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장류 등 가공식품 가격
이달부터 줄줄이 인상 앞둬
가계 대출금리도 상승세
서민은 벌어도 겁나는 상황
서울 관악구에 사는 이모씨(32)는 2일 올해 설 명절은 우울했다고 했다. 결혼 후 맞은 첫 설이었지만 치솟은 물가에 우선 맥이 빠졌다. 이씨는 "오미크론 확산으로 모이지도 못해 음식을 장만해 나눠볼까 싶어 연휴 전 장을 봤는데 40만원이 훌쩍 넘게 나왔다"며 "회사의 명절 떡값은 매년 30만원으로 같은데 물가는 너무 올라 한숨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더구나 신용대출까지 받아 신혼 전셋집을 마련했다. 대출금리까지 오른다는 소식에 밤잠까지 설쳤다.
■누른 설 물가, 체감도는 여전
정부가 내놓은 물가 데이터로는 설 명절 이전 물가가 오른 게 아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설 명절 1주일 앞둔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차례상 차림비용은 전통시장이 26만7000원, 대형유통업체가 35만6000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0.1%, 4.7% 하락했다. 정부가 "쌀과 16대 설 성수품 가격이 20여일 만에 내렸다"고 하는 근거다.
데이터가 아닌 물가에 대한 체감도가 문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내렸다고는 하는데 1월 초에 비해 조금 내린 것이지 그 전에 이미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4인가족이 떡국이라도 해 먹으려면 몇 만원은 훌쩍 들고, 100% 올랐다고 해도 300% 오른 품목도 많고 거기서 5% 떨어졌다고 하면 누가 체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설 연휴 전이었던 1월보다 2월 물가상승세가 더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미크론이 확산됐던 이번 설 명절은 과거처럼 수요가 큰 폭 늘었던 명절은 아니었다"며 "덜 모였기 때문에 그냥 일상생활의 연장이어서 2월에도 수요는 줄지 않을 거고 (공급측면은 차치하고도 수요측면에서도) 물가불안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2월부터 돼지고기, 계란 등 식품 원재료 상승 후폭풍으로 가공식품 가격인상 줄줄이 예고돼 있다. 밥상물가 급등 우려가 높아지는 이유다.
파리바게뜨는 오는 9일부터 빵·케이크 제품 66종의 가격을 평균 6.7% 올린다. CJ제일제당은 3일부터 장류 가격을 평균 9.5% 인상한다. 대상도 오는 7일부터 장류 가격을 평균 11.3% 올린다. 원료비와 각종 제반 비용상승이 제품가 인상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가격 급등 원재료에 대한 할당관세 운용, 식품분야 신성장·원천기술 연구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등을 제시하면 식품업계 협조를 요청했지만 한계에 다다른 형국이다.
■금리까지 상승…부채상환 부담 가중
물가불안은 금리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플레 악순환을 우려한 한국은행이 지난해 하반기와 올 1월까지 3차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시장금리 또한 동반 상승하고 있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주택을 매입한 영끌족 등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은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12월 은행권의 12월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3.66%로 전월 대비 0.05%p 올랐다. 7개월 연속 상승했다. 2018년 8월(3.66%) 이후 최고치다. 가계대출 중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5.12%를 나타냈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63%를 기록했다. 특히 주담대 금리는 2014년 5월(3.63%) 이후 가장 높았다. 7년7개월 만에 최고치다.
한은이 최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대출금리가 0.25%p 오르면 가계의 연간 이자부담 규모는 대출자 1인당 평균 16만1000원이 늘어난다.
3번의 금리인상 후 개인당 평균 이자부담 증가분은 48만3000만원에 달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도 예고돼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들은 저금리가 상수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금리상승 국면에 대비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김현철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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