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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난민 보내지 마'...EU, 아프간 주변에 8200억 지원

'유럽에 난민 보내지 마'...EU, 아프간 주변에 8200억 지원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독일 람스타인의 미군 공군기지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2014년 시리아 내전 이후 지중해를 넘어오는 난민으로 몸살을 앓았던 유럽연합(EU)이 아프가니스탄 주변 국가에 6억유로(약 8212억원)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아프간 주변에서 난민을 흡수해 유럽까지 보내지 말아달라는 의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에서 EU 관계자를 인용해 EU가 파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을 비롯한 아프간 주변국에 난민 정착 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지원 대상에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까지 들어갈 수 있다. 해당 금액은 10억유로(약 1조3674억원) 규모의 아프간 지원금 가운데 일부다.

같은날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아프간 인접국의 국경 관리와 테러 대응을 위해 EU 차원에서 1억유로(약 1400억원)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독일 역시 5억유로(약 6800억원)를 내놓기로 했다. 마스는 앞서 터키와 카타르 등 아프간 관련 5개국을 방문해 난민 문제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EU가 지갑을 연 이유는 난민을 받지 않기 위해서다. EU에는 2014년 이후 시리아 내전과 이슬람국가(IS)를 피해 중동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오면서 엄청난 혼란이 벌어졌다. 지중해 난민 사태는 아직도 진행중이며 난민 사태로 인해 남유럽·동유럽과 중부 유럽 사이에 난민 책임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역시 난민 문제에 큰 영향을 받았다. EU는 고육지책으로 일단 터키에 돈을 주고 중동 난민들이 유럽으로 진입하지 못하게 붙잡아 달라고 부탁했다.

아프가니스탄이 이달 무너지면서 똑같은 난민 사태가 예상되고 있다. EU 내무장관들은 지난달 31일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난민 수용 규모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여성과 어린이 등 취약자를 우선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수용 규모를 정하지 못했다. EU를 탈퇴한 영국은 일단 앞으로 5년간 2만명의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아프간 주변국이 EU가 제안한 거래에 응할 지는 미지수다. 무함마드 파이살 독일 주재 파키스탄 대사는 파키스탄이 이미 300만~400만명의 아프간 난민을 수용했다며 “크고 부유한 국가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우즈베키스탄은 마스가 방문한 직후 아프간과 접한 국경을 폐쇄했다. 파트메 아샤라피 이란 난민여성아동보호협회는 이란 내 아프간 난민이 300만~400만명이라며 난민 아동 50만명의 학비만 연간 3억달러(약 3479억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지원은 500만달러에도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