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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어지는 트랜지스터 속도가 100배 빨라졌다

표준과학연구원, 간단하고 저렴한 전기화학적 공정 개발

휘어지는 트랜지스터 속도가 100배 빨라졌다
표준과학연구원 소재융합측정연구소 임경근 선임연구원이 수직으로 쌓은 고성능 유기 트랜지스터를 선보이고 있다. 표준과학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기존보다 100배 빠르고 3분의 1 수준의 전압으로 잘 휘어지는 유기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차세대 플렉서블 스마트기기의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소재융합측정연구소 임경근 선임연구원, 독일 드레스덴 공대, 홍콩 중문대 공동연구진이 새로운 유기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유기 트랜지스터는 플렉서블 스마트기기의 핵심 부품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유기 트랜지스터는 기존 제품대비 구동 속도가 최대 100배 증가, 구동 시 흐를 수 있는 최대 전류가 1만배 증가했다. 또한 구동에 필요한 전압은 3분의 1로 줄었다. 연구진은 또 p형 반도체, n형 반도체, 저분자와 고분자 등 유기 반도체 종류에 상관없이 균일한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임경근 선임연구원은 "이 기술은 형태가 자유롭게 변하는 디스플레이, 센서, 반도체 소자를 만들수 있어 차세대 스마트기기 개발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연구진은 비싸고 복잡한 공정 없이 간단한 전기화학적 공정만으로 유기 트랜지스터를 수직으로 쌓았다. 기존 수평 방식의 유기 트랜지스터보다 구동 속도 증가, 전류 증가, 전압 감소 등 모든 부분에서 개선을 이뤄 정보처리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공동연구진은 산업현장의 대표적 전기화학적 공정인 아노다이징에 주목해 트랜지스터에 응용했다. 기존의 깎아내고 붙이는 방식이 아닌, 화학반응을 통해 미세 구조체를 아래에서부터 쌓는 방식을 개발했다. 아노다이징은 수용액에 알루미늄 전극 패턴이 포함된 소자를 담그고 전압을 인가해 전극 표면에 일정한 형상의 산화알루미늄 산화막을 생성하는 공정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방식을 사용하면 전기화학적 처리만으로 나노미터(nm) 간격으로 미세하게 배열된 반도체 소자의 전극을 손쉽게 제작할 수 있다. 또 전자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제어해 수직구조 트랜지스터 성능을 향상할 수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에 게재됐다.

한편, 트랜지스터의 성능에 따라 디스플레이의 반응 속도, 컴퓨터의 처리 속도, 데이터 저장장치의 용량, 전력 소모량 등이 결정된다.

유기 트렌지스터는 무기물 반도체보다 구동 전력이 크고 반응시간이 느려 트랜지스터로서 성능이 제한돼왔다.

대다수 기업과 연구소 등은 반도체 소자를 조밀하게 배열하기 위해 포토리소그래피, 관통전극 등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 기술은 하나의 소자를 깎고 붙여 만드는 수작업과 같아서 기술 난이도가 클뿐더러 비용이 많이 든다. 또 무기 반도체에 적용되는 기술로 유기 반도체에는 적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