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시민 안철수입니다, 국민청원에는 답하니까 올렸다”
박영선 “언론 통해 말할 수 있는데...왜 굳이 청원 이용하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의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글 게시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인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청원을 올릴 수 있다는 의견과 공적 신분을 내려놓고 발언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붙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논란을 가속화시켰다. 박 후보는 안 후보가 청원 글을 게시한 다음 날인 14일 페이스북에 ‘서울시장 코스프레 하시던 안 후보님, 이제는 일반시민이라니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안 후보 같은 사람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게 적절한지 묻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후보는 이어 “과거 대선후보였고, 현재는 공당 대표에 서울시장 후보인데, 언제든 언론에 본인 주장을 말할 수 있지 않은가”라며 “굳이 청원 게시판을 이용한 의도는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안 후보는 국민청원 게시판에 ‘시민 안철수입니다. 신도시 투기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마음을 담아 공직자들의 신도시 투기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청원을 올렸다. 정부 합동조사단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1차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검찰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께서는 현재 제1야당(국민의힘) 대표와도 만남이나 대화가 없었던 것 같다”며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곳에 글을 올렸다. 국민청원에는 반응을 하시기 때문”이라고 게시 배경을 설명했다. 청와대는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게시물 내용에 대해 한 달 내 응답하게 돼있다.
사진=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페이스북 갈무리
하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힘든 시민들이 최후 수단으로 사용하는 목적으로 개설된 국민청원 게시판이 정치인들의 발언 창구로 오용되는 데 대한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야인이 아닌 현직 정치인이 언론 등의 공식 소통 창구나 개인 SNS를 이용하지 않는 것은 시민 공간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더해 국민의 게시판이 정치판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박 후보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국민청원 게시판을 정략의 장으로 만들어서야 되겠나”라고 비판한 이유이기도 하다.
누리꾼들 역시 “시민 안철수??”, “국민 분노를 이용하는 건가”, “선거가 그리 급했나”, “청와대 앞에 가서 1인 시위를 해라” 등의 반응을 내놨다.
반면 정치인도 시민으로서 충분히 국민청원 게시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당초 정치인의 게시판 진입을 막아둔 것도 아닌 데다, 어느 선까지를 정치인 혹은 공인으로 규정할지도 애매한 탓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구구절절 맞다, 내가 하고 싶던 말이다”, “국민청원 동참하고 싶다”, “대통령님 답변 바란다” 등의 입장을 표했다. 심지어 “청원 사이트 주소를 기사 제목으로 해달라”는 기사 댓글도 있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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