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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O 이미 늦었다..ICO 등 전반적 제도 설계할 시점"

박선영 동국대 교수, 국회 토론회서 주장
"블록체인 산업, 이미 빅테크 전환 단계"
"지난해 40조 블록체인 투자..VC가 주도"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거래소를 통한 가상자산 초기 발행'(IEO) 허용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가상자산 초기 발행'(ICO) 허용을 포함한 전반적 제도 설계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글로벌 블록체인 산업의 성장 단계가 IEO를 통한 자금조달이 필요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국내 블록체인 산업이 중앙화거래소(CeFi) 위주로 구성돼 있다보니 IEO 도입이 초래할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블록체인 생태계, 메이저 플레이어→빅테크 전환 단계"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 등이 공동 주최한 '새 정부의 디지털자산 정책의 쟁점과 전망' 토론회에서 "IEO 허용 논의는 블록체인 생태계 발전의 맥락에 맞지 않다"며 "총론적 관점에서 ICO 등 전반적인 제도 설계와 공적 인프라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각론 수준 논의에서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IEO 이미 늦었다..ICO 등 전반적 제도 설계할 시점"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 등이 공동 주최한 '새 정부의 디지털자산 정책의 쟁점과 전망' 토론회에서 "IEO 허용 논의는 블록체인 생태계 발전의 맥락에 맞지 않다"며 "총론적 관점에서 ICO 등 전반적인 제도 설계와 공적 인프라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각론 수준 논의에서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튜브 '코사인' 캡쳐/사진=fnDB

박선영 교수는 최근 ICO나 IEO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ICO는 2017~2018년 급격히 증가했다가 점차 감소 중"이라며 "IEO는 ICO의 5~6%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ICO가 활발하던) 2017년 블록체인 생태계가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때 크고 작은 웹사이트 수천개가 나왔던 시장과 유사하지만 현재는 야후 라이코스 등 수십개 메이저 플레이어는 나왔지만 빅테크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는 주요 프로젝트들이 글로벌 벤처캐피탈(VC)들의 백업을 받으며 거의 '캐시 버닝'(소비자 인지도 상승을 위해 원가 밑으로 서비스·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하면서 블록체인계의 빅테크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생태계의 발전으로 각 프로젝트들의 자금조달 방식이 ICO나 IEO에서 VC들의 대규모 투자를 받는 것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40조 투자 역대 총합보다 많아..VC가 주도"

박 교수는 "2021년 블록체인 생태계에는 40조원 정도가 투자됐다는 통계가 있는데, 이는 과거 모든 투자보다도 많은 것"이라며 "평균 투자금액도 3600억원 정도로 대규모화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21년 4분기 투자 가운데 60% 이상은 초기 스타트업에 시드 형태로 일어났다"며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의 자금조달은 글로벌 VC 중심으로 ICO 대신 대규모 프라이빗 코인 세일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IEO 이미 늦었다..ICO 등 전반적 제도 설계할 시점"
박 교수는 CeFi 중심으로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가 형성돼 있는 것도 IEO 허용이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박 교수는 "지금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미 증권시장에서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과 증권회사 역할을 한꺼번에 담당하고 있다"며 "IEO가 허용되면 여기에 증권시장의 대표주관사 역할과 거래소의 상장공시 역할까지 더해져 가상자산 산업정책의 논의가 길을 잃게 된다"고 주장했다. 유튜브 '코사인' 캡쳐/사진=fnDB

그는 CeFi 중심으로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가 형성돼 있는 것도 IEO 허용이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박 교수는 "지금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미 증권시장에서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과 증권회사 역할을 한꺼번에 담당하고 있다"며 "IEO가 허용되면 여기에 증권시장의 대표주관사 역할과 거래소의 상장공시 역할까지 더해져 가상자산 산업정책의 논의가 길을 잃게 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로봇 기술이 첨단기술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로봇수술이 의료법 면제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본적으로 IEO ICO는 자금조달 수단인만큼, 첨단기술로 자금조달한다고 해서 전통적으로 적용해오던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의 규제를 모두 면제해달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각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이미 가능한 정보 최대한 활용해 거래 지원을 하고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며 "IEO 허용시 추가적으로 투자자에게 어떤 정보를 제시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CeFi 이해관계 상충 문제 등 IEO만 허용시 문제"

토론자로 나선 조정희 법무법인 디코드 대표변호사는 IEO ICO 등 형식이 문제가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에 가상자산을 공급하기 위한 발행을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봤다. 조 변호사는 IEO만 허용할 경우에도 여러 문제가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이미 문제가 되고 있는 거래소들의 과점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며 "거래소내의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 IEO만을 허용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매매나 중개는 거래소가 하더라도 상장규제 등 다른 기능은 제3의 기관에 맡기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서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프로젝트와 투자자의 중간단계인 거래소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IEO에 긍정적 입장을 내놨다. 한 변호사는 "IEO를 통해 코인을 판매할 경우 거래소 지갑을 통해 1차 판매가 이뤄지므로 다단계에 악용될 여지를 줄일 수 있다"며 "거래소 지갑의 경우 별도의 화이트리스트가 필요없고 매수인에 대한 확인도 용이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IEO는 정보 검증을 거래소가 대신하게 되므로 발행자에 대한 일정 수준의 정보 검증이 가능하며 ICO보다 사기 예방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IEO 이미 늦었다..ICO 등 전반적 제도 설계할 시점"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 회장(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사진)과 이석준 서울회생법원 판사는 2017년 4월부터 2022년 4월까지 5년간 판결문 중 '코인'이라는 단어를 가진 판결문 4640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4640건 중 '사기'가 들어간 사건은 2399건으로 전체의 51.7%에 달했다. 민사·행정 판결문까지 포함하면 2742건으로 늘었다.유튜브 '코사인' 캡쳐/사진=fnDB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최근 5년간 있었던 가상자산 관련 판결을 분석한 결과 사기 사건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분석결과도 발표됐다. 이정엽 블록체인법학회 회장(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과 이석준 서울회생법원 판사는 2017년 4월부터 2022년 4월까지 5년간 발생한 판례 중 '코인'이라는 단어를 가진 판결문 4640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4640건 중 '사기'가 들어간 사건은 2399건으로 전체의 51.7%에 달했다. 민사·행정 판결문까지 포함하면 2742건으로 늘었다.


대표적으로 브이글로벌 사건이 언급됐다. 투자자가 1계정당 600만원을 브이캐시에 투자하면 최대 1800만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고 하위 투자자를 유치하면 각종 수당을 지급한다고 투자자를 속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사건이다. 이정엽 회장은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제트가 한국에서 많이 나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고가 터지기 전 미리 사기성 있는 프로제트를 거를 수 있는 수단을 강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bawu@fnnews.com 정영일 기자