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의공학연구소 정광훈교수
뇌·조직 등 단백질·신경세포에
형광물질 100배 빠르게 입히는
ELAST 기술 개발·발표
정광훈 교수 연구팀이 뇌에 있는 지방을 제거하고 탄성이 좋은 폴리아크릴아미드를 채워 잡아 늘려도 단백질과 신경세포가 훼손되지 않는다. MIT 제공
재미 한인 과학자가 인간의 뇌 신비를 파헤칠 기술을 업그레이드했다. 연구진은 뇌를 단백질과 신경세포만 남겨 놓고 젤리형태의 투명뇌를 만들었다. 계속 기술을 발전시켜 이번에는 뇌 속 단백질과 신경세포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형광물질을 빨리 입힐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 기술은 현재까지도 완성하지 못한 뇌 지도를 만드는데 중요한 기반기술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의공학연구소 정광훈 교수는 19일(한국시간) 뇌 속 신경세포나 단백질에 형광물질을 100배 빠르게 입힐 수 있는 'ELAST' 기술을 개발했다고 국제적 학술지 '네이처 메소드'에 발표했다. 뇌나 다른 큰 조직의 세포나 분자를 쉽게 이미지화 하는 동시에 수년 동안 실험할 수 있을만큼 견고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정광훈 교수가 2013년 박사후연구원 시절 투명뇌(오른쪽)를 만들었다. 스탠퍼드대학 제공
■형광물질 염색 100배 빨라졌다
정광훈 교수는 'ELAST' 기술이 2013년 맨 처음 만든 투명뇌보다 형광물질을 입히는 속도가 100배 빠르다고 설명했다.
통상 병원이나 연구실에서 특정 단백질이나 세포를 관찰하기 위해 뇌를 0.02㎜ 두께로 잘라 형광물질로 염색한 뒤 현미경으로 들여다 본다.
형광물질을 조직에 입히는 시간은 두께의 제곱에 비례한다. 쥐의 뇌 두께가 1㎝ 정도인데 기존 방식으로 형광물질로 염색하면 두달정도 걸린다. 인간의 뇌에서 가장 두꺼운 부분은 15㎝로 기존방식으로 인간의 뇌 전체를 염색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정 교수의 ELAST 기술은 간단하다. 뇌에 있는 지방을 제거하고 탄성이 좋은 폴리아크릴아미드를 채운다. 그러면 뇌는 투명해지고 미세한 그물 구조가 형성된다. 단백질과 신경망, DNA 등은 그물 구조로 된 폴리아크릴아미드에 고정된다. 연구진은 조직의 세포와 분자가 그 안에 엉켜 그 과정에서 훼손되지 않고 늘어나거나 부딪히는 것을 견딜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뇌 조직을 폭이나 길이의 두 배로 동시에 늘리면서 두깨를 1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든 투명뇌는 잡아서 늘리거나 짓눌러 두께를 얇게 해 형광물질 염색이 빨리 되는 것이다.
정광훈 교수가 2016년 불투명한 생쥐의 뇌를 투명한 상태로 길이를 4배 이상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MIT 제공
■투명뇌 기술 업그레이드
모든 과학자들은 예전부터 절단하지 않은채 온전한 뇌를 통째로 보기를 원했다. 정 교수가 2013년 미국 스텐퍼드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지내면서 뇌 안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이른바 '투명(CLARITY)' 기법을 개발해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는 인체를 조직하는 성분 대신 화학물질을 이용한 것으로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다.
정 교수는 이 연구성과로 미국의 여러 대학의 러브콜을 받았고 결국 MIT를 선택해 연구를 계속 진행했다.
정 교수는 2016년 투명한 뇌를 4배로 확대하는 연구에 성공했다. 정 교수는 이때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생쥐의 뇌를 투명하게 만들고 길이를 4배 이상 확대해 기존에 보기 어려운 작은 신경세포 연결까지 확인했다"고 밝혔다.
화학물질로 신경세포의 단백질 복합체를 개별 단백질들로 분리했다. 그러자 하이드로겔도 팽창해 각각의 단백질들이 같은 간격으로 멀어졌다. 결국 생쥐의 투명한 뇌는 신경세포들의 연결 형태 그대로 길이가 4배 이상 커졌다.
정 교수는 이번 ELAST 기술을 공개하면서 "매우 소중한 자원인 뇌를 기증하는 것은 마치 도서관을 기증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각에는 가치 있는 정보가 담겨 있지만 도서관의 모든 책을 동시에 열람할 수는 없다. 우리는 도서관을 훼손하지 않고 계속 열람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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