의 풍부한 원화가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들 자산운용사를 필두로 해외 주식·부동산·채권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달러·유로화 등을 비롯한 외화수요가 커지게 됐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국내은행 등과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해 해당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 자산운용사가 해외에 1억달러 건물을 매입할 때 자산운용사는 1억달러를 조달받는 조건으로 이에 상응하는 원화를 은행에 제공하고, 자산운용사는 은행에 리보(Libor·런던 은행간 금리) 등을 기준금리로 하는 변동금리 이자를 외화로 지급함과 더불어 은행은 자산운용사에 고정금리 이자를 원화로 지급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는 통화스왑의 변동금리 부분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 보통 3·6개월 단위로 지급하는 외화이자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국내은행 입장에선 긍정적 요인이 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기준금리를 1%포인트(100bp) 인하한데 이어 한국은행도 0.5%포인트(50bp) 인하했다.
인하 폭으로만 보면 원·달러 환율의 하락이 점쳐졌지만,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계 자금의 이탈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화 유동성이 풍부해 대외부채 상환 목적으로 외화를 적은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환율 상승과 대외 불안으로 인해 외국계 자금의 국내 유입이 원활히 되지 않는다면 대외채무 상환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화이자의 원화 환산치 상승으로 국내은행의 이자 부담을 늘리고, 통화스왑 만기 시점에 상환해야 할 외화부채에 대한 원화 환산치가 증가하게 된다"며 "보통 거래상대방과의 통화스왑을 통해 해당부채를 롤오버(roll over·만기 재연장)하는데,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경우 해당 외화를 조달하기 위해 더 많은 원화를 거래상대방에 담보성으로 제공해야 하며 이 때문에 국내은행의 원화 유동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