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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점심' 먹으라고?.. 수능일 점심시간 방역대책 전무

마스크 벗는 점심시간 감염 위험 우려
가림막 설치·환기 외 구체적 대책 없어
마스크 착용·손 씻기 등 기본수칙 중요

'코로나 점심' 먹으라고?.. 수능일 점심시간 방역대책 전무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자습하고 있는 고3 학생들.
[파이낸셜뉴스] 수능일에 점심마저 안전하게 먹지 못하게 됐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방역당국이 합동으로 수능 방역대책을 마련했지만 점심 중 감염위험을 방지할 뾰족한 대책이 없어서다. 교실 환기나 가림막 설치 외 집단감염을 막기 위한 더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수능은 치러진다. 2021학년도 수능은 다음달 3일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5시 40분까지 전국 1352개 시험장에서 실시된다. 응시자는 49만3433명이다. 교육부는 코로나19 방역관리를 위해 질병관리청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과 공동상황반을 구성, 합동대책을 마련했다. 시험장 입실 전 수험생은 손소독과 체온 측정, 증상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수능 시행일 1주 전인 이번달 26일부터 전 고교와 시험장 학교는 원격 수업으로 전환된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에 '점심시간'이라는 상수가 충분히 고려됐는지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라도 끼니를 거를 수 없는 수험생들은 안심하고 밥을 먹을 수 없다고 우려한다. 지난달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수능날 걱정이에요"라며 "문제 풀면서 물 마시거나 초콜릿 먹기, 점심식사, 양치할 때... 걱정이네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한 댓글 작성자는 "코로나 때문에 수능이 미뤄지기까지 했는데 당연히 걱정되죠"라며 "그래도 어른들이 신경써서 잘 조치해주실 것"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교육부 지침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1학년도 수능 시행 원활화 대책'에 따르면 거리두기 차원에서 각 시험실에 최대 24개 책상과 의자가 들어간다. 책상에는 비말 차단을 위해 60cm 높이의 아크릴 칸막이가 설치될 예정이다.

'코로나 점심' 먹으라고?.. 수능일 점심시간 방역대책 전무
2021학년도 수능 수험생 유형별 시험장. 출처=교육부.
문제는 점심 도중 학생들이 마스크를 벗을 경우 60cm 칸막이로는 비말 차단이 어렵다는 점이다. 에너지기술평가원은 완전한 비말 차단을 위해서는 칸막이 높이가 적어도 90cm는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수험생의 앉은키 등 신체조건에 따라 비말 차단이 제대로 안 될 수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험 볼 때는 마스크를 쓰고 조용히 있으니까 괜찮지만 식사할 때가 문제"라며 "시험 중간 쉬는시간에 학생들이 밀접 접촉을 하거나 점심시간에 마스크를 벗고 얘기할 때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학생들이 각자 자리에서 식사하고, 교실 공기를 환기하는 것 외에 아직 구체적 대책이 나오지 않은 것도 문제다. 학교마다 사용하는 책상이 다르고, 선택과목 인원도 달라서 '1.5m 이상 거리두기'가 지켜질지는 불분명하다. 교실 크기에 따라 어떤 학교는 점심식사 도중 안전 거리가 확보되는 반면 안전 거리가 지켜지지 않는 학교도 있을 수 있다.

또다른 문제가 방역 관리를 담당할 인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30개 고사실 기준으로 방역 검사 등 방역을 담당하는 교사가 3명 배치된다"라며 "관리본부 운영요원은 8명 정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집단감염 위험성이 클 것으로 우려되는 점심시간에 현재 배치된 인원으로 방역관리가 될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교육부와 방역당국이 한층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 교수는 "12월 3일까지 더 많은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데 정부에서는 지금 상황이 유지된다는 가정 하에 방역대책을 세우는 것이 문제"라며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된 상황에서 무증상자 등 확진자가 더 나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는 이틀째 세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9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26명 증가한 2만 7553명이다.

'코로나 점심' 먹으라고?.. 수능일 점심시간 방역대책 전무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한 달여 앞둔 2일 오후 대구 수성구 경신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김태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