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강남시선] 기업 눈치 안보는 '베스트 리포트' 기대

[강남시선] 기업 눈치 안보는 '베스트 리포트' 기대
오는 6일 카카오뱅크 상장을 앞두고 묘한 긴장감이 감돈다. 소위 '따상' '따상상'이라는 기대감만 있던 이전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SKIET 등 IPO 대어들의 상장 당시와는 다른 분위기다. 이전과 비슷하게 공모주 청약에 58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몰린 것을 고려하면 다소 이상한 분위기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최근 상장된 대형 IPO 기업 주가가 기대치를 밑돈 영향도 있을 것이고, 코스피가 게걸음을 보이고 있는 것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 생각으로 가장 큰 이유는 공모 청약 시기에 나온 분석보고서 때문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 공모주 청약 첫날인 7월 26일 '뜻밖의' 보고서가 나왔다. BNK증권이 카카오뱅크 목표주가를 2만4000원으로 제시하며 공모주 청약에 나서지 말 것을 조언한 것이다. 목표주가는 공모가격 3만9000원에 비해 38%나 낮은 수준이다.

기자가 '뜻밖의'라는 단어를 쓴 것은 국내 증권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매도' 의견의 보고서였기 때문이다. 실제 이 보고서에 증권가는 큰 술렁거림이 있기도 했다.

국내 증시에서 매도 의견 보고서를 접하는 것은 드물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외 증권사들이 최근 1년간 내놓은 분석보고서 중에 '매도' 의견 비중은 3.5%다. 기업 분석자료 1000개 가운데 35개 정도만 팔라는 조언을 한 것이다.

국내 32개 증권사들로 국한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같은 기간 국내 증권사들이 제시한 리포트 가운데 매도 의견 비중은 0.6%에 불과하다. 7월 30일 제시된 240여개 기업 분석보고서 중에 매도 의견은 단 하나도 없었다.

최근 1년간 메리츠증권과 부국증권, 대신증권 등 7개 증권사만 투자자에게 주의하라는 보고서를 냈을 뿐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매도 리포트가 적은 것은 기업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평가를 할 경우 향후 그 기업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불가능해진다는 말도 돌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매도 의견을 돌려서 '보유' 등의 의견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기업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증권시장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정보의 비대칭이다. 증시에서 개미는 항상 손해를 본다는 자조적인 말에는 정보의 한계에서 오는 불평등이 바탕에 깔려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매수 편중 의견으로 국내 증권사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국내 증권사의 '매수' 의견보다는 외국계의 '매도' 리포트에 더 크게 반응한다. 모간스탠리가 지난 5월 삼성SDI에 대해 매도 의견을 제시하자 주가는 5%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당시 국내 증권사들은 대부분 매수 의견을 제시하고 있었다.

국내 증권사들은 외형적으로는 글로벌 투자은행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 분석에서는 이전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형뿐 아니라 실력에서도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더 솔직하고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투자 판단과 결과는 투자자의 몫이다. 전문가들은 있는 그대로의 정보만 전달하면 된다.

앞으로 더 냉철하고 용기 있는 '뜻밖의' 분석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증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