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엄마, 이제 참지 말고 이혼하세요. 저도 다 컸어요."
23년간 결혼 생활을 이어온 60대 김씨는 지난달 딸에게 이 같은 얘기를 듣고 이혼을 결심했다. 김씨는 남편이 가정에 충실하지 않아 10년이 넘도록 다퉈왔지만 자식들이 상처 받을까봐 이혼을 하지 않고 결혼 생활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딸의 얘기를 듣고 20년이 넘는 결혼 생활을 끝냈다.
최근 전체 이혼 건수는 줄고 있지만 황혼 이혼은 늘고 있다. 예전에는 이혼을 '인생의 오점'으로 생각해 끝까지 참고 사는 노부부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힘들게 남은 인생을 참느니 이제라도 내 인생을 찾겠다'는 부부가 증가하고 있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이혼 건수는 1980년대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1981년 이혼 건수는 2만4278건에서 매년 증가하다 1998년 11만6294건으로 처음 10만건을 넘겼다. 이후 2003년까지 증가세를 보이다 이후 점차 감소했다.
지난해 이혼건수는 10만650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결혼을 하는 사람이 줄면서 자연스레 이혼건수도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혼인 지속기간이 20년 이상 된 부부의 황혼 이혼은 증가하는 추세다. 황혼 이혼 건수는 1990년 2363건에서 1998년 1만4375건으로 처음으로 1만건을 넘어섰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전체 이혼 건수의 40%를 넘어설 정도로 늘었다. 1·4분기 이혼은 2만5206건으로 전년 대비 3.5% 늘었다. 이 가운데 40.4%인 1만191건이 황혼 이혼이다.
지난해 3만9671건으로 집계된 황혼이혼은 올해 4만건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1·4분기 황혼이혼은 작년 1·4분기 8719건보다 16.9% 증가했다. 전체 이혼 건수 대비 황혼 이혼 비율은 2019년 34.7%에서 지난해 37.2%로 증가했다. 올해 1·4분기와 같은 증가세를 유지한다면 4만건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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