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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자가격리자 있으면 유치원도 못 가…돌봄 공백 어쩌나

“맡길 사람 없어” 아이끼리 노는 경우도 많아 
서울시 “별도 돌봄 인력 제공 안 해 여건 안돼”

집에 자가격리자 있으면 유치원도 못 가…돌봄 공백 어쩌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적용에 따라 서울 학교들이 원격수업으로 전환된 가운데 14일 오전 서울 성동구 무학초등학교 긴급돌봄교실에서 2학년 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1.직장인 김모씨(33)는 최근 직장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2주간 자가격리를 하게 됐다. 김씨는 "남편도 직장에 다녀 결국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아이를 맡겼다"며 "봐줄 사람이 없는 사람은 아이들끼리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2.회사에 확진자 발생으로 최근 자가격리에 들어간 직장인 김모씨(35)도 자가격리대상자가 되면서 두 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걱정이다. "남편이 있지만, 회사로 출근해야 해 아이 둘을 혼자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음성판정을 받긴 했지만, 아이를 제대로 잘 돌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수도권에서 지방까지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확산됨에 따라 자가격리자 급증으로 돌봄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조부모 집에 맡기거나, 아이들끼리 시간을 보내는 경우 마저 생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에 대해 연령대별로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여러 가지 상황에서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모아 돌봄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방안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150명으로 이 중 서울지역 확진자는 약 3분의1에 해당하는 362명에 달한다. 이날 서울시 자가격리자는 접촉자와 해외입국자를 포함해 모두 2만2795명이다. 확진자가 폭증한 7월 내내 서울시의 자가격리자는 2만2000~2만3000여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자가격리자는 지침상 독립된 공간에서 생활해야 한다. 또 노인과 임산부, 아이 등과의 접촉이 금지된다.

가족 등 동거인이 자가격리 통보를 받는 경우, 해제 시까지 등원할 수 없어 별도의 어린이집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자가격리자의 집에 어린아이가 있는 경우 사실상 아이를 돌보기 어려워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지만, 서울시는 자가격리자를 대상으로 한 별도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여건이 여의치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야간과 휴일에도 긴급돌봄이 가능한 ‘365열린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동거인 중 자가격리자가 있는 아이는 등원할 수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자가격리를 할 경우 별도의 돌봄 인력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다”며 “구조적으로 자가격리자들을 위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별도의 시설이나 인력 등을 마련할 실무적인 여력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다양한 사각지대에 대한 시설·인력 지원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근본적으로는 불가피한 경우 일이나 학교를 쉴 수 있도록 사회적 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전염병 방역의 특성상 어떤 돌봄 서비스로도 해결할 수 없는 지점”이라며 “팬데믹 상황에서도 일할 수밖에 없는 부담과 사회안전망의 부재가 오히려 방역에 허점을 만들고 있다. 아프거나 가정에 일이 있을 때 일이나 학교를 쉴 수 있는 것은 우리 삶의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가의 문제와도 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