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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억류사태' 해결 난항..협상 평행선

이란측 "억류는 기술적 문제" 강조해
동결자금 70억달러, "즉각해결 바란다"

이란 '억류사태' 해결 난항..협상 평행선
지난 4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로 향하던 한국 국적 유조선이 걸프만에 오염물질을 배출한 혐의로 이란 해군에 적발돼 억류됐다. 사진은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것으로 알려진 한국케미호의 모습. (타이쿤쉬핑 제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지난 4일 억류된 한국 국적 선박과 한국인 선원 5명의 조기 석방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란이 선박 억류를 환경오염 물질 배출에 따른 기술적 문제임을 강조하고 있고 우리 정부에는 한국 내 동결된 이란자금 70억달러(7조6000억원)의 사용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현재 정부는 현지에서 선박과 선원들의 조속한 석방과 함께 이란 동결자금 문제를 풀기 위한 협상을 이란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란이 억류 문제를 정치적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동결자금 문제도 미국이 주도하는 대이란 제재 구도를 정부가 역행할 수 없기 때문에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2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란을 방문 중인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11일(현지시간) 카말 하르라지 외교정책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만났다. 하르라지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외교 고문이다.

최 차관은 이날 카운터파트인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정무차관과 오찬을 가졌으며,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부 장관,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와도 면담했다.

최 차관은 이란 인사들과의 면담에서 억류 문제의 해결에 대해 요청했지만 이란 측은 억류 문제는 환경오염 물질 배출에 따른 기술적 문제고 이란 정부가 사법 절차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란의 이 같은 대응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 제시를 요구했지만 이란 외교당국은 "유관부서에 증거를 요청했다"면서 아직까지 증거 제출을 하지 않고 있다.

자리프 장관은 최 차관과의 회담에서 "한국 내 동결 자산은 양국 관계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이고, 한국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해달라"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여파를 고려할 때 양국 관계의 우선순위는 한국 내 동결된 우리 금융 자산에 대한 접근을 허용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차관은 12일까지 이란에 머무르고 모즈타바 졸누리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 마흐무드 헤크마트니아 법무부 차관 등 이란 정부 주요 인사와 세이에드 모하메드 마란디 테헤란대 교수와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