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씨가 지난 3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텔레그램에서 성 착취물을 제작·공유한 혐의로 기소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4)이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이현우 부장판사)는 26일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과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또 10년간 신상정보 공개·고지, 10년간 아동·청소년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 제한,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1억604만여원 추징 등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전직 공무원 천모씨는 징역 15년, 전직 공익근무요원 강모씨는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박사방' 유료회원인 임모씨와 장모씨는 각각 징역 8년과 7년을 선고받았으며, 미성년자인 '태평양' 이모군은 장기 10년, 단기 5년을 선고받았다.
조씨는 재판에서 일부 혐의를 부인했으나 피해자와 합의하면서 기각된 협박죄를 제외하면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박사방 조직을 범죄집단으로 볼 수 없다는 피고인들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주빈과 공범이 아동·청소년 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이를 배포한다는 사실을 인식한 구성원들이 그 범행을 목적으로만 구성·가담한 조직”이라며 “박사방 등에서 조주빈이 만든 성착취물을 유포한다는 점과 참여자들이 조주빈을 추종하며 지시를 따른다는 점에서 범죄집단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조씨에 대해서는 "조주빈이 다양한 방법으로 다수의 피해자를 유인·협박해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오랜 기간 여러 사람에게 유포했다"며 "특히 많은 피해자의 신상을 공개해 복구 불가능한 피해를 줬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피해자를 속였을 뿐 협박하거나 강요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해 피해자가 법정에 나와 증언하게 했다"며 "범행의 중대성과 치밀함, 피해자의 수와 정도, 사회적 해악, 피고인의 태도를 고려하면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정에 장발로 나타난 조씨는 크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구치소로 향했다.
조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여성 피해자 수십 명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물을 촬영하고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 박사방을 통해 판매·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하기 위해 범죄단체를 조직한 혐의도 있다. 조씨와 박사방 가담자들은 조직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내부 규율을 만드는 등 음란물 공유 모임을 넘어선 범죄 단체를 조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판결이 나온 뒤 시민단체들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가해자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는 “오늘 판결은 여성 시민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며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중에서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된 첫 사례”라고 밝혔다. 이어 “조주빈 외 수많은 가해자가 법정에 서고 있지만 죗값을 제대로 받은 경우는 거의 없어 보인다”면서 “성착취의 근간을 찾아 발본색원하고 가해자들이 죗값을 받을 수 있게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단체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eNd)는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던 것을 언급하면서 징역 40년 선고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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