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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수탁사업, 은행 수익 다각화 방법 될 것"

한국금융연구원, 은행 산업 동향 보고서 발간
은행 이자수익 22조, 비이자수익은 2조…10% 불과
"가상자산 수탁업 기회 찾아야…제도 정비도 필수"

[파이낸셜뉴스] 한국금융연구원이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 사업을 은행의 수익 다각화 방안으로 제시했다. 올 상반기 국내 은행들의 이자수익이 전체 수익의 90%에 달하는 등 은행의 이자수익 편중 현상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현재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을 최대 화두로 외치며 비즈니스 체질 변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이 전통 은행의 돌파구로 제시된 것이다.

"은행, 이자수익이 90%…편중 해소해야"

"가상자산 수탁사업, 은행 수익 다각화 방법 될 것"
한국금융연구원이 대출 등 이자수익에 편중된 은행의 수익 모델을 디지털 금융을 통해 다각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사진=뉴스1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연구원 이순호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은행 산업 동향 보고서에서 은행 수익 다각화 방안으로 가상자산 수탁업을 지목했다. 신뢰도 높은 글로벌 은행들이 급성장세를 띄고 있는 가상자산 시장에 신속히 대응하고 있는 것처럼 국내 은행들도 가상자산 사업을 신규 사업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그동안 은행들이 대출 이자수익 외에 비이자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왔음에도 뚜렷한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은행의 비이자수익 비중은 총이익의 10~1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 1999년과 2007년 은행의 이자수익 비중이 각각 71%, 51%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자수익 편중 현상이 더욱 심화된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의 경우 그동안 트레이딩과 자산보관, 신탁, 프라이빗뱅커(PB) 등으로 은행 내 고수익 비이자 수익원을 발굴해왔지만, 아직 글로벌 은행 대비 총이익에서 비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편"이라며 "현재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 해외 은행들의 비이자수익은 총이익의 30~5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 국내 은행의 상반기 이자수익은 22조 100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대비 1조 7000억원이 늘어난 반면, 비이자수익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을 제외한 18개 은행의 비이자수익은 2조 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00억원 줄었다. 반면 대출 자산이 늘면서 이자수익은 늘었다.

"안전한 가상자산 수탁에 주목해야"
"가상자산 수탁사업, 은행 수익 다각화 방법 될 것"
한국금융연구원은 수익 다각화를 위한 디지털 금융 비즈니스로 크게 BaaS와 가상자산 수탁 모델을 제시했다.

이 연구위원은 수익 다각화를 위한 디지털 금융 비즈니스로 크게 BaaS(Banking as a Service)와 가상자산 수탁 사업을 제시했다. 그는 "수익 다각화는 현재 은행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다"며 "디지털 금융에서 은행에게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BaaS는 은행이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외부 사업자에 제공해 사업자가 자사 서비스에 은행서비스를 탑재할 수 있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은행은 이를 통해 수수료 수익과 새로운 고객을 확보가 가능하다.

가상자산 시장은 최근 대두되는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와 안전한 가상자산 보관 관점에서 은행의 진출 기회가 높다. 일례로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치방크는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독일 연방금융감독청(BaFIN)에 가상자산 수탁업 면허를 신청했다.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지난해 7월 현지 은행이 가상자산 수탁업을 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발표했다. OCC는 가상자산 수탁, 즉 개인키 보관 업무가 기존에 은행이 하던 자금 수탁과 동일한 영역이라 해석한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몇몇 은행은 현재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가상자산 수탁 전문사에 재무 및 전략 투자가로 참여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가상자산 수탁과 거래와 관련한 명확한 규제법률이 없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충분한 논의를 통해 가상자산 제반 제도와 인프라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srk@fnnews.com 김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