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엔 결의 위반' 주장엔 "강도적 주장"
바이든 대북정책 앞두고 연일 담화 발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30일 담화를 내고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미국산 앵무새라고 칭찬해도 노엽지 않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를 맹비난했다. 미국이 북한 미사일발사를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한 데 대해서는 "강도적 주장"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미연합훈련 시행 이후 북한 외무성, 당 중앙군사위원회 고위 당국자들이 잇따라 한미 양국을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 연일 경고 메시지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막바지에 접어든 상황에서, 북한이 '수위 조절'을 통해 미국 반응을 관망하는 한편 대북 적대정책 대신 유화정책으로 선회하라는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 부부장은 문 대통령의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를 두고 "분계선 너머 남녘 땅에서 울려나오는 잡다한 소리들을 접할 때마다 아연해짐을 금할 수 없다"며 "초보적인 논리도 체면도 상실했다. 미국산 앵무새라고 칭찬해도 노엽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6일 문 대통령은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에서 전날(25일)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와 관련 "지금은 남·북·미 모두가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며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김 부부장은 이에 대해 "당당한 우리의 자주권에 속하는 국방력 강화 조치가 남녘 동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려고 노력하는 때에 어려움을 줬다는 것"이라며 "실로 뻔뻔스러움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특히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최첨단 전략무기 개발을 높이 평가한 발언과 올해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를 비교하며 "너무나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순된 연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과 남의 같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한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놓고 저들(남한)이 한 것은 조선반도 평화와 대화를 위한 것이고, 우리(북한)이 한 것은 남녘 동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것이라니 그 철면피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 정부도 무기 개발을 하면서 북한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데 대해 반발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3일 국방과학연구소 대전본부를 찾아 탄도미사일 '현무4' 개발을 격려, "소총 한 자루 제대로 만들지 못하던 시절에 창설돼 이제는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충분한 사거리와 세계 최대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갖춘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정확도와 강력한 파괴력을 갖춘 최첨단 전략무기들을 보니 참으로 든든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김 부부장은 "초보적인 논리도, 체면도 상실한 것"이라며 "이처럼 비논리적이고 후안무치한 행태는 우리의 자위권을 유엔 결의 위반이니,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니 하며 걸고 드는 미국의 강도적인 주장을 덜함도 더함도 없이 신통하게 빼닮은 꼴"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을 향해 "미국산 앵무새라고 칭찬해주어도 노여울 것은 없을 것"이라며 "자가당착이라고 할까, 자승자박이라고 할까.. 틈틈이 세상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 좀 돌아보는 것이 어떤가 싶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뉴스1.
김 부부장의 담화는 문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지만 큰 맥락에서 보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비판하고 있다. 앞서 조철수 외무성 국제기구국장,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담화를 통해 미국의 '유엔 결의 위반' 주장에 대해 "자위권 침해"라고 강하게 반발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조철수 외무성 국제기구국장은 29일 담화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개 회의가 소집된 것을 두고 "주권국가에 대한 무시이며 명백한 이중기준"이라며 "보다 엄중한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미국이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회의를 요청한 것과 관련 "(대북제재위 회의에서) 미국은 우리의 자위적 조치를 '유엔 결의 위반'으로 걸고 들면서 '제재 이행 강화'와 '추가 제재 적용'을 주장했다"며 "우리 국가의 자위권에 속하는 정상적인 활동을 문제시하는 것은 주권 국가에 대한 무시이며 명백한 이중기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북한은 "유엔 안보리가 이중기준에 계속 매달린다면 조선반도에서 정세 완화가 아닌 격화를, 대화가 아닌 대결만을 부추기게 될 것"이라며 "우리의 자위권을 침해하려는 시도는 기필코 상응한 대응조치를 유발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아울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 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규정, "상응해서 대응하겠다"고 한 데 대해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27일 담화를 통해 "미국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우리 국가의 자위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이며 도발"이라며 반발했다.
이번주 후반 미국 워싱턴 DC에서 '바이든 행정부 대북정책 검토 결과'를 주요 의제로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북한이 '비난 담화 발표→미사일 발사→미국 반응 관망→미국 반응에 대한 반발'이라는 일련의 '수위 조절' 과정을 통해 미국 대북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한편 미국에 대북 유화정책으로의 선회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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