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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게임스탑 책임공방 "월가 기득권 vs 선동당한 개미"

美 게임스탑 책임공방 "월가 기득권 vs 선동당한 개미"
미국 증권 거래 어플리케이션 '로빈후드'의 모바일 아이콘.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주 미국 증시에서 게임스탑 주식을 둘러싼 공매도 세력과 소액 개인 투자자(개미)의 전쟁이 주가 폭락으로 일단락되면서 사태의 책임에 대한 공방이 시작됐다. 미 정치권은 공매도 세력과 증권사를 규탄했으며 증권업계는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새로운 주가조작이 가능해졌다며 개미들의 피해를 우려했다.

뉴욕 증시의 게임스탑 주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주당 325달러까지 올라 올 한해 1625%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1일 전장 대비 30.8% 폭락해 2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로빈후드’, 월가 세력 감쌌나?
이번 공매도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격전이 벌어졌던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였다. 로빈후드는 2014년 시작된 증권 거래 어플리케이션으로 거래 수수료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블래드 테네브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2011년 월가 점령 운동에 영감을 받아 수수료로 폭리를 취하는 월가를 규탄한다는 의미로 회사 이름부터 의적 로빈 후드로 지었다. 해당 앱은 1300만개 이상의 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20~30대이기도 하다.

그러니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1일 관계자를 인용해 테네브가 다음달 18일 열리는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다고 전했다. 로빈후드는 공매도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달 28일 게임스탑을 포함해 13개 종목의 매수를 제한했고 다음날에는 50개로 늘렸다.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로빈후드가 개미들의 매수만 중단시켰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의 맥신 워터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은 공매도를 노리는 헤지펀드가 매수 중단 조치에 개입했는지 조사하겠다고 예고했다.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로빈후드를 상대로 이미 10개주에서 최소 30건의 소송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테네브는 지난달 31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까지 참여한 온라인 설명회에서 해명에 나섰다. 머스크는 테네브에게 헤지펀드에 얼마나 의존하느냐고 물었고 테네브는 "헤지펀드가 주식 거래 제한을 압박했다는 소문은 거짓이다"고 반박했다. 그는 "파생상품 거래와 관련한 미 증권정산소(NSCC)가 요구하는 의무예치금이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에 거래를 중단했다"며 NSCC가 게임스탑 주가 변동성이 커지자 회사의 납입 능력을 넘어서는 30억달러(약 3조3474억원)의 예치금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1일 미 언론들은 로빈후드가 급하게 자금 조달에 나서 겨우 24억달러를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선동에 오른 주가, 개미에게 피해
미 정치권과는 달리 증권업계의 관계자들은 헤지펀드보다 갑작스레 매수에 참여한 개미들에 주목했다. 게임스탑 주가는 기록적인 상승률에도 불구하고 결국 폭락했다.

공매도는 없는 주식을 먼저 빌려 팔고 나중에 빌린 주식을 갚는 계약으로 갚을 주식 가격이 떨어질수록 이익을 본다. 게임스탑은 37년 역사의 게임 유통기업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헤지펀드의 공매도 표적이 되었다. 이에 미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서는 게이머를 중심으로 게임스탑 주가를 올려 기업을 살리자는 운동이 시작되었고 향후 개미들의 공매도 세력 타도 운동으로 번졌다.

익명의 증권 CEO는 폴리티코를 통해 "아무나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가서 특정 주식이나 상품을 사라고 선동한 다음 개미들이 따라 붙으면 던져버리고 이런 짓을 반복한다"고 경고했다. 레딧의 증권방인 '월스트리트베츠(WSB)'에는 지난달 28일부터 은 현물을 사라는 글들이 급증했고 은 가격은 1일 하루 8.29% 급등했다. 이번 은 랠리에는 특히 게임스탑에 투자했던 개미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 와중에 WSB에는 게임스탑을 버리고 은을 사는 행위가 헤지펀드에 맞서자는 대의를 저버리는 짓이라는 호소문이 올라왔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달 29일 게임스탑 사건과 관련해 위법행위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으며 현지 언론들은 일부 레딧 사용자들이 주가조작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미 투자정보업체 비안코리서치의 짐 비안코 창업자는 로빈후드의 등장으로 개미들이 수수료 걱정 없이 즉흥적으로 투자할 길이 열렸다며 이번 사태가 증시의 미래라고 설명했다.
폴리티코와 만난 익명의 월가 CEO는 이번 공매도 전쟁이 재발하면 "확실히 어떤 헤지펀드들은 손해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대부분은 괜찮을 것이고 대형 증권사도 괜찮을 것이다.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남겨진 개미들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