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훈련 첫 날 '또 경고한' 김여정
"반드시 대가 치르게 될 자멸적 행동"
정부 "예단 않고 北 태도 예의주시"
전문가들, 도발-관망 사이 전망 엇갈려
"SLBM 도발 가능성" vs. "관망 이어갈 것"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김여정 당 부부장. 사진=뉴스1.
8월 2일 오후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계류장에서 미군 헬기가 이륙하고 있다. 대남 업무를 총괄하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8월 중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겨냥해 '북남관계(남북관계)의 앞길을 더욱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라며 한국 정부의 결단에 남북 관계 향방이 달려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10일 한·미 연합훈련 첫 날 "이번 합동군사연습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자멸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우선 청와대와 정부는 북한 태도를 주시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군사적 도발과 관망세 유지 사이에서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성향 등을 고려할 때 군사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과 동시에, 북한이 내치 상황을 감안해 수위를 조절할 것이란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김 부부장은 이날 오전 8시께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내외의 한결같은 규탄과 배격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남조선군은 끝끝내 정세 불안정을 촉진시키는 합동군사연습을 개시했다"며 한미 양국을 향해 날을 세웠다. 앞서 지난 1일 김 부부장이 연합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담화를 발표한 지 9일 만이다.
특히 김 부부장은 당초 밝힌대로 '강대강·선대선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며, "우리는 날로 가중되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절대적 억제력을 보다 강화하는 데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부는 북한의 태도를 면밀히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기존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며 예의주시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정부는 담화 의도나 북한 대응에 대해 예단하지 않겠다. 북한의 태도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자는 남북 정상간 친서 교환이 이뤄진 점을 들어, 관계 개선을 위한 의지를 피력했다. 남북간 통신연락선 복원 등의 모멘텀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소 엇갈렸다.
일부는 김여정 부부장이 과거 원색적 비난과 달리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상황을 관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김여정 담화는 예년에 비해 강도가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나름 수위를 관리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김여정 담화 특유의 독설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차 위원은 "8.15 경축사 이후 북한 반응을 봐야겠지만, 당분간 북한은 대남 도발보다는 주시와 관망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북한이 '강대강 원칙'에 따라 군사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북한이 직면한 자연재해, 코로나 상황 등으로 강경대응의 수위는 조절할 것으로 보이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과감한 스타일을 고려하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신형전략무기 대응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예상했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내정자는 이날 CBS 라디오에서 "통상적으로 봤을 때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이나 장사정포를 발사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8·15 광복절 축사 이후 북한 반응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9월은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주년이 되는 시기로, 유엔 총회를 계기로 남북이 대화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과거에도 연합훈련 기간에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극도로 끌어 올렸다가 훈련이 종료된 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유화정책으로 전환했다"며 "김여정 담화에 지나치게 반응하지 말고 긴 호흡과 대전략을 가지고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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